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53)
— 프리시즌 헬조선편 오염수 —
“진작 이렇게 할 것이지. 이제 깔끔해졌네.”
결국 유지웅은 만족스러운 승리를 거뒀다.
모회사를 사버린다는 협박에 유튜브는 견디지 못했다. 결국 항의전화를 한 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광고수를 대폭 하향 조절하겠다는 확답을 얻어냈다.
“10분짜리 영상에 광고가 20개 넘게 붙는 게 애초에 말이 되냐고. 애들은 도대체가 적당히라는 것을 몰라요. 쯧쯧,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 같으니…….”
자본주의의 폐해는 더 큰 자본주의로 해결한다.
오늘도 자신의 신념을 실천에 옮기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낸 유지웅은 간만에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브라질에 갇혀 있다시피 한 지금, 모처럼 맛보는 한 줄기 희열이었다.
“그나저나 아마조니온이 골치 아프긴 하네.”
유지웅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브라질 정부가 매일 같이 찾아와 레이드를 조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지만, 그보다 미국과 유럽 등 여러 선진국에서 은근히 회유해오는 것도 귀찮았다.
―아마존 우림은 지구의 허파입니다. 이 이상 파괴되면 지구의 대기 생태계가 장차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티라노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음을 상기해 주십시오. 괴수의 존재가 반드시 인류에게 해가 되지만은 않는다는 의장님의 판단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서방국가 편을 들어달라는 이야기였다.
유지웅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리고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최윤입니다.」
“접니다, 박사님. 그 문제는 생각해보셨나요?”
「아마조니온 말씀이시군요. 네, 다른 박사님들과도 의논을 해봤습니다.」
“박사님들 의견은 어떻죠?”
「아마존 우림 일대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아마조니온을 놔두는 방법이 유일하겠지요. 물론 브라질이 입게 되는 손해가 있지만…… 그게 의장님의 책임은 아니지 않습니까.」
“흐음…… 역시 비 남미 지역의 생각은 다 비슷비슷한가 보네요.”
「이 이상 아마존이 파괴되면 장기적으로 지구 산소 환경에 좋지 않다고 예측됩니다. 물론 지구의 생태계가 그리 쉽게 무너질 만큼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저력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고 봅니다.」
“알겠습니다.”
유지웅은 그 밖에도 자기 인맥을 총동원해서 다양하게 연락을 취하고 의견을 물었다. 정효주는 물론이고 류이한 사장과 김범석 등을 포함한 측근들, 심지어는 동일본 정부의 수장 카오리한테도 연락을 해봤다.
「갑자기 연락하셔서 아주 심각한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만, 브라질 문제였군요.」
카오리는 몹시 황당해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생각해서 대답해주었다.
「그냥 놔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지구의 산소를 위해서라도…….」
거의 대부분 놔두는 게 좋다는 의견이었다.
브라질을 돕느냐, 마느냐.
“아, 난 이런 때가 제일 싫더라. 양쪽 다 자기들 나름대로 옳은 입장이 있는 거. 근데 난 거기에 아무런 책임도 없고 중재해야 할 이유도 없을 때.”
유지웅은 정효주를 붙잡고 푸념하기도 했다. 물론 위성 전화다.
「브라질하고 서방국하고 합의 먼저 보고 오라고 하면 안 돼? 아마조니온 처리하는 대신에 밀림 개발은 멈추고, 대신 경제원조 해주시는 식으로.」
“내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이 분쟁의 당사자이자 재판관이 돼버리고 말아.”
「골치 많이 아픈가 보구나. 너 그런 거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
“전용기는 대체 언제 고쳐지는지 모르겠네. 아무래도 브라질 정부가 수 쓴 게 맞는 거 같은데.”
「그냥 무시하고 다른 항공기 타서 나오면 되잖아. 네가 언제부터 브라질 정부 눈치를 그렇게 봤다고.」
“그래도 사람이 인정이 있지, 너무 매몰차게 떠나면 남미에서 연합과 제니스 컴퍼니 이미지 최악이 되잖아. 떠날 땐 떠나더라도 다음에 이뤄질 좋은 만남을 기약해놓고 떠나야지.”
