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61)
나는 귀족이다 1365화
[헬조선 편]
73장 인간 재앙(12)
“확신해요. 화폐 개혁은 경제교류 조약의 위대한 첫 삽이 될 겁니다.”
유지웅은 기획재정부 장관,한국은 행 총재를 불러모아 놓고 자신만만 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숫자 단위를 굳이 바꿀 필요는 없 어요. 혼란은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요. 그냥 신권을 발행해서 구권을 전부 대체하자는 겁니다.”
장관과 총재도 황백호 통령의 발표 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북한의 화폐 개혁,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이전에 엉망이었던 경제에 작별을 고하고 새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중 요한 결정이었으니.
또한,종잇조각만도 못한 가치를 지녔던 구화폐 대신 새 화폐를 발행 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한테 이 이야기 롤?’
‘북한 화폐 개혁이 우리나라와 무 슨 상관이라고?’
장관과 총재가 혼란스러운 것은, 왜 자신들이 유지웅의 호출을 받고 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 였다.
그러다가 퍼뜩 어떤 생각이 스쳤 다.
“의장님,혹시 황백호 통령은 우리 나라와 화폐 통합을 원하는 겁니 까?”
“바로 그겁니다. 디테일은 조금 다 르지만,대충 제대로 보셨어요.”
유지웅이 가볍게 박수를 쳤고,장 관과 총재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화폐 통합?’
‘그냥 북한 화폐 개혁이 아니었 어?’
‘그걸 왜 우리나라와 한다는 거 야?’
‘이건 말도 안 돼!’
이렇게 조출한 회동 자리에서 웃으 면서 가볍게 나눌 만한 주제가 아니
었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어버릴 아 주 놀라운 이야기 아닌가.
“그러니까 제 제안은 이겁니다. 한 국과 북한이 절반씩 지분을 대서 새 로운 발행은행을 만들고,그 은행에 서 발행하는 화폐를 양국이 공통으 로 쓰자는 겁니다.”
“의장님,하지만……
“지금은 의장이 아니라 총리라고 불러주세요. 북한의 2인자로서 말씀 드리고 있는 중이니까요.”
유지웅은 웃는 얼굴로 못을 박았 다.
“어차피 경제 협력은 이미 시작했 고,통일도 지향해야 합니다. 언젠가 통일이 되어야 한다면 적어도 화폐 같은 것만큼은 지금 미리미리 통합 을 시켜둬야 나중에 유리하지 않겠 어요?”
틀린 말도 아닌지라 당장 반박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북한은 지금 화폐 개혁을 해야 합 니다. 이 타이밍에 서로 발행은행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미래를 위한 선견지명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총리님,하지만……
“두 분도 전문가니까 잘 아시잖아
요. 이 타이밍 놓치면 나중에 화폐 통합할 때는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요. 지금이 가장 적기예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이 유’ 하에서만 합리적인 내용이었다.
정치적인 이유를 따지기 시작하면 지금 화폐 통합을 해서는 안 되는 원인이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질 것이 다.
‘대통령이 절대 찬성하지 않을 텐 데.’
당장 자신들이 알기로 대통령이 현 금화해서 보관하고 있는 검은돈만 수백억 원은 넘을 것이다.
‘장모님 댁 텃밭에 묻어둔 20억 원 은 어떻게 하지?’
‘부모님 댁 뒤뜰에 숨겨둔 내 돈……. 그걸 다 포기하라고?’
장관과 총재도 만만잖게 돈을 숨겨 두었다.
하지만 화폐 개혁을 해버리면 그 돈을 모조리 포기해야 한다.
숨겨 놓은 돈을 꺼내서 신권과 교 체를 하려고 하면,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를 소명해야 하니까.
“이거이거…… 두 분이 자꾸 망설 이시는 거 보니까 뭔가 이상합니까? 혹시 장모니 텃밭이나 부모님 뒤뜰 에 현금다발이라도 묻어놓은 건 아 니겠죠?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한국 은행 총리씩이나 되시는 분들이 설 마 그러진 않았겠죠?”
“헉! 절대 아닙니다!”
“그,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절대 로 아닙니다!”
