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10)
나는 귀족이다 1314화
[헬조선 편]
67장 가난한 우정의 노래(5)
‘오랜만에 괜찮은 장면 좀 건졌네. 이따가 집 가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편집해야지.’
방송 콘덴츠를 확보한 유지웅은 아 부다비로 돌아가는 길에 내내 들떠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와 참치 낚시
를 했더니 가슴을 씻어낸 듯이 후련 했다.
‘그래,바로 이거야! 난 역시 안술 이 필요했어!’
지난 시간 동안 참으로 외로웠다.
헬조선으로 넘어오기 직전,균열을 막으려다가 과거로 돌아간 바로 그 때,근접 딜러이자 희대의 테러리스 트로서 악명을 떨쳤던 바로 그 시절 부터 말이다.
정효주가 늘 함께했지만 그녀는 자 신이 지닌 절대자로서의 고독을 품 어주진 못했다.
시간을 거슬러 다시 만난 지금의
정효주는 절대자의 아내로서의 경험 이 없기 때문이다. 풋풋한 매력은 있었지만 아무튼.
그래도 이렇게 안술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안슐은 열 살(한 국식으로 열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 에도 불구하고,이미 왕으로서 완성 돼 있었다.
‘나하고는 선호하는 기호도가 조금 다르군. 자기한테는 돈을 절대 안 쓰고 엄격한 왕이라니.’
재물을 불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사치를 위해서는 전혀 쓰지
않는다.
피지배층 입장에서는 참으로 좋은 왕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친구 입장에서도 좋은 친구 라 할 수 있다.
‘바꾸는 보람이 있겠어.’
유지웅은 앞날이 벌써부터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렸다. 앞으로 펼쳐질 나날들이 기대된다.
정효주는 지하크의 수행을 받아 쇼 핑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장소는 수도 아부다비 중심의 7성
급 호텔 1층에 갖춰진 명품관이었 다. 처음부터 왕족들을 타겟으로 잡 고 꾸며진 쇼핑관답게,극소수의 부 자들을 위한 최고급 브랜드 매장이 즐비했다.
처음 정효주는 크고 웅장한 호텔의 외관에 놀랐고,화려한 로비 시설에 놀랐으며,마지막으로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또 놀랐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 지금 손님은 저 혼자뿐인 거 같은데요?”
“이웃국 방문객이 없는 시기라서 그렇습니다. 여기 쇼핑관 매출은 거 의 대부분 이웃 왕족이나 부호들 주 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아부다비 왕족이나 부호들은 이곳 에서 쇼핑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하크는 주저지주저리 설 명을 했는데,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눈치가 보여서’라고 한다.
왕가에서 차기 아미르로 사실상 인 정받는 안술 왕자의 검소함은 익히 알려져 있다. 적어도 아부다비의 왕 족이나 부호라면 모를 수가 없다.
당장 국왕인 칼리프부터 아들의 뜻 을 존중해서 검소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국왕의 체면을 상하지 않는 한에서 과도한 사치를 엄금했던 것
이다.
물론 해외 귀빈들을 대할 때는 국 격이나 체면이 걸려 있으니만큼 돈 을 아끼지 않는 편이지만,그래도 기본적으로 사치와는 거리가 먼 풍 조가 만연해 있는 상태였다.
국왕이 그렇게 시범을 보이니 다른 왕족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왕족도 아닌 일반 부호들도 검소함을 미덕 으로 여기고 사치를 거부하는 분위 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럼 장사도 안 되는데 매장을 빼 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UAE의 최고 수도라는 메 리트가 있는데,매장들 입장에서도 그럴 수는 없죠. 장사가 전혀 안 되 는 것도 아닙니다. 가끔 들르는 해 외 귀빈이나 왕족들의 방문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이 날 겁니다.”
지하크는 가벼운 한숨을 쉬며 덧붙 였다.
“일 년에 단 하루만 손님을 받아도 일 년치 운영비의 기본 수익은 전부 건지는 것으로 압니다. 매장들도 굳 이 이곳에서 철수할 이유가 전혀 없 는 거죠.”
“세상에……
뭔가 자신이 알지 못했던 신세계 이야기에 정효주는 정신이 잠시 혼 란해졌다.
