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08)
나는 귀족이다 1312화
[헬조선 편]
67장 가난한 우정의 노래(3)
“참치 말인가?”
안술의 눈빛이 또다시 아련해졌다. 유지웅의 머릿속에서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울렸다.
‘좋아하지. 옛날에는 구경하기도
힘든 음식…
“그럼 참치 잡으러 가자.”
유지웅은 벌떡 일어났다.
그래도 막 나온 밥을 후다닥 먹어 치우는 것은 잊지 않았다. 안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내왔는데 고 기 통조림에 장아찌라고 해서 사양 하는 것은 친구로서 예의가 아니다.
‘미리 준비를 해둔 게 다행이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으이구……
제니스 떨리스에서 출발하기 전, 이미 전화로 예약을 해뒀다.
안술과 오랜만에 낚시를 즐기고 싶 었던 마음도 있고,혹시라도 이런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한 것도 있다. 후자의 이유가 더 커질 일은 없었으 면 했는데.
“효주야,너도 갈래?”
“아니,나는 그냥 왕궁 구경이나 할래. 참치 낚시 같은 건 별로 안 땅겨.”
“지하크,우리 효주 좀 잘 부탁해 요.”
“알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안술은 유지웅이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했다. 어떤 준비라도 해놓은 것 일까?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 유지웅은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안술도 얼굴 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 서 뭐가 날아오기라도 하나?
“브라우니?”
“안술,고소공포증 같은 건 없지?”
“물론일세. 그런데 어떻게 하려
“브라우니 타고 아라비아해로 갈 거야. 몰디브 서쪽 500킬로 지점에 배가 있어.”
“브라우니를 탄다고? 어떻게 말인 가?”
“이렇게 말이지.
유지응은 브라우니의 오른발을 움 켜쥐었다. 그리고 따라 하라는 둣이 왼발을 가리켰다.
안술은 신기해하면서 브라우니의 왼발을 움켜쥐었다.
양발이 잡힌 브라우니는 날개를 파 닥거리면서 날아올랐다.
“오,이거 정말 신기하군.”
순식간에 지상이 멀어지자 안술은 왼발을 붙잡은 채로 신기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탱커의 악력과 체력 덕분에 손 하나로 오랫동안 매달려 있어도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이렇게 작은 날개로 우리 둘의 무
게를 달고 날아오를 수 있단 말인 가?”
브라우니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일 반 수탉 수준의 몸집을 갖고 있다. 영수니까 힘이야 좋다고 치자. 하지 만 저 작은 날개에서 성인 남자 둘 까지 감당할 양력이 발생한다는 게 신기했다.
어느덧 브라우니는 날갯짓을 멈춘 채,옆으로 길게 펴고 활강하듯이 빠르게 비행하고 있었다.
“안술,대체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까지 엄격한 이유가 뭐야? 무슨 트 라우마라도 있는 거야?”
“트라우마라니. 그런 건 없네.”
안술은 쓴웃음을 지었다.
남자 둘이서 새의 양발을 하나씩 잡고 아라비아 해역 상공을 날아가 는 지금이 어쩐지 현실 같지 않았 다.
“호사와 사치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조금 늦게 알게 되었을 뿐일세.” 정신적 외상? 그런 건 없다.
단지 좋은 것을 먹고,좋은 것을 입고,귀금속으로 치장하는 것이 얼 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경험했을 뿐 이다.
인류의 존망이 걸린 시대에서 금이 나 보석 같은 것은 무의미한 자원이 었다.
한 궤짝의 금괴보다는 한 포대의 질소 비료가 훨씬 가치 있는 자원이 었다. 적어도 식량 생산 증대에 큰 도움이 되니까.
먹는 것은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정도면 충분하고,입는 것은 사람들 속에서 적당히 어울릴 수 있을 정도 면 된다.
옷 한 벌에 수십만 불,수백만 불 이상을 쓰는 것이 오히려 한심해 보 였다.
‘어쩌다가 안술이 이렇게…… 대체 다른 시간축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거지?,
안술이 과거로 돌아왔거나,다른 차원의 본인과 기억이 동기화가 되 었거나,무슨 큰일을 겪은 것은 분 명하다. 대체 어떤 일이 그를 이렇 게 바꿔놓았을까?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건 가?”