농담입니다. 설마 제가 정말 그런
의심을 품있겠어요? 이 좋은 기회를 자꾸 망설이기만 하시니까 한 번 찔 러본 거죠.”
두 사람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 고,유지웅은 괜찮다는 듯이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화폐 개혁하는 김에 도안 도 전부 싹 갈죠. 기존 도안은 죄다 버리고요.”
“어,어째서입니까?”
“화폐 도안 만들 때 화가들이 보통 자기 얼굴을 기반으로 도안 속 인물 초상화를 만들었잖아요? 근데 그 화 가 중 친일파도 있었잖아요. 즉 지
금 우리가 쓰는 화폐에 친일파 화가 가 자기 얼굴을 기본으로 해서 그린 위인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겁니다. 저승에서 위인이 얼마나 통탄하시겠 어요?”
이 순간 두 사람의 눈에 유지웅은 사람이 아니라 자연재해로만 보였 다.
인간 재앙,진짜 딱 이 사람을 위 한 단어가 아닐까.
“아무튼 빨리빨리 추진합시다. 얼 른 돌아가셔서 대통령께도 의사 전 달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디테일
한 제안 내용은 제가 이미 공문으로 보냈어요.”
“……알겠습니다. 보고 드리고 논 의해보겠습니다.”
“적어도 이번 달 안으로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서둘러 주시기 바람니 다.”
애초에 거절은 생각하고 있지 않은 말투였다.
* * *
장관과 총재는 힘없이 제니스 컴퍼
니를 나서서 서울로 돌아왔다. 이미 유선으로 보고를 들은 김호는 장관 과 총재가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청 와대로 호출했다.
“화폐 개혁이라니? 이제 와서 새삼 이게 무슨 말인가?”
“그게…… 이유가 이러합니다.”
장관은 유지응과 나눈 대화를 자세 히 풀어서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추정한,유지웅이 품은 의도에 관해서도 자세한 설명 을 덧붙였다.
“화폐 개혁을 미룰 방법은 없나?”
김호는 막을 방법을 묻진 않았다.
유지응이 하려는 일을 막는다는 것 은 그도 애초에 포기한 것이다.
그저 시간이 필요했다.
화폐 개혁을 완료하기 전에 숨겨 놓은 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 시간이.
‘현금만 천억 원이 넘는데 그 돈을 어느 세월에 전부 회수한단 말인 가.’
김호는 현금으로 잘 보관 중인 돈 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질 것만 같았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겠습니다.”
지금 이 정부 내각 인사치고 돈
몇억,몇십억 숨겨 놓지 않은 인간 은 없다. 이런 점에서는 서로 말하 지 않아도 단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화폐 개혁하기로 했어. 정부하고 이야기는 잘 됐고,황백호 통령님도 긍정적이야.」
-형님,화폐 개혁이라고요?
-설마 그럼 숫자 단위가 막 바뀌 고 그러는 건가요? 으,괜히 동그라 미 한두 개 빠져서 금액 헷갈리고 그러는 건 싫은데.
-월 230만 원 받다가 월 23만 원
받으면 뭔가 엄청 허탈할 것만 같은 데요.
「노놉,숫자 단위 자체는 바뀌지 않아. 원 대신 다른 단위를 쓰긴 하 겠지만,숫자와 화폐 가치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거야. 이미 정부와 이야기가 다 됐어.」
“이게 무슨 말이야,대체!”
“저,저희도 모릅니다.”
“아니,자네들이 자신만만하게 확 답을 주지 않고서야 오늘 가볍게 회 담했는데 방송에서 저런 이야기를 할 리가 없잖은가!”
장관과 총재와 논의 중에 이야기를 듣고 방송을 켠 김호는 불같이 화를 냈다.
장관과 총재도 새하얗게 질린 채, 유지웅이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내 용 듣고 있었다.
「화폐 통합은 어차피 언젠가는 해 야 해, 그렇지? 인정하지?」
-물론입니다. 경제 협력 조약도 맺 있겠다,통일 지향 조향도 맺있겠다, 언젠가 통일도 되겠다, 화폐 통합은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죠.
