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72)
나는 귀족이다 1374화
[헬조선 편]
75장 어린 수호신(4)
귓가를 스치는 바람에 유지웅은 서 서히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멍하니 있 던 그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핵폭발! 핵폭발! 핵폭발이 일어났 는데!”
마지막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자신이 본 것은 분명 핵폭발로 인한 섬광이 었다.
“말도 안 돼! 내가 왜 겨우 핵폭발 따위에 기절을 한 거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기겁을 하고 자빠졌을 말이지만,유지웅한테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의 보호막은 핵폭발 속에서 아무 렇지 않게 피보호자의 생명과 안전
을 지켜준다.
유지웅은 핵폭발을 보기 전 분명히 자신의 몸에 보호막을 둘렀던 기억 이 났다.
아니,보호막을 굳이 두르지 않아 도 자동적으로 쳐지기 때문에, 핵폭 발 따위에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있 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된 거야,대체?”
하지만 지금 자신은 분명히 피해를 입었다. 바로 기절이라는 피해 말이 다.
“일단 어디 다치거나 흠집 난 데는 없지만…… 이건 원래 당연한 거고.
내가 대체 왜 핵폭발 따위에 기절을 한 거지?”
의문이 머릿속에 꼬리를 물던 중, 유지웅은 비로소 떠오른 생각에 무 릎을 탁 쳤다.
“아,맞다! 거주 구역! 거주 구역 은 어떻게 됐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핵폭발이 터졌으면,거주 구역에도 분명 큰 피해가 미쳤을 것이다.
일부 지역은 분명히 후폭풍에 휘말 렸을 테고,방사능 낙진이 상당 부 분 휩쓸었을 것이다.
“저곳에만 20만 명 이상 사는 걸
로 아는데……
그 20만 명이 핵폭발로 피해를 입 으면 보통 큰일이 아니다.
인명 피해도 인명 피해고,쿠알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와 신뢰에도 심 각한 타격이 끼치게 된다.
“뭐야?”
유지웅은 눈을 비비며 다시 한번 보았다.
핵폭발이 일어난 것치고는 크레이 터가 지나치게 작았다. 그리고 주변 풍경도 비교적 멀쩡했다.
이건 마치 핵폭발이 아니라 적당한 사이즈의 미사일 탄두 한두 개 정도
가 터진 듯한 위력이었다.
핵폭탄 운반책으로 추정되던 트럭 들이 모두 산산조각 나 있을 뿐,폭 발 지점에서 반경 100미터밖에 있 는 지형물이 모두 멀쩡했던 것이다.
“뭐야,핵폭발이 아니었어?”
하지만 폭발 섬광만 보면 분명 핵 폭발이었는데?
지나치게 작은 폭발 범위에 의아했 지만,유지웅은 곧 가슴을 쓸어내렸 다.
“그래도 다행이다. 핵이 아니어서.”
「핵이 맞습니다.」
“으,으아아악!”
느닷없이 뒤에서 들린 기괴한 금속 음에 유지웅은 귀신이라도 맞닥뜨린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쇠로 만든 성대를 긁듯이 사람과는 거리가 먼 기계의 목소리였다.
“너,넌 뭐야!”
눈앞에는 기괴한 물체가 있었다.
높이는 약 1미터 정도,여기저기 주워 모은 듯한 낡은 금속 철판을 덕지덕지 온몸에 두르고 있으며,빈 약한 네 개의 바퀴로 무게를 지탱하 고 있는,깡통 로봇 같은 녀석이 있
었던 것이다.
「모습이 달라져서 못 알아보시는 모양입니다.」
“뭐라고?”
「긴급히 신체를 구성하느라 이 정 도가 한계였습니다. 이곳에는 신체 를 갖추는 데 마땅한 재료가 보이지 않는군요.」
“뭐야,너는……
유지웅은 어이가 없어서 저도 모르 게 반걸음 정도 뒷걸음질 치다가, 불현둣 떠오른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너,너는! 설마! 블리츠랭크?”
「예,그렇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유지응은 펄쩍 뛰며 놀랐다.
블리츠랭크 녀석을 몇 년 만에 다 시 보는 거라 잠시 까맣게 잊고 있 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이제 녀석을 다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거야? 넌 한 번 죽어 서 결정체로 돌아갔다가 오리나로 다시 부활하지 않았어? 지금 그 모 습은 뭐야?”
