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09)
나는 귀족이다 1313화
[헬조선 편]
67장 가난한 우정의 노래(4)
안술은 참치살에서 느껴지는 맛을 깊이 음미했다.
마지막으로 고급 요리를 먹어본 게 언제 였던가.
20년? 30년?
기억을 더듬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너무 오래되었다. 확실한 것은 정효 주가 죽고 유지웅이 칩거에 빠진 이 후 사치를 즐겨본 경험이 없다는 것 이다.
가장 존경하는 이가 그리 상심해 있는데 생선회 같은 것을 어찌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을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자신이 금욕을 하게 된 계기였던 그가 직접 잡아 즉석에서 해체한 참 치 대뱃살을 맛보게 될 날이 올 줄 이야.
“안술,그게 무슨 말이야? 7억 달
러짜리라니?”
“친구,이 참치회를 뜨기 위해 7억 달러짜리 배를 샀으니,이 참치 값 은 최소 7억 달러부터 잡아야 하지 않겠나?”
“이 배가 7억 달러야?”
“몰랐나?”
“몰랐지. 가격 보고 물건 사는 경 우가 어디 있어?”
“역시 친구다운 말이로군. 대단해.”
“아니,그보다 안슐,이 배가 7억 달러짜리인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 야?”
“아까 자네 말을 듣고 알았네. 현 존하는 크루즈 중에서 가장 크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그러니까 현존하는 가장 큰 크루즈 모델이 7억 달러라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전에 업무 보고를 받은 적이 있 네. IACP가 거느린 자회사 중에서 크루즈선을 만드는 회사가 좀 있다 네. 그때 매도 비용이 7억 불로 결 정되었다는 내용이 기억나서 말해본 걸세.”
“잠깐,그러니까 이 크루즈선을 만 든 게 안술이라고?”
“내가 아니고 IACP 자회사 중 하 나겠지. 크루즈선 제조 시장의 70% 를 먹었다고 들었네. 보고서 한쪽 귀퉁이에 있던 내용이라 그 이상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뭐라고?”
유지웅은 하마터면 들고 있던 참치 살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확인해 보겠네. 7억 달러로 내가 잘못 기억 하는 걸 수도 있으니……
잠시 통화를 하고 난 뒤 안슐은 밝아져서 말했다.
7억 달러가 맞는다는군. 정확히 7
억 100만 달러에 판매했다고 하는 군. 제조비용은 5억 5,000만 달러라 고 하네.”
통화를 하기 전,분명히 말했다.
배를 제조한 게 맞는지 확인하겠다 는 게 아니라, 7억 달러가 맞는지 확인해보겠다고. 자회사가 이 배를 만들었다는 것에 일말의 의심조차 없어서야 나올 수 있는 말 아닌가. 유지웅은 충격에 빠졌다.
“이럴 수가……
고기통조림과 쌀밥, 장아찌를 가장 즐겨먹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 다. 그래서 이런 근사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헌데 마침 운 좋게 찾은 매물 크 루즈를 만든 게 안술이 거느린 자회 사라니?
꼭 이런 상황 같지 않은가?
‘뭐라고? 한 번도 스키를 타본 적 이 없어?’
‘응,스키장 갈 기회가 없어서.’
‘좋아! 그럼 바로 스키장 가자! 널 위해 지금 막 매물 하나를 사들였 어!’
‘아,여기 스키장이 옛날 말단 직 원이 건설했다는 거기구나. 듣기만 하고 와본 건 이번이 처음이네.’
대충 이런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 다.
허탈함에 빠져 있던 유지웅의 표정 에 곧바로 웃음이 떠올랐다.
‘역시 클래스는 영원하구나. 자기 자신한테만 돈을 쓰지 않아서 그렇 지.’
원래 시간축에서 안술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가진 것이 많았고, 가진 것을 자신 과 주변,나라 등 모든 대상을 상대 로 잘 활용할 줄도 알았다.
돈을 훌륭하게 잘 벌 줄 알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도,남을 위해
서도 훌륭하게 잘 쓸 줄 아는 남자.
그렇게 완벽했던 남자에게 한 가지 빈틈이 생겼다.
바로 자기 자신에게만 돈을 쓸 줄 모른다는 것. 엄밀히 말하자면 쓰지 않는다는 것이겠지만.
