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41)
나는 귀족이다 1345화
[헬조선 편]
72장 기묘한 콜렉터(1)
말이 되는가?
저게 박물관을 일대일 실물 사이즈 로 정교하게 복제한 것이란다.
일본 황거를 하룻밤 만에 옮겨온 전적만 없었다면 아마 그대로 믿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다.
‘틀림없이 루보르 박물관이다.’
파리가 지옥으로 변한 그날,아마 혼란을 틈타서 몰래 가져온 것이리 라. 그것만이 이 상황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사님,저건 아무리 봐도 단순 모형이 아니라 파리에 있던 루브르 박물관을 파서 가져온 것으로 보입 니다만.”
“에이,그게 더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파리에서 여기까지 거리
가 얼만데 그 큰 걸 하루아침에 가 져옵니까?”
프랑스 대사는 어이가 없었다. 지 금 저걸 진담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 지?
그럼 일본의 황거를 가져온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이미 제니스 타운에는 일본의 황 거가……
“황거를 하룻밤 사이에 옮기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말을 한 바 있어요.”
“아니,그럼 이미 있는 황거는 어
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그거야 나도 모르죠. 전문가들이 합당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프랑스 대사는 미치고 펄쩍 될 노 릇이었다. 태연한 임원의 표정을 보 니 속이 뒤집어질 것만 같았다.
“아무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루 브르 박물관을 하룻밤 사이에 몰래 옮겨와요? 하,이게 말이나 되는 소 립니까. 물리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애초에 거리가 얼만데요.”
이미 황거를 통째로 옮겨온 전적이 있음에도,마치 그런 일은 없던 것
처럼 태연히 말한다.
“그리고 우리 의장님,프랑스에 그 사태가 일어나는 동안 한국을 떠난 적이 없으십니다. 한국을 떠난 적이 없으신 분이 무슨 재주로 루브르 박 물관을 가져옵니까?”
“이사님.”
“아무튼 우리 회사 입장은 그렇습 니다. 지금 타운에 있는 루보르는 의장님이 취미 활동 겸 해서 제작하 는 1대1 실물 사이즈 복제품이니까, 괜한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아, 나중에 완공되는 대로 정중히 초청 장을 보낼 테니 한 번 오셔서 감상 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프랑스 대사는 속만 박박 긁 힌 채,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가야 했다.
유지웅은 출입이 통제된 루브르 박 물관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 다.
탄성이 나올 만큼 유명한 미술품들 이 수도 없이 전시되어 있지만, 그 저 감홍 없는 눈으로 둘러볼 뿐이었 다.
함께 관람 중인 정효주는 연신 입 을 다물지 못하고 우와 우와 탄성을 냈다.
“약탈당한 미술품이나 몇 점 가져 오랬더니,아예 박물관을 통째로 들 고올 줄은 몰랐어.”
“여기 있는 거 죄다 약탈당한 미술 품이잖아. 몰랐어?”
“그게 무슨 말이야?”
“유럽에는 그런 말이 있지. 약탈 문화재를 전부 원래 나라에 돌려준 다면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은 가장 먼저 문을 닫아야 한다고.”
“그래?”
“왜냐면 전시할 게 없어지거든. 사 실 루보르에서 진짜 프랑스 소유물 은 건물 빼고 없다는 말도 있을 정
도인데,뭐.”
정말로 프랑스 유물은 한 점도 없 다는 의미는 아니지만,그만큼 약탈 품으로 전시품목을 채워 넣었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나온 말이었다.
“수도와 전기 공사는 아예 새로 해 야겠네. 일단 고쿄처럼 수도 라인이 가장 문제야. 지반을 통째로 파온 거라서 아무래도 중간 어딘가에 파 이프가 끊겼을 거거든.”
“보안서약 받고 일 시켜야겠네. 세 상에는 네가 만든 복제모형으로 공 개를 했으니.”
뭐,사실은 루보르를 가져온 거라
고 알려져도 난 별로 상관은 없는 데.”
“그게 더 재밌어질 거 같아서 그러 지?”
“역시 유잘알. 넌 나를 너무 잘 알 아서 좋다니까.”