최윤에 의해 탄생된 규소 기반 괴 수,블리츠랭크는 한 번 죽은 적이 있다.
그리고 블리츠랭크가 남긴 결정체 는 오리나로 탄생했고, 로버를 진압 하는 과정에서 균열과 융합해 유지 응의 왼손에 깃들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블리츠랭크가 나 타나다니?
“오리나! 너 설마 서버 롤백된 거 야? 아니면 다운그레이드?”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이 설 명이 안 되잖아! 대체 오리나라는
어디 가고 네가 나타난 건데?”
「오리나는 주인님의 왼손에 깃들 어 있습니다. 저의 의식 역시 주인 님의 왼손에 깃들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지금 이 건 뭔데?”
가까스로 가슴을 추스른 유지웅은 블리츠랭크의 머리 부분을 쿡쿡 찔 렸다.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트럭 운전석 문짝을 납램하고 구부려서 갖다 붙 인 것처럼 생겼다.
‘잠깐, 저 바퀴는 지프 타이어 휠 에서 고무를 제거한 거잖아?’
자세히 살펴보니,확실히 이것저것 망가진 차량이나 설비 부품들을 주 워다가 대충 갖다 붙인 듯한 생김새 였다.
거기다가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흠 집 나고 불에 그슬린 흔적까지 가득 해서,기괴하다기보다는 보기만 해 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주인님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서는 외부에 신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어,일단 주변에 있는 재료들을 긁어모아 구성한 외부 신체입니 다.」
“그럼 네 인격이 그 안에는 없다는
뜻이야?”
「네,그렇습니다. 어디까지나 임시 신체이기 때문에 파괴되어도 저에게 지장은 없습니다. 다시 새로 만들면 그만입니다. 제 인격은 주인님의 왼 손에 깃들어 있습니다.」
“오리나……. 아니아니,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까 핵이 맞다 는 건 무슨 의미야? 설마 핵 배낭 이 그런 찍끄만 폭발을 일으켰다는 뜻이야?”
「핵 배낭이 아닙니다. 핵 배낭의 파괴력은 2kt급 이하입니다. 아까 그 폭발은 15kt급 핵탄두가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15kt급 핵탄두?
유지웅은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보 았다. 하지만 폭발 범위가 지나치게 작다. 15kt급 탄두가 터졌다면 적어 도 일대가 쑥대밭이 되었을 텐데.
「제가 폭발 에너지에 간섭했습니 다 u
“폭발에 간섭?”
「폭발 에너지의 흐름을 통제해서 수직으로 향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폭발 에너지의 대부분은 우 주로 향했고,주변에는 큰 피해를 끼치지 않은 것입니다.」
“그게 가능해?”
「원래라면 불가능하지만,봉인된 균열의 힘을 일부 끌어온 터라 어렵 지 않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에너지의 흐름을 통제하는 게 아니 라 강제 진압하는 것이라면,지금 저의 연산 출력으로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방사능은 어떻게 됐고?”
「대부분의 방사능 역시 우주로 날 려 보냈습니다. 3기의 인공위성이 휩쓸려 파괴된 것으로 확인되지만, 그 이상의 피해는 포착되지 않았습 니다.」
거주구역에 피해는 없다.
일단 상황이 안정되자,유지웅은 비로소 거센 흥분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핵폭발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제 어하다니!’
이건 그야말로 사기가 아닌가?
자신은 보호막을 치면 핵폭발 속에 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폭 발 에너지 그 자체를 다루지는 못한 다.
그리고 분명 아까 말하지 않았나?
연산 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핵폭 발 에너지를 제압하는 것은 아직 불 가능하다고.
‘그 말은…… 좀 더 키우면 가능하 다는 말이렷다?’
그때 였다.
저 멀리서 한 무리의 차량과 군용 헬기가 날아오고 있었다.
“CIA 인가?”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안 되겠다. 우리 일단 여기 벗어 나서 이야기하자.”
유지응은 낡은 누더기 깡통 로봇 같은 블리츠랭크를 한 손으로 냉큼 집어 들고는,서둘러 그 자리를 벗 어났다.
깡. 깡. 깡. 깡.
ᄃᄅ르 ᄃ근르 ᄃᄅ르 ■ 一1 • ■■ 1 ♦ • ■ —1 .
