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68)
00168 와이프 강화하기 =========================================================================
그동안 미국은 수차례에 걸쳐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유지웅은 한국 정부에 모든 것을 일임하고 상관하지 않았다. 미국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그는 두 번 다시 미국 땅을 밟을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또다시 루딘을 통해서 미국은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블루 결정체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며 쓸데없는 손실을 막아준 것이다. 그 대신 완전한 블루 결정체의 구매를 원하고 있었다.
“받아들이시는 게 어떨까요? 너무 미국과 사이가 틀어지면 좋을 것도 없습니다.”
루딘이 돌아간 후 남기철이 애간장이 타서 권했다. 유지웅은 어깨만 으쓱했다.
“저는 블루 결정체를 공급할 뿐이죠. 그것을 누가 사든지 간에 상관 안 합니다.”
“그럼 정부 차원에서 미국에 결정체를 매각해도 관여하지 않으시겠다는 건가요?”
“제가 신경 쓸 바는 아니죠.”
화해? 분쟁? 다 무의미한 짓이다. 어쨌거나 미국은 그에게 한 번 위협을 들이댄 나라. 그러므로 두 번 다시 미국 땅을 밟을 마음은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지 그뿐이다.
‘지들끼리 사고팔고 하든지 말든지 내가 알 바 아니지.’
그런 마음을 알 리 없는 남기철은 승낙으로 받아들이고 얼굴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관리본부에서 용무를 마치고 둘은 집으로 향했다.
“아, 그리고 보니 다음 주 제사다.”
신호등 대기 중일 때 정효주가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제사? 아, 맞다. 우리 할아버지 제사지?”
“큰집 갈 준비해야겠네.”
“너도 오려고? 뭐 하러. 나 혼자 갔다 올게.”
“얘는. 말도 안 돼. 결혼하고 첫 제사인데 당연히 가야지.”
“그런가?”
어느새 오후 5시가 넘었다. 라디오를 틀자 일본 소식이 흘러 나왔다. 일본이 곧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거라는 아나운서의 보도가 나왔다.
“일본은 완전히 망했네.”
“자충수 제대로 뒀지, 뭐.”
“그러게. 블랙 몹이 그렇게 우스워 보였나?”
“솔직히 너 좋아 했으면서.”
정효주가 가볍게 샐쭉거렸다. 일본 안 가게 돼서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뭐 그녀도 딱히 일본을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S급 강화 장비를 만들려고 방문했을 때 야쿠자 때문에 겪었던 곤란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보니, 아무래도 몸을 사리게 된다.
“그거 알아? 남 국장님이 그랬는데, 우리나라가 받아들인 일본 능력자 죄다 탱커 아니면 힐러래. 딜러는 한 명도 없대.”
“아, 그래? 웬일이니.”
“우리나라 레이드 시장에는 잘 된 거지.”
“가족들은? 그 사람들 가족들은 있을 거 아냐?”
“가족도 받아들였는데 그건 수치 발표를 안 했나 봐. 뭐 중요한 건 아니니까. 힐러 수만 만 명이 훨씬 넘는다는데 엄청 받아들였지 뭐.”
정효주는 가볍게 끄덕이다가 다시 손뼉을 쳤다.
“참, 조만간 교수님 한 번 대접해야 할 거 같은데.”
“전의 그 교수?”
“응. 너도 나온다는 거 변동 없지?”
“나가야지. 젊은 교수라는데 어떻게 단 둘이 만나게 둬.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난 그 꼴 못 봐.”
유지웅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정효주는 어색하게 웃었다.
“얘는. 그런 거 아니거든?”
“알아. 그냥 해본 소리야. 요새 너 너무 안심이 안 돼. 빨리 애라도 낳아야겠어.”
“나 못 믿니?”
“너야 믿지. 근데 너 쳐다볼 남자들을 못 믿겠어. 막말로 힘으로 막 어떻게 할 수도 있잖아? 요새 세상 흉흉한데.”
정효주는 기가 차다는 듯이 웃었다.
“힘으로 날 어떻게 한다고?”
유지웅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탱커인 그녀를 힘으로 어떻게 한다고? 바보 같은 전제였다.
“야, 약 같은 걸 쓸 수도 있잖아.”
“개미 마취제를 매머드한테 쓴다고 통할 것 같니?”
“…….”
“이제 안심 되지?”
“응.”
힘으로 그녀를 어떻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약으로 어떻게 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탱커의 약물 저항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발정제나 수면제 같은 것은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것은 술을 먹이는 건데(알콜은 어느 정도 통한다) 아마 남자 쪽이 먼저 뻗을 것이다. 게다가 알콜이 통하는 것도 마음 놓고 퍼마실 때 이야기다. 정신 차리고 긴장한 채 술 마시면 취하지도 않는 게 바로 탱커라는 존재다.
