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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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않느냐는 어투에 대표단은 자기들끼리 난처해서 눈치를 살폈다. 그들은 설마 지분을 내놓으라고 할 줄은 몰랐다.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 해외 첨단기업을 유치할 때에 지분을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자의식 과잉이 중국 정도쯤은 되어야 한다.
기껏해야 기술 및 노하우 이전, 그리고 앞으로 북한 기업으로서의 성심껏 경영해달라는 당부 정도만 생각했던 이들로서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아, 걱정하지 마세요. 지분은 증자해서 주시면 됩니다.”
대표단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제히 외치고 싶었다. 지금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만?
“왜 그러시죠?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대표단이 머뭇거리자 유지웅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가득 띄우고 물었다.
대표단은 저 표정이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명분을 유리하게 쌓기 위한 비즈니스 페이스일 뿐이다.
하지만 이쪽이 철저한 약자의 입장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허리를 굽혀야 했다.
“지분을 내놓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 12개 기업들은 모두 지분 관계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혀 있습니다. 지분을 할당하게 되면 내부 관계가 일그러질 우려가 있습니다.”
“경영권 구도가 혼란스러워질까 봐 그러시는 건가요?”
유지웅이 묻자 대표단의 표정이 어느 정도 밝아졌다. 협상의 여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현재 지분 구조 비율만큼, 증자한 지분 의결권을 각각 나눠서 위임하겠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의결권 위임을 보장하죠.”
“의, 의장님!”
“지금은 총리라고 불러주시겠어요? 제니스 컴퍼니 의장이 아니라 인민공화국 국가발전 총괄총리로서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니까요.”
평소의 유지웅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깍듯하기 그지없는 말투였다. 하지만 그 전에 내놓은 발언은 깍듯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다른 건 몰라도 지분만큼은 절대로 내놓을 수 없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본사 이전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지 않는 게 낫다. 단 100주의 지분이라 해도 그들은 순순히 내어놓을 마음은 없었다.
“정 그러시면 저희로서는 미국이나 유럽 이전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회사의 사활이 달린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미국이 저하고 친한 거 아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눈빛에 대표단은 더욱 헷갈렸다. 지금 고도의 놀림을 받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분, 부디 나무를 보지 말고 숲 전체를 한 번 보시는 게 어떨까요?”
“……경청하겠습니다.”
“제니스 타운은 결정체 첨단산업단지로 우뚝 설 겁니다. 전 세계의 결정체 문명을 주도하게 될 거예요. 제니스 컴퍼니에서는 당연히 북한 기초과학이나 기술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
“결정체 소재가 희토류로 끝일 거 같나요? 조만간 자동차 차체는 결정체를 혼합한 강화 철강만 써야 하는 시대가 옵니다. 타이어나 에어백도 말할 것 없고요. 이미 AND사에서 만드는 CPU는 전부 결정체로 만든 발열방지 소재가 들어간 모델만 100% 생산하는 거 알고 계시죠?”
전혀 틀린 말이 아니기에, 대표단은 조용한 얼굴로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나중에는 먹는 거 포함해서 우리가 누리는 일체의 문명 부산물에 결정체가 들어갈 겁니다. 햄버거 하나 만드는데 수백 리터의 물이 들어가는 거 아시죠? 피티에 들어가는 소를 키울 때 먹이는 사료를 재배하는 물이랑, 밀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물, 야채를 재배하는데 들어가는 물, 그리고 기타 유통 과정에서 쓰고 버려지는 물 등 다 합쳐서 말이에요.”
“네? 햄버거요?”
대표단은 갑자기 왜 뜬금없이 햄버거와 물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했다.
“눈앞에 보이는 건 작은 햄버거 하나뿐이지만, 그거 하나 만드는데 수백 리터의 물이 소요된대요. 그리고 결정체는 문명 산업에서 그런 물 같은 존재가 될 겁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어마어마한 소요량이 발생하는. 물론 눈에 보이는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요.”
“…….”
“지분을 나눈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결정체 컴퍼니와 인연을 맺는다는 겁니다. 여기에 본사 이전 지원금까지 나눠 주네요. 이 얼마나 남는 이익입니까?”
“제니스 컴퍼니와 직접적으로 비즈니스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겁니까?”
대표단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저 본사 이전 지원에 대해서 지분을 내놓으라면 억울한 일이지만, 제니스 컴퍼니가 끼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니스 컴퍼니는 인민공화국에 많은 지분을 갖고 있죠. 공화국이 보유한 지분은 제니스 컴퍼니가 보유한 지분이기도 합니다.”
“…….”
듣기에 따라서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이다. 그것이 북한의 지도부라면 더더욱.
때문에 대표단은 저도 모르게 황백호 통령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그는 유지웅의 말에 별다른 불쾌함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을 시켜주겠다는 듯이 끄덕여 보였다.
“공화국은 국가입니다. 인민 모두의 터전이죠. 어느 특정한 집단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황백호의 말은 끝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지배 관계는 인정합니다. 국가가 낸 빚, 국가가 받은 투자, 그것은 국가가 존속하는 한 인정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채무니까요. 경제적으로 우리 정부는 현재 제니스 컴퍼니의 자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000억 달러가 넘는 큰 자금을 투자받았으니까요.”
황백호, 북한의 최고통치권자가 기업가들 앞에서 정식으로 자본경제의 기본 정신을 인정했다. 그것은 대표단들에게 적지 않은 안심을 주었다.
