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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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국제공격대연합에는 레이드 지휘 대행 요청이 이전보다 대폭 증가했다.
이미 러시아에서 세키루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지휘하며 몸값이 대폭 올랐던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캐나다 레이드에서 보인 성과는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주목도를 낳았다.
장태준이라는 이름은 이제 하나의 신드롬이 되었다.
레이더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연합에 가입하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연합에 가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프라임 공격대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연합과 프라임 공격대는 어디까지나 별개니까.
연합의 목적이 각 레이더들의 권익 보장을 위한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게 널리 알려지면서, 가입을 주저하던 레이더들이 결심을 바꾸게 된 것이다.
연합에 가입하면 좋은 점도 있다.
자신이 가입할 만한 공격대, 혹은 귀화할 만한 나라, 그리고 레이드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
물론 연합이 레이더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모두 공개된 것이기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열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합에 가입하고 회원이 되면, 연합에서 더욱 편리하게 맞춤형 코칭을 해준다.
실제로 아프리카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30여 명의 레이더들이 연합에 가입을 한 후 이민에 관한 상담을 했다.
그러자 연합은 그들이 이민을 갈 만한 나라를 선별하고, 각 나라의 장단점에 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연합 직원이 직접 아프리카 오지까지 파견 나와서 자세히 설명을 한 것에, 그들은 크게 감격했다.
“……이런저런 점을 비교해보면 역시 미국만한 나라는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죠. 괜히 다민족국가로서 세계 최강국이 된 나라가 아닙니다. 인종차별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능력만 있다면 그런 것은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여러분들 입장에서는 러시아나 중국, 유럽, 일본보다는 미국으로 이민 가는 게 훨씬 탁월한 선택입니다.”
“한국도 괜찮은 선택 아닙니까? 우리 빅브라더가 있는 나라잖아요.”
“한국도 나쁘진 않죠. 근데 한국어는 너무 어려워요. 초기 적응이 어려울 겁니다.”
직원은 한국 이민의 장점을 부정하진 않았다. 대신 미국 이민의 장점이 더욱 편리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일단 미국에서 적응하면 그 뒤 한국에 적응하는 것은 더욱 쉽습니다. 미국과 한국을 자유로이 왕래하며 두 개의 모국을 가진 것처럼 살 수 있죠. 프라임 공격대는 언제나 모든 레이더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을 겁니다.”
고심 끝에 그들은 전원 미국으로 이민가기로 결정했고, 연합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을 위해 미국과 손수 이민 협상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딜러에 비해 탱커나 힐러가 천대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레이더 내부에서 따졌을 때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보면 레이더 자원 그 자체는 여전히 귀했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이 확보해야 했다.
미국은 연합의 중재에 흔쾌히 응했고, 그들 전원을 후한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연합은 이 일을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제3세계에서 각성한 레이더들이 더욱 연합의 대화 창구를 두드리는 동력원이 되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피해 없이 오늘도 레이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장태준은 이전보다 더욱 바빠졌다.
여러 나라는 자국에 존재하는 미지의 괴수를 상대하기 위해 앞을 다투어 그를 찾았다.
미지의 괴수가 당장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해서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결국 언젠가는 부딪치게 된다.
그때 괴수의 특징이나 강함, 공략법을 몰라서 큰 피해를 겪는 것보다는, 여유 있을 때 미리 처치해서 매뉴얼을 갖춰두는 게 중요함을 깨달은 것이다.
장태준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다양한 레이드 지휘를 통해 그는 전술가로서의 역량을 비약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었으니.
여기에 어그로 카운트 능력이 더해짐에 따라, 그는 남들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과감하고 기이한 전술을 다양하게 써먹으며 안전한 승리를 획득할 수 있었다.
미지의 괴수를 상대한 이후 그는 매뉴얼을 만든다.
매뉴얼에는 괴수의 특징, 전투 패턴, 주의할 점, 그리고 그의 주관적인 사견 등 다양한 내용이 담긴다. 전투 영상도 당연히 풀 버전으로 첨가된다.
레이더들은 매뉴얼 내용 중 다른 것은 몰라도 마지막에 붙는 별첨 부분은 반드시 읽는다. 일반인들도 마지막 별첨 부분을 꼭 찾아 확인한다.
―적어도 딜러 30명 이상으로 공격대를 구성할 것. 그중 원딜의 비중은 60% 이상.
―딜러 20명 이상 요망. 근딜 50% 이상 필요.
―그냥 안 잡는 게 나음. 최대한 레이드를 회피할 것. 정 잡아야 하는 사정이라면 프라임 공격대에 요청하는 게 피해를 줄이는 길.
―이놈을 잡고 싶다? 닥치고 프라임 공격대에 요청. 단독으로 잡아볼 생각은 하지 말 것. 98%의 확률로 공격대 전멸 예상.
레이드 완전 금지, 제한적 금지.
장태준은 별첨 주관을 통해 처음으로 그런 괴수 평가 기준을 세상에 내놓았다.
윤기원은 태블릿 피시로 기사를 읽고 있었다.
주로 국제공격대연합과 장태준의 활약을 다루는 내용들이었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그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잘 풀리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맞은편에 앉은 최형식이 맥주캔을 따면서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우리나라가 이런 레이드 강국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참 사람 일은 어찌 되려는지 알 수 없나 봅니다.”
“만약 유지웅 의장이 몇 년만 더 일찍 태어났어도 우리 운명은 많이 달라졌겠지요?”
윤기원의 그 말에 최형식은 피식 웃었다.
“아마도요?”
“혹시 그런 아쉬운 마음이 든 적은 없습니까?”
