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627)
나는 귀족이다 1530화
[헬조선 편]
93장 이것은 좋은 경제 협력(8)
최종식 이사는 건도식 사장이 건넨 결재서류를 감명 깊은 눈으로 바라 봤다.
1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집행한 다는 승인 서류.
이제 이 창업자금을 발판으로, 자 신은 회개의 일개 임원에서 호텔 사 업체의 오너로 당당히 거듭나게 된 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꼭 거점도시 에 어울리는 멋진 특급 호텔을 꾸며 보도록 하겠습니다.”
“잘되실 겁니다. 그나저나 이제 최 종식 이사님이 CS건설의 클라이언 트가 되는 건가요?”
“하하, 그렇게 되는 건가요?”
“6조 원짜리 호텔을 수주 주는 셈 이니 CS건설 임원진들이 발바닥이 라도 핥으려고 들겠습니다.”
“요즘 국내 건설경기가 영 좋지 않 았으니 아마 만사 제쳐 두고 나서려 고 할 겁니다.”
“그러게 처음부터 이 딜을 받았으 면 그게 모두 CS건설 실적이 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 까?”
건도식 사장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하자, 최종식 이사는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한 끗 차이로 이렇게 한 회사와 한 개인의 운명이 갈리는군요.”
CS건설에서 좋다구나 하고 받아들
였으면, 자신은 줄곧 소속 이사로 남았을 것이다.
아마 좋은 건수 하나 물어왔다고 보너스나 인센티브를 두둑하게 받는 것으로 끝났겠지.
그 아슬아슬한 한 끗 차이로 자신 은 10조 원짜리 투자를 받고 사업 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이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최종식 이사는 제니스 컴퍼니를 나
서서 제니스 저축은행으로 향했다.
제니스 저축은행은 제2금융권이지 만, 굴리는 금융자산은 10조 달러 이상을 넘어간다.
은행 자체 자산, 유지웅 및 제니스 컴퍼니가 예금한 자산, 그리고 제니 스 타운 거주민 및 유지웅을 추종하 는 해외인들의 예금까지 다 합친 금 액이다.
연간 수천만 명 이상의 대머리나 탈모 환자들이 발모 시술을 받게 위 해 제니스타운을 찾는다.
시술비는 연 299만 원.
그들이 병원에 내는 시술비는 병원
이 제니스 저축은행에 개설한 계좌 에 쌓이고, 은행의 예치 잔액으로 잡힌다. 이 돈만 일 년에 100조 원 이 넘는다.
제니스타운 공사비,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지불하는 로열티 및 구매 대금, 제니스 연구소가 개설한 계좌, 제니스 타운 거주민들이 개설한 계 좌…….
이렇다 보니 제니스 저축은행이 굴 리는 금융자산이 10조 달러가 훌쩍 넘어선 것이다.
“조만간 북한 주민들도 제니스 저 축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할 거라던데.”
국내 다른 은행들을 전부 다 합쳐 도, 제니스 저축은행의 힘을 넘어서 지는 못할 것 같다.
순번표를 받아든 최종식 이사는 은 행에 투자허가서류를 제출하고 기다 렸다.
잠시 후, VIP실도 아닌 일반 창구 에서 최종식 이사의 순번을 호출했 다.
“확인됐고요, 사업체 등록번호와 계좌 나오는 대로 투자금을 입금해 드릴 겁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다음 분 오세요.”
창구에서 일어나며, 최종식 이사는 감탄했다.
10조 원짜리 거래인데도 그냥 일 반 창구에서 직원이 간단하게 업무 를 처리한다.
건도식 사장이 자신의 서명 한 장 으로 전결 처리하는 것처럼, 제니스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인 모양이다.
최종식 이사는 휴가신청서를 온라
인으로 회사에 제출한 후 잠수를 탔 다.
회사에서 시끄럽게 자신을 찾을 테 지만 무시로 일관했다.
엄연히 임원계약으로 보장된 휴가 이니만큼,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마 지막 하루까지 박박 긁어서 쓰고 싶 었던 것이다.
휴가 기간 동안 그는 일을 하지 않았다.
제니스타운에 머무르면서 알찬 휴 식 시간을 보냈다.
타운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 대영 박물관, 일본의 황거를 방문해서 구
경했다.
나로도에 있는 군함도도 방문해서 일제강점기 때 징용돼서 혹사당한 조상들의 최후의 장소도 관람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며 머 릿속을 가다듬었다.
이 휴가가 끝나면 이제 미친 듯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갖는 개인정비 시간이었다.
