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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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준 팀장님, 혹시 뭔가 짚이는 게 있는 겁니까?”
지휘 장교가 다급하게 물었다.
하지만 장태준은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화면에 못 박혀 있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더욱 커져 나간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미칠 것만 같았다.
‘조금 전에는 내가 왜 그랬지?’
장태준은 방금 자신이 엎드리라고 외친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세키루는 별다른 이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의 눈에 새롭게 비친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분명히 자신은 느꼈다.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일종의 직감 같은 것이었다.
마치 뇌가 아니라 척수에서 엎드리라는 비명이 나온 것 같은, 그런 기괴한 느낌 말이다.
“아무래도 나가봐야겠습니다.”
“예?”
“제 눈으로 직접 전투 현장을 봐야겠습니다! 준비를 해주십시오!”
앞뒤 상황이나 이유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지휘 장교가 눈짓 하자 한 장교가 급히 그와 통역사를 안내해서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줄곧 대기 중이던 헬기에 급히 올랐다. 헬기는 얼른 로터를 돌리고 고도를 높여 전장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에서 긴박한 보고가 들어오고 있었다.
「원거리 딜러 3명이 추가로 쓰러졌습니다! 증세는 아까와 동일합니다!」
「신체 반응은 모두 정상입니다! 외관상 특별한 부상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힐을 쏟아 부어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탱커로 하여금 현장을 이탈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전장까지는 얼마나 걸립니까?”
“염려 마십시오. 5분이면 충분히 갑니다. 아니, 그것보다 더 안 걸릴 겁니다.”
“조금만 더 서둘러 주십시오!”
전장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불안했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까 자신을 습격했던 정체불명의 답답한 감각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퍼뜩 그런 생각이 스쳤다.
혹시 지금 헬기에 타고 있어서 전장 상황을 보지 못하니 진정된 것이 아닐까 하는.
하지만 말이 안 된다. 고작 화면으로 전장 상황을 보고 있었다고 그런 느낌을 받는 게 말이 되는가.
‘내가 정말 왜 그랬던 거지?’
장태준은 차분히 아까 전의 자신을 복기했다.
그때 분명히 자신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엎드리라고 외쳤다.
답답한 것은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도저히 설명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도 없었다.
헬기는 그의 답답한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최대한의 속력을 쥐어짜내서 날아갔다.
탱커들이 쓰러진 원거리 딜러들을 안고 급히 후방 진영의 상황실로 복귀했다. 안으로 들어갈 틈도 없이 바닥에 깔아놓은 들것에 딜러들을 눕혔다.
대기 중이던 의사들이 재빨리 다가와서 자세한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신체에 부착된 헬스 센서가 실시간으로 신체 상황을 전달하고 있지만, 의료진이 직접 진찰하는 것만큼은 못하다.
지휘 장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의료진이 필요한 일이 있을까 싶어서 망설였지만…… 지금 보니 잘한 결정인 거 같군.”
“다음에도 반드시 의료진을 대동해야겠습니다. 정말 괴수와 싸운다는 것은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군요.”
의료진은 원거리 딜러들에게 달라붙어 상태를 살폈다. 그 동안에도 추가로 두 명의 원거리 딜러가 탱커한테 안긴 채 복귀하고 있었다.
“동공이 확장돼 있습니다.”
“체온이 낮아졌어요. 이대로는 위험해요.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거기 힐러 뭐해요? 가서 담요하고 핫팩이라도 가져와요! 당신은 얼른 힐이나 좀 넣고!”
의료진이 구박하자 근처에 대기 중이던 힐러들이 일사불란하게 재빨리 움직였다. 어떤 이는 담요와 핫팩을 가져왔고 어떤 이는 부지런히 힐을 넣었다.
“힐을 넣어도 아무 반응이 없다?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다?”
“그럼 외상 문제는 아니라는 건데…… 대체 뭐지?”
