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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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모는 어이가 없어서 그저 실소만 나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재주는 참 어디 가지 않는 듯하다. 아니, 오히려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포기하자. 포기하면 모든 게 편해. 생각하는 걸 포기하면…….’
지모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할 수 없군요.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다이아 한 포대만 먹고 튀면 지모 대위가 브라질 입국 금지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일단 만나봐야겠어요.”
저기, 한 포대가 아닌데요? 겨우 한 개인데?
지모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불러오겠습니다.”
지모는 곧바로 내각부 장관을 불러왔다.
유지웅을 보자마자 장관은 곧바로 절이라도 할 듯한 기세로 황송하게 굴었다.
“의장님, 부디 우리 브라질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마존 인근에서 경제 활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수많은 국민들이 지금 아마조니온 때문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음, 사실 제가 브라질을 방문한 것은 아마조니온이 얼마나 강한지 측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예, 봤습니다. 혼자서도 일격에 아마조니온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한 전투력을 지니셨더군요.”
“이런, 방송을 제대로 안 보셨군요. 전 아마조니온을 잡은 게 아닙니다.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녀석한테 마지막 일격을 넣었을 뿐이죠. 아마조니온을 잡을 수 있는 것은 같은 아마조니온뿐입니다.”
유지웅은 태연히 둘러댔다.
‘블루 결정체 나온 거 보니 아마조니온은 레드 몹이 맞아. 어쩐지 옐로 몹 치고는 너무 크다 했어.’
몸집의 크기가 괴수의 강력함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옐로 몹은 몸집이 작은 편이다.
원래 시간축에서 대괴수 시절 초기에는, 괴수의 몸집 크기를 가지고 레드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기도 했었다.
“방송에서 보여드린 게 다입니다. 전 그렇게 강하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오해하셨다면 유감이군요.”
“의장님, 부디 브라질 국민들이 받는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외면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 브라질 공격대의 수준으로는 아마조니온을 잡을 수 없어요. 그렇다고 저 역시 손 놓고 있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 아마조니온을 주시하면서 방법을 찾아볼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장관은 몇 번이나 간절하게 설득했지만, 결국 확답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아예 No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곤란하니 좀 더 지켜보자는 말에는 뭐라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브라질 공격대의 힘만으로 아마조니온을 물리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직까지 큰 희생을 치르지는 않았지만, 여러 번의 레이드 경험을 통해 자국 공격대의 힘으로는 처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상태였으니.
브라질은 이미 아마조니온이 레드 몹이 아닐까 하고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장관님, 저를 믿으세요. 국제공격대연합의 부의장으로서 저는 절대로 브라질의 고통을 방관하지 않을 겁니다. 단지 아직 희생 없이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할 뿐입니다.”
“장태준 전술사무장이 나서준다면…….”
“장 팀장님은 공격대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해줄 뿐이지, 계란으로 바위를 부술 수 있게 강화하는 게 아닙니다.”
결국 첫날, 장관은 특별한 소득을 얻지 못하고 힘없이 돌아가야만 했다.
장관이 돌아가자마자 유지웅은 아직 숙취가 해소되지 않은 지모에게 말했다.
“이거 안 되겠어요. 적당히 분위기 봐서 튀어야겠습니다.”
“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지웅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가 타고 온 전용기가 기체 불량으로 이륙할 수 없게 됐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며칠 정도 정비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브라질 정부가 수작 부린 거 맞죠?”
“글쎄요. 물증은 없습니다만…….”
지모는 말을 흐렸다.
정황이 너무 공교롭긴 했지만, 확실하지도 않은데 자신이 나서서 브라질 정부를 험담할 수는 없었다.
또 만약 정말 브라질 정부의 소행이라면, 나쁜 뜻이 아니라 어떻게든 유지웅의 발목을 붙들고 애원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지모는 오히려 브라질 정부가 가엾기까지 했다.
