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8)
00138 우리 결혼했어요 =========================================================================
발등에 불이, 아니 수류탄이 떨어진 게 이런 상황일까.
“유지웅 대장님.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국부 유출이라니요, 뭔가 단단히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저 이 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서…….”
“IACP는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부풀려 있습니다. 그런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낭비입니다.”
유통사 경영진들은 필사적으로 유지웅을 설득했다.
만약 그가 IACP를 인수한다면? 난리가 난다. 레이드계에서 그는 전설이다. 축구로 치자면 현역 펠레와 전성기의 마라도나, 메시와 리버풀의 김현준 등등을 합친 것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 많은 레이드 능력자들이 제니스 공격대를 동경하고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이니까.
만약 그가 IACP를 인수한다면? 그린 결정체 공급이 대거 그쪽으로 몰릴 것이다. 4대 유통사는 눈 뜨고 파산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아니에요. 저도 이 나라 국민으로서 국부가 외국으로 마구 유출되는 것을 그냥 볼 수는 없어요. IACP 그룹 회장이 제 오랜 친우니, 제가 산다고 하면 아마 시가총액이 아니라 액면총액에서 프리미엄을 적당히 얹은 가격으로 살 수 있을 겁니다. 그럼 IACP한국 지사가 우리나라 기업이 되고, 국부 유출도 방지되겠죠.”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내 기업끼리만 경합을 벌이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차라리 외국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벌이는 편이 합리적인 시장 형성에 도움이 될 겁니다!”
경영진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설득했다.
“레이드 능력자는 레이드를 해야 본연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지요! 괜히 경영 같은 번거러운 것에 손을 댔다가는 이리저리 골치만 아픕니다!”
“맞습니다!”
그들의 설득에도 굽히지 않고, 유지웅은 결연한 듯이 말했다. 아예 주먹까지 단단히 쥐었다.
“아니에요.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야지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매입하겠습니다.”
경영진들 귀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네 밥상을 통째로 가져가겠다.’라는 소리로 들렸다. 명줄 심지가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유지웅이 조금만 나이가 많고 또 재계에 적을 두고 있다면 그 본심을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 눈에 유지웅은 돈만 많은 애송이였다. 학력도 고졸이었고 이제 겨우 스물 한 살. 레이드로 떼돈을 번 철부지에 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경영진은 그가 순진하게 IACP를 사면 다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역시 돈이 썩어나는 벼락부자니까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닌가?
“부디 참아 주십시오! 유지웅 대장님께서 나서실 필요까지는 절대로, 절대로 없습니다!”
“에이, 그래도요.”
참아달라니까! 경영진은 피가 토하도록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경영진과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우석 의원한테서 연락이 왔다. 급히 만나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그와 자리를 만들었다.
늘 보던 한정식 집에서 만난 강우석의 안색은 평소와 달리 살짝 굳어 있었다.
“그게 사실인가요?”
“뭐가요?”
“IACP를 유지웅 대장이 사기로 했다는 거 말입니다.”
“아, 네. 외국 기업이 국내 결정체 시장에 관여하면 국부가 유출된다고 하니까…….”
“국부 유출은 막을 수 있어도, 지금 4대 유통사 체제보다 더한 독점 현상이 일어나겠죠.”
제니스 공격대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은 많다. 유지웅이 IACP를 인수하고, 또 적당히 유통이익을 환급해준다면 너도 나도 그에게만 팔 것이다. 그럼 4대 유통사는 몰락하고, 한 기업의 독주체제가 만들어지고 만다.
강우석 의원은 초능력자 상임위원회 의장으로서 여러 레이드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힘을 써왔다. 결정체 시장의 불합리한 경직성도 그가 신경 쓰는 문제 중 하나였다. 유지웅이 결정체 유통업에 진출하면 시장은 더욱 경직되어버린다.
“사실 저는 IACP가 그린 결정체에 진출하는 것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네. 지금 결정체 시장은 너무 경직돼 있어요. 대부분 유통이익을 유통사가 독식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IACP가 유통이익을 돌려주는 식으로 사업 진출을 한다면, 다른 유통사들도 어쩔 수 없이 같은 정책을 취해야 합니다.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직성이 완화되고, 시장의 질서도 개편되겠죠.”
유지웅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도 외국 기업이라면 일단 질색하고 보는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가? 유통사와 밀착된 정치가가 아니라서 그런가?
