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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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탐사를 하던 선박 세 척이 침몰되자 일본 열도는 발칵 뒤집혔다. 요미우리신문은 헤드라인에 대서특필을 걸고 침몰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날마다 떠들어댔다.
“배 세 척이 동시에 암초에 부딪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다케시마 부근 해역은 암초가 있을 만한 수심이 아니다. 철저히 침몰 경위를 밝혀야만 한다!”
한편 한국 정부는 침몰에 관해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국내 여론도 비슷하게 조용했다.
반도일보 등 메이저 신문사들은 서버실이 날아간 것 때문에 아직도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서 쉬지 않고 떠들어대자 국내 여론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일본 애들 왜 저렇게 떠들어대냐?”
“동해에서 독도 부근 탐사하다가 지들끼리 부딪쳐서 배 침몰했다던데?”
“그럼 사람 많이 죽었겠네?”
“다섯인가 죽고 나머지는 구조 됐다더라.”
“사람 죽은 건 안 된 일이지만, 남의 영해에서 함부로 주권 침해 행위를 하니까 용왕께서 노하신 거야.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지.”
“근데 일본 입에 거품 물고 난리치는 게 영 느낌이 안 좋은데……. 이거 가지고 또 뭐라고 할지 신경 쓰인다.”
“이거 조심해야 된다. 뭐 하나 터질 때마다 항상 우리나라 걸고넘어지는 게 일본이잖아. 요즘 제니스 컴퍼니 때문에 한동안 몸 사리긴 했지만, 그 버릇이 어디 가겠어?”
그리고 마침내 속셈이 드러났다.
―사고 경위를 조사한 결과, 해역 수색에 불만을 품은 한국 레이더의 범행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우리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공식적인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총리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발표에 한국 여론은 불이 확 붙었다.
“이 쪽바리 새끼들이 이럴 줄 알았어! 우리나라 짓으로 몰아가려고 요미우리신문이 그렇게 난리를 쳤구만!”
“아니, 청와대는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저런 말도 안 되는 개소리에 왜 아무런 반응을 안 해?”
“미친 거지, 미친 거야.”
“내가 보기에 일본 새끼들이 일부러 자침해놓고 우리나라한테 지랄하는 거야. 시비 걸 만한 구실 만들려고 저러는 거지.”
“또 뭘 노리는 거야, 쪽바리 새끼들이.”
일본의 예상치 못한 도발에 제니스 컴퍼니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류이한 사장은 일본 무역 거래에 이상한 점이 없는지 직접 세부사항을 체크했다.
“희토류 금속 수입량이 부쩍 들었군?”
“예, 일본 기업들이 상당한 재고를 축적하고 있는 중입니다. 적어도 1년 동안은 수입을 하지 않아도 버틸 만한 양을 이미 비축했는데도, 지속적으로 수입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결제는 문제 없나?”
“예, 칼같이 선금 결제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유지웅은 선금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었다. 먼저 돈을 지급해야만 창고에서 희토류 금속 물자가 출고되는 방식이다.
겉으로 보기에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다.
하지만 류이한은 무언가 있다는 촉을 외면할 수 없었다.
1년 이상을 버틸 수 있는 물량을 굳이 비축하는 의도가 심상치 않았다.
‘일본 기업에 문의해봤자 원하는 대답을 얻어낼 순 없겠지.’
일본 정부가 무언가를 노렸다면, 굳이 기업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알려주진 않았을 것이다.
수입이 곤란할 경우를 대비해서 비축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라고만 귀띔을 해둬도, 기업들이 알아듣고 움직일 테니까.
“이거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아. 결제 칼같이 챙기고, 일본쪽 움직임 주의 깊게 살펴 봐.”
“예, 사장님.”
“내각이 생각대로 움직여주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정장을 입은 60대 남자는 무릎을 꿇고 허리를 살짝 숙인 자세로 입을 열었다. 그의 두 손은 절을 하듯 바닥을 짚고 있는, 한껏 공손한 자세였다.
남자 앞에 앉은 젊은 여자, 카오리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투베 총리가 별다른 의심은 안 하던가?”
가녀린 목소리와 달리 말투는 매우 근엄했다. 마치 신하를 대하는 여왕과 같은 위엄이 있었다.
60대 남자는 고개를 살짝 들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투베 총리는 지지율 회복에 정신이 쏠려 있습니다. 다른 의심을 할 정신이 없을 겁니다.”
“흠.”
“그리고 투베 총리는 진심으로 한국 레이더가 몰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의원들도 상당수가 한국 측의 범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일이 생각보다 잘 풀리고 있어서 다행이군. 키리하라 대신, 부디 실패가 없도록 신경 써주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 몸의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대일본제국의 욱일이 그대 손에 달려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네. 알겠는가?”
젊고 고운 여자에 어울리지 않는 근엄한 말투이지만,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자연스럽다. 키리하라 내각부대신 역시 자연스럽게 카오리를 대했다.
키리하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 대일본제국의 태양이 다시 한 번 떠오르는 날…….”
“키리하라 대신, 그대가 이 나라의 종신 총리로서 위명을 떨치게 될 걸세.”
상상만으로도 짜릿한지 키리하라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고, 카오리는 그걸 보며 조용히 피식거렸다.
그녀가 문득 생각난 듯이 물었다.
“참, 제니스 쪽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가?”
“예, 특별히 이상한 조짐은 없습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하네. 우리 대일본제국의 가장 큰 방해물이 될 수 있는 곳이니만큼.”
“명심하겠습니다.”
“희토류 비축물량은 충분히 확보해뒀나?”
