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69)
— —
항공기 제작업체 네 곳에 주문 전화를 넣은 뒤 유지웅은 브라질에 남겨진 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최윤입니다.」
“최윤 소장님, 우리도 결정체 항공기 엔진 하나 만드는 게 어떨까요?”
「예?」
“결정체 발열기관, 결정체 전력기관도 만들었잖아요. 그럼 이제 결정체 제트엔진을 만들 차례죠.”
「그 두 기관의 실용화나 최적화도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 두 기관의 상용화부터 일단 시급한 상황입니다.」
“기술은 완성됐으니 생산단가 떨어뜨리는 거야 다른 사람들 시키면 되잖아요. 우리도 결정체 제트엔진 만들어요. 스카이가디언처럼 지구 반대편까지 20분 걸리는 정도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마하 3, 4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전용기가 타고 싶을 뿐입니다.”
「의, 의장님!」
「으아앗! 비켜 봐요, 최윤 소장! 내가, 내가 대화하.」
「안 됩니다, 교수님! 전화기 뺏지 마세요! 그러시면 안 돼요!」
“아, 잘 됐네. 혹시 니트로 교수님하고 통화 가능해요?”
「아니, 아닙니다. 니트로 교수님은 지금 상태가 안 좋습니다. 어제도 철야를 하셔서 조금이라도 주무셔야 하는데 의장님 전화 온 거 소리 듣고 벌떡 일어나서 저러시는 겁니다. 저분 지금 못 주무시면 쓰러지십니다.」
“에이, 그래요? 아쉽네.”
유지웅은 아쉽게 투덜거렸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소장님, 아무튼 그럼 결정체 제트엔진 개발하시는 겁니까? 오늘부터 1일이에요?”
「제가 지금 다른 연구도 밀려 있어서…….」
“이미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롭 그루먼, 에어버스에 주문 넣었습니다. 제트엔진만 뺀 초음속 여객기 만들어달라고요. 아, 기존 방식의 제트엔진까지 포함된 완제품도 따로 주문했습니다. 그들과 경쟁하고 싶지 않으세요? 그냥 엔진만 만들면 되는데?”
「의, 의장님!」
“넉넉하게 8기씩 주문했으니까 모두 32기입니다. 그 중 16기에 달 엔진이 필요해요. 설마 귀여운 초음속 여객기들이 엔진도 없이 격납고에서 쓸쓸하게 방치된 모습을 보고 싶으신 건 아니겠죠?”
유지웅은 최윤이 지닌 공돌이 감성을 교모하게 살살 긁었다.
결국 최윤은 패배를 선언하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여유를 내서라도 결정체를 연료로 하는 제트엔진 개발에 착수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장님의 과감한 결단 덕분에 16기나 되는 귀여운 항공기들이 엔진도 없이 쓸쓸히 히키코모리가 되는 꼴을 면할 수 있게 됐네요.”
커스텀 주문기체는 아직 제작에 착수되기는커녕 설계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뭐 어떤가.
그렇게 최윤한테까지 지시를 내린 유지웅은 한결 산뜻해진 마음으로 전용기 바깥의 하늘 절경을 즐길 수 있었다.
가벼워진 기분으로 경치를 즐기고 있는데, 톡이 왔다.
얼마 전 제니스 타운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강돈집’ 사장 강서우였다.
―의장님, 강사장입니다.
―아, 사장님. 요즘 장사는 잘 되시나요?
―너무 잘 돼서 탈이죠. 안 그래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서 힘듭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전에 서울에서 장사했던 건물 말입니다. 다음 세입자가 안 들어와서 건물주 아들이 발만 동동 구른다고 하더군요.
공교롭게도 강서우가 가게를 나오고 난 후 팔당호 오염 사건이 터진 바람에, 건물주 아들은 새 세입자를 전혀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회의론이 널리 퍼지고 있는 와중에, 굳이 낡고 오래된 1층짜리 상가에 들어가서 영업을 하려는 바보는 없는 것이다.
