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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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은 언제 마지막으로 힐을 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거의 한 십 년 된 거 같은데?’
원래 시간축에서 보낸 8년, 과거로 돌아와서 다시 2, 3년, 그리고 지금 이곳 헬조선 차원축에서도 나름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따져 보면 마지막으로 힐을 한 게 한 10년은 됐다.
‘난 앱서버로 각성하면서 힐 능력을 잃었어. 하지만 지금 내 왼손에는 균열이 있고, 지금의 난 근딜은 물론이고 원딜까지 자유자재로 활약할 수 있지.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다중복합 능력자! 그렇다면 잃어버린 힐 능력이 다시 살아났을 수도!’
“어? 안 되네?”
설마 힐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서 잔뜩 긴장해서 지켜보던 지모가 몸을 휘청거렸다.
“의, 의장님?”
“혹시 힐이 되지 않을까 해서 한 번 해봤는데 안 되네요. 어쩐다. 지금 이 사람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어요?”
“호흡과 맥박이 불규칙합니다. 안색도 매우 안 좋고, 체온도 낮은 편입니다. 제가 의사가 아니라서 더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상태가 너무 안 좋습니다.”
“그럼 일단 시내로 데려가죠. 페르난도 애인 중에 힐러가 있으니까 한 번 치유를 부탁하면 될 것 같아요.”
“네, 그렇게 하지요.”
지모가 원주민을 업으려고 했지만, 유지웅이 손사래를 치며 말렸다. 그리고 자신이 한 팔로 가볍게 들어올렸다.
지모는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도 자신보다 지위가 한참 높은 사람이 번거롭게 힘쓰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니, 신기하게 보인 것이다.
“왜 그렇게 봐요?”
“의장님이 설마 직접 드실 줄은 몰라서…….”
“이런 건 힘센 사람이 하는 게 효율적이죠. 지모 대위는 나보다 힘 약하잖아요.”
지모는 쓴웃음을 지었다.
가끔 사람 혈압이 터지도록 하는 재주가 있는 인물이지만, 이런 소소한 모습을 보면 제니스 타운의 미래는 밝은 것 같다.
어째서 제니스 컴퍼니 같은 초거대 기업이 오너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별 잡음 없이 잘 굴러가는지 알 것 같았다.
유지웅은 차량에 쓰러진 원주민을 싣고, 자신도 올라탔다.
운전석에 오른 지모가 시동을 걸고 차를 돌렸다. 라코스키는 느닷없이 원주민 한 명을 싣고 돌아오자 당황했다.
하지만 유지웅에게는 차마 물어보지 못하고, 지모에게만 슬쩍 질문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모른다. 아마조니온 근처에 쓰러져 있었다. 상태가 안 좋아서 일단 저택으로 데려가는 중이다.”
“저, 저놈 옷차림을 보니 므야부르스 부족이라고요! 아마존 원주민들 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이고 난폭하기 그지없는 부족이란 말입니다!”
“겨우 병자 한 명인데 무슨 상관이냐.”
“상관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저놈을 데려가는 걸 부족원들이 멀리서 지켜봤다면, 나중에 밀림에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들어와야 할 겁니다! 저놈들은 독화살과 독침, 함정 같은 걸 자유자재로 씁니다! 밀림 속에서는 독사보다 더 무서운 부족입니다!”
“네가 걱정할 게 아니다.”
지모는 그렇게 일축한 뒤, 계속 액셀을 밟았다.
밀림을 벗어나 도시로 들어온 차량은 곧바로 페르난도의 대저택으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브라질 정부에서 나온 관리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가 유지웅을 보고 안색이 밝아졌다.
“의장님! 아마조니온 탐색을 하러 밀림에 들어가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어떻게 몸은 별 탈 없으십니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잠깐만요. 이봐, 페르난도.”
유지웅이 손짓하자 페르난도가 재빨리 달려와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거참, 항상 딱딱하게 예를 취할 필요는 없다니까 그러네.”
