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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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진심으로 놀랐다.
유지웅과 설악마스터와의 친분은 대외비였다. 백악관으로서도 확신에 가까운 추정을 할 뿐, 그에게 직접 확인을 한 적은 없다.
즉 미국은 알면서도 그의 앞에서 모르는 체 해왔다.
그런데 지금 그가 먼저 설악마스터와의 친분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나선 것이다.
“뭘 그렇게 놀라시죠?”
“…….”
“어차피 미국은 알고 있었잖아요. 제가 설악마스터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요.”
그러면서 씩 웃는다.
천진하기까지 한 그 미소에 트럼프는 묘한 섬뜩함마저 느끼고는, 하마터면 어색한 웃음을 지을 뻔했다.
뭐라고 반응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유지웅이 설악마스터와의 친분을 먼저 인정하고 나올 줄은 몰랐다. 가능하면 계속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길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느닷없이 밥을 먹자고 하다니.
‘아니지, 이건 유지웅 의장이 아니라 설악마스터의 의지라고 봐야겠지.’
유지웅이 설악마스터를 설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악마스터는 자기가 내키지 않으면 결국 식사 허락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중대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유지웅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또 한 번의 전진을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에 설악마스터와의 친분을 정식으로 인정한 것이 아닐까.
“지구의 유일한 신수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저야 큰 영광입니다.”
“사진 찍어도 된대요. 아, 근데 당장 공개하는 건 안 된대요. 나중에 공개해도 된다고 하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말에 트럼프는 흥분했다.
“자, 그럼 연락하겠습니다?”
유지웅은 캠프 데이비드의 한 야외 정원을 만찬 장소로 정했다.
지도나 시설을 둘러보지도 않고 곧바로 손가락으로 방향을 콕 집는 것을 보면, 정말로 캠프데이비드 내부 시설에 관해서 해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직접 와본 적도 없는데, 친구한테 이야기를 들었다고 저렇게 속속들이 아는 게 가능한가?’
혹시 설악마스터가 미리 상공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알려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수가 굳이 그렇게까지 번거로운 수고를 감당했으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긴급 일정으로 잡힌 야외 만찬을 위해 캠프 운영팀 및 백악관 의전팀은 부리나케 뛰어다녀야 했다.
“식사는…….”
“설악마스터 몫은 필요 없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가져온다고 했어요. 애초에 인간의 음식은 먹지도 않습니다.”
브라우니가 들으면 ‘제가 치킨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라고 억울해했을지도 모른다. 유지웅은 속으로 브라우니에게 조그맣게 사과했다.
‘미안, 브라우니. 미국 앞에서 넌 근엄하고 위대한 신수 노릇을 해야 해.’
한편 트럼프는 유지웅이 정한 야외 정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캠프 데이비드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
‘너무 좁은데.’
설악마스터의 본신은 굉장히 크다. 날개를 펼치면 양끝의 폭이 무려 2km에 달할 정도다.
그런 거대한 신수가 자리 잡기에는 너무 좁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귀빈이 답답해하지 않을 만큼 안락한 공간을 제공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우려에 지나지 않았다.
“아, 이제 옵니다.”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 유지웅이 그렇게 알려 주었다.
트럼프를 비롯한 백악관 고위 관료 및 의전팀은 바짝 긴장해서 기다렸다. 트럼프는 보안을 위해서 일부러 만찬에 참여하는 인력을 최소화했다.
“저기 내려오고 있네요.”
유지웅이 하늘을 가리키며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돌아갔다.
트럼프는 눈을 가늘게 뜬 채 푸른 하늘을 살폈다.
과연 유지웅의 말대로 무언가 작은 점 하나가 내려오고 있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점은 그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설악마스터!’
마침내 식별 가능한 크기가 되자 트럼프는 흥분해서 주먹을 꽉 쥐었다.
날개를 활짝 펼친, 멋들어진 모습의 설악마스터가 천천히 캠프 데이비드 야외 정원을 향해 하강하고 있었다.
마침내 설악마스터가 자신을 위해 마련한 자리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쥐 죽은 듯한 침묵이 사방에 흐른다. 의전팀은 카메라를 터트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설악마스터는 본신의 크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처음 백악관 벙커에서 만났을 때처럼 평범한 수탉만한 크기도 아니었다.
두 발로 바닥을 지탱하고 머리를 꼿꼿이 세운 모습은 날카로운 느낌이 가득 묻어난다. 그 키는 약 3미터쯤 될까. 날개를 완전히 펼치면 아마 폭이 30미터는 될 것이다.
본신의 모습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지만, 그래도 위압감을 주기에는 충분한 모습이었다.
―미국의 왕이여, 설악산의 주인인 나를 초청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트럼프는 의전팀의 캠코더가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하며 혼자서 흐뭇하게 웃었다. 다들 분명히 들었겠다? 설악마스터가 미국의 왕이라고 칭한 것을?
그는 겸손하게 인사를 받았다.
“미국의 왕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우리 미합중국은 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는 미국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 국가통치권을 위임받은, 시민들의 대표이자 미합중국의 대통령입니다.”
―인간의 규칙이 어떤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내게 보이는 그대로만이 중요할 뿐.
신수와 미합중국 대통령이 정식으로 처음 만나 갖는, 역사적인 만찬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백악관 의전팀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상태였다.
국빈 방문, 해외 정상 회담, G7, G20 등 중대한 의전 행사를 다양하게 치러본 경험이 있지만, 이번 만찬은 그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세계 결정체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사람과 미 대통령, 그리고 지구상에 단 한 개체만 존재하는 위대한 신수가 한데 모인 자리인 것이다.
