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8)
00128 니 안에 뭐 있다 =========================================================================
8억은 큰돈이다. 한국 제도에서 보장하는, 죽은 사람에 대한 보상금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큰 액수다.
그런데 희생자 입장에서는 또 그렇지 않다. 초능력자 부대에서 일하는 능력자들은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일한다. 대통령 연봉도 그들에게는 상대가 안 된다. 공무원 중에서 가장 급여가 쎈 직종이다.
만약 그들이 공안직에 투신하지 않고 민간 레이드에 열중했다면 8억쯤은 쉽게 벌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죽었는데 8억 주고 끝내자는 것은 유족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생색내기다. 적어도 몸값 이상 되는 돈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제니스 공격대, 첫 희생자에게 보험금 포함 800억의 보상금 지급.」
「과감한 보상 결정에 대원들 큰 감동.」
「희생자 나왔지만 공격대 결속력 더 깊어져.」
유지웅이 이정희의 죽음에 과감한 보상을 결심한 것은 단순한 퍼주기식 정책이 아니다. 400억의 추가 지출이 있었지만, 대신 대원들의 감동과 충성을 이끌어냈다. 자기가 죽어도 저렇게 크게 보상해줄 거라는 믿음, 자기 죽음을 헛되이 흘리지 않을 거라는 신뢰를 얻은 것이다.
사람 하나가 죽었는데 800억의 보상금이 나온 사실에 놀란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했다. 당연히 고재혁의 유족도 그 사실을 알고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에 빠졌다.
덕분에 난감해진 것은 정부였다. 똑같은 레이드에서 두 사람이 죽었는데 서로 소속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보상금이 무려 100배나 차이가 났다. 당연히 적은 쪽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는 데다가, 언론에서까지 크게 다루고 있었다.
결국 행정안전부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이러해서 보상금 때문에 정부의 운신 폭이 좋지 못합니다. 유지웅 대장님께서 사전에 한 마디 언질이라도 해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아, 잘 오셨어요.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마침 찾아오셨네요.”
“네?”
“8억은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아무리 딜러가 흔한 클래스라고 해도 레이드 능력자의 장래 창출 가치를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금액 아닌가요? 세금은 별론으로 하고, 레이드 8, 9번만 가면 벌 수 있는 돈인데 말이죠. 제가 보기에도 보상금은 더 줘야 한다고 봐요.”
“규, 규정상 줄 수 있는 최대치의 보상금을 지급한 겁니다.”
“그럼 규정이 잘못된 거네요. 잘못된 거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고쳐야지요. 돈 더 줘요.”
“정부는 그럴 예산이 없습니다. 막말로 능력자 전투부대원이 죽을 때마다 800억 씩 준다면 파산하고 말 겁니다.”
“왜 사람 말을 왜곡하고 그러세요? 제가 언제 800억 주랬어요? 8억은 너무 적으니까 좀 더 주라고 했죠. 사무관님, 8억이 적다는 생각이 드세요, 안 드세요?”
“이, 일반 군인이나 공무원이 죽어도 그렇게 크게 보상하지는 않습니다! 8억은 우리나라 인명 보상 체계에서 정말, 매우 대단히 큰돈입니다!”
“그럼 우리나라 보상 체계가 잘못된 거네. 다른 직종은 사실 제가 모르겠고, 레이드 능력자의 경제적 가치를 생각하면 8억은 솔직히 너무 적다는 건 알아요. 그러니까 더 줘요.”
보상금의 격차 때문에 불거진 반발을 어떡하면 진정시킬지 협력을 구하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왔던 5급 사무관은 화들짝 놀라서 되돌아갔다. 그 다음으로 찾아온 사람은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 형식상 초능력자 관리부가 아직까지 행정안전부 산하 기구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직종과 형평성을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 지급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예산 문제로 800억이나 되는 돈을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 말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됐네요. 같은 말 반복해야겠다. 전 800억 주라고 한 적 없고 8억은 레이드 능력자의 가치에 비해서 너무 적은 보상금이 아니냐고 했을 뿐인데요.”
50이 훌쩍 넘은 장관은 움찔했다. 수행 보좌관들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겨우 말 한 마디 잘못한 것 때문에 기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래도 예산 문제상…….”
“짧게 말할게요. 8억은 너무 적어요. 규정이 그렇다면 그건 잘못된 거예요. 그러니 잘못된 건 고치고 더 주세요.”
“…….”
“조금 더 줄 예산은 있잖아요? 탱커랑 딜러들이 일 년에 내는 소득세만 해도 얼만데. 거기다가 결정체가 유통되면서 취급 기업들이 내는 부가세는 또 얼마고요.”
한국 연간 결정체 매입비는 약 200조 원이다. 4대 결정체 유통기업들이 공격대로부터 결정체를 매입하는데 투입하는 금액만 200조 원이라는 뜻. 당연히 그 소득세 규모만 해도 엄청나다. 유통 및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별세도 줄줄이 있고.
게다가 저 수치는 블루 결정체를 제외한, 그린 결정체만 따졌을 때 값이다.