“그런 게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이 생활을 정리했을 겁니다. 오히려 윤기원 씨야말로 이제 슬슬 양지로 돌아가고 싶은 것 아닌가요?”
최형식은 탱커로 각성한 이후 남은 인생을 수라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 시스템, 제도에 대한 강력하고 독한 백신으로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럼으로써 자신 같은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그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기원은 사정이 다소 다르다.
그는 지금은 음지에 발을 걸치고 있지만, 언제라도 양지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지금도 그가 양지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바로 미국이다.
“글쎄요. 제가 근딜이라면 모를까, 이제는 흔해빠진 탱커 중의 하나라서 돌아간다 해도 미국이 반길지 의문입니다. 알다시피 미국이 저한테 약속한 대가가 너무 후하지 않습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레이더가 희귀했을 무렵, 미국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레이더를 확보하기 위해 윤기원에게 파격적이다 못해 미쳤다고밖에 볼 수 없는 딜을 제안했다.
그때야 레이더 자체가 귀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협상을 한다면 1/10으로 감축해도 미국이 질색하지 않을까?
최형식은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면목이 없어서 양지로 못 돌아가고 계속 여기에 억눌려 있는 겁니까?”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생활이 나름 보람 있는 이유도 꽤 큽니다. 사람 같지 않은 놈들을 두들겨 패고 다니는 게 꽤 재미있어요.”
“사람의 형상을 한 사람 아닌 것들의 목을 따는 것은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
“아, 목을 따는 게 아니라 가슴에 죽창을 꽂는 거죠. 손맛이 아주 좋아요.”
윤기원은 조용히 피식거렸다.
최형식은 맥주캔을 완전히 비워버렸다. 탱커로 각성한 이후 전혀 술이 취하지 않지만, 맥주의 짜릿한 맛은 여전히 선명하게 혀끝에 남는다.
오히려 더 또렷하고 순수하게 맥주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다만 가끔은 술에 취한 그 기분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자, 일어납시다. 슬슬 움직여야겠습니다.”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S캐슬,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주상복합아파트를 나서서 인파에 섞여 들었다.
훤칠한 외모, 균형 잡힌 몸매와 큰 키의 두 남자는 거리에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누가 봐도 모델 같은 이들이 나란히 걷고 있으니 저절로 눈길이 가게 된다.
“근래 들어 3대 일간지가 그래도 몸을 좀 사리는 추세였었는데요.”
“윤기원 씨가 돈 먹은 기자들을 두들겨 패고 다니니까 어쩔 수 없었지요. 그래서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자기들 이익을 편취하려고 들지 않습니까.”
3대 일간지는 수십 년 동안 돈을 받고 기사를 대신 써주는 저널리즘 매매를 당연한 듯이 해왔다.
때문에 대중은 언제나 기득권층의 입맛에만 맞는 편향된 기사에 노출되었고, 그것을 믿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윤기원은 지난 몇 달 동안 1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기자들 중 타락한 이들을 남김없이 두들겨 패서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 후 3대 신문사는 더 이상 노골적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버릇이 어디 가겠는가.
윤기원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 무서워하면서도 그들은 필사적으로 방법을 찾았다.
자기들이 작성한 기사를 다른 중소형 언론사를 통해서 대신 보도하는 방법 따위는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제니스 컴퍼니와 윤기원의 눈을 피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여론을 컨트롤하려고 발악을 하고 있다.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아요.”
“맞습니다. 두들겨 패서 인성을 개조하는 게 아니라, 두들겨 패서 그 더러운 인성이 힘을 못 쓰게 막아야 하는 거죠.”
“모처럼 마음이 맞군요. 혹시 오늘 오랜만에 손에 피를 한 번 묻혀보시는 건?”
“하하…… 아직은 자신이 없어서요.”
거리낌 없이 손에 피를 묻히는 최형식과 달리, 윤기원은 개인 복수를 완료한 이후 단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다.
백신공격대 소속으로 활동하면서도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을 흠씬 두들겨 패서 장기 입원을 시켰을 뿐, 목숨까지 빼앗은 적은 없었다.
“여기서 일단 갈라져야겠군요.”
“반도일보 본사에서 만나면 될까요?”
“그러지요. 정리해야 할 게 총 3개니까 각자 1개씩 처리하고 남은 반도일보에서 만나면 되겠어요.”
“죽창도 쓰실 겁니까?”
죽창을 쓴다. 그것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것이냐고 완곡하게 돌려 묻는 것이었다.
최형식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일부러 안 가져왔습니다. 오늘의 타격 목표는 이미 분명하게 정해졌으니까요.”
“그럼 내일 헤드라인은 못 타겠군요. 겨우 이 정도로 언론이 호들갑을 떨며 다뤄주진 않을 것 같은데요.”
“자, 이따가 다시 만납시다.”
둘은 서로 갈라진 뒤 각자 목표로 향했다.
윤기원은 동원일보 본사 앞에 섰다. 3대 신문사 중 하나로, 이 나라를 좀먹는 큰 해악 중 하나다.
그는 종이를 크게 펼쳐 목표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바로 CIA가 제공한 정보였다.
건물 외벽을 눈으로 훑으며 층수를 센 그는 복면을 꺼내 얼굴에 썼다.
있는 힘껏 점프하여 외벽을 타고 빠르게 오른 뒤, 강화유리창을 깨고 안으로 뛰어 들었다.
외부 침입을 알리는 보안 시스템 경보가 요란하게 울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맞군. 서버실. 제대로 찾아왔어.”
동원일보의 모든 기사와 소스를 저장하고, 또 서비스를 하는 핵심 시설. 윤기원은 빼곡하게 정리된 서버들을 둘러보며 팔을 걷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