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18)
— 프리시즌 헬조선편 열도 분열 —
센죠 회장을 포함하여 유지웅과 주일미군의 도움을 받아 일본을 탈출한 부호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만약 그대로 일본에 있었으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일본 기득권층 중에서 욱일공격대가 일왕 가문을 멸망시킨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중앙정권과 연줄이 강했던 이들일수록 일본 내란의 본질을 밀도 있게 이해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욱일공격대가 그린 큰 그림이었다는 것을.
“카오리 아이, 그년이 오래 전부터 야심차게 이 모든 것을 준비해온 거요. 아마 황백호 통령을 롤 모델로 삼은 것이겠지.”
무사히 미국으로 피신한 센죠 회장은 고베 회장과 함께 일본의 현 사태에 분통을 터트렸다.
“북한 반정이 성공한 걸 보고 자기도 레이더들을 모으면 그럴 수 있겠다고 확신한 거요. 아직 레이더의 반란에 대한 국가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체계화되지 않았으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게 틀림없소.”
“투베 내각이 레이더 반란에 대응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200명이 넘는 레이더들을 은밀히 끌어 모은 세력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겠지.”
레이더들이 관청에 신고 등록을 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숨긴다면, 현재로서는 정부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게다가 카오리가 미쓰비시그룹의 사생아 출신이라는 점이 큰 역량을 발휘했다.
만약 중산층 가문 출신이었다면 적당히 자기 출세를 위해 능력을 사용하고자 했을 것이다.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반정을 위해 시간과 돈, 심력을 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출생과 야심, 탱커라는 세 가지 사실이 결합하면서, 욱일공격대라는 전대미문의 반정 세력이 탄생한 것이다.
“카오리 아이, 보통 여장부가 아니오. 게다가 200여 명의 레이더가 결집된 공격대의 힘…… 일본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없소.”
“천황 가문이 사라졌으니 국민의 자발적 결집이나 충성을 기대할 수도 없고, 언론사들은 목숨이 아까워서 욱일공격대의 나팔수 노릇이나 하고 있고.”
“중요한 건 협박이든 강요든, 국회의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 헌법이 폐지되고, 국가통치권이 욱일공격대에 넘어갔다는 거요.”
상황을 다시 뒤집기 위해서는 힘으로 욱일공격대를 무너뜨리고 새 질서를 세우는 것뿐이다.
그러나 욱일공격대는 100여 명에 가까운 탱커를 보유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로는 탱커를 이길 수 없다.
“그들을 물리치려면 이쪽도 그 이상 가는 탱커와 레이더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욱일공격대를 제외한 일본 전체의 레이더 수를 따지면 그보다는 더 많을 거요. 타국에 원조를 요청할 수도 있겠지.”
“문제는 반정에 참가하지 않은 일본 레이더들이 심정적으로 욱일공격대를 지지하고 있다는 거 아니겠소?”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욱일공격대는 국가통치를 선포하면서, 한편으로는 은밀하게 레이더들을 포섭하고 있었다.
―레이더들이 힘을 합쳐서 권력을 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레이더들은 국가를 위해 제한 없이 봉사하고 희생해야 하는 부품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렇게 살고 싶나?
―레이더도 아닌 일반인들의 지배를 받으면서 그들 앞에서 허리를 굽실거리고 싶은가?
―우리가 반정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는 같은 레이더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것도 있다. 만약 이대로 잠자코 있는 채로 세월이 흐른다면, 자민당 정권은 결국 레이더들의 숨통을 조이는 체제를 완성했을 것이다.
―한국을 봐라. 얼마나 많은 레이더들이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나? 전부 유지웅 의장이 국가 정부에 반정 아닌 반정을 해낸 덕분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레이더들을 거의 터치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보다 조금 더 과격했을 뿐이다.
―우리는 동족이다. 함께 가자.
그렇게 꿀을 바른 듯한 내용으로 유혹하는데, 넘어가지 않을 레이더들이 없었다. 애초에 틀린 말도 아닌데다가, 이미 위험한 단계는 지나간 지 오래였으니.
그저 욱일공격대를 지지하기만 하면 된다.
오히려 다른 레이더 입장에서는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반 욱일공격대 조직을 결성하여 항거하는 것이 훨씬 손해였다. 얻을 것이 전혀 없었다.
때문에 해외로 피신한 일본 재벌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해외에 분산해놓은 자산도 상당수 있어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산들은 유형상 사치와 향락을 즐기기에 적합하지, 재벌 회장으로서 자본주의 권력을 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일본에 남겨두고 온 공장과 회사, 부동산, 그리고 관련 지분들이야말로 그들이 자본가로서 행세할 수 있게 해주는 진정한 기반이었던 것이다.
미국으로 피신한 재벌들은 쉴 새 없이 꾸준히 연락하고, 다양한 의견을 교류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자본가로서 나라를 휘두르며 왕처럼 살고 싶었다.
그들은 미국 워싱턴에 구축한 인맥과 영향력을 십분 활용하기로 했다.
문턱이 닳도록 의회를 드나들면서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골몰했다.
“미국만이 일본을 구해줄 수 있소.”
“오직 미국만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지.”
미국은 보유하고 있는 레이더 숫자만 해도 이미 압도적이다. 여기에 다양한 실전 경험과 첨단 장비, 그리고 막대한 외교적 영향력도 갖고 있다.
“한국도…….”
“유지웅 의장이라면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소. 문제는 그가 원하는 대가를 우리가 지불할 수 있느냐는 거겠지.”
