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4)
00134 우리 결혼했어요 =========================================================================
자신은 이곳의 지배자였다.
사실 지배자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더 이전에는 평범한 개체에 불과했다. 그리고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나게 쎈 녀석들이 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다른 개체들도 그 쎈 녀석들의 눈치를 보면서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쎈 녀석들이 미쳤는지 갑자기 서로 물어뜯고 싸우기 시작했다. 으르렁거리면서 바닷물이 뒤집히고 물고기 떼가 놀라서 도망칠 정도로 싸웠다.
그리고 승패가 갈렸다. 모두 다 죽고 한 놈만 겨우 살아 남게 되었다.
살아남은 쎈 놈은 죽은 쎈놈들을 먹어치웠다. 녀석들을 다 먹어치우고나자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뭔가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자신이 그놈의 뒤로 몰래 접근한 것은.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런 것을 생각할 정도로 지능이 발달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본능적인 감각이 시키는 대로, 지금 저 녀석을 공격해야 한다는 것만 따랐을 뿐이다.
그리고 틀린 판단이 아니었다. 다른 녀석들을 물어죽이고 갓 승리해서 지쳐 있는 지금이, 쎈 녀석에게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으니까.
그대로 약해진 쎈 녀석을 물어 죽여버렸다. 그리고 허겁지겁 녀석의 몸을 뜯어먹었다.
그러자 몸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지느러미가 사라지고 대신 날개가 생겼다. 아가미도 없어졌다. 날카로운 발톱도 생겼다. 몸집은 별로 커지지 않았으나, 몸 가득 강맹한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은 항상 눈치를 보던 쎈 놈들처럼 강해진 것이다. 이 지역의 패자가 된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더 이상 눈치를 보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 뒤로 모든 것이 변했다. 항상 자신과 어울려 쎈 놈들을 피해서 슬슬 도망 다니던 녀석들이 이번에는 자신을 피했다. 따를 당하는 것과 흡사하지만 유쾌했다. 약자가 포식자를 피해 도망다니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이치.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해저를 헤엄치며 슬렁슬렁 영역 순찰을 하고 있는데 문득 저 멀리 위에서 뭔가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짜릿한 감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쎈 놈이 왔다! 쎈 놈이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왜 왔을까? 혹시 날 잡아먹으려고 온 것은 아닐까?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자신도 그 쎈 놈들을 잡아먹고 이렇게 쎄졌으니, 저 녀석도 분명히 더 쎄지기 위해서 자신을 잡아먹으러 온 것이다.
어림도 없다. 이곳은 내 땅. 나만의 영역. 그렇다면 싸워 물리쳐서 패권을 확립해야 한다. 복잡한 지능은 없어도 그쯤은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싸우자!
가서 먹어치우자!
그렇게 결심하고,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씨발, 녀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둘이었다.
망했다.
‘젠장!’
유지웅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보호막을 넣었다. 정효주는 팔을 교차해서 괴수의 공격을 막았다. 날카로운 부리가 파고들었으나 까강 하며 스파크만 남기고, 괴수는 저만치 뒤로 나가 떨어졌다.
―캬아아아!
몸을 낮춘 괴수가 울부짖었다. 생긴 건 독수리처럼 생긴 녀석이 사자처럼 그러고 있으니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작아도 너무 작았다. 옐로 몹도 저것보다는 큰데 말이다.
‘하긴, 크기가 전부는 아니지.’
괴수가 다시금 달려들었다. 굉장한 스피드였지만 정효주는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왼손으로 녀석의 발을 잡고, 그대로 오른주먹을 강하게 날렸다.
―꾸에에엑!
위장이 뒤집어지는 비명이 울렸다. 후들겨 패놓고 정효주가 더 당황했다.
“어? 제대로 들어갔네?”
“원래 탱커 공격은 그런 거 아니야?”
“아니야. 조금 달랐어. 방어막이 아예 안 만져졌어. 제대로 타격이 들어갔어.”
