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540)
나는 귀족이다 1442화
[헬조선 편]
82장 아,의장님!(6)
“결정 에너지요?”
「네,실은 최근 결정 에너지를 이 용해서 정보를 패턴 함수화를 실현 하는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가시적 인 성과는 이미 보였고요,중요한 것은 다공정 형태로 흩어진 결정 에
너지 입자가 서로 일정한 간극을 유 지함으로써…….J
“잠시만요! 어차피 들어도 모르니 까 결론만 말하세요. 소장님의 귀중 한 시간을 뺏기 싫습니다.”
「저는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오너 의 이해를 끌어내고 연구제작비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해야 할…….」
“예산은 언제나 무제한입니다. 그 러니까 빨리 결론 요약부터 말해주 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간단히 말하자면 결정체를 이용 한 정보 저장 장치를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J
“그게 유령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 요?”
r유령의 형체와 기억도 일종의 정 보라고 할 수 있죠. 어떤 사람이 생 전에 가진 기억이 특정 장소에 인간 이 판독할 수 없는 형태의 데이터로 고정된 게 유령이라고 봅니다.」
“정보? 고정?”
「그 정보가 영상적 형태로 출력된 것이 유령의 모습,음향적 형태로 출력된 것이 귀성이라고 할 수 있겠 죠. 오컬트 쪽에 이런 종류의 해석 이 드문 것은 아닙니다만, 물론 그
것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원의 존재 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최윤은 잠시 쉬었다가 덧붙였다.
「거듭 말하지만 전 유령 안 믿습 니다.」
“네,알아요. 압니다.”
‘■의장님이 본 유령의 존재를 사실 이라고 전제를 달고 논리 구성을 했 을 때, 이런 식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수십 년 건 군함도에서 사망한 피해자 한 명이 결정체를 갖 고 있었는데,사망 당시 결정 에너 지가 어떤 작용을 해서 그 사람의
생전 인격과 기억을 일종의 홀로그 램 같은 정보로 재구성했다는 건가 요?”
「네,그렇습니다. 제 말을 바로 이해하셨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현실에 구현되려면 기적 같은 확률 을 뚫어야 합니다. 정보 재구성을 위한 보조장비의 도움이 없이 자연 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이라고 봐 야죠.」
“거의 불가능이라는 말은 0은 아니 라는 거네요?”
「0은 아니지만 0이나 마찬가지인 무의미한 성공 가능성이죠.」
“아니죠. 0이 아니라면 100인 겁니 다. 성공 가능성은 오직 두 가지만 존재해요. 0이냐,100이냐.”
최윤은 문득 떠오른 기억에 침묵했 다.
맞다,이 남자는 메가밀리언 2연속 당첨 번호를 뽑아낸 남자였었지.
“근데 정보 재구성하다가 얼굴이 늙을 수도 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말로는 자기가 18살이라고 하는 데 제가 보기에는 너무 폭삭 늙었더 라고요. 어떻게 보면 20대처럼 보이 기도 하지만 대충 보면 3, 40대 이 상은 되어 보였어요. 절대로 십대의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강제징용으로 끌려가서 고생을 하다 보면 늙을 수도 있…… 아니, 아니지! 제가 왜 이런 것까지 맞장 구를 쳐야 합니까.」
“혹시 최윤 소장님도 제가 본 게 환각이 아니라는 쪽으로 슬슬 배팅 을 전환하고 싶으신 건?”
「절대 아닙니다!」
“결정체를 품은 영혼이라.”
유지웅은 가만히 중얼거렸다.
조금 있으면 슬슬 유령을 찾으러 나갈 시간이다.
그는 하루에 세 번 시간을 정해서 유령을 찾으러 나간다.
하지만 오늘은 단 한 번도 유령을 마주치지 못했다.
“설마 그새 영영 사라져 버린 건 아닐 테고 말이야. 안 되지,안 되 고말고. 난 기필코 당신의 정체를 알아야겠어. 호기심은 유지웅도 죽
인다는 말도 있다고.”
견학 일정은 모두 끝났다. 섬 자체 가 워낙 작아 많이 둘러볼 것도 없 었다.
하지만 아직 마지막 일정인 선상 파티가 남아 있었다.
선상 파티가 끝나고 내일 점심 즈 음 크루즈선은 인천항으로 귀항하게 된다.