“후후, 날 이렇게 흥분시키는 일은 정말 오랜만인 거 같아. 이거 승부 욕이 달아오르는데?”
“친구? 무슨 뜻인가?”
“안술,자네가 나한테 가르쳐준 것 을 이제 내가 돌려줄 때가 돼서 기 쁘다는 뜻이야.”
과하게 받았던 은혜를 다시 그에게
돌려줄 차례다.
이 헬조선의 차원으로 넘어온 것 은,아마 그런 이유도 작용하지 않 았을까 싶다.
‘안슐을 다시 한번 완벽한 부호로 돌려줘야겠어. 이거이거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야심차게 준비한 첫 게임에서 보기 좋게 판정패를 당했지만,그럴수록 더욱 투지가 끓어오른다.
크루즈 유람객들은 조금 전 선주가 막 바뀌었고,그게 유지웅이라는 사 실을 알고 다들 큰 흥분에 빠졌다.
“빅브라더! 저 정말 팬이에요!”
“싸인 좀 해주세요!”
“와,빅브라더가 잡은 참치 즉석회 를 먹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원래 빅브라더가 세계 최고의 참 치 헌터라고. GCS를 최초로 줄시하 기 전,GCS 사업 자금을 모으기 위 해 남방 참다랑어 한국 할당량을 박 살낸 건 아주 유명한 일화거든.”
“나도 그건 봤어. 수백 마리인가 수천 마리인가 참치떼를 엄청 몰고 온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 해.”
어느덧 크루즈선은 유지웅을 둘러
싸고 참치축제 분위기였다.
다른 갑판이나 크루즈 내부 로비, 볼링장 등에서 휴식을 즐기던 이들 도 소식을 듣고 달려 나왔다.
그 사이 유지웅은 초대형 참치 네 마리를 더 낚아 올렸고,덕분에 회 가 부족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자자,마음 편히 마음껏 드세요. 혹시 양이 부족하면 또 낚아 올리면 그만이니까.”
“나만 빅브라더 참치회 뜨는 모습 이 섹시한 거야?”
“아니,나도 섹시하게 보여. 회칼을 저렇게 잘 다루는 사람을 난 본 적
이 없어.”
그저 빈말이 아니었다.
거대한 참치를 겨우 요리용 회칼 하나만 갖고 순식간에 해체한 다음 부위별로 얇게 살점을 순식간에 발 라낸다.
그 숙련된 모습은 수십 년 동안 생선 요리에만 몰두해온,요리의 거 장이란 느낌을 주었다.
“빅브라더처럼 돈 많은 자산가가 요리까지 저렇게 잘하다니. 어찜 이 렇게 완벽할 수 있지?”
“정효주 님이 너무 부럽다. 주말마 다 얼마나 꿀이 떨어질까.”
“아마 매일 빅브라더가 손수 요리 한 특급 요리를 즐기실 거야. 틀림 없어.”
참치 요리에 대한 찬사는 정효주에 대한 부러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예 간이 조리대를 갑판 중앙으로 옮겨놓고,유지웅은 참치살을 부지 런히 뜨고 있었다. 안슐은 옆에서 그가 썬 참치살을 접시에 담아 유람 객들에게 나눠주느라 바빴다.
아마 부왕이나 지하크가 이 모습을 봤다면 기겁했을 것이다.
신의 사자이자 왕가의 고귀한 핏줄 (지하크는 안술의 출생 비밀을 모른
다)인 그가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서 회 접시를 정신없이 돌리고 있다 니.
한편 안술은 칼 놀리는 데 여념이 없는 유지웅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 다.
‘역시 의장,아니 친구의 회칼 다 루는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았구나.’
이전에도 유지웅은 종종 초대형 참 치를 여럿 잡아다가 전투나 훈련에 지친 대원들을 위해 즉석희를 만들 어주기도 했다.
그가 잡아오는 참치들은 하나같이 질 좋은 것들이다 보니 대원들은 그
가 회칼을 드는 날을 자주 기대하곤 했다.
그때에는 막연히 참치를 어디 가서 사오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직접 참치를 잡아다가 조리할 줄 이야. 친구만이 가능한 스케일이겠 지.’
수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크루즈 선박을 겨우 참치 잡는 낚싯배라 부 를 줄이야. 이 정도로 배포가 큰 남 자였나?