“저 녀석, 설마 방어막이 없는 거야?”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처음에 덤빌 때는 분명히 방어막이 느껴졌거든.”
방어막이 불완전한 녀석인가?
그틈을 타서 관광객들은 재빠르게 다른 배로 피신하고 있었다. 게중에는 난간까지 나와서 카메라를 찰카찰칵 눌러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초 공격으로 배가 부서지긴 했으나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선수만 망가졌다.
‘무슨 저 많은 관광객 중에 딜러 한 명도 없나?’
유지웅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딜러가 있을 것이다. 아마 나서지 않는 거겠지. 레드 몹이 습격했는데 대응에 나선 것은 웬 탱커와 힐러뿐.(그들이 보기에) 거기 끼어 들었다가는 같이 죽기 딱 알맞다.
그들 부부도 사실 나서려고 한 게 아니었다. 괴수가 대뜸 정효주를 보고 달려들어서 이렇게 된 것뿐이지. 마음 같아서는 같이 도망치고 싶은데 괴수가 놔주지 않을 것 같다.
‘아, 쫌!’
괴수가 으르렁거리며 또 달려들었다. 정효주는 피하는 대신 일부러 녀석의 공격을 몸으로 막았다. 어차피 방어막이 있기 때문에 문제 없었다. 이럴 때는 유지웅의 장비가 둘 다 팔찌 형태로 되어 있는 게 참 다행이었다. 항상 휴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까강!
불꽃이 튀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제대로 내질렀다. 이번에는 반발력이 강하게 느껴졌다. 방어막이 막아선 것이다.
하지만 정효주는 방어막을 뚫고 들어가는 속성의 공격을 가하는 탱커. 그것도 순수한 탱커가 아닌 딜탱! 그녀의 공격은 사정없이 파고들어 괴수의 체내에 타격을 주었다.
―꾸에에엑!
또다시 돼지 멱따는 비명이 울렸다. 저만치 나가 떨어진 채 녀석이 몸을 뒤집고 쓰러졌다. 두 발을 하늘로 치켜들고 부들부들 떠는 게, 꼭 닭이 대가리를 땅에 처박고 자기가 안 보이겠거니 하는 게 생각나서 웃겼다.
“어? 설마 우리 둘이 잡나?”
유지웅이 황당해서 중얼거렸다. 둘이 함께 하면 탱킹이 되니까 레이드는 성립하겠지만 딜러가 전혀 없는데? 정말 설마 둘이서 레드 몹을 잡고 몰디브 전설의 레전드를 찍나?
“아니야. 못 잡아. 딜이 안 될 거야.”
“그럼 어떡하지?”
“일단 계속 패다 보면…….”
정효주가 말을 잇다 말고 멈췄다. 그녀는 바로 자세를 낮추고 녀석을 경계했다.
―크르르르…….
녀석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죽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픈 게 무서웠다. 한 번도, 정말 태어나서 한 번도 이렇게 아파본 적이 없었다. 아프다는 것 자체가 처음 느끼는 생소한 감각이었다. 그래서 녀석은 착각했다. 이렇게 아프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사실 아픔이 별 건 아니었는데, 첫 경험이라 잘 몰랐던 것이다.
진짜 쎈 놈들이다! 그것도 한 놈이 아니라 두 놈이나!
이래뵈도 돌고래 이상 가는 지능을 갖고 있는 귀한 몸이다. 녀석은 바로 결심했다. 싸우면 진다. 저 녀석들이 원하는 게 이곳 영역이라면, 주면 그만이다. 다른 곳으로 떠나자!
녀석은 힘껏 날아올랐다. 날개를 푸드덕거리면서 상승했다. 멀리 공중으로 도망가야지.
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자기를 두드려 팬 쎈 놈이 쏜살처럼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야! 아니야! 덤비려는 게 아니라고! 도망치려는 거라고!
―꾸에에엑!