“수입 기업들에 이미 예전에 은밀히 지시를 내려두었습니다. 1년 이상은 수입이 끊겨도 버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언제까지나 북한 희토류를 수입할 순 없지. 결국 우리의 적을 도와주는 꼴밖에 되지 않으니.”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만 물러가게.”
“예, 카오리님.”
키리하라 대신은 다시 한 번 크게 절을 한 뒤, 등을 보이지 않은 채 뒷걸음질로 정중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후 코이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코이치는 다소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가 나간 방향을 노려보다가, 카오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장, 저 놈은 레이더도 아닌데 굳이 우리의 대업에 끼워줄 필요가 있습니까?”
“코이치, 어차피 얼굴 마담은 필요해. 그리고 우리는 행정에는 특별히 밝지 않아. 차라리 일 잘할 만한 저런 자를 시키고 뒤에서 철저히 감시하는 게 효율적이야.”
“그 말은 동의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코이치. 저 자는 노예일 뿐이야. 이 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욱일공격대원들 몫이 될 거야.”
“믿습니다, 대장.”
“그래.”
일본 동향이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요미우리를 위시한 우익 인사들은 틈만 나면 한국을 공격했다. 일본 탐사선을 침몰시킨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익 청년단은 머리에 띠를 두른 채 연일 가두행진을 벌이며 한국을 규탄했다. 그런 움직임은 점점 한국인에 대한 혐오와 공격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조센징은 이 나라를 떠나라!”
“내각은 뭐 하는가! 조센징의 입국을 금지시켜라!”
“조센징을 몰아내자!”
혐한 움직임이 거세지자 재일교포 한국인들은 외출도 삼간 채 몸을 사렸다.
그러다가 사건이 터졌다.
가두행진을 벌이던 우익청년단원들이 한국인 관광객 커플을 붙잡고 구타를 벌인 것이다.
거의 죽기 직전까지 맞은 두 사람은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그들이 그 지경에 처할 때까지 일본 경찰은 뒷짐을 진 채 구경만 했다.
우익청년단들은 탐사선 침몰 경위를 제대로 규명하라며 내각과 한국 정부를 연일 비난했다.
인터넷에서는 혐한 정서가 쏟아져 내렸고, 교포들은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숨기는데 급급했다. 한국인이라는 게 밝혀지면 언제 어느 때 애국청년단원들에게 끌려가서 치도곤을 치를지 몰랐기 때문이다.
투베 총리는 경찰력을 동원해서 막기는커녕, 혐한 감정을 자신의 지지율 상승에 이용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투베 총리의 지지율은 80%를 훌쩍 뛰어넘게 되었다.
그때 다시 일이 터졌다. 신주쿠에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불길은 크게 번졌고, 15,000제곱미터의 면적이 전소되는 큰 피해를 낳았다. 상가들이 전부 불탔고, 그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조센징 관광객이 버린 담배꽁초가 화재를 야기했다! 모든 게 조센징 탓이다!
“조센징이 신주쿠를 없애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질렀다!”
우익 애국청년단원들은 그렇게 선동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 말을 믿었다.
심지어 주요 신문들마저도 화재의 원인은 한국 관광객이 버린 담배꽁초라고 대놓고 톱라인에 기사를 걸기도 했으니.
이미 이성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감성, 그것도 분노와 증오만이 여론을 휩쓸고 있었다.
깨어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크게 다칠 것을 두려워해서 입을 다문 채 나서지 않았다.
이미 몇 몇 용감한 시민들이 옳음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가 단원들한테 두들겨 맞고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일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광기, 그 자체였다.
―선박 세 척이 침몰한 것도 그렇고, 타이밍 맞춰서 신주쿠에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도 그렇고,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아? 혹시 일본 정부 자작극이 아닐까?
―조센징이다! 저놈을 잡아라!
―어휴, 조센징 새끼. 빨리 조선으로 꺼져버려. 왜 일본말을 하면서 일본인 행세를 하는 거냐.
지금의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가는 사방에서 두드려 맞기 일쑤였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깨어 있는 사람들은 눈치 챘다. 일본 정부가 고의적으로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음을.
―투베 총리가 자기 지지율을 올리려고 여론을 엉망으로 조작하고 있다.
―응, 다음 조센징.
우익 청년단원들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나서 온 나라를 활개치고 돌아다녔다. 전국 어디에서든 그들이 대낮부터 가두행진을 벌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신주쿠 화재가 발생하고 나흘째 되던 날, 아무도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그 일이 일어났다.
우익 청년단원들이 한국 대사관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들을 방관하던 일본 경찰도 그것만큼은 막아섰다.
대사관이 침범 당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일본의 체면 손상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막아! 무조건 막아!”
“절대 들여보내선 안 돼!”
“조센징을 일본 땅에서 쫓아내라! 단 한 명도 일본에 남겨두지 마라!”
“왜 우리를 막는 거냐! 너희는 조센징 편이냐? 아니면 조센징인 거냐?”
우익 청년단원들은 경찰의 방어를 뚫고 필사적으로 대사관으로 침투하려 했다.
그러나 경찰의 수에 비해 청년단원들이 너무 많았다. 대사관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쌌지만, 그 틈을 뚫고 기어이 침투하는 이들이 나왔다.
마침내 담을 오르는데 성공한 이가 안으로 뛰어들려는 순간이었다.
탕!
한줄기 총성이 울렸고, 청년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담 바깥쪽으로 떨어졌다.
광기만이 지배하던 그곳에, 아주 잠시나마 차가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폭발하는 화산처럼 터질 듯한 분노로 변했다.
“조센징이 일본인을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