물론 그녀도 제니스 컴퍼니 부의장 으로서 경영에도 간섭하고, 이것저 것 큰돈을 만지기도 하고,기업을 쇼핑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지라,아무래도 그 런 주제는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어찌 되었든 정효주는 지하크의 안 내를 받아 매장에 들어섰다.
입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공손히 인사를
올린다. 마치 사장이라도 행차한 것 처럼 행동과 표정에 군기가 잡혀 있 다.
정효주는 그런 깍듯한 태도에는 이 미 익숙해져서 면역이 되어 있었지 만,고용주가 아닌 손님으로서 이런 군례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조금 어색한 기분이었다.
직원들은 그녀에게 함부로 다가오 지 않았다. 그저 적당한 거리를 유 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상품들을 둘러보았 다.
주로 귀금속 장신구를 살폈는데,
하나같이 가격이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더 심장이 떨린다.
“지하크,이거 이상해요. 왜 가격이 안 붙어 있는 거죠?”
“제가 직원들에게 물어보겠습니 다.”
물론 지하크는 그 이유를 알지만, 매장이 아닌 자신이 대신 설명하는 것은 결례이자 그녀의 체면을 상하 게 하는 것임을 안다.
그가 손짓을 하자 직원이 왔고,지 하크는 정효주의 의문을 그대로 전 달했다.
“이 상품들은 왜 가격을 미리 표시
하지 않는 겁니까?”
“예?,,
직원,에밀리는 당황했다.
이런 곳에 일하는 직원들은 평직원 이라 해도 사회에서는 알아주는 금 수저 집안 출신인 경우가 많다.
당장 지금 쪼르르 달려온 에밀리만 해도 수천억 원대 자산가를 아버지 로 두고 있는,부자 가문의 딸이었 다.
이곳에서 일하는 것은 아람 왕족이 나 부호들과 인맥을 쌓기 위한 경영 수업의 일환이었다.
때문에 직원들은 어떤 돌발 상황에
서도 적절하게 대응받을 수 있도록 철저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아랍 왕 족,세계 최고의 VVIP들을 상대하 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조차도 첫 마디에 당황할 만큼,지금 질문은 너무 의외였던 것이다.
‘왜 가격을 표시 안 했냐고?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지금?’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거의 왕족 아니면 석유 대재벌들이다.
수십만 달러,수백만 달러 이상 가 는 사치품이라도 그들에게는 공산품 과 별다를 것 없다. 구매를 결정하
는데 가격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수 치스러운 일이고 하찮은 것이다.
몇 십 개,몇 백 개를 한 번에 산 다 하더라도 가격 따위는 눈여겨보 지도 않고,관심도 없다.
“제가 모시는 분께서 궁금하게 여 기십니다. 어서 설명을 부탁합니다.”
“에…… 그것은……. 저희 매장을 찾는 분들은 모두 상품의 가격이 얼 마인지 궁금해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라서 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겁니 다.”
“라고 합니다.”
“그래요? 대체 얼마나 돈이 많은
분들이면 그럴 수가 있는 걸까요?”
“그,그분들은 몸에 걸치는 피복류 의 가격에 대한 고민은 태어난 순간 부터 이미 겪어보지 않으셨기에 그 런 듯합니다.”
“대단하네요. 저도 근래 들어서 돈 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봤 지만,그래도 온라인 쇼핑 같은 거 할 때마다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던 데.”
정효주의 솔직한 말은 지하크를 통 해 에밀리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 고,에밀리의 머릿속은 더욱 멍해졌 다.
‘대체 이분은 뭐지?’
외모로 보면 동양인 같다. 피부가 희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걸 보면 혼 혈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람인 수행원을 여럿 거느린 걸 보면 보통 부자가 아닐 텐데,왜 저 런 말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갔다.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대체 어디서 봤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기억에 남아 있다면 어쩌면 유명한 인물일지도 모르겠는데.
에밀리는 그래도 침착하게 웃는 얼
굴을 유지하며 응대하려고 노력했 다.
“에…… 아무래도 온라인 구매는 가격 표시가 필수겠죠. 하지만 저희 매장에서 파는 상품들은 온라인에서 는 판매를 하지 않는 제품들입니 다.”
