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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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핵미사일 기지요?”
장태준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의 예상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에드워드 장관은 어두워진 낯빛으로 설명을 계속했다.
“물론 우리 미국은 핵의 완전 폐기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핵 폐기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핵탄두를 분리한다 해도 완전 해체는 불가능합니다.”
“……그거야 그렇겠지요.”
이미 만들어진 핵탄두를 해체해서 핵폭발이 일어나지 않게 처리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사능 물질 자체를 없애버릴 수는 없다.
“지하핵미사일 기지는 네바다 사막에 있습니다. 우리 미합중국이 보유한 핵미사일 중 가장 많은 수량을 보관하고 있는 미사일 기지입니다. 차후 해체된 핵탄두를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기밀 시설로 유지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미사일 기지는 총 네 개의 출입구가 있으나, 그 중 세 개는 사람이 드나드는 용도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내부의 미사일을 꺼내려면 차량 출입이 가능한 중앙 출입문을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출입문 앞에 하필이면…….”
“켈루자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것은 시도해보지 않으셨나요?”
“이미 몇 번이고 시도해봤습니다. 육군 항공대를 이용해서 다섯 번 넘게 시도했었죠. 하지만 녀석은 다른 곳으로 유인되었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
장태준은 퍼뜩 머릿속을 스치는 내용이 있었다. 바로 일본에서 필드 드래곤을 잡을 때 유지웅이 했던 말이었다.
―괴수는 방사능 물질에 강력하게 끌린다.
아마도 장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입가에 띤 씁쓸함이 더욱 커지는 것을 보면.
“미사일의 핵탄두를 분해하면 보조 출입구로 빼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기지 내부에는 해체 설비가 없습니다. 해체 설비를 반입하기 위해서는 중앙 출입문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럼 켈루자를 유인한 뒤 그 틈을 타서 해체 설비를 반입하면 되지 않습니까?”
“녀석이 이미 학습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유인을 해도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장태준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핵 기지가 습격당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핵폭발이 일어나진 않습니다. 그만한 안전장치는 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방사능 누출은 막을 수 없습니다.”
핵탄두가 강제로 분해되면 방사능 물질이 노출되고, 방사능이 주변을 오염시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녀석이 정말 핵물질에 끌리는 거라면 언젠가는 결국 핵 기지를 습격할지도 모릅니다. 그리 되면 네바다는 끝장입니다. 지하기지에서 그 많은 핵탄두가 분해된다면……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네바다주를 시작으로 해서 미국 전역을 오염시켜 버릴지도 모릅니다.”
“이건 차라리 유지웅 의장님을 불러오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혼자서도 괴수를 잡을 수 있는 그분이라면 충분히 해치울 수 있을 겁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에드워드 장관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매번 의장님을 부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번 한 번은 어찌어찌 의장님을 통해서 피해 없이 막아 낸다 칩시다. 하지만 다음에 또 다른 괴수가 핵물질에 이끌려 핵기지로 접근할 지도 모릅니다. 그때 만약 의장님의 도움을 바랄 여유조차 없다면, 우리 미국의 힘만으로 막아내야 합니다.”
장태준은 장관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지금 미국 공격대에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더 이상 피하지 못하고 부딪치는 날이 올 것이기에.
“이미 정해진 미래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을 때 부딪치는 게 낫습니다. 저는 장 사무장님이 이끌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 미국이 핵기지를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하 핵 기지는 결국 해체한 핵탄두를 영구 봉인하는 시설로 변모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은 스스로 그 기지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장 사무장님이 제안한 전략…… 켈루자는 원거리 딜러가 아닌 근접 딜러로 잡는다는 전략을 시험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무의미한 희생이 아닙니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에 알맞는 명분까지 있습니다.”
장태준은 미국이 새삼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느꼈다.
부딪칠 수 있을 때는 과감하게 부딪쳐 싸운다. 설령 온몸이 피투성이로 물들게 되더라도.
그런 도전 정신이 지금의 미국을 만든 것이리라.
“……일단 진지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캐나다에 머무르시는 동안 충분히 고민해 주십시오. 아무쪼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단을 내려주길, 부탁드립니다.”
장태준은 다음 날 미국을 떠나 캐나다에 도착했다.
캐나다에 도착하자 국방참모총장인 조나단이 공항까지 직접 나와서 그를 맞이했다.
“캐나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융숭한 의전을 받으며 항공기에서 내린 장태준은 곧바로 전장으로 향했다.
원래라면 적당한 귀빈맞이 절차를 거쳐야겠지만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고 싶다는 장태준의 제안 덕분이었다.
캐나다로서도 장태준이 서둘러 괴수를 처리하고 싶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총 6일 동안 장태준은 캐나다군에서 꾸린 공격대를 거느리고 총 세 마리의 괴수를 처치했다.
캐나다는 미국에 비하면 조금 미흡했지만 그래도 나름 부족하지 않은 전력과 전술을 미리 갖춰놓고 있었다.
세 번의 전투 도중 사소한 위기가 있었지만, 장태준은 어렵지 않게 희생 없이 레이드를 마칠 수 있었다.
‘모두 어그로 카운트 덕분이다. 이 능력이 없었다면 좀 더 힘들었겠지.’