당연히 휴가 기간 동안 회사의 연 락은 철저히 무시했다. 아예 확인조 차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휴가가 끝나 출근했을 때, 당연하겠지만 자신의 사무실은 깨끗
이 비어 있었다.
“최종식 이사, 이제야 출근한 건 가?”
전무가 살기가 등등해서 나타났다.
그의 등 뒤로 다른 임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최종식 이사 를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심장이 오그라들었 을 정도로 무서운 눈빛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우리 전무님, 이렇게 귀여우셨나?’
터지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주워 삼키느라고, 최종식 이사는 애를 많
이 썼다.
“자네 이런 친구 아니잖아? 대체 무슨 낯짝으로 갑자기 휴가 신청하 고 잠수 탄 거야? 회사 그만두려 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객기 부린 건가?”
“객기는 아니고, 회사를 그만두려 는 것은 맞습니다.”
“객기 맞네. 이봐, 최종식이. 원래 사람은 유종의 미를 중시해야 하는 법이야. 이제 떠날 자리라고 함부로 내팽개치고 그러면 안 돼. 사람은 돌고 돌아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자네 때문에 회사가 발칵 뒤집힌 건 알고 있나? 제니스컴퍼니 하고 담판 지어서 없던 일로 하라는 것은 어떻게 됐어? 그것만큼은 일단 마무리를 잘 짓고 그만두든지 말든 지 해야 할 거 아니야!”
“아, 그건 잘 마무리됐습니다. 걱정 마시죠. 제니스컴퍼니에서 그거 가 지고 CS건설에 뭐라고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잠수를 탈 거면 그걸 말을 하고 잠수를 탔어야지!”
“그건 제가 전무님께 따로 메일 보
냈는데요, 확인을 안 하셨더라고요.”
“……메일 보냈어?”
“예, 휴가서 제출 전에 보냈습니 다.”
그러면서 최종식은 스마트폰을 메 일함을 열어서 보낸 메일을 확인시 켜주었다.
메일 이력이 분명히 남아 있는 것 을 본 전무의 표정이 뻘쭘함으로 물 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임원들의 시선이 호 의적으로 변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봐, 최 이사. 자네 그리 잠수 타고 사장님이 얼마나 크게 날뛰었
는지 알기나 해?”
“회사 그만둔다고 하니 더 할 말은 없지만, 진짜 마지막에 이렇게 실망 시키면 안 되지. 부장만 돼도 아무 리 엿 같아도 회사 떠날 때는 웃으 면서 떠난다고.”
“자네 마지막 이미지를 그런 식으 로 망쳐서 뭐해? 아무리 자네가 이 바닥 영영 떠나서 우리 볼 일 없을 거라고 해도, 이건 좀 아니지.”
최종식은 그저 소리 없이 웃기만 했다.
임원진 중에서 자신은 막내 축에 속한다. 임원 승진한 지도 얼마 안
되고 나이도 젊다.
하지만 평소에 무섭고 어렵기만 했 던 임원들이 하나같이 귀여워 보인 다.
“사장님 좀 봬러 가겠습니다.”
“……마지막에 너무 무례하게 굴진 말고.”
“혹여라도 서운한 거 있었으면 다 털어버려. 우리 얼굴 봐서라도 그러 면 안 돼.”
그제야 최종식의 사직이 피부에 와 닿았는지, 임원들의 표정이 조금이 나마 부드러워졌다.
마지막에 수습을 내팽개치고 잠수
를 탄 것도 아니고, 어쨌든 간에 수 습은 해놓고 잠수를 탄 거 아닌가.
전무가 메일 확인을 안 한 터라 회사가 발칵 뒤집히긴 했어도, 그걸 최종식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뭐하 고.
어쨌든 간에 결과적으로 없던 일이 되었으니, 이제 최종식 이사를 좋게 보내주는 일만 남았다.
사장실로 향하는 최종식 이사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임원들은 자기들 끼리 수군거렸다.
“최 이사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 나 보군. 수습하자마자 말 한 마디
없이 바로 그만둘 생각부터 한 걸 보면.”
“그래서 일언반구도 없이 휴가서만 벌렁 제출하고 잠수 탄 거였구먼. 어차피 그만둘 거였으니까.”
“호텔 비즈니스 수습까진 하고 사 직 전에 잠수 탄 거니 뭐라고 할 수도 없네.”
“사장님께 빨리 문자 보내. 그래도 사장님이 정황을 아셔야 최 이사한 테 크게 뭐라고는 안 할 거 아닌 가?”
“내가 벌써 이미 보냈어. 최 이사 가 조금 전에 설명한 바로 그때 말
이야.”
