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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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합니다.”
오더가 떨어지자 메인 탱커가 켈루자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려들었다.
켈루자는 그쪽을 향해 머리를 한 번 힐끔거릴 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심지어 어그로 라인이 연결되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몇 번이고 유인 작업을 했던 여파인 모양이다.
“하앗!”
메인 탱커가 있는 힘껏 두 주먹을 내질렀다. 옆구리를 가격 당하자 비로소 켈루자와 메인 탱커 사이에 어그로 라인이 연결되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1번 원딜, 딜 시작.”
원거리 딜러 중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있던 1번 원딜이 손을 들어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손끝이 파르스름한 빛을 뿜으며 거대한 에너지 구체를 형성했다.
1번 원딜은 그대로 힘껏 구체를 던졌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구체는 정확히 켈루자를 타격했다.
동시에 켈루자와 1번 원딜 사이에 어그로 라인이 연결되며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가드 탱커, 통어택(tongue attack) 단단히 주의하고, 1번 원딜, 더욱 더 딜을 넣어요! 어그로를 튀게 만든다는 느낌으로 있는 힘껏!”
장태준이 오더하자 1번 원거리 딜러는 이를 악물며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딜에 박차를 가했다.
에너지 구체가 속사로 쏘아지자 어그로 라인이 더욱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 농도가 메인 탱커보다 더욱 진해질 무렵 장태준은 빠르게 외쳤다.
“옵니다! 가드 탱커, 준비! 1번 근접 딜러, 바로 지금이에요! 어서 달려요!”
오더가 떨어지자마자 1번 근접 딜러와 가드 탱커가 켈루자를 향해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1번 원딜의 가드 탱커가 재빨리 앞을 가로막았고, 순식간에 뻗어 나온 혓바닥이 가드 탱커를 가격하고 다시 돌아갔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공격에 당한 가드 탱커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곧바로 힐이 들어오며 그의 부상이 말끔하게 치료되었다.
‘다음 통어택까지 간격은 30초다. 근접 딜러의 이동 속도라면 충분해.’
켈루자가 근접 딜러를 인식하자 그에게도 어그로 라인이 연결되었다. 아직까지는 백색이었다.
1차 통어택이 끝나고 15초도 되지 않아 1번 근접 딜러는 켈루자 바로 앞까지 당도했다.
“딜 시작.”
근접 딜러는 자신의 가드 탱커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그가 믿으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근접 딜러는 곧바로 단검을 꺼내 양손에 쥐었다.
“하아아아앗! 내가 이 날만을 기다렸다!”
근접 딜러의 비거(vigor)를 감싼 단검의 날이 켈루자의 방어막을 파고들었다. 칼끝에서 반사되는 짜르르한 느낌에 근접 딜러는 뜨거운 희열을 느꼈다.
장태준은 근접 딜러와 연결된 어그로 라인을 주시했다.
어그로 라인은 살짝 붉은 기운을 띠고 있지만, 여전히 백색에 훨씬 가까웠다. 더 이상 붉어지지 않는다.
“나이스!”
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옆에서 수행 부사관이 의아해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1번 근딜, 계속 딜하세요! 1번 원딜도 지속딜!”
30초가 지나자 또다시 켈루자가 1번 원딜을 향해 통어택을 시도했고, 장태준의 경고를 들은 가드 탱커가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던져 막아냈다.
‘10분 지났나.’
장태준은 시간을 확인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1분보다 짧게 느껴질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1번 근접 딜러 어그로 라인은 여전히 백색에 가까웠다.
메인 탱커와 1번 원거리 딜러의 어그로 라인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선명히 붉었다.
‘틀림없다.’
장태준은 확신했다.
켈루자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원거리 딜러를 메인 탱커와 동등한 수준으로 위협적인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진짜 지독한 원시인가?’
얼핏 든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1번 근접 딜러가 열심히 딜을 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그로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 근접 딜러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가설 중 일부가 통한 것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위협 수준이 완전히 올라갈 경우, 근딜한테 통어택이 날아가지 않는다는 보장은 아직 없어.’
켈루자에 관해서 현재까지 확인된 것.
원거리 딜러는 어그로 관리가 어렵고, 그리고 근접 딜러는 어그로 관리가 훨씬 쉽다는 것이다.
“1번 근딜, 통어택은 아직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Yes, sir!」
“2번, 3번, 4번, 5번 근딜. 다음 통어택 페이즈가 끝난 뒤에 바로 투입합니다. 준비하세요.”
「Yes, sir!」
“지금 옵니다!”
1번 원거리 딜러 어그로 라인이 다시 한 번 선명하게 붉게 물드는 순간, 장태준은 목청껏 외쳤다.
가드 탱커가 육탄 방어를 하며 비틀거리는 순간, 4명의 근접 딜러가 켈루자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려들었다. 그들은 장태준의 오더에 따라 각자 무기를 꺼내 들고 켈루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좋아, 어그로가 오르지 않는다.’
다섯 근딜의 어그로 라인은 여전히 괜찮은 수준이었다. 저 정도면 통어택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통어택은 일단 어그로가 메인 탱커에 준하거나 넘어서야 발동하니까.
“원거리 딜러, 전원 1번 원딜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자리를 잡습니다. 반원의 빈 부분이 켈루자를 향하게끔. 1번 원딜을 중앙으로 전원 반경 100미터 유지.”
장태준은 다시 지시를 내렸고, 가드 탱커들이 각자 원거리 딜러를 안고 빠르게 진형을 잡았다.
반달의 직선면이 켈루자 쪽을 바라보게 하는 반원의 형태, 이미 사전에 대원들에게 숙지시킨 전술 중 하나였다.