“그러나 유지웅 대장이 IACP를 인수해버리면, 이 나라 결정체 시장이 유지웅 대장 한 명에게 귀속되고 말 겁니다. 완전한 독점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요. 그건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럼 어떡할까요?”
“IACP를 사들일 듯한 모션을 취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이쪽에 진출하셔서는 안 됩니다. 유지웅 대장의 이름은 레이드 능력자에게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유지웅은 차를 한 모금 입에 댔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강우석은 애가 탔다. 그에게는 국회의 권위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합법의 영역에 머무르는 부자에게는, 공권력의 힘이란 참으로 부질없는 솜방망이인 것이다.
“생각은 해볼게요.”
증권가에는 유지웅이 IACP를 매수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덕분에 주가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4대 유통사 및 관련주가 폭락 조짐을 보였다. 심지어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었다.
유통사의 사주를 받고 신나게 팀이브를 까내리던 언론사도 급히 초점을 돌렸다. 유지웅이 결정체 시장에 진출할 경우 향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기사를 써내려갔다. 팀이브와 달리 유지웅은 근거 없이 함부로 공격할 수 없었다. 누가 현금만 10조 원 넘게 가진 부자와 싸우고 싶을까.
유통사가 겪는 난항은 곧바로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정체란 그 나라 산업을 쥐고 있는 핏줄이자 혈액이다. 그 혈류에 문제가 생겼는데 나라 꼴이 어찌 제대로 돌아갈까.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국무회의에서는 어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았다. 결국 누구 하나는 양보를 해야 했다. 유통사와 유지웅, 둘 중 하나는 말이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벌써 사흘째 하한가를 치고 있습니다.”
“무슨 결단 말입니까?”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경영진의 안색은 굳어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다들 알고 있었다. 단지 회사에 손해가 되는 일이라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칼을 빼들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회사가 무너지게 생겼다.
‘으으…….’
경영진은 유지웅의 파워를 새삼 실감했다. 겨우 IACP를 매입하고 싶다는 말 한 마디를 했을 뿐인데, 4대 유통사가 뒤흔들리고 주식시장이 요동치며, 국내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리라. 결정체는 현대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물질이며, 그것을 공급하는 생산자들은 전부 유지웅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쪽 세계에서 유지웅의 한 마디는 재계에서 이형준 회장의 백 마디보다 더 막강한 파워를 발휘한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심도 있는 의논이 이어졌고 결국 유통사 모두가 합의했다.
그날 저녁, 유통사 대표이사들의 공동발표에 레이드 시장이 뒤흔들렸다.
“……그간 우리나라는 국내 시장의 성장을 위해 분배를 뒤로 한 채 발전에만 매진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레이드 능력자들의 많은 희생과 양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의 양보를 필요하지 않을 만큼 국내 시장이 안정화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아시아에서 결정체 수출량으로 2, 3위를 다투고 있는, 경쟁력 있는 국가입니다. 이에 따라 4대 유통사는 오랜 회담 끝에, 유통이익의 일부 비율을 국제 관례에 따라 해당 공격대에 지불하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기자회견에 맞추어 실시간으로 이 사실이 보도되었다.
「4대 유통사, 결정체 유통이익의 일정 비율을 해당 공격대에게 지불하기로 전격 결정!」
「이익 독식으로 지탄 받던 유통사, 마침내 정신 차려.」
「모든 것은 제니스 공격대장의 한 마디에서 시작돼.」
조마조마해서 기자 회견을 지켜보던 레이드 능력자들은 발표가 끝나자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다른 나라들처럼 유통이익의 일부를 지불받기 위해 많은 반발을 해왔으나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큼 4대 유통사의 단합은 단단했고, 철벽이었다.
하지만 그 오랜 숙원이 겨우 유지웅의 한 마디로 말끔하게 해결된 것이다. 그가 결정체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자마자 지레 겁을 먹은 유통사들이 파격적인 양보를 해왔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그러게. 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그냥 유통사 겁 좀 주고 팀이브 까는 거 그만 두게 하려고 했을 뿐인데…….”
유지웅 부부가 오히려 얼떨떨했다. IACP를 사서 결정체 시장에 진출할 것처럼 위협을 해보자는 것은 그녀의 아이디어였다. 그럼 유통사가 겁을 먹고 양보를 해올 것이라 여긴 것이다. 팀이브를 더 이상 공격 안 하겠거니, 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을 훨씬 초월했다. 국내 결정체 시장 질서 자체가 재편될 줄이야.