“아닙니다. 저는 이게 편합니다.”
“무슨 브라질리언 김범석도 아니고…… 아, 맞다. 힐러 한 명만 데려와 봐. 그리고 의사도 준비하고. 환자가 있어. 감염관련 전문의로 준비해.”
“환자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다.”
페르난도는 얼른 자기 애인 중 한 명에게 눈짓했고, 붉은 원피스를 입은 글래머 미녀가 앞으로 나섰다.
‘질병이 아닌 외상적 요인이라면 힐이 치료를 해주겠지.’
힐은 유전적 기형이나 바이러스 및 세균에 의한 질환이 아닌 일반 외상은 전부 치료할 수 있다. 만약 힐이 통하지 않는다면 의사가 나서야 한다.
애인 힐러가 나서서 손바닥을 원주민의 가슴에 닿지 않을 정도로 살짝 올렸다.
사실 그렇게 가깝게 가져갈 필요는 없지만, 유지웅의 눈치를 봐서 좀 더 정성을 들여 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제스처였다.
힐러의 손바닥이 빛나는가 싶더니 밝은 기운이 원주민을 향해 흘러들어갔다.
“쿨럭! 쿨럭!”
그러자 곧바로 원주민이 옅은 기침을 토하며 눈을 떴다. 붉게 달아올라 있었던 피부색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우오오! 우오!”
상체를 일으켜 세운 원주민은 표정을 한껏 일그러뜨리며 주변을 잔뜩 경계해서 돌아봤다.
원주민 언어를 조금 아는 라코스키가 손짓 발짓을 동원해서 상황을 설명하자, 원주민의 호전적인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
“다행입니다. 정상으로 회복됐어요.”
지모가 안심해서 돌아봤지만, 유지웅은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일이 잘 풀렸는데 왜 저러는 것인지, 지모는 의아해서 물었다.
“의장님?”
“잠시만요. 뭔가 이상한데…… 으으, 왜 자꾸 뭔가가 생각날 듯 말 듯 하지?”
“혹시 뭔가 짚이는 게 있습니까? 아까 저 원주민이 발견된 장소에서 이상한 거라도…….”
“아니, 지금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저 원주민이 힐 받고 일어난 것 때문에 그래요. 이게 뭐더라? 뭐라고 하더라? 분명히 뭔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기억의 한편에 치워둔 먼 일을 강제로 떠올리려는 듯이 보였다.
그래서 더욱 의아했다. 과거에 이런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고? 그건 더 말이 안 되지 않나?
“아! 맞다! 기억났어!”
유지웅이 딱 소리 나게 손가락을 튕기자 지모는 얼른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시죠?”
하지만 유지웅은 얼른 대답하지 않은 채, 좀 전보다 더욱 구겨진 안색으로 먼 지평선을 노려보고 있었다.
무엇을 보는가 싶던 지모는 문득 저 방향에 아마존 우림이 있음을 깨달았다.
‘설마?’
“지모 대위, 저 원주민 환자…… 아까 분명히 눈에 띄는 외상 같은 것은 없었죠?”
“그랬었습니다.”
“피를 토한 흔적도 없었고요?”
“네, 전혀 없었죠.”
“그런데 어디 질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아팠단 말이죠.”
“그랬지요.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겁니까? 지금은 다 회복되지 않았습니까?”
“내가 잠시 잊고 있었어요.”
유지웅은 작게 탄식했다.
어느새 페르난도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그를 집중하고 있었다. 비록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그가 느끼는 저조한 기분에 전염된 것이다.
“질병 환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힐에 반응해서 회복되는 경우는 대부분 한 가지뿐인데, 그걸 잠시 잊고 있었어요.”
“네?”
“물론 100%는 아니지만, 99.9%로 한 가지 경우뿐이거든요. 나머지 0.1%는 중요하지 않은 예외들이죠.”
