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51)
00151 걸어다니는 결정체 =========================================================================
브라우니가 식사 통제를 따르기 시작했다는 보고에 남기철은 뛸 듯이 기뻐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두 분은 괴수 사육에 큰 획을 그으신 겁니다!”
하지만 유지웅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저거 길들여서 어디다 써요. 그냥 잡는 게 훨 나은데.”
진심이었기에 남기철은 웃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렸다.
“오늘 브라우니가 먹어치운 결정체 값만 해도 꽤 나가지만 그건 특별히 청구하지 않을게요. 조련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결과니까요.”
“아, 네. 감사합니다.”
훈련 일정은 본래 보름에 한 번이었지만 재미를 들린 둘은 다음 날에도 브라우니를 데리고 옐로 몹 레이드를 나갔다. 전날 교육 효과가 있는지 녀석은 옐로 몹이 죽어도 먹지 않고 착실하게 기다렸다. 그날 둘은 10여 마리가 넘는 옐로 몹을 잡아서 IACP에 팔고, 300억 원에 가까운 부수입을 올렸다.
“옐로 몹보다는 레드 몹이 낫네. 사체 해체도 해야 하고 결정체 얻으려면 여러 가지로 번거로워.”
“그러게 말이야.”
일정을 잡아서 제니스 공격대 레이드도 한 번 갔다.(물론 브라우니는 데려가지 않았다.) 16차 제니스 레이드였다. 결정체는 5,200억에 매각했다. 대원들에게 수당을 주고 나니 그의 현 자산이 11조 3,988억 원이 되었다.
구단 인수에 투입한 4조 589억과 구장 비용에 투입한 1조 1,000억 원은 제외한, 현재 그의 수중에 남은 돈이었다. 구단에 투입한 5조 1,589억은 현금이 아닌, 클럽의 형태로 남아 있다. 나중에 구단을 팔면 회수가 되는 재산이다. 물론 그는 클럽을 팔 생각은 없었다.
「제니스 공격대장은 영국인인가? 한국인인가?」
한편 한국에 또 하나의 폭풍이 몰아쳤다. 5조 1,589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영국 클럽에 투자했다는 것 때문에 난리가 난 것이다.
「EPL에 진출한 세계 재벌들은 대부분 자국 리그에도 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자국 축구 리그를 보살피지 않고 해외부터 무지막지한 돈을 쏟아 붓는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제니스 공격대장은 이를 해명해야 한다.」
유지웅은 조금 황당했다. 물론 국내 리그 입장에서 서운함을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니었다.
“나 국내 스포츠계에도 투자 했는데……”
그도 할 말은 있었다. 일단 그는 E스포츠계에서 한창 위세를 떨치고 있는 팀 제니스의 구단주였으니까.
“이걸로는 부족했나?”
팀 제니스와 에버튼, 투자 금액으로 치자면 천문학적인 차이가 난다. 팀 제니스에 투입한 자본은 수십억도 채 안 된다. 물론 동종 프로팀에서는 어마어마한 격차를 달리고 있지만, 에버튼에 투자한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 수준이다.
K리그 및 축구 관계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스포츠 언론은 유지웅의 해외 클럽 인수를 맹렬하게 물고 늘어졌다.
“아, 시끄러워.”
유지웅은 그냥 적당한 국내 구단 하나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돈은 브라우니 훈련시키다가 그린 결정체 팔아서 번 300억 원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처치하기도 곤란해서 보통 구좌에서 썩고 있던 쌈짓돈이었는데 오히려 잘된 것 같았다.
―님. 그동안 왜케 안 들어왔어요? 카톡도 다 씹고!
―바빴음. 로밍 신청을 안 해서 핸폰도 먹통이었음.
―어디 외국 갔다 옴?
―ㅇㅇ. 회사 하나 인수하려고 사업차 유럽 좀 다녀옴.
―오오, 역시 갑부의 위엄.
오크전사(박효리)를 필두로 지인들은 이제 알음알음 ‘나는귀족임다’의 재력을 추정하고 있었다. 아이템 하나에 2억을 현찰로 지르고, 5억짜리 페라리가 집에 있는 차 5대 중 제일 저렴한 차라고 하는 남자. 아마 회사 하나둘쯤 인수할 정도의 재력은 충분히 되리라.
―나도 레이드 능력자로 태어날 걸. 그럼 님처럼 떵떵거리고 살 텐데.
―레이드 능력자라고 다 돈 많은 건 아님. 탱커나 힐러 정도는 되어야 돈 많이 범. 딜러는 빈부 격차 레알 심함. 잘 버는 딜러는 탱커 힐러 부럽지 않은데, 대다수 딜러는 장비 사야 해서 맨날 돈에 허덕임.
파티를 맺은 상태에서 유지웅은 열심히 허수아비를 쳤다. 딜량을 체크하던 지인들이 놀라서 감탄했다.
―우와, 님 딜 많이 늘었네요?
―쳇. 저거 다 서리한빨임.
―그래도 이 정도면 딜 개쩌는 수준인데. 언제 이렇게 연습을 했대요?