안슐은 크루즈 제조사업을 그저 투 자의 수단으로만 여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런데 친구,궁금한 게 있네.”
“뭔데?”
“대체 어떡하면 자네가 낚싯대를 던지는 족족 참치가 잡히는 건가?”
낚싯줄이 왜 안 끊어지냐 그런 질 문 같은 건 별 의미가 없다.
안술은 대체 어떻게 참치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이 망망대해에서 낚싯 대를 던질 때마다 참치가 물려나오 는지 의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해가 되지 않았다.
“아,그거?”
유지응은 ‘이제야 그걸 물어봐주는 군!’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히죽거리 며 대답했다.
“정답을 바로 알려줄까,아니면 힌 트를 줄까?”
“나에게서 추론 과정의 즐거움을 빼앗지 말아주게나. 그냥 힌트를 주 게.”
“그럼 힌트,브라우니가 왜 안 보 일까?”
안슐은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상공 을 둘러보았다가 조금 가라앉은 눈 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건 힌트가 아니라 정답이나 마
찬가지 아닌가?”
“아,그런가?”
“너무하는군. 좀 더 어려운 힌트를 줬어야지.”
“미안,미안. 그거 말고 줄 만한 힌트가 떠오르지 않았어.”
대체 어떤 재주로 참치를 낚아 올 리는지,안술은 완벽하게 이해했다.
‘어쩐지,제대로 된 미끼도 없이 참치가 낚인다는 게 너무 말이 안 됐다.’
그렇게 소소한 의문을 해결했지만, 후련함은 잠시였다. 곧이어 또 다른 의문이 뒤를 이어 떠올랐다.
‘과거에는 브라우니가 없었는데? 그럼 그 참치들은 대체 어디서 가져 온 거지?’
설마 유지웅이 직접 바다 속을 헤 엄쳐서?
제발 그것 아니라고 믿고 싶다. 너 무 상상이 안 되잖아.
“간만에 좋은 방송 콘텐츠를 얻어 서 기분이 좋네. 안슐,네 모습도 방송에 내보내도 될까?”
“얼굴은 나오지 않게 해줬으면 좋 겠네.”
“알았어. 왕족의 체면은 지켜야 한 다는 거지?”
“그보다는 부왕이 보고 기절을 하 지 않을까 염려돼서 그런다네.”
신의 사자로서의 권위는 지켜야 한 다. 그래야 흔들림 없이 아부다비 왕가를 이끌어 인류 구원을 위한 목 소리를 결집하는데 힘을 보탤 수 있 다.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다 부질없는 짓 아닌가?’
정효주가 탱커인 이상 그녀를 납치 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수법으로 유 지응을 협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미래에 그가 타락하여 세상을 멸망시킨다는 원인 자체가 제거된 셈이다.
‘내가 과거로 왔기 때문에 미래가 바뀐 것인가?’
자신이 과거로 돌아와서 했던 수많 은 일들……. 그것들이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일까?
본래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브라우 니. 본래에는 탱커가 아니었던 정효 주
‘약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들떠 있는 유지응을 가만히 바라보
던 안술은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친구,혹시 제수씨가 병이라도 앓 고 있나?”
“응? 무슨 병?”
“그러니까 약을 주기적으로 꼭 먹 어야 한다든가……
“아니? 우리 효주 엄청 건강한데? 병 같은 건 없어.”
“……그런가.”
어쩌면 그 둘 외에 누군가에게는 말 못할 비밀일 수도 있으리라. 그 래서 자신에게 비밀로 한다 해도, 안술은 서운함을 느끼지 않았다. 오 히려 그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조언은 해주기로 했다.
“잊지 말게. 자네 주변에는 적이 많아. 그들은 제수씨가 탱커인 것을 모르는 이상,언젠가 몸값이든 자네 를 흔들기 위해서든 반드시 제수씨 를 노릴 거야.”
“얼마든지 노리라고 해. 다 박살내 면 그만이야. 굳이 내가 안 나서도 효주가 알아서 박살낼 거야.”
유지웅의 표정에는 일말의 불안함 도 보이지 않는다.
안술은 ‘병 같은 건 전혀 없다’는 말이 그저 둘러대는 말이 아니라 진 실임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과거가 바뀌었군.’
열심히 준비한 지난 10년의 세월 은 그럼 뭐가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