“후후,낚시를 하려면 낚싯배가 일 단 있어야잖아? 내가 한국에서 출발 하면서 미리 낚싯배를 사놨어. 마침 아라비아 해역에 매물이 하나 나와
있더라고.”
“이 망망대해에서 살 만한 낚싯배 가 있었단 말인가?”
안술은 조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이 반문했고,유지웅은 키득거리는 웃음만 흘렸다.
“아,저기 보인다.”
유지응이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안술은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보았으 나,그저 망망대해만 보일 뿐이었다.
‘친구의 시력은 탱커의 시력조차 능가하는군.’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탱커가 아니 라고 하니,참으로 신기한 노릇이다.
보라우니가 조금씩 고도를 낮추며 더욱 가까이 이동했다. 그러자 조금 씩 무언가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 다.
“배?”
“응,내가 아까 막 산 낚싯배지. 사실 저거랑 같은 배를 내가 한 척 더 갖고 있는데,지금 한국에 있어 서 말이야. 그래서 급한 대로 일단 한 척 샀어.”
한국에 있는 배를 단숨에 아라비아 해역까지 가져올 수는 없는 노릇이 다 보니,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배가 약 9,500km에 달하는 거리를
항해하려면 16일은 걸리므로.
“요트인가……
흐릿한 생김새를 전체적으로 보아 하니 요트 계열로 보인다.
“신기하군. 저 작은 요트를 저런 망망대해에서 살 수 있을 줄이야.” “후후,좀 작지?”
작다라는 소감에 왜 그렇게 좋아하 는지,안슐은 의아했다.
그러나 배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안 슐은 유지웅이 지은 그 웃음의 의미 를 알 수 있었다.
친구? 저건?
“좀 작긴 하지? 그래도 현존하는 낚싯배 중에서는 가장 큰 모델일 걸?”
놀랍게도 그것은 호화 크루즈 유람 선이었다. 30만t 이상의 초대형 크 루즈 선박으로,갑판에는 유람을 즐 기는 다양한 승객들의 모습이 보였 다.
“이걸 방금 막 샀단 말인가?”
“응,아라비아 해역 근처에 살 만 한 매물 없냐고 문의하니까 이거 한 대가 있더라고. 가장 가까운 데다가 또 마침 가장 큰 선박이기도 해서 냉큼 샀지. 이제부터는 내 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한창 유람 중인 배를 그 자리에서 덥석 사다 니…… 자네의 배포는 정말 놀랍 군.”
“브라우니, 저기 헬기 이착륙장에 내리자.”
– 엡.
브라우니는 천천히 고도를 낮춰, 헬기 이착륙장에 둘을 내려놓았다. 이착륙장은 크루즈 선박 후면의 외 진 곳에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수 있었다.
갑판에는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았 다. 유지음은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
를 걸었다.
잠시 후 헬기장 갑판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세 명의 직원들이 모 습을 드러냈다. 그 중 한 명은 중후 한 느낌을 지닌 50대 이상의 풍채 좋은 아시아계 남자였다.
“라이즈시티 호에 오신 것을 환영 합니다,의장님. 이제부터 저희가 모 시겠습니다.”
“음,여기 이분은 나의 절친이자,
UAE의 고귀한 왕자님이십니다. 부 디 부족함이 없도록 해줘요.”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왕족이라는 말에 그들의 눈빛이 더
욱 진지해진다.
크루즈선 내부로 들어서자 넓은 로 비가 보였다. 5층 계단 위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로비는 전체가 붉은 카펫으로 덮여 있고,은은하게 반짝 이는 난간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 다.
최고급호텔 라운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다.
로비 중앙에는 약간 높은 단상이 있고,그 위에 그랜드 피아노가 놓 여 있었다.
어깨를 드러낸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 피아니스트가 감미로운 선율을
연주하고,다양한 국적의 젊은 연인 들이 음료와 칵테일을 즐기며 대화 에 열중하고 있었다.
“혹시 낚시를 할 만한 갑판 공간이 있나요?”
“낚시를 원하신다면 소형 요트를 준비하겠습니다.”
이런 초대형 크루즈선에는 당연히 따로 여러 대의 소형 요트가 내부에 탑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유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야 무슨 재미입니까. 그냥 외부 1층 갑판으로 적당한 자리를 마련해줘요. 승객들한테 특별히 볼
만한 구경거리를 안겨주고 싶군요.”