그리고 귀환 일정에 맞춰서 2번 크루즈선이 2차 견학팀을 싣고 군함 도를 찾을 것이다.
즉 앞으로 군함도는 일 년 내내 견학팀이 상주하는 장소로 발돋움하
게 된다.
“여기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우리 조상님들, 이제 더는 외롭지 않을 거예요. 후손들이 쉴 새 없이 찾을 테니까.”
유지웅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선교 로 나왔다.
4층으로 된 선상 갑판에서는 한창 선상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증이었 다.
사람들은 술과 음식,그리고 뮤지 컬과 폭죽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처음 군함도 관리위원회는 화려한
선상 파티를 일정에 넣는 것은 무리 이지 않느냐고 반대했었다.
‘우리 민족의 슬픔과 희생이 가득 한 장소에서 그런 파티를 열었다가 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겁 니다.’
하지만 유지웅은 일언지하에 잘랐 다.
‘조상님들이 스러진 곳을 후손들이 국력을 키워 매입해서 넋을 기리는 제단으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조상 님 입장이라면 며칠 내내 칙칙하게 묵념만 하다가 돌아가는 것보다는, 마지막에는 흥겹게 노는 모습을 보 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신이 나겠어요? 일본 땅에 서 보란 듯이 제사도 지내고 파티도 벌이고,조상님들이 아주 통쾌해하 시지 않을까요?’
결국 마지막 날 선상 파티는 그렇 게 견학 프로그램의 고정 일정으로 자리 잡혔다.
홍보팀은 유지웅의 그런 발언을 널 리 퍼뜨렸고,국민들의 반감도 거의 없었다.
오히려 죽은 넋들을 심도 있게 이 해하고 있다며 유지웅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제 움직여야겠어.”
흥겨운 선상 파티를 즐겨보던 유지 응은 슬슬 몸을 일으켰다.
정효주가 와서 물었다.
“또 조상님 유령 찾으러 가니?”
“응. 우리 조상님 도대체 뭐가 무 서워서 이렇게 듬직한 후손이 찾아 다니는데 자꾸 모습을 드러내지 않 으시는 걸까. 오늘은 기필코 만나서 따져봐야겠어.”
한 손에는 칵테일을 들고 있던 정 효주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유지웅이 매일 섬을 돌아다니며 유
령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이미 견학 에 참가한 참석자들 사이에서 유명 한 이야깃거리였다.
유지웅의 말을 진심으로 믿는 이들 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가 여흥을 위해 무언가 깜짝 파티를 준비하는 것이 거나,아니면 헛것을 본 게 아닌가 하고 여겼다,
주로 귀신이나 유령은 없다고 단호 히 믿는 이들이었다.
“아! 조상님! 제발 한 번만 더 모 습을 보여달라구요!”
유지웅이 애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던 정효주의 눈동자가 문득 가늘 어 졌다.
칵테일 잔을 조용히 입에서 땐 그 녀가 한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 켰다.
“지응아,저게 뭐지?”
“응,뭐가?”
유지웅은 얼른 그쪽으로 시선을 돌 렸다.
“저기 벼랑 끝에 말이야. 사람이 서 있어.”
“뭐야? 지금 전원 승선 상태일 텐 데,섬에는 한 명도 없어야 하는데.”
혹시 승선에서 미처 누락된 승무원 이나 승객이 있었나?
유지웅은 선장에게 얼른 지시를 내 리려다가 말고 멈칫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을 뚫어져 라 확인하던 그의 안색이 이내 환해 졌다.
“아! 조상님!”
“뭐,뭐야? 설마 저게 네가 봤다는 그 유령?”
“저는 헬조선 국가의 후손으로서 조상님의 영면을 위해 소신을 다하 겠습니다아! 그러니까 사라지지 말 고 거기 있어요!”
유지웅은 그렇게 외치며,있는 힘 껏 벼랑을 향해 뛰어올랐다.
수십 미터가 넘는 거리를 넘어 가 뿐히 섬에 착지한 그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유령을 돌아봤다.
다행히 유령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 다.
저번처럼 남루한 옷차림에 검댕이 가득한 얼굴을 한 채,화려한 파티 가 벌어지는 선상 갑판을 멍하니 바 라보고만 있었다.
“저기요. 조상님?”
유령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들리지 않는 것처럼 전혀 반 응이 없었다.