유지웅은 정효주의 어깨를 팔로 끌 어안은 채 키득거렸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프랑스가 모형이라고 믿어주지는 않을 거 같 은데.”
“괜찮아. 원래 국제사회는 강자진 리의 논리를 따라가게 돼 있어. 내 가 이미테이션이라고 하면 이미테이
션인 거야.”
“그래도 사람들이 안 믿어주면?”
“힘으로 가져가보라고 하면 되지, 안 그래?”
“참 명쾌하네.”
이제는 그런 사고방식에 많이 익숙 해진 정효주는 오히려 시원하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직지심체요절은 여기 없지? 그거 루보르가 아니라 프랑스 국립 도서 관에 있다고 들었는데.”
“노놈,여기에 있어.”
“어,정말? 왜?”
“루브르가 최근에 잠깐 전시 좀 한 다고 국립 도서관에서 빌려왔거든. 내가 루보르를 딱 가져가기 전에 알 아서 갖다 모셔놓은 거지. 참 공교 롭지 않아?”
“지응이 넌 진짜 행운의 여신이 붙 어 있는 거 같아.”
“후후,행운의 여신 따위야 얼마든 지 갈취해주지. 인간이 아닌 신이니 까 근로기준법 같은 것도 다 소용 없거든.”
“……행운의 여신이 정말 존재한다 면,지금 그 말을 듣고 엄청 떨고 있을 거야.”
평소에 국립 도서관에서 잘 보관하 고 있던 직지심체요절이 하필이면 유지웅이 파리를 방문하기 전,전시 를 위해 대여를 해왔을 줄이야.
일이 이렇게 쉽게 풀려도 되는 건 가 싶다.
“근데 건물이라는 게 고유의 생활 상처 같은 게 있잖아. 벽돌에 난 홈 집이라던가,복도에 진 얼룩이라던 가. 그런 것들을 전부 비교하면 결 국 모형이라는 건 아무도 안 믿을 거 같은데.”
“그런 것까지 전부 복원했다고 하 면 되지.”
“진짜 궁금하다. 사람들 반응이 어 떨지.”
너무 명쾌해서 오히려 이쪽이 할 말을 잃게 된다.
정효주는 궁금했다. 자신조차 이런 데,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받 아들일까.
특히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의 반응이 너무 기대된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바리게이 트 밖에서 박삼봉 이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박 이사님. 여기까지는 어낀 일이시죠?”
“조금 전 프랑스 대사가 회사를 다 녀갔습니다. 루보르 모형 때문입니 다.”
박삼봉 이사는 잊지 않고 ‘모형’이 라는 단어를 붙이며 억양에 강조를 실었다.
“모형이 아니라 진짜로 루브르 박 물관을 가져온 게 아니냐고 항의하 더군요. 그래서 모형이라고 잘 타일 러서 돌려보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모형이라고 하면 모형이라고 좀 믿지,왜 그렇게 사 람 말을 못 믿는지 모르겠군요. 그 동네는 참 이해가 안 갑니다. 평생
속고만 살았나.”
“그러게 말입니다. 원체 남을 속이 는 데만 익숙해진 지역이다 보니 그 런 거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근사한 모형을 보고 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품을 수 있는지. 아니,하루아침에 그 먼 거리에서 이 거대한 박물관을 옮겨 온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예 요?”
“맞습니다. 제가 그런 부분까지 잘 타일러서 보냈습니다.”
정효주는 둘의 대화를 지켜보며 할
말을 잃었다.
‘일본 고쿄를 옮겨온 적도 있는 데……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루보르 박물 관을 모형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이다. 특히 진실에 상당 부분 닿아 있는 제니스 컴퍼니 임원이라면 더 욱
저게 진짜라는 걸 서로 알고 있을 텐데,왜 자신 앞에서 굳이 저렇게 까지 쇼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 다.
‘아니,잠깐만. 설마……?’
문득 의심이 든 정효주는 조심스럽
게 입을 열었다.
“박 이사님. 혹시 저게 진짜 모형 이라고 알고 계시는 것은 아니겠 죠?”
“부의장님,저건 모형이잖습니까.”