“어떤 경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유지웅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과잉 축적이요.”
모든 물질은 섭취함에 있어 적정량, 허용량, 위험량, 치사량 등 그 양을 정하는 다양한 기준이 있다. 그리고 아무리 이로운 물질이라 해도 위험량을 넘어서면 독극물이 된다.
소금을 독극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이 소금 2kg을 한 번에 섭취한다면 어떻게 될까. 치명적인 장기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결정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결정 에너지는 그 자체로 사람을 죽이거나 해를 끼치진 않아요. 심지어 결정체를 삼켜도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소화되거나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될 뿐이죠.”
지모는 어느 때보다 눈을 빛내며 유지웅의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페르난도와 유지웅의 대접전을 열심히 실시간 통역을 한 노고를 이제야 받는구나 싶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인간이 결정 에너지를 신체에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는 없어요. 그 예외적인 경우가 바로 두 가지죠. 하나는 레이더 각성, 다른 하나는…….”
지모는 숨 쉬는 것도 잊은 듯이 귀 기울여 들으며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결정 에너지와 완전히 동화된 물질을 섭취하는 거죠.”
“물질과 동화가 된다는 건, 철강혼합물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 인위적인 혼합이죠. 사실 결정 에너지는 좀처럼 다른 물질과 혼합되지 않아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이 강제로 만들어내는 인공 원소처럼, 인간의 기술력으로 강제로 물질과 동화시키는 거죠. 플라스틱 물질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잖아요?”
지모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론적으로는 결정체 비료 같은 것도 생산이 가능해요. 수확량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드는 것이기에, 인간에 대한 유해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계산해서 만들죠. 하지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결정체 비료는 그렇지 않겠군요.”
“그래요. 인간에 대한 배려나 안정성 같은 것은 없죠. 그걸 섭취하게 되면 과잉 축적 반응이 일어나요.”
“그렇다면 자연적인 결정체 비료 같은 게 어딘가에서 만들어졌고, 저 원주민이 그걸 섭취했다는 뜻입니까?”
“비료는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그게 뭔지는 지금으로서는 몰라요. 하지만 인간이 섭취 가능하거나 혹은 접촉 가능한 형태로 존재할 거예요.”
“조금 더 쉬운 예시를 들어 설명해 주십시오.”
“일단 유기물, 무기질을 가리지 않아요. 만약 무기물이라면 체내에 흡수될 수 있는 결정 에너지를 파장 형태로 내뿜는 보석, 돌멩이 같은 것일 수도 있죠.”
유지웅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설명했다.
지모는 그 진지한 표정에서 문득 페르난도와 대접전을 벌일 때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기도 했다.
“가장 확실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바로 사람의 손에 의한 인공 합성이라는 거군요.”
“네, 맞아요.”
“분명 자연적으로는 그런 동화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셨고요.”
“네, 그것도 맞습니다. 거의 드문 현상입니다. 그래서 저도 잊고 있었어요. 그때에는 전혀 큰 문제가 아니었거든요.”
60년 이상 결정체 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는 정말 별 거 아닌 문제다. 하지만 이제 막 태동기인 이 시대에서는 전혀 다르다.
“무기물과 달리, 유기물이라면 더욱 다양하죠. 나무에 열리는 열매, 밭에서 자라는 풀, 꽃가루, 씨앗, 소금이나 설탕, 그 밖의 인간이 접하거나 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유기물질에 흡수될 수 있어요. 원래는 흡수되지 않지만 어떤 특정한 원인에 의해서 그런 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렇게나 다양하다면 무엇이 원인인지 알아내는 것도 어렵겠습니다. 원주민들은 특히나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정밀한 의사소통이 어려우니…….”
그렇게 말을 하던 지모는 별안간 옆으로 쿵 하고 쓰러졌다.
유지웅이 깜짝 놀라서 얼른 부축했다.
“지모 대위? 헉, 몸이 왜 이렇게 뜨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