몇 번 더 딜 연습을 하던 유지웅은 잠시 쉬었다.
―이번 주 레이드 일정 안 잊었죠?
―아, 나는 안 될 거 같은데.
―아니, 왜! 서리한 있는 사람이 가야지 만약 서리한 나와도 경쟁자 줄어드는 거 모름?
―지금 와이프 방학이라. 와이프가 학교 구경 시켜준다고 시간 비워놓으라고 했음.
―헐. 아주 잡혀사는구만, 잡혀 살어.
―잡혀 살긴! 내가 잡고 살거든?
그 뒤로도 수다를 떨며 낄낄대다가 유지웅은 접속을 종료할 준비를 했다. 그때 오크전사가 귓말을 넣었다.
―나 그냥 오빠라고 부르면 안 돼요?
―여자인 거 게임에서 숨기고 싶다면서요?
―우리끼리는 알아도 상관없잖아요.
―그래요, 그럼.
―오빠도 말 편하게 하세요.
―ㅇㅇ. 알았어.
―들어가세요.^^*
컴퓨터를 끄고 돌아서는데 샤워를 마친 정효주가 하얀 가운을 입고 젖은 머리를 닦으며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를 보고 그녀는 가볍게 눈을 흘겼다.
“또 오우해?”
“왜, 하면 안 돼?”
오우를 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유지웅은 당당할 수 있었다.
“아니, 네가 너무 게임에만 빠지는 거 같아서 그렇지.”
“흑마 하나밖에 안 키워. 레이드 몇 번 가지도 않아.”
그가 의자에 앉은 채로 두 팔을 벌리자 그녀가 다가와서 한쪽 무릎에 앉았다. 가운 아래 드러난 날씬하고 하얀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던 그가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가볍게 키스를 나누고,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그가 말을 꺼냈다.
“우리나라 축구팀 하나 인수해도 돼?”
“왜 갑자기?”
“그냥. 요즘 좀 시끄럽잖아. 다른 나라 클럽에는 그렇게 투자하면서 왜 국내 프로팀에는 관심도 안 주냐고.”
정효주가 알겠다는 듯이 끄덕였다.
“하긴, 신문에서 좀 징징대서 나도 거슬렸어. 그럼 생각해둔 팀은 있니?”
“모르겠어. 내가 아는 게 있어야지.”
“에버튼은 그럼 어떻게 결정한 거니?”
“모예스 움짤 때문이었지, 뭐. 우리나라는 그런 팀 없나? 기왕이면 잘 나가는 부자 팀보다는 성실하지만 돈 없는 팀이 끌리는데.”
“돈은? 얼마나 투자하려고?”
“이번에 브라우니 사냥시키면서 번 돈 있잖아. 300억. 그거 쓸 데도 없어서 처치 곤란인데 괜찮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야. 거스름돈 처리하면서 비난 여론도 잠재울 수 있고, 일석이조네.”
한국 축협은 비리가 심하다던데, 괜히 이쪽에 발 잘못 담갔다가 귀찮아지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그러면 다 박살내지 뭐.’하고 무심히 넘어갔다.
슬슬 그녀의 몸을 만지다가 가운을 끌러 내리고는 쇄골이 드러나게 했다. 분홍빛으로 수줍게 빛나는 조그만 유두를 입에 가볍게 머금고는 혀로 알맹이를 굴렸다. 간지러운 듯이 그녀가 몸을 조금씩 뒤틀었다.
“브라우니 그거 길들일 수 있을 것 같니?”
“일단 효주 네 말은 듣고 있는 것 같은데. 머리가 아주 나쁜 건 아닌 것 같고. 하지만 그래도 잡을 수 있으면 잡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해?”
“싹수가 노랗다면 초기에 잘라야지. 놔뒀다가는 일만 커져. 아, 어떡하면 브라우니를 죽일 수 있을까? 명분이 필요해, 진짜 아무 소리 못할 명분이.”
유지웅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떡하면 브라우니를 죽여도 될 만한 명분을 만들 수 있을까? 일단 양도담보로 소유권을 이쪽에 돌렸으니, 저번에 블루 결정체를 먹어치운 것 이상의 사고를 치면 좋을 텐데.
정효주가 조심조심 말을 꺼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 마음이 바뀌었어.”
“뭐? 어떻게?”
“요 며칠 옐로 몹 사냥할 때도 말을 잘 들었잖아. 진지하게 한 번 사육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음.”
“아예 가능성 없으면 나도 두 손 놓는데, 요 며칠 브라우니가 열심히 말 듣는 거 보니까 나름 불쌍하더라. 그래도 아직 사람 죽인 적은 없잖아.”
“뭐, 네가 원한다면. 대신 안 되겠다 싶으면 내가 생각한 대로 밀어붙일 거야.”
“응. 당연히 그래야지.”
사육할 수 있을까? 요 며칠 보인 대로만 잘 따라준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는 이야기다. 유지웅의 불안은 브라우니가 괴수라는 원론적인 사실에서부터 나온 것. 그것을 상쇄할 만큼 커다란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는 한, 브라우니는 솥으로 직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토사구팽. 아, 개가 아니라 독수리였나?