“역시 우리 박 이사가 행동이 참 빨라요.”
—사장님, 최 이사 출근했습니다. 제니스 컴퍼니 호텔 비즈니스는 그 때 잘 마무리하고 휴가 신청한 거랍 니다. 보고체계에 착오가 있었던 점 대단히 송구합니다. 최 이사는 개인 적 사정으로 사직하고 업계를 완전 히 떠나려는 모양입니다.
한 임원이 보낸 문자를 확인한 CS 건설 사장은 평온함을 유지한 채 최
종식 이사를 맞이할 수 있었다.
만약 문자를 안 봤더라면 다짜고짜 최종식 이사한테 화부터 냈을 테고, 마지막 작별이 아름답지 못했을 것 이다.
“최 이사, 이 친구야. 그렇게 혼자 끙끙 앓으면 어떡해? 고민이 있으면 같이 털어놓고 위로를 받고 그래야 지, 그냥 달랑 그만둔다고 결심하면 그만인가?”
“죄송합니다, 사장님.”
“사표 제출하려고? 안 돼. 돌아가. 없던 일로 할 테니 머리 식히고 다 시 업무 복귀해.”
“전 이미 결심을 굳혔습니다.”
“자네 지금 삐쳤다고 나한테 시위 하는 건가? 자네한테 총대 매게 시 켰다고? 이 친구야, 자네가 6,000억 짜리를 6조 원짜리로 부풀려서 받아 오지 않았으면 그럴 일도 없었어. 어른이 됐으면 자기가 친 사고는 자 기가 수습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 닌가?”
“삐친 게 아닙니다. 그냥 하고 싶 은 일이 생겼습니다.”
“하고 싶은 일? 설마 제니스 컴퍼 니에서 스카우트 제의라도 받은 건 가?”
사장의 목소리가 조금 조심스러워 졌다.
제니스 컴퍼니는 기존 10대 재벌 기업에서 임원급 이상 인사를 중도 영입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은 아니지 만, 혹시나 모르는 일이기에 조심스 러 워진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니스그룹 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따로 저 혼 자서 사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설마 다른 경쟁사에 들어가는 것 은 아니겠지?”
“하하, 아닙니다. 아, 오히려 CS건
설을 떠나기 전 회사에 자그마한 선 물은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래서 저도 마음이 비교적 가뿐합니 다.”
“……자그마한 선물?”
“네, 건설 일감 하나 맡기려고요. 다른 곳에 맡겨도 되긴 하는데 그래 도 제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CS그룹 에 일을 맡기는 게 저도 마음이 편 할 거 같아서요.”
CS그룹에 일을 맡겨야 건축주로서 현장을 방문해 마음껏 위세를 부릴 수 있을 테니까.
사장은 그런 최종식의 속마음은 전
혀 알지 못한 채, 그저 반색하기만 했다.
“최 이사가 마지막까지 우리를 그 렇게 생각해주니 그저 고맙기만 하 네. 내, 퇴직금은 넉넉하게 챙겨줄 테니까 어딜 가도 잘 지내고, 정 힘 들면 회사로 다시 돌아오게.”
“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런데 건설 일감이라는 게 뭔데? 아니, 그 전에 자네가 한다는 사업 이 뭔가?”
“호텔 사업입니다.”
“호텔 사업……
불현듯 안 좋은 예감에 사로잡힌
사장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지기 시 작했다.
“제가 제니스 컴퍼니에 제안한 6조 원짜리 특급 호텔 사업, 제가 직접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투자받았거든 요. 아, 제니스그룹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제가 오너이자 CEO가 돼서 진행하는 겁니다. 제니스 컴퍼니는 그냥 투자만 하는 겁니다.”
“……그걸 자네가 받았다고?”
“네, 그래서 그 호텔을 여기 CS건 설에 맡기고 싶은데요……. 박치원 사장. 건설발주제안서는 언제까지 제출하면 될까요?”
박치원 사장은 벌떡 일어나서 정중 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희가 빠른 시일 안에 브리핑 준 비 갖춰서 찾아뵙고 브리핑드리겠습 니다, 고객님.”
“사흘 안에 개괄적인 계획 정도는 받아보고 싶은데, 가능하겠죠?”
“물론입니다, 고객님.”
“그나저나 오늘 송별회 해줄 건가 요?”
“걱정 마시지요, 최종식 이사님. 제 가 근사한 데로 모시겠습니다.”
박치원 사장은 성질 더러운 오너가
일원이지만, 개인이 발주한 6조 원 짜리 공사의 가치를 받들어 모실 줄 아는 판단력 정도는 지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