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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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생산되는 결정체 희토류는 품질이 높고,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때문에 UN에서도 결정체 희토류를 적극 사용하도록 회원국을 권장하고 있다.
일본은 환경오염 문제 외에도, 중국을 견제하고 유지웅한테 퍼주고 싶어 하는 미국의 압박 때문에 결정체 희토류만을 전량 쓰고 있었다.
유지웅은 일본에 희토류를 꾸준히 공급하는 조건으로, 일본 국공사립 박물관이 공식적으로 보유한 한국 약탈 문화재 72,091점을 6년 간 무상으로 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72,091점의 약탈 문화재는 현재 제니스 박물관에 고이 전시되어 있어, 약간의 입장료만 내면 누구든지 관람할 수 있다.
아무튼 일본 희토류 수출은 문제없이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희토류 수출에 잦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고는 총 두 건입니다. 첫 번째 사고가 발생한 이후 두 달 만에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었습니다.”
“첫 번째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요?”
“네, 그렇습니다. 아직 인양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요.”
얼마 전 희토류를 실어 나르는 화물선이 일본 해역에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일본 항구에 정박한 상태에서 침몰한 터라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침몰 원인은 선체에 일어난 침수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처음에 선체 결함을 의심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침수 부위가 항구 해면에 잠겨 있어, 잠수부를 써도 제대로 외관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인양을 해야 했다.
하지만 50만 톤짜리 화물선을 인양한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먼저 적재된 희토류 금속 컨테이너부터 전부 들어내야 했다.
그렇게 인양 작업을 하던 도중, 동일한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항구에서 발생한, 침수로 인한 느린 침몰 사고라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일본 경찰은 더 이상 단순한 사고로 보지 않았다. 누군가에 의한 고의적 범죄로 여기고 조사에 들어갔다.
“침몰 원인과 과정이 동일합니다. 게다가 침몰한 화물선 두 척 모두 북한 국적선입니다.”
“흐음. 그 정도만으로 누군가의 범죄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암초에 부딪친 것도 아닌데 배 밑바닥에 이런 구멍이 생긴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게다가 두 척 모두 구멍의 위치나 형태가 거의 비슷합니다.”
박 실장이 보여준 사진을 보고 유지웅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누군가의 소행이라는 건가요?”
“아마도 레이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근딜이나 탱커라면 충분히 가능하죠.”
한밤중에 몰래 항구에서 물밑으로 잠수한 뒤 배 밑바닥에 구멍을 내고 도주하는 것쯤 쉬운 일이다.
“근데 왜 북한 국적 화물선만 노리는 걸까요?”
“아마 북한에 반감이 있는 이가 벌인 소행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범인을 검거해봐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좋아요. 제가 가죠.”
“예?”
보고 중이던 박 실장은 화들짝 놀라서 반문했다. 유지웅은 새삼스럽게 왜 그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만약 레이더라면 수사하는 쪽도 검거 과정에서 적지 않게 피해를 볼 텐데, 당연히 제가 가야 하지 않겠어요? 특히 근접 딜러가 아니라 탱커가 저지른 범죄라면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정말 탱커가 범인이라면 오히려 더욱 의장님이 가지 않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탱커인 최형식이 한국에서 벌인 일을 알고 있는 박 실장으로서는 당연한 만류였다.
유지웅이 최강의 레이더이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괴수를 상대로 한 것일 뿐, 다른 탱커를 상대로는 이길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아니죠. 탱커일 수 있으니까 더욱 제가 가는 게 맞죠.”
“하, 하지만…….”
“걱정 말고 빨리 준비해주세요. 쪼렙 탱커 따위 100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도 한 방에 다 날려버릴 수 있으니까.”
박 실장이 보기에 유지웅은 묘하게 들떠 있었다. 절대 들뜰 만한 일이 아닌데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아, 이번에는 일본에서 뭘 또 뜯어오면 좋을까나.”
박 실장은 더 이상 생각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 윤기원과 최형식이 있는데, 일본판 윤기원과 최형식이 여태껏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일본은 국민을 억누르는 게 당연시되는 나라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보는 시선은 봉건시대 때 영주들이 영지민들을 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문화 의식이 아직도 뿌리에 깊이 박혀 있다.
일본인들은 감정을 숨기고 억제하는 게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제대로 된 혁명 한 번 일어나본 적이 없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형식 같은 탱커가 한 명이라도 발생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국가적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원래 억눌려 있다가 한 번 제대로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으니.
유지웅은 화물선을 테러한 이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희토류 화물선을 모조리 노리는 게 아니라, 북한 국적선만 노리는 걸 보면 반한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아, 빨리 도착했으면.’
걸프스트림 G700을 타고 일본으로 향하는 유지웅의 마음은 이미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본 공항에 도착하자 외무성 장관이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유지웅은 장관과 흔쾌히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근데 총리는 안 보이네요? 날 보기 부담스러워서 일부러 피하신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정을 보느라 일정을 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지금 일본 내각 입장에서 날 예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국정이 어디 있다고 일정을 못 낸다는 거예요? 미국도 내가 가면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다른 일정 다 취소하고 나 만날 준비하는 판인데.”
외무성 장관은 보이지 않게 식은땀만 흘렸다.
‘분명히 나라고 했지, 지금?’