호랑이가 하품만 해도 허기가 진 줄 알고 토끼가 지레 겁을 먹는다고 했던가? 지금 상황이 딱 그 꼴이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국제관례대로 유통이익 환급을 따르자 레이드 능력자들이 굳이 IACP만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각 유통사에 대한 결정체 공급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었다. 이제는 4대 유통사가 아니라 5대 유통사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IACP의 영향력이 높아졌다.
경제학계에서도 외국 자본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은 좋은 선례라며 칭찬했다. IACP는 타국의 재화를 긁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안슐은 이 일 때문에 조금 기분이 나빠 보였다.
「친구를 도우려고 회사를 만든 거지, 한국 그린 결정체 시장에 개입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미안하네, 친구. 내가 아랫사람 관리를 제대로 못했네.」
“아니에요. 오히려 IACP가 나서줘서 우리나라 레이드 능력자들 처우가 개선됐어요. 다들 좋아하고 있고 저도 지금 결과에 만족해요.”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군. 지하크를 좌천하려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겠나?」
“좌천이라니요.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데요. 아, 그리고 V-23 정말 잘 타고 다니고 있어요. 진짜 편하더라고요.”
「마음에 들다니 기쁘군. 좀처럼 맘에 드는 항공기 모델이 없어서 선별 작업에 꽤나 고심했다네.」
그러면서 안슐은 EPL에 좋은 구단이 매물로 하나 나왔다며 은근히 소개했다.
「나는 취미 생활로 하고 있네만,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네. 구단이 벌어들이는 수입도 상당한 편이지. 명문 구단으로 만들어서 비싸게 되팔아도 되고 말이야. 그러니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도 좋을 거야. 하지만 그쯤 키우고 나면 자네도 애지중지 보살피고 싶지, 팔고 싶어지지 않을 걸세.」
귀가 솔깃한 유지웅이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 정효주가 가까스로 튀어나와서 막았다. 그렇게 안슐의 계획은 또 다시 무산되었다.
신혼이랍시고 둘은 여기저기 부지런히 인사를 다녔다. 덕담도 듣고 돈 많아서 좋겠다는 부러움 섞인 말도 들었다. 돈 달라 소리를 안 들은 게 다행일 정도다.
유지웅이 전에 살던 30억짜리 집에서 머물도록 배려받은 사촌동생 유진석은 고마워했다.
“너, 대학 1학년짜리가 이런 데 사는 거 정말 사치다. 그거 알아야 돼.”
“응. 고마워, 형.”
아직 어려서 그런지 유진석은 순수하게 기뻐했다. 하지만 부모를 생각하면 조금 한숨이 나온다. 아들내미 살라고 30억짜리 집도 빌려줬는데, 설마 뭘 더 요구하지는 않겠지?
만약 직접 돈을 달라고 하면 딱 잘라 거절할 생각이었다. 집안이 망해서 병원비나 등록금, 집세 등 기초 생활 문제로 골치를 썩는다면 ‘생존을 보장’하는 의미에서 도와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서든 돈 같은 걸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한 번 주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어진다.
“그 쪼그만 녀석이 벌써 대학생이라니…… 세월 참 빠르네.”
“왜, 너도 학교 가고 싶니?”
“아니. 난 별로.”
유지웅은 가슴을 쫙 펴며 말했다.
“내가 대학에 시간을 뿌리는 것은 이 나라 경쟁력에 있어서도 큰 손해야. 그 시간에 레이드 한 번 더 하는 게 나를 위해서도, 이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거야.”
자뻑같은 게 웃겨서 정효주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때 남기철이 전화를 했다. 소파에 나란히 누워 그녀를 껴안은 채로 그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일이 터졌습니다. 지금 당장 수용 부대로 바로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설마 브라우니가 사고쳤어요?”
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진작 잡자고 한 건데! 하여튼 행정가들이란!
「그게 아닙니다. 레드 몹이 이곳을 습격했습니다.」
“뭐라고요? 레드 몹이 습격?”
「네. 지금 ‘진돗개’와 싸우고 있습니다.」
“브라우니랑 싸우고 있다고요?”
「네. ‘진돗개’가 지금 밀리고 있습니다. 서둘러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둘은 얼른 박차고 일어났다. 대기 중이던 조종사가 연락을 받고 급히 V-23에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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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물이 아니니까 여기서 마물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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