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619)
나는 귀족이다 1522화
[헬조선 편]
92장 언더커버보스 레이드(6)
카오리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레드 몹이 나타났다고?”
“네! 총리 각하! 하필이면 우리가 1차 사냥터로 선정한 지역에서 나타 났습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첫 사냥부터 레 드 몹 때문에 피해를 입다니.
카오리는 이마를 손으로 짚었고, 고위직 관료들도 저마다 암담한 표 정을 떨치지 못했다.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되지?”
“확인된 사망자 수만 328명입니 다.”
상당한 숫자다.
아마 대부분 동일본 레이더일 것이 다. 1차 사냥은 해외 용병보다는 국 내 레이더 위주로 돌리기로 했으니. 그러다가 점차적으로 해외 용병 비 율을 높여가는 식으로 전환될 예정
이었다.
해외 용병 피해가 적어서 외교적 마찰이 적을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국내 레이더 피해가 큰 것을 안타깝게 여겨야 할까.
“일단 내가 직접 가겠어요. 준비하 세요.”
“총리님! 너무 위험합니다!”
대신들은 놀라서 벌떡 일어나며 말 렸다.
다른 이도 아니고, 국가 원수가 직 접 나서겠다니.
“우리 동일본 최강의 레이더는 바 로 나입니다. 이런 국가 비상 상황
에서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 겠습니까?”
“하지만 총리님은 이 국가의 기둥 이십니다. 어느 나라도 국가수반이 총알이 난무하는 전장 최전선에 서 는 경우는 없습니다. 머리를 잃으면 결국 손발은 이리저리 제멋대로 움 직이다가 자멸할 뿐입니다.”
“맞습니다. 총리님이 나서는 것은 절대 말이 안 됩니다. 다른 탱커들 을 믿으십시오.”
대신들의 거듭된 만류 끝에 결국 카오리는 뜻을 굽혔다.
하지만 현장에 직접 나가서 상황을
지휘하겠다는 것만큼은 양보하지 않 았고, 그 부분에서는 대신들도 물러 났다.
카오리가 직접 싸우지 않겠다는 약 속을 한 것만으로도 그들은 감지덕 지였다.
카오리는 급히 헬기를 타고 현장으 로 이동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하강한 다음, 직접 두 발로 뛰어서 현장을 향했 다. 헬기를 타고 가까이 접근했다가 는 괴수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뒤처지지 않고 자신을 따라붙는 탱 커 출신 대신들을 보며, 카오리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렇게 뛰니까 옛날 생각나네. 그 렇지 않아?”
“총리님, 알겠으니까 절대로 직접 싸운다고 갑자기 말만 바꾸지 말아 주십시오.”
“한 번 한 약속은 나도 지켜. 그러 니 걱정 마.”
벌써부터 굉음과 포효, 그리고 사 람들의 비명이 들린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폭발음은, 괴수 가 육탄 공격 외에 원거리 공격도
즐겨 사용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 었다.
마침내 현장에 도착한 카오리 일행 은 놀라서 입을 크게 벌렸다.
“이게 바로 레드 몹이라고?”
카오리 일행은 레드 몹과 제대로 붙어본 적이 없다. 아직까지 레드 몹과 싸운다는 것은, 전멸을 뜻하는 것이기에.
그래서 레드 몹의 진정한 위력을 알지 못한다. 그저 영상을 통해 얻 은 간접 경험으로 막연하게 짐작할 뿐이다.
“유지웅 의장은 이런 괴수를 상대 로 혼자서 이겼다는 거구나.”
“……인간이 아닌 게 틀림없습니 다. 아무리 신수의 축복을 받았다고 는 해도……
사방이 불바다였다.
괴수가 뿜어내는 불길은 반경 수백 미터의 모든 것을 불태웠으며, 여기 저기서 푸른 불꽃이 넘실거리며 주 변을 살라먹고 있는 중이었다.
시뻘겋게 붉은 피부를 가진 거대한 원숭이.
화가 났는지 긴 두 팔을 번쩍 들 어 땅을 내리치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지가 사정없이 뒤흔들렸 다.
“아, 국제공격대연맹에서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추정 결정도는 6,000 이라고 합니다!”
“6,000.”
카오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의심할 것 없이 명백한 레드 몹이 다.
동시에 일본이 처음으로 맞이한 대 시련이기도 했다.
“하필이면 이럴 때 저런 녀석이 올 줄이야. 유지웅 의장이 왔었을 때 출현했다면……
“쉿, 그런 말은 하지 말게.”
누군가가 눈총을 주며 입을 틀어막 았지만, 이미 카오리가 들은 뒤였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한때는 동료였고 지금은 국정 대신들인 그 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까닭 이다.