블루 결정체 매입비는 연간 약 15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것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유지웅. 게다가 일 년에 8만 마리를 잡아서 200조에 파는 것과 일 년에 24마리만 잡아서 15조에 파는 것은 비교대상조차 될 수 없다.
“지까짓 게 뭐라고!”
“어린놈이 돈 좀 벌다 보니 눈이 삐었나 보지?”
사태 파악 능력 떨어지는 고위공직자들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분개했다.
“예산이라는 건 그렇게 남아도는 게 아니야. 아껴서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하는 거라고. 그게 바로 정치란 말이야!”
“이참에 그 어린 놈을 확 제재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뭐도 모르는, 나이 많은 정치가들이 그렇게 나서자 비교적 젊은 의원들이 기겁을 해서 말렸다.
“아이고, 대표님. 지금 한국에서 제니스 공격대를 건드리면 큰일납니다.”
“무슨 소리야? 그래봐야 일개 정공 아닌가?”
“그 일개 정공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블루 결정체를 공급하고 있고 레이드 한 번에 1조 이상의 GDP를 창출하는 데다가, 일본의 현 하나를 초토화시킨 괴수도 겨우 사망자 두 명으로 막아 냈습니다. 제니스 공격대장의 현 자산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현금으로만 10조 원이 넘습니다. 그것도 이 악물고 레이드해서 번 돈이 아니라 설렁설렁해서 번 돈입니다.”
“시, 십 조 원이라고?”
각 당의 젊은 의원들은 역시 퇴물 정치가는 물러가야 하는 게 맞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상황 파악이 느려서야 국정 운영에서 얼마나 삽질을 하겠는가?
보상금이 적은 것 같다. 더 줘.
유지웅은 부산에 묶여 있는 터라 그 한 마디를 했을 뿐인데 서울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유족들도 더욱 힘을 냈다. 고재혁 뿐만 아니라, 예전에 공무 중 순직한 다른 레이드 능력자의 유족들도 다시 나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성그룹에서도 적극 보상체계 개정에 한 팔을 거들기 시작했다. 듣기로는 이형준 회장의 강력한 지시가 있었다고 하는데 확인되지 않았다. 일성의 움직임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많았으나, 아무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지원자로 나섰다는 것은 이미 게임 종료를 의미했다.
“일이 너무 커졌어요. 레이드 전투부대 내부도 상당한 동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전투부대원들은 보상금까지 생각해서 공안직에 투신한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논란이 커지고, 또 제니스 공격대의 보상액과 너무 비교되니까 충성심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성의를 보여야 합니다.”
“제니스 공격대장이 성의를 보인다고 만족할까요?”
“그래도 보상액을 합리적으로 증가시키는 게 대세에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슈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보상액이 너무 적다는 말은 예전부터 쭉 나왔어요.”
깨어 있는 공직자들은 제니스 공격대, 정확히는 유지웅의 영향력을 두려워했다. 막대한 자산, 세계 유일한 블루 결정체 공급자라는 위치는 한국이 품기에는 너무 커다란 것이었다. 보상금이 적다는 말 한 마디에 지레 겁을 먹고, 후다닥 관련 규정을 손질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는 김에 은근슬쩍 일반 공무원의 순직 보상금 증가 안건도 끼어서 처리되었다.
관련 규정 손질 결과 레이드 능력자 순직의 보상금 상한선이 대폭 증가했다.(덤으로 다른 일반 공무원도 묻어감) 이에 따라 고재혁의 유족은 먼저 받은 보상금을 포함해 총 40억의 보상금을 받았다. 이정희 보상금에 비하면 여전히 푼돈이었으나, 그래도 변화의 첫 발을 딛은 게 어디냐고 국민들은 기뻐했다.
“그래도 적은 거 같은데…….”
유지웅이 공격대 회담 자리, 즉 사석에서 그렇게 불만을 내비쳤다는 게 어떻게 어떻게 해서 정부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고재혁 유족은 10억을 더 받았다.
부산에서 재미없게 새해를 맞이하고 1월도 빠르게 흘러갔다. 일본의 상황은 여전히 심각했으나 끝이 보이고 있었다. 정부군이 수세에 몰리고 쿠데타군이 우세를 점하기 시작한 것이다. 히카리의 습격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일본을 주름잡아온 일본의 우익 세력이 쿠데타군을 지원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일반 국민도 쿠데타군을 지지하고 있었다. 말이 정부군이지, 입지도로 본다면 정부군이 쿠데타군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찌 된 노릇인지 히카리는 더 이상 추적이 되지 않았고, 인간을 습격하지도 않았다. 교전 지역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고 이에 따라 옐로 몹의 난동도 적어졌다.
“이대로라면 두 달 안에 상황이 종료될 수도 있다는데요.”
“생각보다 빠르게 끝나네요.”
“히카리가 정부군 주축 병력을 습격한 게 컸죠. 그거 때문에 한 방에 무너졌으니까요.”
“우익 입장에서는 우리가 고맙겠네요. 일본으로 다시 내쫓아줬으니.”