수십 명이 넘는 원거리 딜러들이 1번 원거리 딜러를 중심으로 100미터 간격을 유지하고 섰다.
1번 원거리 딜러는 여전히 주기적으로 통어택을 유도하며, 켈루자를 향해 딜을 넣고 있었다.
“나머지 근딜 전원, 이번 통어택 페이즈가 끝난 후 일제히 투입합니다.”
전투가 안정적으로 흘러가자 장태준은 근딜을 전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는 새로 세운 전술의 안정성을 테스트하는 것이었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을 직감한 대원들의 표정이 한결 달라졌다.
“바로 지금!”
가드 탱커가 또 한 번 통어택을 막아냈고, 근접 딜러들이 재빨리 달려들어 딜을 시작했다.
근접 딜러들과 연결된 어그로 라인은 여전히 백색에 가까운 빛깔을 띠었다. 어그로가 전혀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좋았어.’
장태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바로 그 순간, 메인 탱커와 연결된 어그로 라인이 순식간에 백색으로 변했다. 장태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1번 원딜, 뛰어! 켈루자 반대 방향으로 150미터 지점까지 이동! 근딜 전원 산개!”
기다렸다는 듯이 가드 탱커가 1번 원거리 딜러를 안아들고 재빨리 뛰었다. 그는 장태준의 오더대로 반대방향 150미터 떨어진 지점까지 달려서 원거리 딜러를 내려놓았다.
근딜은 전원 산개했고, 켈루자는 뒷다리를 웅크렸다가 있는 힘껏 점프했다.
조금 전까지 1번 원딜이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착지한 것이다.
동시에 그 자리는, 다른 모든 원거리 딜러한테 반원 형태로 포위된 지점이기도 했다.
“1번 원딜 제외한 원딜 전원, 폭딜 시작!”
미리 포위한 채 기다리고 있던 원거리 딜러들은 살판 난 듯이 마구 공격하기 시작했다.
수십 개가 넘는 불꽃과 화살촉, 총탄이 화려하게 허공을 비산하며 굉음과 폭발광을 터트려댔다. 흡사 거대한 불꽃놀이의 축제 같았다.
장태준은 그래프 화면을 확인했다.
‘점프가 너무 빠르다.’
저번 켈루자 때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딜을 하고 나서야 켈루자가 원거리 딜러를 향해 점프 공격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반의 반도 지났는데 점프를 시도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32번 원딜, 조심해요! 가드 탱커, 우측으로 2미터 이동!”
장태준의 지시에 가드 탱커가 몸을 던져 32번 원거리 딜러에게 가해지는 통어택을 막아냈다.
그 사이 메인 탱커가 급히 달려와서 켈루자의 시선을 자신에게 붙들어 놓으려고 애썼다.
“전원 딜 중지, 산개해서 1번 원딜을 중심으로 재집결합니다. 진형은 동일합니다.”
가드 탱커들은 각자 담당하는 원거리 딜러를 안은 채 재빠르게 재집결 위치로 달렸다. 그 사이 원거리 딜러들과 연결된 어그로 라인이 점점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점프 공격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그중 하나는 켈루자가 체력이 바닥에 달한 상황에서 하는 최후의 발악.’
켈루자가 벌써 체력이 떨어져서 원거리 딜러를 향해 점프 공격을 해온 것인가?
‘원딜 공격에 저항력이 있고, 근딜의 공격에는 저항력이 없다면 들어맞는 가설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 레이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결정도가 35나 되는 녀석 아닌가.
지난 시간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 상대한 개체 중에서는 가장 결정도가 높은 괴수였다.
‘뭐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장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필사적으로 사고 회로를 돌렸다.
근접 딜러는 켈루자를 상대로 유용하다. 오히려 통어택에서 원거리 딜러보다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근접 딜러진이 다시 달라붙고, 1번 원거리 딜러가 다시금 먼 거리에서 어그로를 먹은 채 통어택을 유도하고 있었다. 아까의 전투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그 순간 메인 탱커가 먹은 어그로가 사라졌고, 장태준이 경고했으며, 켈루자가 다시 한 번 1번 원거리 딜러를 향해 점프했다.
반원 형태로 포위하고 있던 원거리 딜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폭딜을 넣었고, 1번 원거리 딜러는 다시 자리를 잡았다.
이미 한 번 해본 것의 반복이라 다들 어렵지 않게, 조금 전보다 더 매끄럽게 해냈다.
“왜 안 죽는 거야?”
장태준의 입에서 답답한 중얼거림이 터져 나왔다.
“지금이야. 밖에서 시선을 끌어주는 동안 빨리 빠져나가야 돼.”
지하 핵미사일 기지는 한창 분주했다.
그동안 켈루자가 정문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어, 그들은 정문을 이용하지 못했다.
“빨리 빨리 시동 걸고, 빠져 나가!”
수십 대의 장갑차가 시동을 걸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각각의 장갑차에는 핵탄두가 실려 있었다. 켈루자 레이드를 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많은 핵탄두를 밖으로 꺼내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는 것이었다.
만에 하나 레이드가 잘못돼서 기지가 타격을 입을 경우, 방사능 누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고육지책이었다.
“대, 대령님! 큰일입니다! 장갑차 한 대가 없습니다!”
“뭐야?”
핵탄두를 실은 장갑차가 없어졌다니? 통솔을 맡고 있던 대령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아니, 지하 기지에서 누가 그걸 훔쳐간다고 없어져? 어디 잘못 갖다 놓은 거 아니야? 잘 찾아 봐!”
“대령님, 저걸 보십시오!”
병사가 가리킨 방향을 확인한 대령은 입을 떡 벌렸다.
두께 6미터가 넘는 굳건한 지하 기지 콘크리트 외벽에 직경 1미터가 넘는 어두운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