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8)
00148 걸어다니는 결정체 =========================================================================
스크리너가 도주한 것 때문에 난리가 났다. 특히 영국 정부는 뒤집어졌다. 도주 방향에 도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랴부랴 지원요청이 떨어지고 추가 소집령이 떨어졌다. 유지웅이 이끄는 공격대도 급히 추적에 나섰으나, 작정하고 도주하는 레드 몹을 무슨 재주로 쫓는단 말인가.
게다가 스크리너는 그냥 도주하는 게 아니었다. 마주치는 옐로 몹마다 습격하면서 물어뜯었다. 덕분에 옐로 몹들이 놀라서 또 도망치느라 날뛰었고, 연쇄 반응처럼 줄줄이 혼란만 커졌다.
“이번은 어디야!”
“북서쪽으로 30km 지점이랍니다!”
“젠장!”
공격대를 태운 군용 수송 차량들은 급히 방향을 바꿨다. 수송대를 지휘하는 장교는 입에서 욕을 뗄 수가 없었다.
추적 길목마다 처참한 광경이 그들을 맞이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적은 편이었으나 시설 파괴가 엄청났다. 스크리너가 혼자 날뛴 게 아니라 옐로 몹을 보이는 족족 물어뜯는 바람에 더욱 혼잡해진 것이다.
“피해 상황은?”
“무려 150여 마리의 옐로 몹이 습격당했습니다! 그 두 배에 가까운 옐로 몹들이 흩어지는 바람에 재산 피해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대체 옐로 몹은 왜 물어뜯는 거야? 도주하려는 거 아니었어?”
“모르겠습니다!”
장태준도 그런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현장 실무진은 왜 스크리너가 옐로 몹을 공격하는지 이해하지 못지만, 장태준은 얼추 짐작 가는 게 있었다. 이미 예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정효주 탱커를 상대할 수 없다 느끼고, 더 강해지기 위해서 옐로 몹을 사냥하는 게 아닐까요?”
유지웅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150마리를 먹었으면, 결정도를 25로 잡아도 대충 3,750은 되겠군요. 본래 결정도가 6,000이었으니 9,750 정도 되겠죠.”
이상했다. 다른 개체들은 도주하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두려워하면서도 정효주에게 끝까지 달려들었는데 말이다. 아니, 사실 그게 멍청한 짓일까?
“스크리너가 아주 생각이 없는 녀석은 아닌가 보네요. 어쩌면 꽤나 교활할지도 모릅니다.”
“원래 고양이과 동물이 지능이 높대요.”
“근데 정말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군요.”
싸울 생각은 안 하고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레드 몹을 무슨 재주로 잡는단 말인가? 이동 속도는 저쪽이 월등히 빠르다. 공격대는 탱커 빼고는 신체 능력은 죄다 일반인이나 다름없으니 따라잡을 방도가 없다. 아, 근접 딜러는 예외.
계속 추적했지만 스크리너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면서 꾸준히 옐로 몹을 먹어치웠다. 스크리너에 놀란 옐로 몹들이 도망치면서 영국의 피해는 더욱 커졌다. 비선공 습성을 가진 옐로 몹은 가끔 도시 안에서 마주치기도 한다. 그런 개체가 놀라서 날뛰기 시작하면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다행히 영국 정부가 재빨리 레이드 지역에서 일정 반경 안에 대피령을 내렸기에 인명 피해는 거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스크리너를 속히 잡지 않으면 재산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진짜 더 쎄져서 나타나려고 도망친 거 아닐까?”
“설마. 동물인데 그렇게까지 생각할까?”
“그냥 도망만 쳐도 됐잖아. 하지만 지금 봐. 도망치면서 옐로 몹을 먹어치우고 있잖니?”
“……정말 그러면 큰일인데.”
괴수가 서로 잡아먹으면 결정체가 융합하면서 더욱 강력해진다. 레드 몹이 그렇게 탄생했고, 블랙 몹도 그렇게 탄생될 거라고 추측된다. 유지웅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정말로 스크리너가 블랙 몹이 돼서 나타나면 어떡하지? 큰일 아닌가?
그 생각을 그 혼자만 한 게 아니었다. 정효주와 장태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얼굴빛이 나빠졌다.
“빨리 잡아야겠군요.”
“서둘러야겠네.”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할 겁니까!”
영국 수상 관저는 시끄러웠다. 때 아닌 홍두깨. 레드 몹이 마구 날뛰면서 도시고 마을이고 가리지 않고 뒤집어놓는 바람에 영국 전체가 뒤집어졌다. 이러다가는 수상부터 옷을 벗어야 할 판이었다.
“제니스 공격대장으로도 부족했던 겁니까?”
“그게 아닙니다. 레이드는 순조롭게 시작했습니다. 다만…….”
“다만?”
“스크리너가 생각보다 영악한 개체인 것 같습니다.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 도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그냥 도망치면 될 일이지 마주치는 옐로 몹마다 습격하는 이유는 뭡니까?”
“거기에 대해서 미국이 알려준 정보가 있습니다.”
“미국이?”
