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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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도 측정장비의 상한선이 100이라는 말에 공격대원들은 다 같이 환호를 터트리며 기뻐했다.
“그럼 저 켈루자는 결정도가 100이 넘는 거야?”
“어쩐지, 진짜 더럽게 세다 했어. 100이 넘어가니까 그렇게 셌군. 그럼 우리 공격대가 세계 신기록 세운 거 맞네. 가장 결정도 높은 괴수를 잡은 공격대!”
“잠깐, 100은 상한선일 뿐이잖아. 그럼 혹시 1,000 이상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
“어, 정말 그렇네?”
“내가 체감했는데, 적어도 1,000 이상이야. 틀림없어. 더 이상의 반론은 받지 않는다.”
“반론 없음. 이의 신청 없음.”
잡을 때는 죽어라고 힘들었지만, 잡고 나니 이보다 더 뿌듯할 수가 없다. 어쨌든 아무도 죽지 않고 무사히 레이드를 마쳤기에, 그들은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었다.
“근데 따지고 보면 우리가 100% 잡은 건 아니지 않아? 마지막에 웬 전투기가 와서 머리를 날려버렸는데?”
“…….”
“…….”
누군가가 자조적으로 꺼낸 말에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이 분위기가 싹 식었다.
켈루자 레이드 지휘 대행 대가는 2,500만 달러로 정해져서 연합에 지급되었다. 이로써 미국에서 총 11번의 레이드로 연합이 받은 대가는 1억 3,800만 달러가 되었다.
유지웅이 가진 자산에 비하면 별 거 아닐지 모르지만, 국제공격대연합이 단독으로 올린 수익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장태준은 미군 장성들 앞에서 별도의 전투 결과 분석 브리핑까지 모두 마쳤다.
자신이 내린 오더 내용을 일일이 복기하며, 왜 그 당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온전히 설명하기 힘든 구간이 많았다. 가령 예를 들면…….
“대체 어떻게 tongue attack을 예측한 겁니까?”
“그건 직감이라고 밖에 드릴 말씀이 없군요.”
장태준은 그런 식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어그로 카운트를 밝힐 수는 없으니, 직감이라는 둥 빈약하게 둘러대는 수밖에.
다행히 장성들은 깊이 따져 묻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들 나름대로 깊이 생각하며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냈다.
“원래 극도로 현명한 이의 직감이라는 것은 사실 오랜 빅 데이터가 축적된 끝에 도출된 알고리즘 같은 거지. 경험, 지식, 지혜, 무의식, 그리고 직관력이 한데 버무려져서 나오는 거야.”
“장 사무장이 어째서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어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천재들은 자기가 도출한 답이 왜 나왔는지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을 종종 어려워하곤 합니다. 그들에게는 1+1이 2인 것처럼 아주 간단한 것이니 말이죠.”
그런 식으로 자기들끼리 알아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답을 도출해놓으니, 더 이상 장태준을 귀찮게 할 일이 없었다. 장태준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브리핑을 마친 장태준은 호텔로 돌아가려 했다.
그는 내일 미 공군이 제공한 장거리 수송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병영을 벗어나기 전, 에드워드 장관이 조용히 그를 따로 불러냈다.
“장 사무장님, 꼭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잠시 우리와 함께 가시지요.”
심상치 않은 눈빛이었기에 장태준은 두 말 않고 잠자코 그를 따라갔다.
에드워드 장관은 보안이 철저한 회의실로 그를 안내했다.
회의실에는 육해공 각 3군의 장관과 합동참모의장 등 미군을 움직이는 최고 수뇌부들이 원탁에 앉아 있었다.
멤버들의 신분을 한눈에 알아본 장태준은 이거 보통 큰일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켈루자 때문에 부른 거 같지는 않은데.’
이번에 잡은 켈루자가 기이할 정도로 강하긴 했다.
하지만 순전히 그 이유만으로 이런 화려한 드림팀이 소집된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잘 오셨습니다.”
“총 11회 레이드 전부, 무척 인상 깊게 봤습니다. 장 사무장님이 없었더라면 미지의 괴수를 공략하는데 매우 큰 피해를 남겼을 겁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태준은 그들과 차례차례 인사를 나눈 후 착석했다.
대형 상황판 앞에 선 북미항공사령관이 레이저 포인트를 들고 다소 긴장한 채 브리핑을 시작했다.
“회의 시작에 앞서 가장 먼저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바로 윈스턴 지하기지 외벽의 모습입니다. 켈루자가 정문 근처를 막고 있던 지하 핵미사일 기지죠.”
상황판에 한 장의 사진이 떠올랐고, 원탁에서 숨이 막힌 듯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장태준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사진에 나온 콘크리트 외벽에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윈스턴 지하기지 외벽은 6미터가 넘는 특수 콘크리트 외벽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사진은 바로 그 벽에 난 구멍입니다. 직경은 1미터 정도이고, 기지 외부 지상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지상이면, 어느 지점을 말하는 거요?”
“놀라지 마십시오. 바로 켈루자가 지난 며칠 동안 줄곧 앉아 있던 바로 그 지점입니다.”
“……!”
“그리고 확인결과 핵탄두가 실린 장갑차 한 대가 증발했습니다. 또한 사라진 장갑차의 일부 파편을 기지 내부에서 찾았습니다.”
어디에서 찾았는지는 굳이 듣지 않아도 이미 모두가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바로 이 구멍이 뚫린 외벽 지점입니다. 그 아래에서 일부 파편을 찾았습니다.”
