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44)
나는 귀족이다 1348화
[헬조선 편]
72장 기묘한 콜렉터(4)
특사는 방금 유지웅의 말에서 단단 한 뼈를 느꼈다.
분명히 말했다.
원래는 불랐을 것들이니까,여기에 서 보관하는 동안 사고로 잘못되더
라도 자기에게 책임은 묻지 말라고.
“의장님……
“제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 않 습니까. 애초에 없어져야 했던 것들, 제가 신수에게 최후의 소원을 써서 살려냈고,이제 아무런 대가를 바라 지 않고 돌려드리는 겁니다. 그러니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저에게 책임은 물으시면 안 되는 거죠. 그건 말 그 대로 하늘의 뜻,운명의 계시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정도의 보험은 확보되어야 제 가 안심하고 진품이라는 걸 인정한
뒤 프랑스 정부에 다시 돌려드릴 수 있는 겁니다. 사실 여기서 프랑스까 지 갈 길이 얼마나 먼데,운송하는 도중에 사고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잖아요? 막말로 반출하는 과 정에서 갑자기 지반이 무너져 쾅! 하고 모든 게 다 매몰될 수도 있고 요. 그랬다가는 저만 욕먹어요.” 특사는 머리카락이 쭈뻣 곤두섰다.
지금 저거 설마 협박은 아니겠지? 문화재를 한 점이라도 가져가려고 한다면 자기가 먼저 루보르를 불태 워 버리겠다는,그런 초고강도 협박 같은 것은 아니겠지?
그래서 제가 그동안은 복제품이라
고 둘러댔던 겁니다. 적어도 돌려드 리기 전에 사고가 나더라도 제 책임 은 없다는 확답을 듣기 전에는,안 심을 할 수가 없거든요.”
“진심이십니까.”
“진심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굳이 대가 없이 돌려드린다고 말씀 드릴 리가 없잖아요?”
아니,대가 없이 돌려준다고 말을 하면서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이 없 다는 말이 오히려 더 진심 같지 않 은데?
“아무튼 제 말은 다 끝났습니다. 전시 문화재,얼마든지 가져가셔도
좋아요.”
특사는 얼이 빠진 채 제니스 델리 스를 나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지웅의 말은 협 박으로 들렸다.
가져가고 싶으면 얼마든지 가져가 라. 대신 잿더미 형태로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협박.
특사는 차에 오르자마자 출발하지 않고 바로 자신이 나누었던 대화를 최대한 기억해서 서술했다.
녹취를 할 수도 있었지만, 아무리 첨단 장비를 쓴다 해도 들키지 않는
다는 보장은 할 수 없었다. 유지웅 의 뒤에는 바로 첩보전의 끝판왕, 미국이 있었으니까.
때문에 그는 최대한 대화 내용을 실제와 가깝게,조사 하나까지 그대 로 기록했다. 까먹기 전에 기록하는 게 가장 좋으니.
차 안에서 본국에 보고를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모르잔 대통령의 직통 전화가 걸려 왔다.
새 정부가 그만큼 루브르 박물관 반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증 거였다.
-협박이라고?
“예. 제 느낌은 그렇습니다,대통령 각하.”
“문화재를 가져가려 한다면 모두 불태워 버리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프랑스는 절대 로 온전한 문화재를 가져가지 못할 것입니다.”
-확신할 수 있나?
“눈빛,태도,표정,어투,몸짓, 모 든 게 노골적이었습니다. 이렇게까 지 말을 하는데 정말로 가져가려고 시도할 것이냐,그렇다면 불태워서 아무도 갖지 못하게 할 거다,그런
의도가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__음_..
“대외적으로 복제품이라고 계속 주 장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으로 사 료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루브르 박물관과 그 문화재들을 내 주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지입니다.” -날강도가 따로 없군.
맞는 말이다. 하는 짓만 봐서는 분 명한 날강도다.
하지만 그 날강도가 지금 프랑스를 파괴해 버릴 수도 있는 섬뜩한 핵무 기를 쥐고 있다. 정말로 핵무기라는 뜻이 아니라 그에 준하는,아니 그
이상의 위력을 가진 무기라는 의미 다.