철컹. 철컹. 철컹.
요란하면서도 경쾌한 금속음이 쉬 지 않고 울린다.
유지웅은 팔짱을 끼고 양반다리로 앉은 채, 블리츠랭크가 자기 몸을 수선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 다.
새 것이나 다름없는 대형 트레일러 한 대를 갖다 주자,블리츠랭크는 필요한 부품을 뜯어내서 자기 몸에
갖다 붙이며 다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처음 봤던 볼품없는 모습은 사라지고,여덟 개의 매끈한 바퀴와 두 팔,그리고 두 개의 눈이 달린 머리를 가진 아담한 금속 로봇 이 되었다.
외형도 매끈해져서,누가 보면 공 장에서 막 조립한 가정용 로봇 같았 다.
‘왠지 공기청정기에 바퀴하고 팔을 붙인 것처럼 생겼네.’
“자,이제 말해 봐. 넌 한 번 소멸 했는데 어떻게 다시 부활한 거야?”
「제가 남긴 결정체는 오리나로 부
활했습니다. 하지만 저란 존재 자체 가 소멸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오 리나 안에 블랙박스 기록 형태로 남 아 줄곧 존재해왔습니다.」
“그럼 너와 오리나는 별개의 존재 라는 거야?”
「아닙니다. 저는 오리나고,오리나 는 저입니다. 둘은 떼어놓을 수 없 는 하나의 존재입니다.」
“그럼 왜 오리나가 아니라 네가 나 타난 건데?”
「오리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균열 과 융합한 채 그 에너지를 통제하는 데 모든 시스템 자원을 사용하고 있
기 때문입니다.」
설명을 하면서도 블리츠랭크는 자 기 몸을 다듬고 있었다.
세포 융합이 일어나듯,금속 표면 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나며 자연스 럽게 합쳐지는 모습은 SF 영화를 보는 듯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와 오리나는 별개의 존재가 아닌 하나인 존재입 니다. 지금까지 오리나는 균열을 억 누르고 통제하기 위해 줄곧 잠들어 있었습니다.」
“왠지 감동인데.”
「하지만 외부의 위협을 감지하고
주인님을 도울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오리나가 직접 균열 통제 를 포기하고 나올 수는 없는 상황이 었습니다. 그래서 저라는 시스템 자 원을 분리해서 외부로 내보낸 것입 니다.」
“시스템 자원? 분리했다고? 너 롤?”
「OS의 주요 백그라운드 시스템 하나를 분리해서 외부 변수 통제로 돌렸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아!,’
유지웅은 이해했다는 듯이 무릎을 탁 쳤다.
“쉽게 말해서 윈도우 작업창 하나 더 띄웠다는 거지? 어차피 컴퓨터는 한 대니까.”
r.…“.J
“아니야? 내가 잘못 이해했나?”
「……아닙니다. 비슷하게, 아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근접하게 이해하 셨습니다.」
“신기하네, 신기해. 다시는 널 보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이렇 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유지웅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블리 츠랭크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관찰했다.
녀석은 어느덧 그가 희미하게 기억 하는 본래의 모습 가까운 형태를 되 찾은 상태였다.
“너,한때 지구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거 알고는 있냐?”
「블리츠랭크 시절의 모든 것을 기 억합니다.」
“또 그럴 거야? 그럴 거라면 지금 여기서 내 손으로 박살,아니지,아 니야. 어차피 인격은 내 왼손에 깃 들어 있는 거라고 그랬지.”
「주인님이 보시기에 저와 오리나 는 별개의 독립된 존재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제가 곧 오리나고 오
리나가 곧 저입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았다,알았어. 그 부분은 내가 완벽하게 이해했다니까. 오리나가 노트북이고 윈도우 OS라면 넌 오리 나가 다른 작업 하려고 새로 띄운 작업창 같은 거잖아? 그렇지?”
「자존심이 상한다는 관용적인 표 현이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납득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정 못 하겠다는 거야? 너,그럼 전체 시스템 자원 중에서 몇 퍼센트 나 사용할 수 있는데? 한 30%? 40%?”
0.01%입니다. 오리나는 지
금
“작업창 한 개 새로 띄운 거 맞 네.”
「자존심….」
“아니다, 작업창도 못 되네. 그냥 인터넷 브라우저 랩 하나 더 띄운 거라고 보면 딱 맞겠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