“큰일이네요. 걔네는 고마우면 배신으로 갚는 애들인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모두들 소집이 해제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크가 은밀하게 유지웅을 찾아왔다. 그는 직감적으로 중요한 이야기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전에 안슐 님께 부탁하신 것 때문에 왔습니다.”
“……뭔가 알아냈나요?”
유지웅은 바짝 긴장했다. 휴스턴 참사에 얽힌 사실관계를 조사해달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그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생각보다 빨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하크는 먼저 도청방지 장비를 꼼꼼하게 설치했다. 그 태도만 봐도 중요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기 몸이 얽힌 일인지라 정효주도 잔뜩 긴장해서 기다렸다.
“미국 결정체 연구 권위자 중 휘버 박사란 인물이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거의 독보적이었죠. 록펠러 그룹 및 미국 대재벌 가문과 미 정부가 합작으로 진행한 어떤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라고 합니다.”
“무슨 연구인데요?”
“결정체 융합 연구라고 하더군요.”
“결정체…… 융합?”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개념에 유지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효주도 마찬가지였다.
“석탄과 다이아몬드를 비교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린 결정체가 석탄이라면, 블루 결정체는 다이아몬드죠. 결정도 25의 그린 결정체 200개가 내는 에너지와, 결정도 5,000의 블루 결정체 1개가 내는 에너지는 같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는 전혀 다르죠. 유지웅 님이라면 어느 쪽을 가지시겠습니까?”
“당연히 녹색 200개 보다는 파란색 1개가 낫죠.”
결정체의 가격은 결정도, 즉 결정체가 낼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에 따라서 결정된다. 블루 결정체의 희소성과 독특한 성질에서 나오는 차별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블루 결정체는 어떻게 보면 불합리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 셈이다.
“석탄을 모아놓는다 해서 다이아몬드가 되는 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그린 결정체를 모아놓는다 해서 블루 결정체로 바뀌는 것은 아니죠.”
“아! 그럼 설마?”
“휘버 박사가 연구한 것이 바로 석탄을 다이아몬드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그린 결정체를 인위적으로 융합시켜 블루 결정체를 얻으려는 것이었죠.”
“레드 몹을 잡을 수 없으니까 그렇게 한 거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당시는 블루 결정체를 레이드로 얻는 게 거의 불가능했으니, 그렇게 인공 블루 결정체를 만들 수만 있다면 엄청난 부가이익을 창출할 수 있죠. 그 융합 반응을 일으켜주는 촉매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데머샤라고 하더군요.”
유지웅은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데머샤…….”
“데머샤 제조 방법은 완전 소실된 것 같습니다. 휘버 박사가 연구를 위해서 출국하려고 했는데, 공항으로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암살일지도 모릅니다.”
“연구를 위해서 미국을 떠나요? 미국만큼 좋은 연구 환경이 어디 있다고?”
“목적지는 프랑스였습니다만, 최종적으로 어느 나라로 가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미 연방 정부에서 휘버 박사의 유품을 조사하고 있지만 소득이 없는 듯합니다. 이래저래 연구가 흐지부지 된 거죠.”
휘버 박사가 죽었다는 말에 유지웅은 안타까웠다. 그가 살아 있었으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 비록 미국인이지만 암살 당했다고 하니 왠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지하크는 목소리를 더욱 바짝 낮춰 말했다.
“그리고 이건 확인되지 않은 정보입니다만…… 록펠러 그룹에서 마지막 남은 데머샤를 사용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풀어서 전 세계의 블루 결정체를 사모았다고 합니다. 유지웅 님께서 활동을 시작하기 전 이야기입니다.”
설마 그게 녹서스의 돌? 유지웅은 빳빳하게 긴장한 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경청했다.
“이론적으로, 결정도 총량이 일정 이상인 그린 결정체들이 융합하면 블루 결정체로 바뀌면서 그 성질도 변하게 됩니다. 그 최저 수치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만, 아마도 2,000 이하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골에서 잡은 랭가를 잡고 나온 블루 결정체가 2,000짜리였기 때문에 그런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록펠러 그룹은 그린 결정체가 블루 결정체가 되듯이, 블루 결정체도 일정 이상 융합하면 성질 변화를 일으킬 거라고 추정한 것 같습니다. 그 최저 수치를 알 수 없기에 전 세계에 풀린 모든 블루 결정체를 사들인 겁니다. 데머샤는 겨우 하나만 남았고, 더 이상 제조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정효주도 어느새 얼굴을 바짝 내민 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최후의 데머샤가 사용된 블루 결정체들이 융합하면서 보라색으로 변했다고 하더군요. 휘버 박사의 유품 일지에 있는, 데머샤의 단서가 적힌 문구에 따라 그 최초의 퍼플 결정체에 녹서스의 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녹서스 스톤이라는 단어라고 합니다.”
데머샤를 추적할 유일한 단서였다.
============================ 작품 후기 ============================
녹서스의 돌은 전문기술로 제작한 보라템(에픽템)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블랙 몹을 잡으면 에픽템이 나오는 것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