의료진은 곤혹스러워하며 의식을 잃은 딜러들을 구석구석 자세히 살폈다.
그때였다.
“어? 이게 뭐야?”
“무슨 일입니까?”
“다들 이리 와보세요! 여기 뭔가 이상한 게 있어요!”
한 의사의 놀란 외침에 다른 의사들도 부리나케 그를 향해 모였다.
의사는 기절한 원거리 딜러의 목 한 부분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 끝을 향했다.
그는 목에서 무언가를 잡고 그대로 당겼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위로 들어보였다.
가늘고 길게 뻗은 날카로운 무언가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 길이는 약 10cm 정도 될까?
누군가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가시?”
“우리 장 팀장님이 잘하고 계시려나?”
결정체 공장을 천천히 둘러보던 유지웅은 문득 먼 북쪽 하늘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옆에서 나란히 걷던 정효주가 말을 받았다.
“코스티노플…… 아니, 세키루는 가시갑옷만 조심하면 되니까 별 문제 없을 거야. 그리고 가시 맞는다고 다 죽는 것도 아니니까.”
코스티노플. 유지웅과 정효주가 알고 있는 세키루의 본래 이름이었다. 이제는 세키루라고 불러야 하기에 영원히 묻어야 하는 이름이 되겠지만.
“효주 네가 기억하고 있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
“그냥 차라리 레이드를 말리거나 아니면 너랑 나 둘 중 하나라도 옵저버로 참여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 정도로 위험한 거야? 지금 러시아 공격대 수준에?”
정효주는 잠시 생각을 한 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탱커와 힐러 수가 워낙 충분하니까 아마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거기에 예비대도 4개나 있고.”
“흠, 그렇군.”
“아무래도 딜이 좀 부족하긴 하겠네. 세키루 가시는 방어막에 우선해서 딜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으니까.”
“원래는 어느 정도 딜이 필요한데?”
“C급 강화장비 가진 17명 정도로 2시간이면 넉넉히 잡을 수 있을 걸?”
“지금 러시아 공격대는 딜 강화장비가 없다는 게 단점이네.”
“어차피 A급 아닌 이상 강화장비가 레이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지는 않아. 좋은 장비 착용한다고 딜이 무슨 100%, 200% 강해지는 게 아니니까.”
사실 어느 정도 숙련된다면 옐로 몹 레이드를 하는데 딜 강화장비는 크게 필요하지 않다.
단지 레이드 시간이 좀 더 길어질 뿐이다.
다만 옛 시간축에서 평민 탱커와 귀족 힐러들은 레이드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귀족 힐러들은 빨리빨리 잡고 퇴근하고 싶어 했다.
여기에 어떻게든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딜 강화장비 제조업계의 탐욕까지 끼어들었다.
조기퇴근을 원하는 귀족 힐러.
다양한 원청과 무수한 하청으로 구성된, 장비를 팔아먹으려는 제조업계 생태계.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고자 하는 국가.
그런 팍팍한 압박 속에서 공동대응은커녕 자기 자신만큼은 살아남고자 하는 천민 딜러들의 발악.
이런 사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딜러들은 딜 강화장비를 반드시 구매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리고 그런 관행은 당연한 듯 수십 년 이상 명을 이어 왔다.
“근데 왜 저렇게 오래 걸리지? 아무리 초보 딜러고 강화장비도 없다지만 20명이나 되는데?”
“그러게. 강화장비 없는 딜러 20명이면 C급 강화장비 착용한 딜러 16, 17명하고 얼추 비슷할 거 같은데.”
“코스…… 아니, 세키루가 원래 저렇게 오래 걸리는 놈이었어?”
“가시에 흡수되는 딜만 조심하면 생각보다 빨리 잡아. 아직 패턴 파악이 안 돼서 이러는 걸 거야.”
“그럼 일단 놔둬야겠네.”
유지웅은 직접 부딪쳐가면서 겪은 시행착오만이 인간을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그리고 진실 되게 성장하게 만든다고 믿는 사람이다.