‘그때 나타났다면 막을 수 있었겠 지. 대신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했 겠지.’
아마 사냥터에 대한 권리를 조건으 로 내세우지 않았을까?
유지웅이 최근에 동일본을 방문한 것은 바로 사냥터에 관한 권리 조율
때문이었으니.
“딜 강화장비는 얼마나 있지?”
“다행히 100여 개가 있습니다.”
제니스 컴퍼니는 딜 강화장비를 일 본에도 팔았다.
이미 중국에도 대량으로 팔았고, 전 세계 여기저기에 파는 이상, 굳 이 일본만 배척할 이유가 없다면서.
하지만 딜 강화장비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었고, 또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쌌다. 한 개당 60억이 거뜬 히 넘어가니까.
동일본 정부도 정말 큰마음 먹고 100개를 구매한 것이다. 그거 사느
라고 국가 재정을 얼마나 쥐어짜냈 는지.
“하지만 딜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탱커가 버티지 못한다는 게 문제입 니다.”
“최대한 회피 탱으로 밀어붙일 수 밖에. 일단 연합에 지원 요청은 했 지?”
“네, 장태준 사무총장이 지금 곧바 로 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6시간 이상은 걸립니다.”
“그동안은 우리가 막아내야 한다는 소리인데.”
막는 게 막는 게 아니다.
탱커 인력을 희생양으로 던져 넣어 서 시간을 끄는 것뿐.
회피 탱이니 뭐니 해서 한 대도 맞지 않고 어그로를 끈다는 것도 결 국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다. 재수 없어서 한 대라도 맞으면 골로 간 다.
“후지산 공격대를 투입하겠습니 다.”
일본의 정기를 담은 산의 이름을 붙여 창설한 공격대.
이런 국가 비상 상황에서 자기 목 숨을 아끼지 않고 던져줄 실력 있는 애국자로 구성된 공격대다.
이미 현장에 도착한 후지산 공격대 는 언제든지 투입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만약 레드 몹이 밀집 거주 구역 쪽으로 향하면 목숨을 걸고 저지할 것이다.
— 캬아아아!
원숭이 괴수가 다시금 거대한 두 주먹을 번쩍 들었다가 바닥을 내리 쳤고, 지진파가 주변을 마구 뒤흔들 었다.
카오리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 려보고 있을 때, 외무대신이 조심스 럽게 보고했다.
“저, 총리 각하. 제니스 공격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유지웅 의장이 직 접 말한 제안이라고 했습니다.”
“제안이요?”
“최대 40분 안으로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카오리의 눈빛이 순간 흠칫했고, 외무대신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도착 즉시 레드 몹을 안전하게 잡 아주겠다고 합니다. 전투로 인한 주 변 피해는 전혀 없을 것을 보장했습 니다.”
“그 대신 바라는 게 있겠죠.”
그리고 유지웅이 원하는 게 뭔지, 이곳에 있는 이들 모르는 사람은 없 었다.
“내륙 마쓰모토시에서 북서쪽 도야 마시, 북동쪽 조에쓰시에 이르는 구 역에 대한 레이드 총지휘감독권을 달라고 했습니다.”
카오리는 가볍게 신음했다.
유지웅이 요구한 지역은 동일본 도 쿄에서 북서쪽으로 17이on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바로 레드 몹이 나타난 지 금 이 지역 일대이기도 하다.
“레드 몹을 처리해 줄 테니, 대신 레드 몹이 나타난 그 구역은 자기한 테 달라 이거군요.”
“네, 의도는 아주 명백합니다.”
“기한은 따로 명시하지 않았고요?”
“기한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저것 조건을 붙이겠지만, 거의 반영구적으로 이 지역을 집어삼킬 의도일 것이다. 기한을 언급하지 않 은 게 바로 그 증거.
카오리는 용납할 수 없었다.
차라리 10년이든 20년이든 기한을 정했다면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지웅이 요구한 지역은 8,000제곱킬로미터가 넘어가는 넓은 사냥터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근 주민 소거 작전이 쉬워, 장차 장기 적으로 동일본의 수입을 보장해 줄 금싸라기 땅이다.
“……설마 제안을 거절하면 장태준 사무총장도 오지 않는 건가요?”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럴 일도 없을 겁니다. 유지웅 의장 은 장태준 의장의 사무총장 활동을 그런 식으로 사리사욕에 맞춰 조율 한 적은 없습니다.”
국제공격대연합이 인류의 보편적인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 유지웅은 돈만 주고 참견은 하지 않 는 편이다.
카오리는 장태준이 오지 않는다는 절망은 품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 도했다.