“너야말로 게임하다가 여자 만나지 마.”
“안 만나는데?”
“전에 만난 그 여자애 있잖아. 박효리인가. 나 학교에서 슬쩍 봤는데 디게 이쁘더라.”
“에이, 너보단 못해. 그리고 여자인 줄도 몰랐어. 나 미리 알았으면…….”
“안 나갔을 거라고?”
“……응.”
“근데 왜 대답이 늦어?”
“운전하는 중이라서 그래.”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을 기피했다. 그녀는 샐쭉거리며 눈을 흘겼으나 더 이상 따지고 들지 않았다.
어느덧 둘은 집에 도착했다. 부부침실로 들어서자마자 그는 번쩍 와이프를 안아들었다. 그녀가 꺅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대로 침대로 뛰어들었다.
둘은 아직 젊었다.
* * *
「경기 종료! 에버튼이 7:0으로 홈승을 거둡니다!」
우렁찬 박수갈채가 터졌다. 에버튼 선수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승리를 기뻐했다. 서포터즈도 방방 뛰며 좋아했다. 비록 홈구장을 새로 짓고 있는 관계로 타구장을 빌리긴 했지만, 홈에서 거둔 대승이 빛 바래는 것은 아니었다.
「아, 카메라가 관중석의 에버튼 구단주를 비춥니다.」
「유지웅 구단주, 카메라를 의식하고 손을 흔드는군요.」
검은 양복을 입고 팔짱을 낀 채 경기를 지켜보던 유지웅은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자 점잖게 손을 흔들었다. 알이 크고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경기장이나 기자회견 같은 장소에서 그는 항상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그래서 아직까지 맨얼굴이 대중에 공표되지 않았다.
「어쩐지 선수들이 평소보다 더욱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것 같더니, 구단주가 와 있었군요.」
「구단주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죠. 돈만 많이 붓는다고 좋은 구단주가 아닙니다. 구단주가 클럽을 정말 사랑하고 아낀다는 확신을 끊임없이 주어야 선수들도 안심하고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거거든요.」
「아, 유지웅 구단주가 관중석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유지웅은 클럽 사무실에 들러 가볍게 코치진에게 치하를 한 뒤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는 안슐이 선물한 A3가 대기 중이었다. 영국에서 한국까지 1시간 20분 만에 돌파하는 경이적인 성능의 제트기였다.
그가 탑승하자 A3는 곧 출발했다.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정효주가 연락했다.
「오고 있는 중이니?」
“응. 안 자고 있었어?”
「너 없는데 어떻게 자.」
“그래도 내일 약속 있는데 좀 자두지.”
한국은 지금 새벽 1시였다. 집에 도착하면 아마 새벽 3시쯤 될 것이다.
「난 탱커니까 괜찮아. 너야말로 괜찮겠니?」
“네 신랑이야 쌩쌩하지. 오늘 너 안 재울 수도 있어.”
「어머, 자신 있으면 해봐.」
“어쭈? 못할 거 같아?”
「너 그래놓고 저번처럼 하다가 잠깐만 쉰다고 그대로 잠드는 거 아니니?」
부부 간의 은밀한 화제를 안주 삼아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덧 한국에 도착했다. 속도를 줄인 A3가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공항에 대기 중인 V-23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때까지 기다리던 정효주가 1층까지 마중을 나왔다. 얇고 하늘거리는 네글리제를 입은 모습이 은근히 섹시하면서도 어린 신부 고유의 귀여움을 풍겼다. 둘은 사이좋게 손을 잡고 3층 침실로 향했다.
불을 끈 둘은 침대에 누워 껴안은 채 서로의 몸을 더듬으며 날이 새도록 시시덕거렸다.
“경기 재밌었어?”
“응. 역시 축구는 직접 봐야 제 맛이야.”
“치. 언제부터 그리 축구 팬이 됐다고. 나보다 축구가 더 좋은 건 아니지?”
“에이, 네가 최고지.”
“아, 맞아. 전설대전 말인데, 램파드 선수 FA 됐던데.”
“뭐, 정말?”
누워 있다 말고 유지웅은 벌떡 일어났다.
“언제?”
“탈퇴 기사 어제 밤에 떴어. 너 영국 있을 때.”
“내일, 아니 오늘 당장 만나봐야겠어.”
“오늘은 교수님 뵙기로 했잖아.”
“아, 맞다. 그랬지, 참.”
마음이 급해졌다. 차라리 그 약속을 미룰까? 그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그녀가 눈을 흘겼다.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 약속을 미뤘다가는 당분간 독수공방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집은 넓고 방은 많았으니.