MI5 수장 칼츠렌이 급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두툼한 보고서를 쥐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괴수가 다른 괴수를 잡아먹을 경우 체내에 존재하는 결정체를 흡수해서 더욱 강력해진다고 합니다. 현재 미 정부는 레드 몹이 그런 방식으로 탄생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스크리너는 다른 괴수를 잡아먹고 강해진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더욱 강해지기 위해 옐로 몹을 습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허, 그럼 저기서 더 강해질 수도 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서둘러 추적해서 잡아야겠군요.”
말은 쉽다. 하지만 작정하고 도주하는 레드 몹을 무슨 재주로? 여기 모인 이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었다.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사망자가 23명 확인되었고 부상자가 56명 확인되었습니다. 재산 피해는 엄청나서 적어도 15억 파운드의 손실로 집계되고 있으며…….”
숫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 레드 몹 하나가 날뛰기 시작하니까 정말 답이 없었다. 히카리 사태 때 일본이 이랬을까?
“그래도 우리는 일본보다는 낫군요.”
다들 수상의 그 말에 동의했다. 히카리는 정말 대책 없는 괴수였고 끝내 물리치지도 못했다. 지금도 일본 어딘가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일본 국민들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은 아직 피해 상황도 적은 편이었고, 또 제니스 공격대장이 현재 추격대에 포함돼 있었다. 적어도 손을 쓸 여지는 있는 것이다. 잡히기만 하면 그냥 콱!
“수상 각하! 스크리너가 리버풀 머지사이드주를 습격했습니다!”
“뭐, 뭐야!”
놀란 수상이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구, 구디슨 파크가 초토화되었다고 합니다. 스크리너가 짓밟고 지나치는 바람에 그만…….”
수상은 그만 눈앞이 깜깜해졌다. 축구를 좋아하는 영국의 한 사람으로서, 이곳에 모인 이들은 수상의 심정을 이해했다.
구디슨 파크. 에버튼의 홈구장이다.
그리고 수상은 에버튼의 열혈팬이었다.
선수들은 일찌감치 피신했기 때문에 죽거나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예스는 좌절했다. 이제 좀 판타지 스타 멤버들을 모아서 리그 우승도 노리고, 챔피언스 우승도 노리고, 기타 등등도 노리고 그러려고 했는데, 저 망할 괴수가 구장을 짓밟아버린 것이다. 당장 시즌 개막이 다음 달인데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정말 되는 일이 없군.”
피난에 오른 모예스 감독은 속이 쓰라렸다.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비록 낡고 초라하긴 하지만 에버튼의 꿈과 열정, 그리고 희망이 담긴 소중한 홈구장이 초토화되다니.
“어쩌면 좋지?”
생각할수록 한숨도 나오지 않았다. 답답하고 가슴이 막막했다. 신은 정녕 에버튼의 우승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걸까?
구디슨 파크가 초토화되었다는 것은 유지웅도 보고받았다. 그가 구단주라는 것은 이미 유명했으니. 수송대 지휘관이 보고하면서 유감이라고 넌지시 위로하기도 했다.
그게 그는 이해가 안 갔다. 지금은 구장이 망가진 것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레드 몹이 난동을 부리고 있는데 무슨 구장 초토화가 문제인가? 하여튼 영국 사람들의 축구 사랑이란 엄청난 것 같다.
“이동을 멈췄습니다!”
그때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다. 유지웅은 반색했으나 장태준의 낯빛이 좋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상대가 안 되자 도주할 정도로 영악한 놈입니다. 갑자기 멈췄다는 게 이상합니다. 아마 우리가 추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요.”
“자신이 붙은 거겠죠. 옐로 몹을 꽤 잡아먹고 쎄졌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그게 문제입니다.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가 없으니…….”
한편 장태준은 대체 왜 레드 몹이 정효주만 보면 두려움에 벌벌 떨거나 지금처럼 도주하는지 궁금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미국을 갔다 온 이후 그 현상이 벌어졌다. 혹시 칼리타에게 먹혔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언뜻 들었으나 그는 머리를 흔들며 떨쳐냈다. 평생 충성하기로 결심한 고용주다. 상급자의 아내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공격대는 위성 등 추적 장비를 총동원해서 추적해왔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조금 무리였다. 대략적인 위치를 추정할 뿐이었다.
때문에 공격대는 일단 진형을 갖추고 천천히 접근하기로 했다. 넓은 들판이면 문제가 없으나 스크리너는 지금 사람이 살던 마을 어딘가에 숨어 있었다. 건물들이 훌륭한 은폐물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피신했겠죠?”
“그렇습니다. 안심하고 싸워도 됩니다.”
“좋습니다. 가지요.”
공격대가 진형을 갖추고 접근했다. 정효주가 가장 앞섰고, 서브 탱커들이 세 방향으로 나뉘어서 본진을 보호했다.
대피를 완료한 마을은 사람의 인기척 하나 보이지 않았다. 흔히 있을 법한 새 울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마치 죽음의 도시처럼 고요하고 싸늘했다.