―그때 제니스 타운에서 이주 제안을 하지 않았으면, 전 무리해서라도 거기서 계속 장사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요.
―타이밍이 좋았던 거죠. 너무 그러실 것 없습니다. 장사 잘 하세요. 다음에 애완조 데리고 한 번 놀러가겠습니다.
―옙, 그 녀석을 위해 제가 신경 써서 고기 좀 재워놓겠습니다. 한 50인분이면 될까요?
―저보다 우리 브라우니를 더 신경 쓰시는군요.
―브라우니가 우리 가게 최고의 VIP입니다. 혼자서 몇 십 인 분 먹는 손님 없습니다.
톡을 마무리하고, 유지웅은 옆에 앉은 브라우니에게 말했다.
“야, 브라우니. 좋겠다? 네가 강돈집 최고 VIP래.”
「에헴, 자고로 남자라면 고기 50인분은 거뜬히 먹을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적당히 처먹어.”
「제 입에 들어가는 게 그렇게 아까우세요! 정말 너무하세요, 주인님!」
“누가 돈이 아깝대? 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잖아. 자기 몸집의 몇 배를 그렇게 처먹어대니까.”
유지웅은 전용기를 타고 곧바로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이름은 서울공항이지만, 실제로는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공군기지다.
원래 민항기의 이착륙은 특수한 목적을 띤 경우에만 이뤄지지만, 유지웅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서울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공항에 내린 유지웅은 미리 대기해둔 수직이착륙기를 타고 곧바로 팔당호로 향했다.
그는 왼쪽 어깨에는 브라우니를 앉히고, 오른쪽 손에는 결정도 탐지기를 쥐고 있었다. 브라질에서 하나 챙겨온 것이다.
“자, 팔당호야. 너의 비밀을 내게 보여주지 않으련?”
수직이착륙기에서 내린 유지웅은 설렁설렁거리면서 혼자 팔당호 주변을 맴돌았다.
수행원 몇이 대동하긴 했지만, 항공기 옆에 놔두고 혼자서 팔당호를 살폈다.
“브라우니, 특별히 이상한 기운 같은 거 안 느껴지냐?”
「없는데요.」
“저번에 물 퍼올 때는 어땠어?”
「그때도 없었습니다.」
“에이, 도움 안 되는 놈. 그저 처먹을 줄이나 알지.”
유지웅은 호수 근처까지 내려가서 수면에 결정도 측정기를 대고 스캔을 실시했다. 삐삑 하는 신호음과 함께 결정도 반응이 나타났다.
소수점 아래를 맴도는 희박한 농도다.
하지만 사람이 섭취하게 되면 탈이 나기에는 충분하다. 애초에 레이더가 아닌 일반인은 결정 에너지를 체내에 받아들이면 안 된다.
“내 왼손의 흑염룡으로 결정 에너지만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호수가 너무 커서 전부 다 흡수하는 건 안 되려나? 한 번 시도해볼까?”
블루 결정체 같은 것을 손에 쥐고 흡수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이미 성공도 해봤다.
하지만 이렇게 넓은 물에 골고루 퍼져 있는 결정 에너지는 어떨까?
「임시 땜질이 아닐까요? 성공한다 해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다음에도 또 같은 일이 반복될 겁니다. 오히려 호수 어딘가에 있을 1차 원인을 주인님 손으로 없애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 듣고 보니 그러네. 닭대가리로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널 다시 봤다.”
「전 닭이 아닙니다아아!」
“아, 맞다. 멸치대가리였지, 참.”
「갸아아악!」
유지웅은 피식거리며 팔짱을 낀 채 넓은 호수를 천천히 둘러봤다.
확실히 브라우니의 말도 일리가 있다.
이 호수 어딘가에, 혹은 호수 주변 어딘가에 1차 오염 원인이 있을 것이다.
왼손을 통한 광역 흡수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자기 손으로 그것을 없애버리는 결과가 된다. 그리 되면 아마존 우림에서 수색대가 1차 원인을 찾기만을 손 놓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호수 정화에 성공하면 서울 시민들은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결국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거나 다름없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돼.”