“근데 방학인데 학교 가?”
“방학이니까 너 데리고 가는 거지. 학기 중에는 나도 그럴 시간 못 내.”
“그러게 왜 유부녀라고 말 안 해?”
“어머, 나 남자친구 있다는 티는 내고 다니거든? 반지도 끼고 다니잖아.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뭐 하러 하니?”
탱커라서 그런가? 정효주는 기본적으로 방어 기질이 강했다. 불필요한 제3자가 쓸데없이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결혼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바람을 피우거나 어장을 관리하려고 숨기는 게 아니었다. 왜 사생활을 굳이 떠벌려야 한단 말인가? 그런 이유에서 남자친구가 있는 척 반지를 끼고 다니는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그녀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깊이 친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자세한 사생활을 떠벌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우리 학교에 이쁜 애들도 디게 많아. 너도 보면 아마 눈 돌아갈 걸?”
“너, 그게 남편한테 할 소리야?”
“물론 나보다는 못하지만. 내가 얼마나 괜찮은 여자인지 아주 잘 알게 될 걸?”
“기집애. 결혼하더니 공주병이 심해졌어.”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했다. 그녀는 괜찮은 여자다. 아니, 정말 좋은 여자다. 참하고 요리도 잘하고 싹싹하고 남편 말 다 맞춰주고, 무엇보다 아주 많이 예쁘다. 늙은 정치인들이 탱커 출신 연예인을 선호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여자 탱커들은 대부분 완벽에 가까운 자연 미인이다.
게다가 여자 탱커는 힘으로는 절대 취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무력을 써서 제압한다? 아서라. 철판도 맨손으로 찢어버리는 게 바로 탱커들이다. 약을 먹여서 제압한다? 티라노 사우루스에게 청산가리 인간 치사량을 먹여봐야 효과가 있을 것 같은가?
“안 되겠어. 벌을 줘야지.”
“꺅!”
그녀를 안아들고 침대 위에 냅다 던졌다. 사실 힘은 자신이 훨씬 약하지만, 이렇게 마음대로 다룰 때는 어떤 우월감마저 느껴진다. 아무리 거칠게 다뤄도 절대 다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대로 그녀의 위로 힘차게 다이브했다.
“……여러 정황을 볼 때, 정효주 탱커의 체내에 결정체 에너지가 흡수된 것은 확실합니다.”
루딘 국장의 보고가 끝을 맺었다. 국무 회의 멤버들은 진중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루딘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들의 결정에 따라서 미국의 행보가, 그리고 나아가서는 미국의 미래까지 바뀔 수 있었다. 이들을 설득해서 미국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게 자신의 중요한 임무였다.
마침내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녹서스의 돌이 미스 정의 체내에 있다는 뜻인가?”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루딘 국장, 그 가능성은 이미 옛날에 결론을 냈네. 녹서스의 돌은 휴스턴을 날린 개체가 흡수한 걸세.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블랙 몹이 탄생할 수 있었겠나?”
그게 대통령과 이 자리에 모인 국무 위원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루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모든 괴수의 체내에는 결정체가 있으며, 결정체는 일정한 양의 결정체 에너지를 품고 있다. 괴수가 서로 잡아먹을 경우에는 먹이사슬의 법칙에 따라 생존한 쪽에 결정체 에너지가 농축된다. 그것이 거듭되면 자연적으로 녹서스의 돌, 즉 퍼플 결정체를 품은 개체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는 휴스턴을 날린 개체가 그렇게 탄생한 괴수일 가능성을 생각했다. 때마침 그때 출현한 것은 순전한 우연의 일치가 아닐까? 때문에 미국은 녹서스의 돌이 정효주에게 없다고 오인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말해도 대통령 등 국무위원들은 이미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식으로 그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적어도 블루 결정체 이상 가는 결정체 에너지가 정효주 탱커의 체내에 농축돼 있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녹서스의 돌은 그 현상을 뒷받침하는 가설일 뿐입니다.”
“……음.”
“고농도의 결정체 에너지가 농축돼 있는 게 아닌 이상, 레드 몹들이 정효주 탱커를 대할 때 그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확신합니다. 레드 몹이 두려워할 만큼 거대한 결정체 에너지가 정효주 탱커의 체내에 농축되어 있다는 것을요.”
대통령은 한참을 고심했다. 목소리를 낮춰서 국문 위원들과 무언가를 의논하기도 했다. 루딘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이윽고 결론을 내린 대통령이 말했다.
“정효주 탱커의 체내에 있는 게 녹서스의 돌이라는 확증은 어디에도 없네. 또한 녹서스의 돌이 아니라면 우리가 뭔가를 요구할 명분은 전혀 없지.”
“각하.”
“허나 우리가 모르는 어떤 수단, 혹은 현상으로 결정체 에너지가 정효주 탱커의 체내에 농축되었다면, 그 원리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아내야 하네.”
루딘의 얼굴이 밝아졌다. 대통령이 선언했다.
“접촉을 승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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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에버튼은 뭐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