“사냥터는 만년 재정난에 허덕이는 우리 동일본 국가 채무를 해결해 줄 황금 거위입니다. 엔간한 희생을 치 르더라도, 아니 어떤 희생을 치르더 라도 반드시 우리가 지켜내야 합니 다.”
“예, 총리 각하.”
다른 대신들도 그 점에서만큼은 카 오리와 의견을 같이하기에, 힘찬 목 소리로 대답했다.
“상황 봐서 후지산 공격대를 즉시 투입하도록 하고, 제니스 공격대와 협상은 거듭 해보세요. 기한 한정으 로 사냥터를 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요.”
“알겠습니다, 총리 각하.”
“……적어도 10년까지는 내줘도 괜찮아요. 레이드 수수료를 얼마를 거둬들이든 상관 않겠다고 하세요.”
그러나 유지웅이 제안을 받아들이 는 일은 없었다.
*
“옵니다, 와요!”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후지산 공격 대원들 사이로 비명 같은 외침이 지 나갔다.
붉은 원숭이를 닮은 거대한 레드 몹은 하늘에 광포한 포효를 몇 차례 터트리더니, 성큼성큼 움직이기 시 작했다.
언뜻 보기에는 천천히 걷는 것 같 은데, 이동 속도는 시속 15이on가 넘
을 정도로 엄청났다. 워낙 체격이 거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게 느껴진 것이다.
“개체명은 ‘불원숭이’라고 합니다. 국제공격대연합에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습니다.”
“불원숭이? 아니, 걔네가 무슨 권 한으로 이름을 붙여? 우리 일본에서 가장 먼저 발견됐으니 우리 일본이 명명할 권리가 있는 거 아니야?”
“연합 말로는 일본에서 제일 먼저 발견된 게 아니라고 하는데요?”
“뭐야?”
“이미 유지웅 의장이 한 번 ‘상대
한’ 적이 있는 괴수라고 합니다. 그 래서 불원숭이라는 이름을 바꿀 수 는 없다고 했습니다.”
대원들의 안색이 다소나마 밝아졌 다.
유지웅이 이미 상대한 적이 있다 니. 그렇다는 것은 유지웅이 한 번 불원숭이 괴수를 잡은 적이 있다는 뜻 아닌가?
일본 전역이 불바다로 뒤덮이는 최 악의 경우는 상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왜 유지웅 의 장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거
지‘?”
“도움을 요청했다는 말은 들었어 요. 그런데 협의가 잘 안 됐다고도 하고, 아무튼 장태준 사무총장은 5 시간 안으로 여기에 도착한답니다.”
“지금 상황을 봐. 5시간은커녕 1시 간도 채……
바로 그때였다.
불원숭이 괴수가 문득 움직임을 멈 추고, 높이 선 채로 이쪽을 빤히 바 라보기 시작했다.
붉은 피부 사이에 위치한 두 개의 눈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안광을 발 하자, 후지산 공격대원들은 저도 모
르게 벌벌 떨었다.
“저놈, 설마 지금 우리 위치를 눈 치챈 것은……
-캬오오오!
불원숭이 괴수는 포효를 내지르더 니, 그대로 있는 힘껏 점프했다.
높이 도약했다가 이쪽을 향해 포물 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시간을 느리게 감는 것처럼 또렷하 게 보였다.
거대한 두 개의 주먹이 위치 에너 지와 질량 에너지를 품은 채 그대로 지면을 강타하고, 땅이 깊이 갈라지 며 주변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마치 핵폭발의 중심에 몰린 것처럼 새하얗게 명멸하는 시야.
그것이 대원들이 마지막으로 본 모 습이 었다.
“저, 전멸했습니다! 단 한 방, 단 한 방에 후지산 제1공격대 321명이 전멸했습니다! 제2, 제3 공격대원들 은 지금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채 도주 중입니다!”
“전멸? 도주?”
“여, 영상을 보십시오! 레이드고 뭐고 아예 상대가 안 됩니다! 이놈 은 괴물입니다! 우리 동일본의 힘으
로는 절대 못 막습니다!”
수백 미터 이상 높이 점프한 불원 숭이가 지면을 강타하고, 곧 폭발섬 광과 함께 버섯구름이 높이 솟구친 다.
그 안에 있었을 공격대원들은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먼지로 변했으 리라.
카오리의 속눈썹이 한참이나 파르 르 떨렸고, 그녀가 이윽고 굳은 목 소리로 겨우 말문을 열었다.
“유지웅…… 유지웅 의장을 불러 요. 원하는 대로 사냥터를 줄 테니 제발 저 괴수를 잡아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