‘대체 내가 왜 브라질 정부에 동정심이 가는 거지? 캡틴 지모, 그래서는 안 된다! 넌 유지웅 의장님의 편이어야만 해! 아아, 하지만 그들은 너무 가엾고 애처롭게 매달렸어…….’
한편 유지웅도 나름대로 고민에 빠졌다.
“이거 브라우니를 타고 나갈 수도 없고 참…….”
브라우니는 지금 한국에 있지만 이곳으로 부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지모를 데리고 나갈 수가 없다는 점이다. 만약 그만 남겨두고 가면 브라질 정부한테 어떤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
브라질 정부가 그를 호되게 대하진 않을 것이다. 그 또한 자기 몸 하나 피할 정도의 능력은 된다.
그래도 친구인데 그래서는 안 되지 않은가.
“에이, 일단 기체 정비하는 동안 여기서 휴양한다고 생각해야지, 뭐. 밀린 방송 영상 편집이나 해야겠다.”
브라질 정부는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유지웅을 찾아와서 간곡히 청을 넣었다. 물론 그때마다 유지웅의 대답은 똑같았다.
“지금으로서는 아마조니온을 잡는 것은 무리입니다. 큰 희생을 치러도 잡는다고 장담할 수 없어요. 초죽음 상태인 아마조니온도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공격대는 우리가 구성하겠습니다. 의장님이 약간의 전력 보탬, 그리고 장태준 전술사무장의 지휘만 더해 주십시오.”
“아. 글쎄 그 놈 참 어려운 상대라니까 자꾸 이러시네.”
전용기의 불량을 정비하는 동안, 유지웅은 페르난도를 만나 싸우고, 굴복시키는 장면을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렸다.
아마조니온이 죽고 난 다음이 너무 궁금했던 시청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동영상은 올린 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3억 뷰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누가 감히 이 페르난도의 보호를 받는 충직한 부하를 괴롭히는 것이냐! 내 땅에서 내 보호를 받는 충직한 부하를 건드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만약 그러고 싶다면 이 나를 먼저 넘어서 보아라!」
「네놈의 부하가 나를 죽이고 내 보물을 찬탈하려 해서 내 친히 벌하고자 하는데, 그것을 감히 훼방 놓을 셈인가!」
「지금이라도 내게 무릎을 꿇고 패배를 인정하라. 그럼 내가 너를 오른팔이자 의형제로 삼아, 내가 지닌 모든 부와 명예를 함께 나누어줄 것이다.」
「페르난도. 너는 내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다. 오히려 내가 제안하지. 내 앞에서 무릎 꿇어라.」
“크으윽!”
페르난도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벌써 82번째 시청하는 중이지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명장면의 연속이다.
「말해다오! 무엇이든 하겠다! 내 여자와 부하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페르난도, 그전에 묻겠다. 약자를 죽인 적이 있나?」
「없다. 우리 조직은 약자를 죽이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사람을 죽인 적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가 가진 것, 우리의 땅을 탐낸 다른 갱단 조직원일 뿐이다.」
「좋다. 그럼 이곳의 치안과 질서를 네가 책임져라.」
‘머나만 동쪽의 운명’이란 타이틀을 탈고 올라온, 유지웅과 페르난도의 만남과 전투, 복종과 참회를 다룬 내용은 시청자들 사이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쩐다. 스토리, 연출, 전투, 액션, 서사, 캐릭터, 편집,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네.
―난 이게 실화라는 게 더 놀랍다. 처음에는 정말 짜고 친 영화 같은 건 줄 알았어. 근데 페르난도라는 갱단이 브라질 마나우스 도시에 정말로 유명하더라고. 브라질 사는 지인이 알려주던데, 현지에서는 끗발이 장난 아니라고 하더라.
―지웅이 형님이 그럼 브라질 갱단 간판 부수기 하러 브라질을 가신 건가?
―영상 제대로 안 봄? 페르난도 갱단 끄나풀이 지웅이 형님의 차를 훔쳐 달아났고, 그걸 추적한 끝에 결국 이런 대감동 스토리가 만들어진 거잖아.