제대로 상승하기도 전에 번개처럼 달려온 쎈 놈이 발을 낚아 챘다. 그 상태로 주먹을 꽂아 넣는다. 배가 뒤집히는 듯한 통증에 눈알이 돌아갔다. 이거 너무 아프잖아!
그게 다가 아니었다. 녀석이 발을 잡은 채로 그대로 땅에 내팽개쳤다. 지면과 충돌하자 어질어질했다. 땅과 부딪친 것은 아프지 않은데, 빠르게 계속 여기저기 내팽개치니까 세상이 뱅글뱅글 돌았다.
“이얍!”
땅에 등을 처박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우렁찬 기합과 함께 쎈 놈이 발을 꽂아 넣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체중을 실은 발이 사정없이 짓밟았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통증이 쫙 퍼졌다.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난 녀석은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 해! 애초에 두 놈인 줄 모르고 달려든 게 실수였다!
―끼에에엑?
날개를 퍼덕거리려는데 뭔가 이상했다. 녀석은 눈알을 돌리다가 기겁을 하고 놀랐다. 날개 한쪽이 축 늘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부러진 모양이다.
“만약, 만약 정말 이거 잡으면 우리 둘이 반땅하는 거지?”
“무슨 반땅이야. 그냥 너 다 가져.”
“정말? 그래도 돼?”
“응. 다 가져.”
뭐라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쎈 놈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녀석은 비틀거렸다. 도망도 못 치고 이대로 맞아 죽게 생겼다. 그리고 자기가 그랬듯이 저 쎈 놈들도 자기를 잡아먹고 더 쎄지겠지.
녀석은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약한 놈들이 쎈 놈 앞에서 어떻게 하더라? 어떤 식으로 살아남았더라? 도망을 못 치는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했더라?
“이야압!”
또다시 쎈 놈이 달려온다. 순간 녀석은 번쩍 생각이 났다. 가까스로 몸을 굴려 공격을 피한 녀석은, 그대로 모래사장에 배가 드러나도록 누웠다. 잘 안 움직이는 날개를 억지로 파닥거리고, 다리를 부비적거리며 몸을 이리저리 뒤집었다. 그리고 애처로운 소리를 냈다.
―끄응, 끼잉, 끼이잉…….
정효주는 굳어버렸다. 이게 무슨 해괴한 짓이지? 저 녀석이 미쳤나?
“쟤 왜 저래?”
“그, 글쎄?”
“꼭 고양이가 배 뒤집는 거 같은데…….”
살다살다 처음 보는 해괴한 광경에 둘은 어떻게 손을 써야 하는지 모르고 주춤거렸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녀석은 몸을 잔뜩 낮추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머리를 숙인 채 옆머리로 정효주의 다리를 부비적거렸다. 그리고 다시 발라당 누우며 배를 까뒤집었다.
정효주가 기가 막혀서 말했다.
“지금 이거 설마 애교 부리는 거야? 졌다고?”
“……살다 살다 별 꼴을 다 보는구나…….”
몰디브는 뒤집어졌다.
관광객들이 서둘러 피신하는 가운데 몰디브는 인접 국가에 도움을 청했다. 의외로 제일 먼저 달려온 나라는 한국이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병력을 보낸 것이다. 물론 레이드 공격대가 아니었기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테지만.
한편 몰디브 정부는 웬 레이드 능력자 둘이서 레드 몹을 상대로 시간을 벌고 있다는 보고에 매우 놀랐다. 이론적으로 탱커와 힐러, 이렇게 둘이 있으면 괴수를 상대로 시간을 벌 순 있다. 하지만 그건 옐로 몹 상대로나 통할 소리다. 레드 몹이 얼마나 아픈데 탱커가 버틸 수 있단 말인가?
“잠깐, 힐러와 탱커?”
“그러고 보니 한국이 제일 먼저 달려왔어요. 우리나라와 거리상 가까운 것도 아니고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닌데. 이건 분명히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시간상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
그렇게 몰디브 정부가 혼란스러워 하는 와중에, 한국에서 파견한 사람들은 유지웅 부부를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모래사장 한쪽에서 벌을 서듯이 배를 깔고 앉은 채 고개를 푹 숙인 레드 몹을 보았던 것이다.