“알겠습니다.”
매니저는 최고의 서비스업에 종사 하는 인물답게,유지웅의 의향을 단 번에 파악했다.
곧 1층 갑판의 구석에 자리가 마 련되었다. 낚시를 위한 두 개의 의 자와 낚싯대가 준비되자,몇몇 유람 객들이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 작했다.
“누가 저기서 낚시라도 하려나?”
“근데 여기서 물고기가 잡히긴 해? 선박 스크류음 때문에 작은 물고기 들은 죄다 도망갈 거 같은데.”
“낚시하려면 소형 요트 타고 배에 서 좀 떨어져야 하지 않나?”
유지웅과 안술이 자리를 잡고 앉 고,매니저와 일행들이 그 뒤에서 공손히 대기를 탔다. 커다란 선글라 스 덕분에 사람들은 그 둘이 누구인 지 알아보진 못했다.
“남자 둘이 낚시하는데? 누구지?”
“몰라. 근데 특별한 WIP 같은데? 직원 셋이 아예 전담으로 붙은 거 보면 말이야.”
“그런 사람들이 왜 멘션 크루즈 안 타고 이런 대중 크루즈를 이용하는 거지?”
“멘션 크루즈는 서비스는 좋은데 사람 구경하는 맛이 없어서 싫어하 는 갑부들도 있다더라.”
“아,하긴 그렇겠다.”
승객들은 곧 흥미를 잃었다.
사실 그들도 각자 100만 불이 넘 는 티켓을 끊고 유람을 즐기는 이들 이다. 사회에 나가면 알아주는 부자 였고,갑부 한둘이 같은 배에 탔다 고 해서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었 다.
하지만 곧 반전이 일어났다.
“다들 1층 갑판 지금 빨리 봐봐! 월척을 낚았어!”
“월척?”
“아까 WIP 같다고 한 남자 둘 말 이야! 지금 어마어마한 월척을 낚았 다고! 지금 1층 갑판은 뒤집어졌 어!”
3층에서 수영을 즐기던 승객들은 놀라서 얼른 난간으로 달려가서 1층 갑판을 내려다봤다.
놀람게도 수백kg은 족히 나갈 법 한 거대한 물고기 한 마리가 1층 갑판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어 느새 몰려든 사람들이 포위하듯이 자리를 잡은 채,그 광경을 구경하 고 있었다.
“차,참치?”
“지금 낚싯대 하나로 참치를 잡은 거야? 그게 가능해? 낚싯줄 안 끊 어져?”
“해,해체하려나 봐!”
“저런 쬐끄만 칼 가지고 해체한다 고?”
선글라스를 낀 유지웅은 작은 칼을 들고 직접 참치를 해체하기 시작했 다.
몇 번 더 손을 놀리자 거대한 참 치가 순식간에 해체되었다.
하지만 유지웅은 손을 멈추지 않았
다. 그의 능숙한 손놀림에 참치살이 얇게 포가 떠지며,한 입에 먹기 좋 은 크기로 분해되어 얼음 위에 올려 졌다.
유지웅은 따로 접시 두 개에 참치 살을 담은 뒤,한 개를 안슐에게 내 밀었다.
“자,즉석에서 잡은 신선한 참치회 를 먹어 봐.”
“놀람군,놀라워.”
안슐은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낚싯대를 던지고 일 분도 채 되지 않아 거대한 참치가 물리다니. 낚싯줄이 끊어지지 않고 버틴 것보
다는,이 근방에서 저런 참치가 곧 바로 잡혔다는 게 신기했다.
유지웅은 지켜보는 승객들을 향해 환영한다는 듯이 두 팔을 벌려 보였 다. 중년의 매니저가 그 뜻을 알아 듣고 승객들을 향해 공손히 말했다.
“저희 라이즈시티 호의 선주께서 승객 여러분들을 특별히 대접하고 싶으시답니다. 편히 들어주십시오.”
“아,진짜요? 먹어도 돼요?”
“와! 참치다,참치!”
물론 참치회 자체가 그들에게 크게 특별한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즉석에서 낚아 올려 곧바로
순식간에 해체해서 먹는 것은 인생 에 두 번은 없을 귀중한 별미이자, 경험이었다.
안술은 참치의 맛을 음미하며 중얼 거렸다.
“7억 달러짜리 즉석 참치회라 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