「제가 제시한 의견입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고통 받는 서울 시민들이 가엾긴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잠깐의 어려움은 감수해야겠지. 궁극적으로는 서울 시민들도 그 대의로 인한 혜택을 보게 될 테니까.”
진지하게 중얼거리던 유지웅은 문득 결정도 감지기를 내려다봤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장님, 이 결정도 스캐너 방수 되나요?”
「네? 당연히 방수 됩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방수 되죠? 설마 생활방수 수준이면 곤란한데.”
「수심 50미터까지는 견딜 수 있습니다만, 왜 그러시죠? 설마 호수에 들어가시려는 것은…….」
“아, 그래요? 알았습니다.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
유지웅은 전화를 끊고 브라우니를 돌아봤다. 브라우니는 설마 하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라봤다.
「Sir?」
“어디서 갑자기 영어야. 자, 브라우니. 네가 출동할 차례다.”
「주인님?」
“팔당호 최대 수심이 24.3미터라니까 간단하네. 만수면적도 36.5제곱킬로미터 밖에 안 되고. 너라면 금방 찾을 수 있어. 힘내라, 브라우니.”
「너, 너무하십니다!」
“너무한 건 네가 처먹는 고기값이고. 어여 들어가.”
「그런 고깃집 백 개도 넘게 사실 만큼 돈도 많으시면서, 제가 고기 좀 먹는다고 그렇게…….」
“파이팅, 브라우니!”
결국 브라우니는 결정도 감지기를 입에 문 채 팔당호로 입수해야만 했다.
모처럼 한가해진 유지웅은 호수 주변의 돋아난 풀잎 새싹 위에 드러누운 채, 팔베개를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분 좋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자 저도 모르게 잠이 쏟아진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태평양을 건너 지구 곳곳을 쏘다니며 온갖 고생을 했었지. 그 피로감이 지금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만 같다.
「주인님, 주인님. 일어나세요.」
어느새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 유지웅은 결정도 측정기를 내려놓은 브라우니가 날개를 파닥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다소 멍한 눈으로 물었다.
“너, 얼마나 그러고 있었냐?”
「삼십 분째입니다! 주인님이 일어날 생각을 안 하셔서요!」
“아, 내가 피곤하긴 했나 보네.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불철주야 뛰어다녔더니, 여독이 장난 아니게 쌓였나 보다.”
「어제도 푹 주무셨고 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도 푹 주무셨으면서…….」
“수색은 어떻게 됐어? 뭐 좀 찾았냐?”
「못 찾았습니다. 수상한 물체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어요. 호수 내의 결정 에너지 반응도 거의 일정했고요.」
“그래? 말이 안 되는데…….”
「혹시나 싶어서 호수 주변도 살펴봤지만 반경 1km 안에서 딱히 이상한 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잘못 짚은 게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여기서 종료하고 강돈집에서 양념갈비에 소주 한 잔 어떨까요?」
“소주 땡기냐?”
「넵, 힘들게 일했더니 숯불에 구운 양념갈비에 소주 한 잔이 캬, 하고 땡깁니다!」
브라우니는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듯이 날개와 꽁지깃을 파닥파덕거렸다. 어서 가자고 재촉하는 듯했다.
유지웅은 눈을 가늘게 뜨고 호수를 둘러보았다. 브라우니는 그 모습을 보고 괜히 불안해졌다.
‘안 되는데. 내 소주, 내 양념갈비…….’
“가만있자. 팔당호가 결정 에너지에 오염되었다 해서 1차 오염 원인이 반드시 팔당호에 있으리란 법은 없잖아? 애초에 팔당호 자체가 북한강과 남한강이 서로 만나서 이뤄진…… 아! 맞다! 브라우니!”
「주인님! 소주갈비 하러 가는 겁니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결정 에너지를 스캔해 봐.”
「네? 지금요?」
“그래, 분명 둘 중 하나,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결정 에너지 반응이 계속 나올 거야.”
잠시 축 늘어져 있던 브라우니는 힘없이 결정도 측정기를 다시 부리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