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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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 봉사단?”
유지웅은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마 김범석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저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니.
“코이치와 카오리 아이의 대화 중 이런 내용이 있었지요. ‘대일본제국의 욱일을 위해서라도’라는 것 말입니다.”
“욱일…… RS…….”
“RS는 Rising Sun의 약자가 틀림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 자위대, 아직도 욱일기를 기본 바탕으로 해서 깃발 쓰고 있지?”
“네, 맞습니다.”
“그놈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언제 한 번 손을 봐줘야 하긴 하는데 말이야.”
“주인님께서 마음만 먹으시면 언제든지 일본을 망하게 만드실 수 있지 않습니까?”
“일본 하나 없애버리는 건 일도 아니지. 하지만 그래서는 안 돼. 일본은 일단 계속 존재해야만 해.”
“어째서입니까?”
“두고두고 쥐어 패는 게 더 재밌…… 아니, 그것보다는 쥐덫 같은 거지.”
쥐덫이라는 말에 명석한 김범석은 대번에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외세의 앞잡이가 되어 동족을 수탈하는 매국노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 어느 때든 존재한다. 박멸 자체가 불가능하지. 사회가 존속하는 한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들이니까.”
“그렇군요. 일본은 그런 놈들이 본색을 드러내기 좋은 훌륭한 유인등이로군요.”
“등불이 없으면 벌레들이 몸을 숨기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등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어야 벌레들이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튀어나오게 돼. 백신 공격대 덕분에 여의도가 한 번 물갈이 되었다고 하지만, 부일매국노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잖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비교 대상은 항상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은 자기가 행복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어. 내가 우리 헬조선 국민들을 딱 절반까지만 제니스 타운에 받겠다고 결심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옙, 명심하겠습니다.”
유지웅은 의자 팔걸이를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톡톡 두드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나저나 RS봉사단인지 욱일봉사단인지 이것들이 아프리카 같은 낙후 지역을 주로 간다면…….”
“주인님이 의심하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RS봉사단이 방문한 지역에서 선진국들이 괴수 사체를 매입해온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매입 대상은 원주민으로 구성된 공격대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RS봉사단이 아니라 욱일공격대인가.”
유지웅은 뺨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카오리는 일반인이 아니라 레이더라는 소리가 되는 셈인데.”
“카오리가 쓰는 그 많은 돈…… 분명히 낙후 지역에서 잡은 괴수 사체를 매각해서 번 게 틀림없습니다. 초기부터 해왔다면 꽤 많은 돈을 벌었을 겁니다. 세금도 내지 않고 흔적도 남지 않지요.”
지금은 괴수 사체 가격이 초기에 비해 많이 저렴해졌다.
괴수와 레이더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연구 재료로서의 희소성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괴수를 연구하는 나라들은 연구 재료로서는 이미 충분한 수량을 확보한 상태였다. 때문에 더 이상 경쟁적으로 웃돈을 주고 괴수 사체를 매입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도 초기에 열심히 비밀 레이드를 했다면 상당한 자금을 축적했을 게 틀림없다.
“근데 미쓰비시그룹을 일단 장악한다 치고, 그 다음에는 뭘 하려는 거지?”
미쓰비시그룹이 일본 내에서 알아주는 재벌 기업인 건 맞다. 창업주 가문의 사생아로서 충분히 탐을 낼 순 있다.
하지만…….
“그룹 장악이 목적이라면 100억 엔이 넘는 돈을 중앙정치권에 뿌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 돈으로 그룹 지분을 한 주라도 더 사는 게 이익이죠.”
“범석이, 그럼 너는 카오리 아이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미쓰비시그룹을 도구로 이용해서 더욱 큰 권력을 쥐려는 게 분명합니다. 아마 자민당에 대한 영향력 증대까지 노리고 있겠죠. 미쓰비시그룹은 자민당과도 오랫동안 돈독한 사이를 유지해왔으니까요.”
“결국 권력 추구인가……. 조금 시시하네. 겨우 그거 때문에 북한 화물선을 연달아 침몰시켰나.”
유지웅은 기지개를 크게 폈다.
김범석은 그런 반응에 괜히 애가 달아서 얼른 설명했다.
“하지만 존경하는 주인님, ‘대일본제국의 욱일’이라고 카오리가 말한 것에 주목해 주십시오.”
“설명해 봐.”
“제 생각에 카오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만 권력 장악을 시도할 것 같지 않습니다. 분명히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 중에 혐한 감정을 건드리는 시도가 뒤따를 거라고 생각됩니다. 화물선 침몰이 바로 증거입니다.”
“흠, 그럼 지켜봐야겠군.”
유지웅은 일본으로 잠입하는 것을 보류했다.
떠난다고 미리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겐이치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호화 식단을 차리느라 식비로 큰 출혈을 감당해야 했다.
언제 유지웅이 다시 나타날지 몰랐기 때문에 그로서는 식사 준비를 빠뜨릴 수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유지웅이 먹지 않은 고급 음식을 매끼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하루에 천만 엔씩 나가는 지출은 좀 타격이 컸다.
물론 유지웅은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희토류 수출은 무탈하게 진행되었다.
이미 코이치가 한 번 검거된 때문인지, 더 이상 북한 화물선을 건드리지 않았다.
유지웅은 미쓰비시그룹과 카오리를 중심으로 일본을 계속 주시했지만,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RS봉사단 멤버들을 역추적한 뒤 감시했지만, 뚜렷한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레이더도 아니었고 평범한 일반인이었던 것이다.
봉사단 멤버들의 수는 상당한 편이었다. 무려 300명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었다.