“저게 어떻게 루브르 원형물입니 까. 진짜 루보르는 며칠 전 파리를 습격한 괴수 때문에 영원히 세상에 서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니까. 효주 넌 또 갑자기 왜 그래?”
유지응이 아무렇지 않게 끼어들었 고,정효주는 할 말을 잃은 채로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었는지 상 상했다.
마치 실제로 본 것처럼 눈앞에 선 명하게 그려진다.
-이건 루브르 박물관 복제 모형입 니다. 파리에 있는 진짜 루보르는 소실되어 없어졌지만,대신 제가 취 미로 만든 실물 사이즈 모형이 앞으 로 루보르를 그리워하는 많은 관람 객들의 마음을 달래줄 겁니다.
-앗,알겠습니다. 진짜 루보르는 불타서 없어졌군요. 참 안타까운 일
입니다.
참 눈물겨운 충성심 아닌가?
죽으라고 하면 정말 죽는다. 콩을 가리켜 팥이라고 하면 그때부터는 무조건 팥으로 인식한다. 머릿속에 서 다른 의심이나 반문이 들어도 떨 쳐,아니,애초에 다른 의심이나 반 문 따위를 허용치 않는다.
‘이런 것도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부 단장을 마치는 대로 관람도 시작할 생각이에요. 차질 없도록 준 비해줘요.”
“알겠습니다. 세상사람 모두가 의
장님의 정교한 복원 취미에 크게 놀 랄 겁니다. 프랑스의 도움 없이 진 짜 루브르보다 더 진짜 같은 실물 모형을 이렇게 만들어 내셨으니까 요.”
“그럼요. 아주 깜짝 놀라게 해줄 겁니다.”
“프랑스 정부가 다소 귀찮게 나올 것 같습니다만,그건 제 선에서 알 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요,잘 부탁합니다.”
모르잔은 한국에서 올라온 보고를 받았다.
제니스 타운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 은 모형에 지나지 않는다고 극구 우 긴다는 내용이었다.
침착하게 보고를 확인한 그는 측근 을 돌아보며 물었다.
“조사 결과는 어떤가?”
“폭발로 인한 크레이터가 아닙니 다.”
“그럼?”
“루보르가 사라진 지면의 표층을 확인했습니다. 거대한 아이스크림 칼 을 이용한 것처럼 곡선으로 완만하 게 땅을 ‘떠냈습니다.’ 일본 도쿄의 황거를 가져갔을 때와 유사합니다.”
크레이터는 괴수가 일으킨 폭발로 파인 게 아니다. 원형 칼로 도려내 듯이 날카롭게 떠낸 것이다.
“그리고 제니스 컴퍼니에서 그런 모형을 제작한다는 흔적 같은 것은 일절 없었습니다.”
정말 모형이라 해도,그 거대한 루 브르 건물을 본떠 짓는 과정에서 소 문이 새어나가지 않을 수가 없다. 건축 자체야 비밀로 한다 치더라도, 설계나 외관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어떻게든 말이 흘러나오게 마련이 다.
1틀림없습니다. 제니스 타운에 있
는 루보르는 파리에서 가져간 게 분 명합니다.”
“제니스 컴퍼니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결론은 나왔다. 그리고 한숨도 함 께 나왔다.
모르잔은 머리가 지끈거려서 미간 을 살짝 눌렀다.
‘일국의 지도자나 다름없는 사람이 어찌 이런 무도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남의 나라가 불운에 빠진 틈을 타 서 귀중한 문화재들을 박물관째 들
고 사라지다니.
게다가 복제라고 주장하는 걸 보면 절대로 돌려줄 마음이 없는 게 분명 했다. 프랑스 대사가 박삼봉 이사와 의 대화를 정리한 내역을 보면 분명 해진다.
이렇게 뻔뻔한 논리와 명분을 내세 울 줄은 몰랐다. 모르잔도 처음 대 화 내용을 읽었을 때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을 정도다.
“혹시 거래를 하자는 것은 아닐 까?”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참모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
었다.
“만약 유지웅 의장이 들고 가지 않 았다면 어차피 루보르는 불에 타서 없어졌을 겁니다. 아마 그래서 유지 응 의장도 면책이 될 거라 생각하고 일단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래를 제안하게. 어떻게든 돌려 받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