“…….”
이것을 대관절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장태준의 머릿속에 예전에 유지웅이 했던 말이 연달아 떠올랐다. 괴수는 핵물질을 매우 좋아한다는 말. 바로 일본에서 필드 드래곤을 잡을 때 유지웅이 했던 말이었다.
아마 다들 같은 말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장태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켈루자가 핵을 먹었다……!’
그래서 그런 기형적인 강함을 보였구나.
사령관이 설명을 계속했다.
“우리는 사라진 핵탄두를 켈루자가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긴 혀를 이용해서 땅을 파고 핵탄두를 빼간 것이겠죠. 이번 켈루자가 저번 개체에 비해 압도적인 강함을 보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생각됩니다.”
“켈루자 사체 방사능 수치는 어땠지요?”
“이해하기 어렵지만 정상이었습니다.”
“……!”
“아마 체내의 결정 에너지에 완전히 분해되어 일부가 된 것으로 추정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입니다. 아직 인류는 괴수에 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으니까요.”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장태준을 향했다. 그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서린 눈빛이었다.
장태준은 민망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그에 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유감입니다.”
“음…… 그렇군요.”
“유지웅 의장님이라면 분명히 뭔가를 알고 있을 것만 같은데…….”
다들 저마다 고심에 빠졌다.
그 뒤로도 보고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장태준의 머릿속은 이미 핵물질과 괴수의 진화, 그 상관관계에 몰두하느라 여념이 없는 상황이었다.
브리핑이 완전히 끝나자 옆에 앉은 에드워드 장관이 장태준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장 사무장님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이 자리에 불렀습니다. 부디 무의미한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닙니다.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편하게 말씀하세요.”
“마지막에 켈루자를 처치한 무인전투기 말입니다. 제2의 스카이 가디언이라는 의혹이 있던데, 미국에서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에드워드 장관은 잠시 고심하다가 입을 열었다.
“B747 추락 위기 당시, 우리 미 해군이 잃어버린 무인전투기가 스카이 가디언처럼 기계 괴수로 변이한 게 맞는 듯합니다. 거의 확신할 수 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아마 1기가 아닌 4기로 추정됩니다. 왜냐면 당시 실종된 무인전투기는 모두 4기였으니까요.”
그 말에는 장태준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1기도 아니고 무려 4기씩이나 된다니.
“드론 괴수의 목적이 뭔지는 모릅니다만, 적어도 인류에게 해를 끼칠 것 같지는 않군요. 어쩌면 스카이 가디언과 같은 날 탄생한 것이니만큼, 인류를 위한다는 비슷한 본능을 가지고 움직이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론 괴수가 마지막에 켈루자를 처치하지 않았으면 큰 피해를 입었겠지요.”
“처음부터 장 사무장님 말을 들을 걸 그랬습니다. 켈루자는 역시 건드리는 게 아니었어요.”
에드워드 장관이 밝은 미소를 띤 채 농담조로 말하자 장태준도 조금은 편안한 웃음을 보였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지 않습니까. 만약 켈루자를 그대로 두었다면 핵기지의 모든 핵물질을 몽땅 집어삼켜서 어마어마하게 강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프라임 공격대가 나서서 손쉽게 무찔러 줬을 것 같지 않습니까?”
“아, 그렇네요. 유지웅 의장님이라면 왠지 켈루자가 아무리 강해졌어도 손쉽게 잡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약 한 달이 넘는 일정을 마치고 장태준은 한국으로 무사히 복귀했다.
국제공격대연합 남한지부에 출근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직원들이 몰려들며 그의 활약을 축하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사무장님.”
“이곳 한국에서도 엄청난 난리입니다. 세계적인 영웅이 탄생했다고 다들 기뻐합니다. 모두가 사무장님의 활약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미군은 드론 괴수의 존재를 비밀로 붙이기로 했다.
인간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그 정체를 확신할 수 없기에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이다.
어차피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고 위성으로 포착하는 것도 불가능하니, 미국만 입을 다물면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때문에 두 번째 켈루자 레이드 장면은 적당히 ‘편집’돼서 보도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일반 사람들은 미국 공격대와 장태준의 맹활약으로 켈루자를 잡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드론 괴수가 잘려 나간 이상, 그런 내용과 의도로 편집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장태준은 세계를 구한 영웅 같은 취급에 괜히 민망했다.
하지만 드론 괴수에 관해서 발설할 수 없다 보니 그런 영웅 대접을 꿋꿋이 받아낼 수밖에.
‘빨리 제니스 팰리스로 가야겠어.’
어서 유지웅을 만나 드론 괴수에 관해 자문을 얻고 싶었다.
그라고 해서 드론 괴수를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그게 옳다.
하지만 유지웅이라면 뭔가 속 시원한 답을 알려주리라 기대되는 것은 왜일까.
“참, 사무장님.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기뻐하실 준비를 하시지요.”
“좋은 소식이요?”
“이번 출장으로 사무장님께서 1억 9,800만 달러를 벌어들이셨잖아요. 레이드 지휘 대행 대가로 말입니다.”
미국에서 1억 3,800만 달러. 캐나다에서 6,000만 달러.
총합 1억 9,800만 달러가 바로 장태준이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번 돈이었다.
“우리 연합 내부 규칙에 성과급 1%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니스 컴퍼니 본사에 문의해봤습니다.”
“서, 설마?”
“기뻐하세요. 이번 사무장님 출장팀, 성과급으로 198만 달러를 받으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