에그파우더,결정체,탈모 치료제, 등등 그 어느 것 하나만 공급을 끊 어도,프랑스는 휘청거리게 된다.
만약 외교적 분쟁 때문에 프랑스 국적인들에게 탈모 치료를 거부한다 면?
‘뭐? 아니,우리가 왜 탈모 치료 시술을 받을 수 없는 거야?’
‘뭐? 우리 프랑스 정부가 복제품 루브르 박물관을 진짜니까 돌려달라 고 우겨서 괘씸죄에 걸린 거라고?’ ‘안 되겠다. 모르잔 대통령,탄핵!’
이런 전개로 이어지지 않을까?
-협상의 여지는 없어 보이나?
“원하는 어떤 조건이라도 말을 해 보라고 했으나,전혀 듣지 않았습니 다. 그냥 가져가라고만,대신 운송이 나 보관 과정 중에 생기는 소실에 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점만 거듭 해서 강조했습니다.”
특사의 표현에서 협상의 암담함을 느낀 모르잔 대통령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특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통령 각하,유지웅 의장은 영토 할양 같은 파격적인 게 아니고서는 절대로 루브르 박물관과 전시 문화 재를 돌려줄 마음이 없어 보입니 다.”
-정말 영토 할양을 제시하면 거래 를 할까?
“대통령 각하!”
특사는 깜짝 놀랐다.
자신은 그저 그런 극단적인 조건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는 뜻에서 한 말일 뿐이다.
아무리 문화재가 귀중하다지만 영 토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다. 영토는 국가를 이루는 기본적인 삼대 요소 중 하나이니까. 문화재와 는 다르다.
-정말 그렇게 하겠다는 뜻은 아닐 세. 그랬다가는 국민들의 지지를 잃 고 하루아침에 탄핵당하겠지. 내가 그렇게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야.
“대통령 각하,그럼 어떤 의미 로……
-한 번 암시를 해보라는 거야. 그 래도 넘어오지 않는다면 정말로 루 브르 박물관을 그 어떤 것과도 바꾸 지 않고 소유하겠다는 뜻이 분명한 거지.
“알겠습니다.”
바로 다시 들어갈 수는 없는지라, 특사는 다시 날짜를 정해서 유지웅 을 방문했다.
유지웅은 생글거리면서 반갑게 그 를 맞이했다.
“문화재를 가져가실 준비가 되셨나 요?”
“일단은 운송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잘됐네요. 저도 빨리 ‘원주인’에게 문화재들이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습
니다.”
지금 분명히 느껴졌다. 원주인이라 는 단어에 유독 강한 억양이 실린 것을.
루보르 박물관에 있는 문화재 중에 는 과거 프랑스가 타국 침략 과정에 서 약탈한 게 많다. 그 점을 꼬집어 서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특사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의장님께서 루브르 박물관의 보존 을 위해 소중한 소원까지 소모해 주 셨는데,아무런 대가 지불도 없이 그냥 가져가기에는 너무 염치가 없 습니다.”
“괜찮다니까요. 저는 원래 무료 봉 사 정신이 강한 사람입니다. 아무런 대가도 필요 없어요.”
“그럴 수야 없지요, 우리 프랑스 정부는 의장님께서 원하는 어떤 것 이든 지불할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혹 영토 할양을 원하신다 하더라도 아 주 불가능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특사는 눈치를 살피며,‘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점에 분명한 강조를 주 었다.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자기의 개인 적인 착각으로 책임을 무마하려는
것이다.
물론 전권을 가진 특사가 한 외교 적 발언을 뒤집는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영토 할양 같은 중대한 문 제에서는 충분히 국제사회의 양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어떻게 반응할 텐가.’
특사는 잔뜩 긴장해서 유지응의 대 답을 기다렸다.
“에이,영토 같은 거 받아서 뭐합 니까. 저는 국가도 아니고 그냥 개 인인데.”
“북한이……
“필요 없어요. 그냥 얼마든지 가져
가시면 됩니다. 아, 물론 운송 중에 사고 일어나도 제 책임이 없다는 것 만큼은 분명히 기억해 주시구요.” 이것으로 분명해졌다.