장관은 한국어에 능통한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알아듣는 편이다. 지금 유지웅은 ‘저’라는 표현 대신 ‘나’라는 표현을 줄곧 쓰고 있었다.
실수나 몰라서가 아닌, 의도적인 어휘 선택임이 분명했다.
“내가 벌써 이야기는 대충 듣고 왔습니다. 북한 국적 화물선만 골라서 테러하는 범죄자가 있다고 말입니다.”
“아직 범죄자가 정말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아무것도 확정된 바가 없습니다. 어쩌면 단순히 암초에 긁혀서 배가 파손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장관은 외교의 정석대로 일단 면피성 발언부터 던졌지만, 유지웅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럼 확인해보면 되겠군요.”
“네?”
“이럴 줄 알고 제가 북한 국적 화물선 한 척을 출발시켰습니다. 아마 오늘 저녁때쯤에 입항할 겁니다. 테러범 입장에서는 딱 적당한 타이밍이네요, 그렇지 않나요?”
외무성 장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아, 혹시라도 함정이라는 정보가 흘러나간다거나 하면 안 됩니다. 그러니 보안에 철저히 신경 써주세요. 지금 희토류 무역이 걸린 일이에요. 우리로서도 수출망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일본 수출을 다시 한 번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72,000점이 넘는 문화재를 임대해가지 않았습니까?”
줄 건 다 줬는데 이제 와서 왜 그러냐는 억울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물론 유지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운송로가 안전하지 않은데 무턱대고 수출을 할 순 없잖아요?”
“…….”
“그러니까 함께 범인을 잡아 봅시다. 함정 수사에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어두운 저녁, 유지웅은 항구 근처에 몸을 숨긴 채 화물선 한 척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항만에는 거대한 화물선이 즐비해 있었다. 곳곳에는 컨테이너를 싣기 위한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었다.
그중 넉넉하게 비어 있는 공간이 보인다. 바로 침수된 화물선이 가라앉은 지점이었다.
“분명히 나타날 거야.”
유지웅은 팔짱을 낀 채, 이제 막 입항하고 있는 북한 국적 화물선을 주시했다.
5만 톤급으로, 여기 항구에 있는 다른 화물선에 비하면 매우 작은 크기다.
컨테이너가 가득 실려 있기는 하지만 전부 다 빈 깡통이었다. 어디까지나 범인을 꼬여내기 위한 위장용이었으니까.
“자, 오너라. 어서 모습을 보이란 말이야.”
유지웅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다.
항만에는 불이 한하게 켜져 있지만, 곳곳에 도사린 어둠을 모조리 쫓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범인은 필히 저 어두움을 틈타 배에 구멍을 뚫으러 나타날 것이다.
몇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유지웅은 졸음을 참아가면서 기다렸다. 시간과 차원을 이동하면서 강인해진 육신은 어둠 속에서도 먼 거리를 뚫고 대낮처럼 볼 수 있었다.
결국 새벽이 밝았지만, 유지웅은 범인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 녀석이 정보를 늦게 입수했나 보군. 좋아, 오늘밤에는 반드시 나타나겠지.”
등대에서 철수한 유지웅은 낮에 푹 쉬고, 다시 밤에 항만으로 나갔다.
둘째 날도 꼬박 밤을 세워가면서 대기했으나, 범인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달아 허탕을 쳤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날도 기다렸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그쯤 되자 유지웅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뭐지? 내가 잘못 생각했나?”
혹시 누군가가 테러한 게 아니라, 정말 암초에라도 긁힌 건가?
“아니야. 일본 경찰도 암초가 아니라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배를 망가뜨린 것 같다고 했잖아.”
조금만 조사를 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을 가지고 감히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
적어도 지금 일본 정부는 대놓고 유지웅을 기만하는 행위는 하지 못한다. 희토류가 걸려 있고, 그의 뒤에 미국이 당당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허참…….”
일주일 정도 꼬박 기다렸지만 끝내 범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무래도 더 이상 테러했다가는 잡힐 것 같아서 포기했나 보네. 그냥 돌아가야겠다.”
유지웅은 못내 아쉽고 찝찝했다.
박 실장한테서 처음으로 이 일을 보고 받았을 때는, 분명히 신나는 일이 자신을 반겨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사를 제쳐두고 한달음에 일본까지 날아왔다.
그런 강렬한 예감을 느꼈는데, 막상 허탕이라니. 유지웅은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효주도 통화에서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그게 정말이야?」
“응, 범인이 좀처럼 모습을 안 보이네. 아무래도 사건이 커지니까 부담스러워서 포기한 것 같아.”
「함정 수사인 거 들킨 건 아니고?」
“그건 아닐 거야. 내가 외무성 장관한테 단단히 일러뒀거든. 아마 화물선 두 척 연달아 침몰하고 뉴스도 타고 하니까 부담스러워서 멈춘 것 같아.”
「그럼 어쩔 수 없네.」
유지웅은 통화를 마치고, 아쉬운 눈으로 걸프스트림 제트기를 올려다봤다. 이륙 준비를 마친 녀석은 자신이 빨리 탑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히 뭔가 재미난 일이 터질 것 같았는데, 그래서 잔뜩 설레서 달려왔는데…….”
지금까지 그런 쪽으로 관련된 자신의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는데, 대관절 어찌 된 일일까.
유지웅은 아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일본을 떠났다.
그리고 그날 밤…….
「의장님! 화물선이 침몰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