‘만약 그놈들이 진짜 레이더가 맞다면 옐로 몹을 잡는 게 크게 어렵지는 않았겠지.’
게다가 현지 원주민 중에서 각성한 레이더들을 동원해서 방패막이로 써도 된다. 그들은 푼돈만 분배해줘도 좋아라 하면서 기꺼이 나섰을 테니.
유지웅은 카오리가 무슨 일을 벌일지 하루하루 기대감을 품은 채 기다렸다.
제니스 타운의 거주민은 어느덧 450만 명을 훌쩍 돌파했다. 유동 인구가 아닌, 정식으로 이사 와서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었다.
다만 아직 행정구역이 완편되지 않아 주민등록을 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즉 통계 숫자만 보면 다른 도시들은 아직 인구 감소가 크게 일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타도시 거주민들은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특히 고급 인력이 집중된 서울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요즘 가로수길에 공실이 부쩍 늘었네?”
“이 정도는 공실 축에도 못 들지. 어쩌다가 빈 상가 한둘씩 보이는 수준인데, 뭐.”
“가로수길이 이 정도면 서울 다른 지역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수준일 걸? 무슨 일이 있나?”
“인구가 줄어서 그래. 지금도 봐봐.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예전만큼은 아니잖아.”
물론 인구 밀도 1위의 도시답게 여전히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하지만 예전에 비교하면 차이가 났다.
“제니스 타운 거주민이 500만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있어. 근데 그 중 대부분이 수도권 출신이래. 서울이 가장 많고.”
“그래?”
“젊은 층이 그쪽으로 다 빠져나가니까 눈치 빠른 자영업자들이 강남권 장사 빨리 접고 제니스 타운으로 내려가는 거야. 몇 년 더 지나면 이제 팔고 싶어도 못 파니까.”
“부동산 큰손들도 긴장하고 있겠네.”
“지금 강남 부동산 매매 거래 전혀 안 돼. 팔려고 내놓는 건 있어도 사려고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인구의 중심이 제니스 타운으로 옮겨진다는 것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생태계에 크나큰 변화가 일어남을 의미했다.
“강남 술집들도 장사 접고 제니스 타운 근처로 내려가려고 준비 중이라더라.”
“500만 가까이 되는 인구가 죄다 50대 이하 젊은 층이면…… 이거 다른 도시들 타격이 좀 심하겠어.”
제니스 타운은 젊은 고급 인력을 중심으로 노골적으로 타도시의 인구를 흡수하는 중이었다. 준공 지역이 늘어날수록 그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게 뻔했다.
제니스 타운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널려 있다. 주거 문제는 회사에서 깨끗하게 해결해준다.
관리비에 가까운 사용료만 지불하면 넓고 좋은 신축 주택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다. 심지어 보증금도 없다.
문화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이유에서 고급 인력들이 제니스 타운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여의도 증권맨들도 제니스가 머지않아 한국, 나아가서 아시아의 금융 허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발 빠르게 이주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질문하면 열에 아홉은 제니스 타운에서 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누구나 살 수 있으면서도, 아무나 살 수는 없는 곳이 바로 제니스 타운이었다.
“또 떨어졌어! 대체 왜! 내 스펙이 뭐가 어때서!”
“정치 댓글 알바 같은 거 했던 거 아니야? 그런 경력 있으면 얄짤없이 자른다던데.”
정치 댓글 공작 알바.
제니스 타운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널리 알려진 사유였다.
“그런 거 전혀 안 했어. 대체 이유를 모르겠어. 아무리 물어봐도 결격 사유가 있다고만 할 뿐, 알려주지를 않아.”
“이상하다. 결격 사유는 본인이 더 잘 알 거라는 게 제니스 컴퍼니 방침이라는데…….”
제니스 컴퍼니는 입사나 입주를 원하는 사람의 지난 행적을 검토한다.
범법을 저지른 적이 없다 하더라도 자사가 세운 도덕적 기준에 위배되면 제니스 타운에 들이지 않는다. 그 정도가 심하면 블랙리스트에 등재하기도 한다.
예전에 최종 면접까지 붙었다가 갑자기 입사가 거절된 사람이 있었다.
꿈에 부풀어 있던 그는 갑자기 바뀐 상황에 격분했고, 고용노동부에 민원까지 넣었다. 그 민원글은 널리 알려지며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이슈가 커지자 제니스 컴퍼니는 이례적으로 그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우리 회사는 내부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도덕적 기준이 있습니다. 이 기준에 어긋나는 사람은 절대로 고용하지 않고, 설령 고용했다 하더라도 뒤늦게 드러나면 바로 해고합니다.
―결격 사유는 당연히 본인이 더 잘 알 겁니다.
―결격 사유를 전혀 모르겠다고 하면 오히려 심각한 겁니다. 자기의 잘못을 잘못이라 여기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의미이니까요.
결국 민원을 넣은 이가 중학생 시절 따돌림을 주도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여론은 반전되었다.
어린 시절 저지른 잘못 때문에 평생 제니스 컴퍼니에 입사할 수 없는 거냐는 호소가 있기도 했다. 그에 대한 회사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거야 우리 마음이죠.
제니스 타운의 인구는 하루가 다르게 꾸준히 늘어났다.
거주 인구수가 450만 명을 돌파하고 500만 달성이 눈앞에 다가오자, 제니스 컴퍼니는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무렵 일본은 한국 정부의 묵인 아래 독도 인근 해역에서 해저 자원 탐사를 위해 탐사정을 보냈다.
시민 단체는 그 사실을 지적하며 광화문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지만, 일본 정부는 탐사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다.
―속보! 독도 해역 탐사하던 일본 선박 3척, 모두 침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