미국의 역사를 넘어서 전 인류의 역사이기도 한 이 중대한 순간을 단 한 컷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들은 마지막 한 방울의 긴장감까지 모두 쥐어짜낸 채 의전에 임했다.
전장에 나가는 듯 다들 온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인간의 식사는 내게 필요 없다. 나는 이것을 들지.
브라우니의 음성은 공기 파동이 아닌, 마치 정신에 직접 전달되는 듯이 들렸다.
브라우니가 왼쪽 날개를 들어 수평으로 세우자, 날개 끝에서 신비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트럼프는 칵테일 잔을 든 채로 황홀해서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빛의 중앙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보석 같은 물체가 나타났다. 허공에 둥실 떠오른 보석은 신비한 보라색 광채를 뿜고 있었다.
“그, 그것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퍼플 결정체라고 하는 게 적당하겠군.
“퍼플 결정체…….”
트럼프는 홀린 듯이 그 단어를 가만히 중얼거려 보았다.
그가 알기로 결정체는 녹색이다. 하지만 저 결정체는 시선을 빼앗는 보라색 빛을 발하고 있다.
―궁금한 게 있는 모양이군. 질문을 해도 좋다.
브라우니가 선선히 말하자 트럼프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일반적인 결정체는 모두 녹색입니다. 하지만 그 결정체는 보라색이군요.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그것은…….
“아, 그건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그린 결정체나 퍼플 결정체나 사실 기본적으로 구성하는 결정 에너지 자체는 다르지 않아요. 동일한 결정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죠. 하지만 그 결정 에너지 결합 구조가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느냐에 따라서 품질이 달라져 버려요.”
유지웅은 신이 나서 떠들어대기 시작했고, 브라우니는 근엄하게 입을 다물었으며, 트럼프 이하 백악관 일행은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그린 결정체와 블루 결정체는 기본적으로 입자 구조가 동일합니다. 그린 결정체가 석탄이라면, 블루 결정체는 고급 석탄에 비할 수 있지요. 하지만 퍼플 결정체는 입자 구조 자체가 달라져버려요. 이른바 다이아몬드인 거죠. 예를 들어 같은 1,000의 결정도를 갖고 있어도 블루 결정체와 퍼플 결정체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블루 결정체요? 그건 뭡니까?”
“……아차.”
순간 유지웅은 놀라서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브라우니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바라봤고, 트럼프의 눈에는 그 모습이 마치 질책하는 것처럼 보였다.
입이 가벼운 피후견인을 혼내는 후견인 같다고 하면, 아마 오버는 아니겠지?
입을 다문 유지웅을 대신해서, 브라우니가 설명했다.
―너희가 레드 몹이라고 부르는 개체가 있을 거다.
“예, 그렇습니다. 지금 이스라엘에 있는 티라노가 바로 레드 몹이지요.”
―너희가 일반적으로 아는 옐로 몹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지닌 개체다. 그 개체를 잡으면 블루 결정체를 얻을 수 있다. 이름 그대로 파란 색을 띠고 있는 결정체다.
“아, 그렇군요!”
이건 정말 귀중한 정보다. 지금까지 들은 사실만으로도 오늘 이 만찬은 엄청난 가치가 있다.
―하나 더, 레드 등급은 사냥할 경우 사체가 남지 않는다. 신체를 구성한 물질이 그 즉시 블루 결정체에 흡수되어, 블루 결정체만 남게 된다.
“오오!”
트럼프는 전율하며 몸을 떨었다. 그런 귀중한 정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식사자리에서 알려주다니.
이것이야말로 설악마스터가 미국을 친애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아무튼 트럼프는 브라우니가 퍼플 결정체를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신비한 광경이었다.
그냥 입에 넣고 삼킬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퍼플 결정체가 허공에 둥실 떠오른 채 머리 앞으로 이동했다.
곧이어 퍼플 결정체에서 빛 입자 같은 광채가 뿜어져 나오며,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브라우니의 부리 속으로 향했다.
마치 연기를 흡입하는 듯한 모습에, 백악관 일행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음, 맛이 아주 좋군.
“대통령님, 우리도 먹지요. 배고프네요.”
“아, 그러지요.”
유지웅이 쾌활하게 식사를 권했고, 트럼프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만찬을 재개했다.
만찬 도중, 트럼프는 사방에서 수행원들의 보이지 않는 눈짓을 받았다. 귀에 낀 이어폰에서는 쉴 새 없이 참모들의 조언이 울리고 있었다.
이래서야 밥을 먹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물론 애초에 대통령이 주관하는 귀빈 만찬이라는 것 자체가 외교이며, 업무의 일환이지만.
―각하, 물어보십시오.
―어서요.
―각하, 이건 꼭 물어보셔야 합니다.
―이것 좀 물어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거 먼저 물어봐주심이…….
무슨 고장 난 자기 아이폰부터 먼저 고쳐달라고 덤벼대는 AS 받으러 온 고객도 아니고, 이어폰에서 쉴 새 없이 질문이 빗발을 쳤다.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만찬이 끝나고 바로 떠날지, 아니면 티타임을 가질지는 알 수 없다. 제한된 시간 안에 꼭 필요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렇다고 조금의 여유도 없이 질문만 해대는 것도 안 된다. 얼마나 사람이 천박해 보이겠는가.
‘미국의 왕’이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그런 가벼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다음 질문을 던질 타이밍을 잡던 트럼프는 마침내 고르고 고른 궁금증을 꺼냈다.
“설악마스터, 혹시 귀공이 구한 민항기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