―근데 솔직히 페르난도 멋있다. 갱단 마피아한테 이런 생각 품으면 안 되는데 정말 멋있긴 하네.
―약자를 괴롭힌 적은 없대. 그래서 지웅이 형님도 장고 끝에 살려두고 참회시킨다고 결정하신 거고. 구정물을 퍼내봤자 그 자리에서 계속 차오른다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덜 더러운 구정물을 넣어두는 게 낫다고 생각하신 거지.
―지웅이 형님이 브라질에서 계속 머무르실 순 없으니까. 합리적인 결정을 하신 것 같다.
―근데 페르난도 때문에 자꾸 묻히는데, 지웅이 형님이 아마조니온 한 방에 때려잡은 건 왜 언급 안 되는 거냐?
―그건 초죽음 상태였던 괴수를 막타만 날려서 죽인 거라고 이미 해명하셨다.
―그럼 그 아마조니온을 초죽음 상태로 몰아간 다른 개체는 왜 영상에 전혀 없는 건데? 그림자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유지웅이 아마조니온을 혼자서 한 방에 잡았다, 아니다.
아마조니온 두 개체가 서로 싸우다가 초죽음 상태였다, 아니다.
그런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페르난도와 싸우고 무릎 꿇리는 서사 과정이 주는 감동에 묻혀 크게 부각되지는 못했다.
유지웅은 처음으로 유튜브 본사에 연락을 취했다.
“저, 유튜버 유지웅이라고 하는데요.”
「Hello?」
“통역 끼고 말하는 겁니다. 제가 분명히 제 채널에는 광고 안 싣는다고 말한 것 같은데, 왜 자꾸만 광고를 끼워 넣는 거죠? 광고 때문에 제 시청자들이 제 방송을 방해 없이 볼 수가 없잖아요.”
「저, 정말 유튜버 유지웅 님이신가요? 잠시만요. 곧바로 치프를 바꿔드리겠습니다.」
「제가 치프입니다! 영광입니다! 월드 베스트 스트리머님이 이렇게 손수 전화를 주실 줄이야!」
“아, 전부터 제가 광고 싣지 말라고 했잖아요. 광고 때문에 시청하는데 방해된다는 시청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도대체 광고를 몇 개나 주렁주렁 넣는 겁니까?”
유지웅의 올리는 동영상들은 조회수가 압도적이다. 2위와 비교 자체를 거부하는 독보적인 1위를 자랑한다.
그렇다 보니 유튜브 측에서는 이런저런 길고 무거운 광고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농담이 아니라 프리미엄 계정(광고를 건너뛸 수 있는 유료 계정)이 아니고는 시청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불평불만이 많을 정도다.
「미스터 유, 하지만 생각해 주십시오. 광고가 다소 불편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신 많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유료로 넘어오게 유도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들이 미스터 유의 컨텐츠를 시청하는 비율만큼 수익을 정산해드리고 있고요.」
“아, 답답해 죽겠네. 자꾸 이러면…….”
「미, 미스터! 제발!」
설마 스트리밍 해지? 타플래폼 이전? 치프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안 돼! 그것만은!
“당신들 회사 모기업 사버린다?”
「미, 미스터?」
“그러니까 당신들 모회사 사버리기 전에 빨리 광고 없애줘요. 아니, 아예 없애라고는 안 할 테니까 시청하는데 불편함 없도록 다른 동영상들하고 형평만이라도 맞춰줘요. 무슨 10분짜리 영상 하나 보는데 광고가 20개가 주렁주렁 붙는 게 말이 됩니까?”
「미, 미스터!」
이제껏 수많은 일반 고객, 기업 고객,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무수한 컴플레인을 받아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협박은 처음이었다. 자기 불평을 안 들어주면 모회사를 사버리겠다니.
“최소 10분당 2개 밑으로 줄여요.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