본진과 100여 미터 이상 떨어져서 앞장을 선 정효주는 조심조심 마을 귀퉁이에 들어섰다. 바로 그때였다.
―캬아아아!
마을 입구에 있는 커다란 성당 뒤에서 갑자기 스크리너가 뛰쳐나왔다. 그녀는 순간 당황했으나 곧 침착하게 대응했다. 사뿐히 옆으로 뛰어 스크리너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장검을 힘껏 찔러 넣었다.
―크아아앙!
다리를 찔린 스크리너가 크게 울부짖었다. 고통스러운지 절뚝이던 스크리너는 얼른 옆으로 물러났다. 몸을 낮게 낮추고, 꼬리를 치켜 올린 채 으르렁거렸다.
정효주는 침착하게 살폈다. 그러고 보니 녀석이 조금 커진 것 같았다.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강해져서 다시 돌아왔다고.
“어디 얼마나 강해졌는지 볼까?”
그녀는 가볍게 혼잣말하며 뛰어들었다. 그녀가 달려들자 스크리너도 으르렁거리며 맞달려들었다. 유부녀와 거대 표범이 그렇게 서로 맞부딪쳤다. 쉴 새 없이 불꽃이 튀며 재빠르게 이리저리 뛴다. 범인의 동체시력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운 스피드였다.
유지웅은 보호막을 걸면서도 조마조마해서 지켜봤다. 만약 블랙 몹으로 성장했으면 어떡하지? 히카리 때 꼴이 나는 것은 아닌가? 그냥 조금 쎈 레드 몹 정도였으면 좋겠는데.
‘괜찮아. 괜찮을 거야.’
최악의 경우 정효주와 자신 둘만큼은 살 수 있다. 지원팀이야 멀리 후방에서 원격으로 지휘하니 가장 안전하고. 하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어그로 잡혔습니다! 원거리 딜러진, 딜 준비!」
장태준이 지시하고 통역이 바로 뒤따랐다. 잔뜩 긴장한 원거리 딜러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장비를 쥔 채 곧바로 공격을 가할 준비를 마쳤다.
「딜 시작!」
동시에 불꽃이 터졌다. 수십 가닥이 넘어가는 포화가 포물선을 그리며 스크리너를 향해 날았다. 스크리너의 신체에 부딪치자 굉음이 터졌다.
잠시 후 섬광이 걷혔다. 스크리너는 멀쩡했고, 여전히 정효주를 물어뜯으려 달려들고 있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공격을 피하며 스크리너를 집요하게 찌르고 베었다. 그녀가 장검을 휘두를 때마다 방어막을 뚫고 들어간 칼날이 스크리너의 피부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메인 탱커 움직임이 아주 빠른데요.”
“그러게요. 한 대도 맞지 않고 있어요.”
“역시 제니스 공격대라서 다른 건가?”
투입 대기 중인 근접 딜러와 서브 탱커들이 탱킹 장면을 보면서 감탄했다. 정효주는 거의 맞지 않고 있었다. 좁은 장소에서의 순간 스피드는 스크리너보다 더 빨랐다. 그 속도 차이를 적절히 이용해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원거리 딜러진이 다시 딜을 시작했다. 또 한 차례 공격이 쏟아지며 스크리너에 직격했다. 그래도 스크리너는 여전히 정효주를 물어뜯으려고 덤비는 중이었다. 어그로가 안정적으로 잡혔다고 생각한 장태준이 드디어 추가 지시를 내렸다.
「근접 딜러, 투입!」
원거리 딜러진이 먼저 공격하고 어그로 안정을 확인한 뒤에 근접 딜러를 투입하는 것은 정석이다. 레드 몹처럼 어그로가 불안정한 녀석을 상대하는 거라면 말이다. 잔뜩 벼르고 있었던 근접 딜러진은 재빨리 스크리너를 향해 달려 나갔다.
순간 스크리너가 흠칫 했다. 밀물처럼 달려오고 있는 근접 딜러들을 본 것이다. 정효주는 순간 어그로가 튀었나 당황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스크리너가 주춤주춤 뒤로 빼기 시작한 것이다.
“안 돼! 저거 또 도망치려고 한다!”
서브 탱커 중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 그는 급한 마음에 들고 있던 단검 장비를 힘껏 집어던졌다. 쏜살처럼 날아간 단검은 하필 스크리너의 왼쪽 눈에 꽂혔다.
―캬아아아!
귀청이 떨어질 듯이 스크리너가 울부짖었다. 기세 좋게 달려들던 근접 딜러들이 끼이익 멈췄다.
============================ 작품 후기 ============================
구장을 잃어버린 모예스가 슬피 울고 있을 때 펑 하고 유느님이 나타났습니다.
―이 은구장이 네 것이냐?
“아닙니다.”
―그럼 이 금구장이 네 것이냐?
“아닙니다. 제 구장은 나무로 만든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것입니다.”
―착한 감독이로구나. 내 새로 티타늄 구장을 주마. 쇼미더머니를 쳐보거라.
그리고 에버튼 팬들은 스크리너를 수호동물로 삼았다는 전설의 레전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