어쩌면 진작 희생자가 나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장태준은 새삼 이 능력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책임감도 생겼다.
‘다른 나라에서 어그로 카운트 없이 처음 보는 괴수를 섣불리 상대했다가는 희생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 내가 더욱 더 분발해서 공략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이미 중국이 몇 번이고 증명했다.
사전 지식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레이드를 통해 애꿎은 대원들을 여러 번 희생시켰으니까.
광역 토끼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어렵지 않게 잡았지만, 그것은 괴수 난이도가 너무 낮아서이지, 결코 중국 공격대 지휘부가 잘해서가 아니었다.
캐나다는 총 3회 레이드에 일괄적으로 6,000만 달러의 대가를 약속했다. 미국과는 계약 내용이 조금 달랐다.
장태준은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캐나다 군 수뇌부 앞에서 최종 브리핑을 가진 후,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그는 한국으로 향하지 않고 곧바로 미국으로 향했다.
이미 소식을 들은 에드워드 국방부 장관이 공항까지 손수 그를 맞이하러 나왔다.
“무거운 결심을 내리신 것에, 미국 시민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젠가는 부딪쳐야 할 일이라는 장관님 말씀 덕분입니다. 성장통이 아프다고 피할 수만은 없는 일이죠. 미국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미국은 성장통을 선택했다.
레이더들의 희생이 발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력으로 부딪칠 것을 결심한 것이다.
언제나 유지웅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으니.
“하지만 레이더들도 위험성을 이해하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들은 조국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나서진 않았을 텐데요.”
“몇 명 정도는 두려워서 빠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겁쟁이라고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점은 참 마음에 드는군요.”
켈루자를 이대로 방치하면 핵 기지가 공격 받아 지하수에 방사능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 시간문제일 뿐, 결국 미국 전체가 방사능에 오염돼버릴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레이더들은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기꺼이 싸우겠다고 나섰다. 두려움에 겁을 먹고 도망친 이들이 있지만, 누구도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
네바다 지하 핵 기지 인근에 마련된 임시 병영으로 이동한 장태준은 일주일 만에 다시 동료들을 만났다.
겨우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간 많은 일을 겪은 것처럼 그들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장태준은 전투에 참여하는 그들을 불러놓은 채, 자세한 내용을 연설했다.
“저번 레이드는 우리가 매우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단 한 명의 희생 없이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마지막에 켈루자가 폭딜을 맞고 겨우 쓰러진 것을 떠올려 보십시오. 만약 그때 켈루자를 쓰러뜨리지 못했다면, 여기 계신 분들 중 상당수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
짙은 고요함이 사방에 흘렀다. 하지만 누구도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정갈한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짙은 투지로 불타고 있었다.
그것은 장태준을 향한 깊은 신뢰였다. 당신이라면 우리의 목숨을 기꺼이 맡기겠다는.
“공대장님은 저번 켈루자 레이드에서 운이 몹시 좋아서 아무도 안 죽었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발언권을 얻은 원거리 딜러가 일어서서 입을 열었고,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공대장님이 우리를 잘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승리한 겁니다. 요행과 행운에 힘입은 승리가 아니라 공대장님의 뛰어난 지휘가 빛을 발한 결과물인 겁니다. 부디 공대장님이 스스로의 능력을 너무 겸허하게 여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공대장님을 믿습니다!”
“까짓 거, 한 번 더 해보죠! 이미 한 번 잡은 놈인데 또 잡는 게 뭐가 대수랍니까!”
“근딜 위주로 투입한다고요? 오히려 잘 됐습니다. 저번 켈루자 레이드에서는 아무것도 못했는데도 켈루자 슬레이어라고 불리는 게 창피하고 민망했습니다. 이번에 우리 근딜이 켈루자를 상대로 얼마나 큰 활약을 펼칠 수 있는지를 증명하겠습니다.”
“이끌어 주세요!”
“화이팅입니다!”
대원들은 저마다 환호와 격려의 외침을 외치며 드높은 사기를 드러냈다. 에드워드 장관 이하 군 관계자들이 흐뭇해져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광경, 하지만 장태준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저들의 사기를 긍정적으로 여기되, 섣불리 흥분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럼 가봅시다.”
켈루자, 이미 한 번 상대해본 괴수다. 막판에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어쨌든 피해 없이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번과 모든 상황이 달랐다.
일단 가까이에 핵 기지가 있다. 폭탄을 근처에 끌어안고 싸우는 꼴이다.
그리고 원거리 딜러가 아닌 근접 딜러부터 투입한다. 근접 딜러가 정말 tongue attack에서 자유로운지를 시험한다.
만약 근접 딜러가 tongue attack에서 피해를 입는다면 즉시 작전을 변경, 원거리 딜러를 대거 투입해서 저번과 동일한 방식으로 무찌른다.
‘근딜이 통해야 한다. 그게 가장 이상적이야.’
원거리 딜러만으로 잡으려면 어그로 카운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건 장태준 없이는 잡지도 말라는 뜻이 된다.
장태준은 속으로 기원했다. 부디 자신의 가설이 맞아떨어지기를.
“폴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