「그걸 알고 전용기에 수를 쓴 거면 브라질 정부도 꽤나 영악하네.」
“귀엽게 봐주지, 뭐. 이 정도는.”
한편 한국의 계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현재 상황에 대한 보고도 들어왔다.
「법안 통과를 놓고 제법 갈등이 생긴 모양입니다.」
“응? 그 문제는 끝난 거 아니었어요?”
「제니스 타운 특별자치구역 법안은 별 문제 없는데, 선거구 재편 법안에서 진통이 일었습니다. 야당 내부에서 눌려 있던 불만이 터져 나온 모양입니다.」
“어쩐지, 아무리 그래도 자기들 밥그릇이 달린 문제인데 그 양반들이 순순히 합의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의 후원을 받던 친일정당이자 여당은 최형식에 의해 이미 몰살당했다.
지금 국회에 남은 이들은 저마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적당한 부정과 얼룩이 있다 해도, 일단은 사람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정치인인 그들이 아무런 잡음 없이 선거구 재편 합의를 이뤄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뒤늦게라도 잡음이 일어나는 게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서울 상수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갑자기 무슨 문제요?”
「정수 처리 설비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3시간 전부터 서울 전 지역에 단수를 실시하고, 정수 시설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단순 고장인가요?”
「전문가들 말로는 설비 노후화로 인한 문제 같다는데, 계엄사령부에서 테러로 문제를 크게 확대할 분위기입니다.」
“김호 대통령이 독하게 마음을 먹긴 했네요. 이참에 자기 건드릴 만한 것들은 다 찍어 누르겠다…….”
류이한 사장한테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전황을 들은 후, 유지웅은 곧바로 김범석한테 연락을 취했다.
“범석아, 네가 한 거 아니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인님?」
“야, 서울 상수도 문제 생겼다며. 계엄군이 그거 가지고 테러니 뭐니 바람 잡고 있는 중이라고 하던데. 그거 설마 네가 한 거 아니지?”
「주인님, 저도 서울 주민입니다. 서울 상수도는 절대 안 건드립니다.」
“그래, 알았다. 혹시라도 네가 도를 넘어섰다 싶으면 내가 제지해야 하니까 한 번 확인해봤다.”
「아무런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소한의 피해로 이 나라가 주인님의 소유가 될 수 있도록 대령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유지웅은 불평했다.
“아, 계엄이라도 끝나면 그 핑계로 여기 뜨는 건데.”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대자로 뻗고 누운 유지웅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섬주섬 카메라 등 방송 촬영 장비를 챙겼다.
“이왕 이리 된 거, 신규 컨텐츠나 한 번 찾아다녀 보자.”
유지웅은 지모를 호출했다.
“지금 아마존 숲으로 들어갑니다.”
“아마조니온을 다시 살펴보실 생각이십니까?”
“네, 맞아요. 브라질 정부도 하루가 멀다 하고 징징거리는데, 뭐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좀 내야 하지 않겠어요? 이왕 이리된 거 방송 컨텐츠도 충분히 확보하는 셈치죠.”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지모는 전의 그 차량과 가이드를 준비했다. 재미있게도 지모가 준비한 가이드는 라코스키였다.
“이번에는 차 들고 튀면 안 된다, 알겠어?”
유지웅이 일부러 밝게 웃으면서 말하자 라코스키는 곧바로 창백해진 채 정신없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셋은 산악 차량을 타고 아마존 숲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이 방향이 확실한 거야?”
“맞다고 합니다.”
“이거, 참. 브라질은 어지간히 재수도 없네요. 아마조니온 세 개체가 모두 자국 영토 아마존 숲에 있다니. 아, 이제 한 마리는 죽었으니 두 마리가 남은 건가요?”