총리와 내각 각료들은 남김없이 체포되고, 국회는 해산되었다.
본래의 일본 정부는 사실상 그 흔적조차 남지 않은 셈. 욱일공격대만이 유일한 통치주체라 할 수 있었다.
사실상 게임은 완전히 끝났다. 이제는 일본과 일본 국민의 힘만으로 뒤집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되찾으려는 열망은 꺼지지 않고 있었다.
그 열망의 불꽃은 미국, 워싱턴에서 가장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카오리 아이는 일본인 레이더들의 통합, 그리고 언론 장악을 가장 중요시했다.
결집된 200여 명의 레이더들에 비하면 흩어진 레이더들의 힘은 아무것도 아니다.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절대적인 수로만 보면, 욱일공격대 비소속 레이더들의 숫자가 훨씬 많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누군가가 그들을 결집하고 욱일공격대에 적대하게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기껏 성공한 반정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다.
진정한 내전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카오리는 관청에 등재된 레이더 명부를 통해 레이더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주요 간부들을 보내 그들을 설득하도록 했다.
최우선 섭외대상은 당연히 탱커였다.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는 힘은 탱커에서 나온다. 힐러는 어디까지나 보조에 지나지 않고, 딜러는 AK소총과 RPG 로켓포로 무장한 병사 이상의 의미는 없다.
비소속 탱커 중 60% 이상을 포섭했을 때, 비로소 카오리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이제 우리 공격대가 보유한 탱커 전력은 이 나라 전체 탱커 전력의 과반을 훨씬 넘어섰어. 더 이상 무력으로 우리한테 항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레이더들을 포섭하는데 소홀히 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 내의 모든 레이더들의 통합, 그것이야말로 카오리가 궁극적으로 밟고 설 수 있는 권력적 발판이었으니.
혹시라도 연이은 실정으로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레이더들의 지지만 꽉 잡고 있으면 된다.
카오리는 자위대 지휘권자를 도쿄로 불러 일괄적으로 충성 서약을 받아냈다.
“일본과 일본 국민을 위해 앞으로도 일본의 방패로서 부족함이 없기를 바랍니다.”
“옛!”
자위대 지휘권자들은 바짝 얼어붙은 채 충성을 맹세했다.
이미 그들은 200여 명에 가까운 국회의원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뒤였다. 자위대가 보유한 무력으로 욱일공격대를 몰아낼 수 없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미 뒤집어진 대세,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아니고서는 욱일공격대를 몰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과연 미국이 자국의 물자와 인명을 낭비하면서까지 욱일공격대를 몰아내려고 할까? 자위대 지휘권자들은 그 부분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행정조직을 장악한다.”
자위대를 다독인 뒤 카오리는 일본 중앙행정조직, 지방행정조직 장악에 노력을 기울였다.
행정 실무자들로 하여금 더 이상의 혼란은 없음을 강조하고, 각자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카오리는 미쓰비시그룹 중역 상당수와 친분이 있었다.
재벌 일가는 아니지만, 임원으로서 오랫동안 그룹을 위해 일한 경력이 있는 노련한 재목들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은 그동안 카오리가 단순히 그룹 장악을 위해 자신들을 회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카오리는 그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국가통치권자로서 인사를 가졌다. 우습게도 그들은 아무도 호출을 거절하지 않고 한 걸음에 득달같이 달려왔다.
최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야비 전무가 가장 선두에서, 카오리를 보자마자 도게자(사죄나 간청을 위해 땅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것)를 취했다.
“대업을 이루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아가씨.”
“축하드립니다.”
다른 중역 임원들도 가야비를 뒤따라 도게자를 하며, 자신들의 충성심을 내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누구보다 현 상황을 빠르고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카오리는 그저 한순간의 욕망 충족을 위해 반정을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확고한 비전과 냉정한 판단을 토대로 무력을 일으켜 여기까지 왔고, 능선을 완전히 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빠른 시일 안에 내치를 안정시키는 것.
자신들을 호출한 것도 바로 그것을 위해서이리라.
“모두 일어나세요.”
카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들을 일으켜 세우고는, 만찬을 시작했다.
간단한 요리를 곁들인 정통 라멘이 만찬 음식의 전부였지만, 누구도 만찬의 초라함에 주목하지 않았다.
“여러분들도 알겠지만 통치권은 확보했고 자위대의 충성도 받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일반 행정 조직을 장악하고 무탈하게 민생 정치를 이어가는 것인데, 그 부분을 맡아줄 인력이 필요합니다.”
다들 속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이 반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카오리는 자신들이 필요하다.
“가야비 전무.”
“옛!”
가야비는 노구에도 불구하고 쩌렁쩌렁하게 대답했다. 늙은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총무성 총무부대신 자리를 임시로 맡아줘요. 미쓰비시그룹을 나오라는 뜻이 아닙니다. 겸직을 해달라는 거지요. 총무부대신이지만, 사실상 총무대신권한대행의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할 수 있겠어요?”
“충심으로 따르겠습니다!”
“좋아요. 다음은 카츠미야 상무.”
“옙!”
“법무성 부대신 역할을 맡기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사실상 법무대신권한대행입니다. 그리고 다음 코이즈 상무…….”
카오리는 실무 경영에서 오랫동안 구른 이들을 행정조직에 적절히 배치했다. 덕분에 일본은 새 정권 초기의 혼란을 빠른 시일 안에 극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