“조상님? 똑똑? 두 유 완추 언빌 드 어 재팬? 컴 온,렛츠 고 앤 플 레이.”
“조상님,조상님. 두 유 원추 같이 일본을 파괴하지 않을래요? It dosen’t have to be a japan.
유령은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 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유지웅은 다시 말을 걸려다가 불현듯 보았다.
유령의 꽉 쥔 주먹이 바르르 떨리 고 있는 것을.
유지웅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유 령과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 채 옆에 묵묵히 서서 선상 파티를 지켜보았 다.
어느새 급히 따라온 정효주도 그의 옆에 서며 뭐라고 입을 열려고 했지 만,그가 손가락을 들어 막았다.
‘쉿. 나중에.’
그의 입 모양을 알아들은 정효주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유령을 흘끔흘끔 살폈다.
‘세상에,이게 정말 유령이야?’
유지응이 몰래카메라를 위해 준비 한 깜짝 배우는 아니고?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정효주는 차라리 그게 타당한 추측이라고 생 각했다.
한참 동안 파티를 뚫어져라 보던 유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모두 즐거워 보여.”
“그렇게 보이죠?”
“저렇게 멋진 배는 처음 보네. 마 치 이 세상 배가 아닌 것만 같아. 저기 사람들도 처음 보는 멋진 옷들
을 입고 있군.”
유령의 목소리에는 짙은 쓸쓸함이 담겨 있었다.
“부러워. 내가 꿈에서도 보지 못한 멋진 광경이야.”
“이게 모두 다 조상님 덕분입니다. 조상님들의 희생과 슬픔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평화로운 태평 성대를 맞이할 수 있었던 거죠.”
“정말 전쟁이 끝나고 67년이 지났 단 말인가?”
“네,그래요.”
“그럼 내 나이가 정말 85살이라 고?”
“조상님이 언제 돌아가셨는지 모르 겠습니다. 전쟁이 끝난 해에 돌아가 셨다면 아마 85살일 테고,그전에 돌아가셨으면 좀 더 나이가 많으시 겠네요.”
유령은 천천히 유지웅의 옆을 돌아 보았다.
검댕이 가득한 뺨을 타고 한 방울 의 눈물이 흐를락 말락 하고 있었 다.
“내가 정말 죽은 건가?”
“기억이 전혀 없으신가요?”
“아무것도 없어.”
“돈을 벌려고 자원해서 군함도에 가는 배를 탔어. 하루 3시간씩 자며 열심히 일을 했어. 많이 맞았고, 부 상을 입어서 며칠씩 일을 못 한 적 도 있었어.”
유지웅은 저도 모르게 이가 바드득 갈렸다.
‘이 잔악한 일본제국주의자 놈들! 후지산 없애고 삼등분한 것으로는 역시 부족했어!’
“그러다가 어느 날,갑자기 모든 게 바뀌었어.”
“어떻게요? 어떻게 바뀌었죠?”
“섬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졌 어. 어디로,어떻게 나갔는지 전혀 보지 못했어. 광부도,미쓰비시 직원 도,그리고 제국군 병사도 더 이상 볼 수 없었어.”
유령의 눈동자에는 그때 느꼈던 두 려운 감정이 서서히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섬은 텅 비었고,난 혼자가 됐지.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을 찾기 위해 섬을 혼자 돌아다녔어. 하지만 아무 도 볼 수 없었지.”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목이 마르
지도 않았어. 그걸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았어. 하지만 자네 말을 듣고 나니 이제 확실히 알겠어. 나 는 그때 이미 죽은 상태였던 거야.”
“그렇군요.”
유지웅은 왼손을 펼치며 정신을 집 중했다.
이제 최윤에게 들은 가설을 확인할 차례다.
곧 그의 왼손 위에 녹색으로 빛나 는 그린 결정체가 나타났다.
“혹시 이렇게 생긴 돌을 본 기억이 있나요?”
“처음 보는데? 그런 녹색 보석은
본 적이 없어.
유지웅은 당황해서 정효주를 쳐다 보았다.
이럴 수가. 최윤의 가설이 틀렸나?
“호,혹시 이건요?”
“그런 파란 보석은 본 적 없어.”
“그,그럼 이건요!”
“그런 보라색 보석은…… 본 적이 있군. 기억나. 기억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