“이, 이 녀석이 레드 몹이라고요?”
“대체 왜 이렇게 된 겁니까?”
몇 대 두들겨 패줬더니 겁을 먹고 애교까지 부리더라는 말을 듣고 정부 인물들은 기겁했다. 그들은 서둘러 본국에 자세한 현지 상황을 보고했다. 무전을 치는데 유지웅이 옆에서 참견하고 나섰다.
“빨리 제니스 공격대에서 딜러 몇 명만 보내달라고 해줘요. 저거 얼른 잡아서 돌아가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왠지 크기도 작고, 또 좀 많이 약한 것 같지만, 먼저 습격을 한 것을 보면 레드 몹이 분명할 것이다. 그럼 적어도 2,000억은 넘겠지? 와아, 신난다! 공돈이 생겼어!
두 어린 신혼부부는 그렇게 즐거움에 젖어 있었다. 여행 중에 금덩이를 주웠으니 그것을 팔아서 여행 경비로 다 쓸 참이었다. 특히 정효주는 입맛을 다시기까지 했다.
평소 레이드에서 그녀는 다른 대원들과 똑같이 수당을 받는다. 돈 관리의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돈을 유지웅이 다 가져가지만, 어차피 그의 돈이 곧 그녀의 돈이니 문제가 없긴 하다.
그래도 완전한 자기 돈이 아니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지웅이 약속했다. 저 녀석은 자기한테 줄 거라고 말이다.
그때 본국에서 명령이 왔는지 책임 관계자가 부리나케 왔다.
“명령이 왔습니다.”
“뭐래요? 딜러 지금 오고 있대요?”
“수송용 군함을 보냈다고 합니다. 거기에 태워서 본국으로 이송하랍니다. 두 분도 통제를 위해서 함께 움직여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유지웅이 반발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걸 왜 배에 태우고, 왜 한국으로 데려가요? 그러다가 중간에 난동이라도 부리면 어쩌려고요? 한국 가서 잡을 생각하지 말고 여기서 잡아요. 지금 우리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으니까, 얼른 딜러 데려오면 되잖아요?”
“잡으려는 게 아닙니다. 위에서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
“직접 통화해보시겠습니까?”
결국 유지웅은 남기철 국장과 통화했다. 그의 목소리는 흥분이 가득했다.
“남 국장님. 왜 딜러 안 보내 줘요?”
「유지웅 대장님, 이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독특한 케이스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최초로 레드 몹을 길들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사육에 성공한다면, 결정체와 괴수 연구에서 우리나라가 단연코 1위에 설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내려진 결정입니다. 그러니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뭐라고요? 길들여?”
유지웅과 정효주의 눈이 마주쳤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레드 몹을 길들인다니? 이 작자들이 항상 탁상공론만 벌이더니 드디어 미쳤나?
둘의 눈빛이 마주쳤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저게 얼마짜린데!’
‘잡으면 나 준다고 했잖아!’
‘잔뜩 사고 싶은 거 많단 말이야!’
‘길들이긴 뭘 길들여! 잡아서 갖다 팔자!’
유지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전에 대고 다시 반발했다.
“남 국장님. 지금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 안 하시는 거예요. 레드 몹이라고요! 진짜 진짜 위험한 녀석이라고요! 길들이긴 뭘 길들여요? 그러다 실패하면 누가 책임져요? 저거는 그냥 여기서 때려잡는 게 최고라고요.”
‘저게 얼마짜린데!’
“빨리 딜러나 보내 줘요. 몰디브의 평화와 우리나라의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저 녀석은 여기서 때려 잡아야 돼요.”
============================ 작품 후기 ============================
보통 소년만화에서는 이 반대죠. 주인공들이 불쌍하다 귀엽다 키우자고 하고 주변 사람들은 미쳤냐고 말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