“심심한데 우리도 전투 영상이나 볼까? 지금 일반 UCC채널에서 생중계하려나?”
“군에 연락해서 보안 정보 따오면 되잖아.”
“그럼 재미가 없잖아. 원래 싸움 구경은 다른 사람들하고 채팅하고 깔깔거리면서 보는 맛이 있는 건데. 아, 일반 UCC 채널에서 보도하는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
유지웅은 얼른 태블릿을 켜고 정보를 검색하다가 이내 얼굴이 환해졌다.
“아, 한다. 역시 볼라디 대통령이 통이 크단 말이지. 실패할지도 모르는 레이드인데 대대적으로 과시하고 있네. 그런 점에서는 미국하고 확실히 다르네.”
“그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없다고 여기는 게 아닐까.”
“어, 그럴 수도 있겠네.”
유지웅은 얼른 채널에 접속했다. 하지만 흥미롭게 지켜보던 것도 잠시, 갑자기 송출이 끊어지며 지연 장애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거 왜 이래?”
“통신에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러시아가 그런 거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할 리가 없어. 분명히 현장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송출 통제 들어간 거야. 아마 지연 송출하던 중이겠지.”
고의적인 지연 송출을 하면 방송에 내보내고 싶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유지웅은 아마도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정효주가 뒤늦게 생각나서 지적했던 우려일 것이다.
“효주야, 이거 가시갑옷 발동한 거 아니야?”
“그럼 조금 위험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냥 말해줄까? 우리가 어떻게 알았냐고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조금이 아니라 많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그리고 너 이제 와서 왜 그런 걸 걱정해.”
진작 그런 걱정을 할 줄 알았다면 지금까지 벌인 일들은 다 뭐가 되는가. 정효주는 괜히 실소가 나왔다.
“아, 다시 연결됐다. 정말 통신 장애였나? 무슨 사고 생긴 게 아니라?”
그때 통신앱에서 알림이 울렸다. 공격대연합이 긴급 사항을 보고하기 위해 이용하는 전용 통신앱이었다.
내용을 보고 유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장 팀장님이 왜 현장에 가 있어?”
장태준을 태운 헬기는 몇 분 걸리지 않아 레이드 현장에 도착했다.
육안으로 보기에 특별히 위험한 장면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세키루는 여전히 메인 탱커한테만 정신이 팔려 있었고, 힐러들은 열심히 힐을 넣고 있었다.
4명의 근접 딜러들은 전투 개시 명령이 보류된 터라 일단 거리를 벌리고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세키루의 모습이 눈에 담기는 순간, 장태준은 다시금 가슴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가벼운 구역질감이 올라오며 어깨를 가볍게 떨게 만든다.
이상했다.
왜 다시 현장을 보는 순간 이런 떨림이 찾아오는가.
장태준은 주먹을 꽉 쥔 채 눈을 부릅뜨고 지상을 살폈다.
동행한 장교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장태준 팀장님, 괜찮으신 겁니까?”
“……대체 저게 뭐죠?”
“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이상한 게 있나요?”
“지금 세키루의 등껍질 군데군데에 차 있는 저 이상한 빛깔, 저게 안 보입니까?”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세키루는 아까와 달라진 게 없이 그대로입니다. 혹시 정말 몸에 문제가 생기신 것은 아닌지…….”
아무리 눈을 비비고 살펴도 장태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기에 러시아 장교는 더욱 당황했다.
‘달라진 게 없다고?’
장태준은 어이가 없었다.
상황실에서 화면으로 볼 때와는 너무 다른 생김새인데?
코로나처럼 세키로의 등을 뒤덮고 빛 무리가 보였다. 너무 크고 짙어서 잘못 본다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그 빛 덩어리에서 뻗어 나온 수십 개의 빛의 선은, 딜탱힐 구분할 것 없이 모두와 연결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