유지응은 그 어떤 대가를 받더라도 루보르 박물관을 내어줄 마음이 전 혀 없다. 루보르 박물관을 돌려받고 싶으면 전쟁이라도 벌여서 승리를 해야 할 판이다.
‘미친 짓이지.’
핵폭발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를 상 대로 전쟁을 벌인다?
바로 그가 프랑스로 날아와서 대통 령 이하 군통수권을 지닌 이들의 목
을 모조리 딸 것이다.
‘애초에 상대가 안 되는 게임이었 다.’
이미 프랑스는 에그파우더 공급대 상 제외국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벗어 날 수 없는 약점이 잡힌 상태였다.
에그파우더 때문에 그 말도 안 되 는 혁명이 일어나고 모르잔이 대통 령까지 되었는데,만약 에그파우더 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새 정부 는 한순간에 국민적 신뢰를 잃을 것 이다.
이제는 협상의 주제와 방향을 바꿔 야 한다.
“의장님은 프랑스에 많은 유감이 있어 에그파우더 공급을 제외할 결 심을 굳히셨으면서도,루브르 박물 관을 구원해 주시고 이제는 기꺼이 전시 문화재까지도 대가 없이 가져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 점에 관해서 프랑스 정부를 대표하여 다시 한번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별 말씀을 다 하시네요. 괜찮습니 다.”
“저희 프랑스 정부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루보르 박물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을 의향이 있습 니다. 아울러 의장님께서 원하신다 면 루브르 박물관과 그 전시 문화재
가 모두 진품임을 인정하고,동시에 소유관리 이양을 공식화할 계획도 있습니다.”
“정말 그래도 돼요? 그랬다가는 신 임 대통령 지지율에 큰 타격이 갈 텐데요? 저라면 그런 카드 안 씁니 다.”
특사는 방금 그 말이 왠지 프랑스 를 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프랑스는 철저한 을, 칼자루는 저쪽이 쥐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꾹 참아야 한다.
“의장님 말씀대로라면 어차피 불타 없어졌을 겁니다. 또 앞으로 새로
괴수가 침입해 오더라도 우리 프랑 스는 루브르를 온전히 지킬 만한 능 력이 없습니다. 그 점을 강조하면 충분히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 을 겁니다.”
“흠,쉽지 않을 텐데요.”
준다고 하는데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니,속에서 부글부글 열이 뻗쳐 오를 것 같다.
하지만 특사는 어렵지 않게 표정을 관리했다. 이까짓 포커페이스 유지 쯤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쉽습니다. 다 만 의장님께서 약간의 배려만 베풀
어주신다면 일처리가 한결 매끄러워 질 겁니다.”
“어떤 배려죠?”
“에그파우더를 포함하여 프랑스와 제니스 컴퍼니 간의 무역교류가 월 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을 품어주시는 것입니다.”
“아니,그럼 지금은 제가 너그럽지 않다는 뜻인가요? 악랄하다거나 뭐 그런 의미인가요? 애초에 악랄한 사 람이었으면 루보르를 지키기 위해서 제 소중한 소원을 쓰지도 않았습니 다. 그래도 유럽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소중한 문화재와 미술품들이라 서 기꺼이 제 마지막 남은 소원을
썼다고요!”
“그,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지금도 충분히 너그러우시다 못해 성인이십 니다. 다만 약간의 정치적인 배려를 베풀어달라는 뜻에서 말씀을 드리려 다가 제가 단어 선정에서 실수를 했 을 뿐입니다.”
특사는 노련한 선임 외교관들이 왜 이 자리를 그렇게 기피했는지,지금 이 순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이건 입을 열 때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무자비한 공격이 날아온다. 혼 이 달아나 버릴 것만 같다.
일단 한 번 들어나 봅시다. 루브
르 이양을 공식화한다는 건 구체적 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뜻이죠? 아, 제가 루브르가 탐이 나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고 순수한 정치공학적 호 기심에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어떻 게 그런 게 가능할지 궁금하거든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