* * *
주차장에 차를 세운 장길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울을 보고 슬쩍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즐겨 입던 양복이지만 오늘따라 살짝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예약된 자리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은 그는 폰으로 해외 학술 사이트에 접속했다. 영어로 된 논문을 읽다 보니 어느새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교수님.”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는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나타난 정효주가 가볍게 목례를 했다. 검고 얇은 정장을 입은 모습은 정갈한 회사원 느낌이 났다. 그녀는 재킷을 벗어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하고는 장길수 앞에 앉았다. 함께 들어온, 또래로 보이는 청년이 옆에 앉았다.
“같이 온다는 친구가 이 분인가?”
“예. 소개할게요. 이쪽은 제 신랑이에요.”
신랑이라는 말에 장길수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눈썰미 좋은 정효주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약간의 침묵 후에 장길수가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
“결혼을 참 빨리 했구나.”
“어쩌다 보니 그리 됐어요. 과에는 비밀로 해주세요.”
“그럼 나한테도 비밀로 하지 그랬어?”
“교수님께 어떻게 거짓말을 해요.”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대화에 엷은 긴장감이 묻어났다. 그러나 유지웅은 눈치 채지 못했는지 시원스럽게 인사했다.
“유지웅이라고 합니다. 효주한테 교수님 이야기 평소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효주 잘 부탁드려요.”
“유지웅?”
장길수의 안색이 다른 의미로 변했다.
제니스 공격대장은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이십대 초반이라는 것, 사는 저택, 그리고 이름이 유지웅이라는 것 정도가 전부다.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이 거리에서 마주친다 해도 알아보는 것은 어렵다.
유지웅. 흔한 이름이다. 다른 장소에서 만났으면 장길수도 이름이 똑같구나 하고 가볍게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정효주는 제니스 공격대 일원이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그럼 혹시……?”
“제니스 공격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지웅은 싹싹하게 대답했다. 와이프의 학점을 좌지우지 하는 분이라 그런지 조심하게 된다.
살짝 충격을 받은 장길수의 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정효주는 그것을 보고 들키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장길수의 놀람은 단순히 제니스 공격대장을 만났다는 것 때문이 아닌 것 같았다.
“아, 놀랐어요. 이거 유명인을 이런 자리에서 만날 줄은 전혀 몰랐네요. 제자의 남편이 제니스 공대장일 줄이야. 이거 정말 여러 번 놀라는데요.”
“결정체학에서 권위 있는 분이라 들었습니다. 부디 효주 잘 이끌어 주세요.”
“권위라니요. 당치도 않아요. 오히려 내가 유지웅 공대장님한테 부탁할 게 많을 것 같은데요? 이거 식사나 한 끼 얻어먹으려고 온 자리였는데, 앞으로 제자 덕을 제대로 보게 생겼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두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남자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결정체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제니스 공격대장은 무시할 수 없는 유명 인사. 재력을 논외로 하더라도, 제니스 공격대장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사실 장길수가 몇 끗발이나 밀렸다. 하지만 유지웅은 와이프의 스승이라는 점을 생각해서 정중하고 재치 있게 대했다.
식사가 나왔다. 정효주는 상냥하게 유지웅의 시중을 들었다. 남편을 챙기는 손길에는 애정이 듬뿍 넘쳤다. 물론 중간 중간 장길수를 신경 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화는 주로 유지웅과 장길수 사이에 이뤄졌다. 정효주는 얌전히 앉아서 듣는 편이었다.
“아, 잠시 손 좀 씻고 올게요.”
유지웅이 잠시 일어나고 테이블에 둘만 남았다. 다소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한참 후 장길수가 입을 열었다.
“내가 괜한 욕심, 아니 추태를 부렸구나. 미안하다.”
정효주는 대답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장길수를 응시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사실 네 그런 현명함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 아이들이 그러기 쉽지 않으니까.”
“……아니에요.”
정효주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예감이 맞았던 것이다. 혹시나 틀렸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 때문에 고민한 끝에 남편을 소개한 게 잘한 짓 같았다. 이제 장길수 교수와 더 이상 어색해지지 않을 테니까.
유지웅이 돌아왔다. 장길수는 한결 편안해진 웃음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가 자리에 앉고 다시 대화가 이뤄졌다.
“아, 그런데 신형 장비는 언제 시공개를 하는 겁니까?”
유지웅은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해서 반문했다.
“신형 장비라니요?”
“한성산업이 개발한 신형장비 말입니다.”
유지웅이 모르는 눈치이자 오히려 장길수가 당황했다.
“설마 모르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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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이템 출시를 앞두고 일어나는 유저들의 혼란의 카오스.
패치는 항상 누군가를 웃게 하지만 누군가를 울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