“그래요? 이상하다. 회사 주식도 온라인에서 거래되던데 상품들은 정 작 온라인 판매를 안 하나 봐요?”
“예?”
에밀리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반문 하고 말았다. 절대 고객에게 반문해 서는 안 된다는 기본 지침도 잊어버
린 채.
‘뭐야,대체 뭐야?’
이미 프론트 쪽에서는 직원들이 들 키지 않게 자기들끼리 조곤조곤 이 야기를 나누며,이 정체불명의 손님 의 정체를 열심히 추론하는 중이었 다.
그러는 사이 정효주는 열심히 물품 을 골랐다.
“이건 얼마죠?”
“화,확인해보겠습니다.”
“어머,직원분들도 정작 가격을 몰 라서 일일이 확인해봐야 하나 봐요. 이러면 영업이 좀 비효율적으로 되
지 않나요?”
“보통은 따로 저희가 자택까지 직 접 배송을 해드리고 있어 쇼핑 당시 에는 가격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도 아무런 지장이 없……
정신없는 순간이 지나갔다. 에밀리 는 아예 다른 직원을 한 명 더 전 담으로 불러서 가격을 알아보게끔 보조를 시켰다.
“이 목걸이는 얼마죠?”
‘2,500만 달러입니다.”
“와,무슨 목걸이 하나에 2,500만 달러나 하죠? 말도 안 되는 가격이 네요.”
그래서 안 산다는 거야? 에밀리는 지금까지 수행을 든 게 왠지 억울해 졌다.
물건이 마음에 안 들어서 사지 않 는 거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지 만,이 매장의 급에 어울리지 않는 손님한테 엉뚱하게 시간만 뺏긴 거 라면 여러모로 손해 보는 기분이 들 었다.
“잠시만요. 남자친구한테 전화 좀 할게요.”
“예?”
또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반문. 이 제는 에밀리도 포기했다.
“카드 긁어도 되냐고 물어보려고 요. 아무래도 이런 거는 처음이라 양해는 구해야 할 거 같아서. 응, 지응아. 나 지금 지하크 따라서 쇼 핑 왔는데,여기서 카도 좀 긁어도 돼? 얼마까지 써도 돼? 와,정말? 알았어. 고마워.”
정효주는 전화를 끊었고,에밀리는 넋이 나간 표정을 감추기 위해 필사 적이었다.
“지하크,여기 호텔을 전부 사도 된대요.”
“오오! 역시!”
“물론 진짜 호텔을 사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적당히 쇼핑만 할 거예 요.”
지하크는 감격했다. 드디어 자신이 수행하는 고귀한 분이 제한 없이 마 음껏 쇼핑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 었다. 이렇게라도 대리만족을 해야 지.
정효주는 상품을 마음껏 골랐다. 천만 불 단위의 사치품을 제한 없이 마구잡이로 손가락질했다.
어느덧 점장이 직접 나와서 에밀리 를 대신해서 에스코트했고, 에밀리 와 다른 직원들은 그 옆에서 보조했 다.
‘점장님! 이 손님들 뭔가 이상해 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위험해 요!’
안타깝게도 에밀리의 그런 외침은 점장에게까지 닿지 않았다.
정효주는 결국 12가지의 목걸이와 팔찌 등 귀금속을 골랐다.
그녀는 알이 작고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상품들을 선호했다. 점장은 정 중함을 한껏 유지한 채로 칭찬을 아 끼지 않았다.
“정말 고객님처럼 뛰어난 안목을 지니신 분은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 니다. 지금 고르신 상품들은 모두
이태리의 명인 까르테 바드 주이시 세공사가 직접 만든 역작들입니다. 이 세상에 동일한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죠.”
“똑같은 게 없다니까 더 마음에 드 네요.”
그녀가 고른 사치품의 가격은 거의
4억 달러 가까이 되었다.
정확히는…….
“3억 9,520만 달러입니다.”
아랍 왕족이 방문해도 하루아침에 이만한 금액을 쇼핑하지는 않을 것 이다. 점장은 전대미문의 매출 기록 을 달성한다는 것에 잔뜩 부풀어 있
었다.
“할인 되죠? 10%.”
“예? 저희는 할인 제도가 없습니다 만.”
“네? 저 할인 카드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