「근데 북한은 지금 화폐 개혁을 해야 한단 말이지. 그러니까 이참에
미리미리 묶어서 해두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가 하는 게 내 생각이거든.」
-역시 형님의 혜안은 누구도 따라 갈 수가 없습니다. 형님이 아니고서 는 이런 큰 정책을 잡음 없이 밀어 붙일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잡음이 없긴 왜 없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 야!”
-이참에 지하경제에 잠들어 있는 검은돈도 죄다 때려잡아버립시다.
-때려잡을 필요가 뭐 있어? 다시 는 빛을 못 보게 영영 어둠 속에 묻어버리는 거지.
-그럼 일정 시간 지나면 기존 화 폐는 영영 못 쓰게 제한을 걸게 되 는 건가요?
-한 2년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 그 정도면 정말 산악지대에 혼자 사 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화폐 개혁됐 다는 걸 모를 리도 없을 테고.
-산악지대에 혼자 사는 사람이 숨 겨둔 돈이 있기나 할까. 기껏해야 라면이나 쌀 살 돈 조금만 있겠지.
김호는 급히 각료들을 불러 모아 대책 회의를 마련했다.
겉으로는 화폐 통합 정책 추진을 위한 논의를 하자는 명분을 걸었지 만,실제로는 그게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런 큰 정책은 단기간에 밀어붙 이기 어렵습니다. 발행은행 설립부 터 새 화폐 도안 결정,그리고 화폐 제조와 유포 단계까지 생각하면 적 어도 몇 년 이상이 걸리는 대작업입 니다.”
“일부러 지연을 유도하지 않아도 어차피 긴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
다. 아마 대통령 각하의 임기 내에 서는 절대로 마무리되지 않을 겁니 다.”
김호는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 이 되었다.
최대한 빨리 빨리 밀어붙여도 자기 임기 내에서는 끝나지 않는다,이거 지?
‘일부러 훼방을 놓지 않아도 되겠 군.’
사실 김호가 걱정했던 게 바로 그 점이었다.
행정부가 훼방을 놓으려면 얼마든 지 놓을 수 있다.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끔 아주 교묘하게만 방해를 놓으면 된다.
그렇지만 유지웅을 상대로 그런 수 작을 부린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담 이었다.
어떻게 제니스 컴퍼니와 친분을 틀 었는데.
CIA가 든든하게 뒤에서 지켜주는 그를 상대로 어설픈 수작을 부리다 가 들통나면,뒷감당이 도저히 안 되기 때문이다.
국정회의를 마친 김호는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水 * *
“화폐 개혁을 서둘러라.”
“으아악!”
한밤중에 느닷없이 찾아온 최형식 의 차가운 경고에 김호는 소스라치 게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다.
처음 그가 청와대에 침입해서 협박 했을 때, 그날 밤의 악몽 같은 감각 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길게 말하지 않겠다. 화폐 개혁을 서둘러라. 어설픈 방해나 지연작전
을 펼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당 신과 당신 가족의 목숨은 없다.”
어떻게 된 것인지,경호원은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김호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경호원이 아직도 모습을 보이지 않 는다는 건,최형식의 침입을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대체 어떻게?’
설마 그사이 최형식의 잠입 기술이 늘었나?
“내 경고를 잊지 마라.”
최형식은 어둠 속에서 차갑게 노려
보고는 그대로 등을 돌려 사라졌다.
김호는 식은땀을 흘리며,최형식이 가볍게 쥐었던 자신의 목을 어루만 졌다.
‘굳이 일부러 지연을 할 필요도 없 지. 어차피 긴 시간이 걸리는 작업 이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조금 놓였 다.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침투 한 최형식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여론조사 결과,국민들의 절반 이 상이 화폐 개혁에 찬성한다는 반응
을 보였다.
“어차피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인 건 맞아.”
“지금 북한 화폐 개혁하는 김에 묶 어서 하면 되겠네. 북한이 사실 지 금 돈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
“경제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지금 북한 엄청 알부자야. 보유한 금만 해도 5천 톤이 넘는데……
“숫자는 그대로 한다 치고,화폐 단위 명칭은 어떻게 바뀌려나? 원을 그대로 쓰지는 않을 거 같은데.”
“한국은행 다니는 친구한테 얼핏 들었는데,‘유’라는 단위로 결정될
거 같다는데?”
“유? 그럼 앞으로 1유,1억 유 이 렇게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