“아무래도 아마존 숲 중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보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한 시간 남짓 달리다 보니 어느덧 저 멀리 은색의 거대한 벽이 보였다.
라코스키는 도중에 위험하니 자기는 내려야 한다는 말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꼼짝없이 따라와야만 했다. 이래서 전과가 있으면 힘들다.
“라코스키, 넌 여기 있어.”
유지웅과 지모는 차에서 내렸다.
둘은 저 멀리 아마조니온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지모는 살짝 뒤떨어진 채 방송 카메라를 들고 유지웅을 비췄다. 녹화는 하고 있지만 송출은 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근데 늪인가요? 바닥이 질척질척하네요.”
“늪은 아니고 지류로 이어지는 얕은 물길입니다. 아마존 강은 워낙 수량이 풍부해서 이렇게 젖어 있는 땅이 많습니다. 이게 이어지다 보면 하천으로 변하고, 지류로 변하고, 다시 강으로 합류하지요.”
풀이 드리워진 바닥은 질척하게 물이 고여 있었다. 깊이는 한 1, 2cm 정도 된다. 운동화가 다 젖는 바람에 끈적거리는 느낌이 불쾌하게 발목을 감싸온다.
아마조니온과 80미터 정도 남겨두었을 무렵, 유지웅이 불현듯 중얼거렸다.
“근데 이상하긴 하네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모는 불안해서 되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괴수 관련해서 유지웅이 불안하다고 하는 말은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그는 인간 중에서 괴수에 관해 가장 해박한 인물이었으니.
“아마조니온 저 놈, 레드 몹이 틀림없거든요. 레이드 영상도 몇 번 봤는데 탱커들이 한두 방 만에 죽었어요. 힐을 넣을 틈도 없이 즉사했죠.”
“그랬죠.”
다만 이동 속도 등 전반적인 움직임이 느리고 둔한 편이라, 탱커만 잃고 다른 공격대원들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마조니온도 굳이 끝까지 그들을 쫓지 않았다.
“레드 몹은 원래 꽤 포악해요. 괜히 선공형 몬스터가 아닙니다. 그런 놈이 가만히 있는 자신을 인간들이 건드렸는데도 설렁설렁 전투에 임한다? 이건 레드 몹의 기본 성향과 완전히 정반대라고 볼 수 있죠.”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는 태도를 보면 레드 몹이 아니라 꼭 옐로 몹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레드 몹이 아닐 수도 있지 않습니까? 몸집만 큰 옐로 몹이라거나…….”
“아, 레드 몹 맞아요. 저번에 결정체 색 확인하고 알았어요.”
“……?”
지모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유지웅은 그의 궁금증을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은색 벽을 유심히 살폈다. 벽처럼 보이지만 은색 비늘로 뒤덮인 뱀의 몸통이다. 몸통의 지름이 3미터가 달하다 보니 거대한 벽처럼 보이는 것뿐.
“레드 몹인데도 옐로 몹 이상으로 얌전한 척 가만있는 애들은 보통 꼭 음흉스러운 뭔가가 있는데 말이지…….”
유지웅은 아마조니온을 향해 저벅저벅, 조용히 다가가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그때 지모가 갑자기 뒤에서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유지웅이 돌아보자 잔뜩 긴장한 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의장님, 저길 보십시오. 사람이 쓰러져 있습니다.”
“사람이? 아니, 왜 이런 곳에서?”
“복장을 보면 아마존 원주민인 듯합니다.”
유지웅은 재빨리 그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과연 지모의 말대로 밀림 원주민인 듯이 보였다. 몸 이곳저곳에 문신을 하고 짐승 가죽으로 만든 옷으로 최소한의 부위만 가리고 있었다.
둘은 서둘러 쓰러진 원주민을 향해 다가갔다. 지모는 자세를 낮추고 조용히 그의 숨결을 확인했다.
“살아 있습니다. 어떡하죠?”
“잠깐 비켜 봐요. 해볼 게 있어요.”
힐이 될까?
유지웅은 팔을 걷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