‘제니스 컴퍼니는 북한 경제의 모회사나 다름없다. 북한 정부가 소유하는 기업 지분은 곧 제니스 컴퍼니가 간접 소유하는 지분이 된다.’
‘제니스 컴퍼니는 모회사로서 북한에 이사한 일본 기업들을 챙겨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행동이다.’
황백호와 유지웅, 그 둘로부터 정식 인정받은 사실에 대표단은 더 이상 뒤로 빼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좋은 조건을 거절하면 돌아가서 다른 이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받아들이겠습니다.”
“한 식구가 된 걸 축하합니다. 제가 일본 정부는 싫어해도 일본 제조업은 참 좋아하거든요, 하하.”
계약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12개 기업 수장은 비밀리에 유지웅을 만나 북한으로의 본사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전이 완료되면 그들은 이제 완전한 북한 기업이 된다.
국적도 북한이 되고, 세금도 북한에 납부한다.
또한 현재의 본사 인력을 고스란히 데리고 북한으로 이전한다. 말 그대로 살림살이 바리바리 싸들고 가족들 전부 데리고 터전을 옮기는 것이다.
“범 제니스 그룹에 들어온 걸 축하합니다. 부디 앞으로 잘해 봅시다.”
“잘 부탁드립니다.”
“비록 한일 관계가 어느 때보다 악화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기업하는 사람에게 그런 게 뭐가 대수입니까? 회사 규모와 매출 키우고, 수익 많이 뽑고, 주주들에게 배당금 듬뿍 안겨주는 거 말고 생각할 게 더 없지 않나요?”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노골적인 표현이지만 기업가들은 유지웅의 그런 발언에 더욱 안심이 되었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이익 창출을 중요시하는 태도가 오히려 편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고 보니 유지웅도 사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를 운영하지 않던가?
도요타, 혼다, 닛산, 소니, 히타치, 파나소닉, 캐논 등 주요 자동차 및 전자제품 제조 기업들이 비밀리에 이전을 결정했다.
상사회사나 물류 유통기업, 투자기업, 금융기업들은 애초에 제외되었다. 애초에 북한에 필요한 것은 첨단기술개발을 통해 살아남는 제조업이었으니.
황백호는 특히 도요타 자동차의 본사 이전 결정을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다.
일본 제조업의 프라이드이자 부동의 1위 기업을 당당하게 획득한 셈이었으니.
“총리가 아니었으면 혁명을 일으키고 일 년도 안 돼서 이런 발전을 이뤄내지 못했을 겁니다. 모두 총리 덕분입니다.”
“제 노력을 알아주시니 저 또한 기쁘고 고맙습니다.”
“하하, 총리는 칭찬에 대해서 의례적인 겸양 같은 것은 하지 않는군요. 그래서 더 보기 좋습니다. 그 당당함이요.”
“당당한 만큼 결과를 내고, 결과를 낸 만큼 당당하게 행동하지 않습니까.”
“맞아요.”
주력 제조기업들이 빠져 나가면 일본은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상황을 알게 되어도, 동서일본 정부는 그것을 멈출 수가 없다.
내전을 중지하고 통일 정부를 이룬다면 일본 기업들이 일본 탈출을 재고하겠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었다. 지금 동서일본 정부는 생존을 걸고 국가의 종주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진행하는 중이었으니.
계약은 모두 마쳤고, 기업들은 비밀리에 천천히 이전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동서일본 정부가 언젠가는 알게 될 텐데, 방해가 심하진 않을까요?”
“미국 때문에 한 마디도 못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서일본 정부는 미국 지원 없으면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해서 뭐라고 한 마디도 못합니다. 동일본 정부는 제가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할 테고요.”
“참, 그러고 보니 고쿄를 어떻게 제니스 타운으로 옮겨온 겁니까? 그 큰 땅덩어리를 하룻밤 사이에 안전하게 파서 옮기는 게 정녕 가능한 일인가요?”
“결정 에너지의 힘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자세한 내역은 당분간 비밀로 하고 싶군요.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서요.”
“아아, 알겠습니다. 너무 궁금하긴 하지만 총리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참아야겠네요.”
12개 기업들과 계약을 모두 마친 뒤, 유지웅은 황백호와 단둘이 축배를 들었다.
“이 정도면 공화국이 기술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은 다 갖춘 셈입니다.”
“모두 총리 덕분입니다. 인민을 대신해서 늘 감사드립니다.”
결정체 희토류, 일본 제조기업의 이전, 그리고 미국에서 지원하는 괴수 사체 연구진. 여기에 유지웅이 지원하는 막대한 자금까지 있다.
망하고 싶어도 망할 수가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오늘따라 그런 생각이 드네요. 만약 총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우리 공화국은 지금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없었어도 잘 해내셨을 겁니다.”
“아니오, 세상이 그렇지 않아요. 특히 요즘 국제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렇게 느낍니다.”
황백호는 다소 쓸쓸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나는 운 좋게 세계 최초의 탱커로 각성해서 이 나라의 독재가문을 몰아내고 국가통치권을 차지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선택받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선택받은 게 아니라 운이 몹시 좋았던 겁니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니오, 맞습니다. 만약 내가 아닌 누가 탱커로 각성했어도 지금의 내 자리에 올랐을 겁니다.”
“…….”
“반대로 내가 탱커로 늦게 각성했다면 지금 같은 혁명 정부의 일반 병사 소속이거나, 혹은 김씨 왕조가 여전히 지배하는 옛 공화국의 충실한 수족으로서 활동하고 있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