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85)
00185 식량 파동? =========================================================================
장태준은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옐로 몹을 청소할 수 있는 전술을 생각했다.
“어그로를 신경 쓰지 말고 광역 보호막 안에서 무차별로 딜을 난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효주 씨는 따로 움직이면서 광선검을 켜고 옐로 몹을 정리하면 될 것 같고요. 브라우니는 외곽에서 도주하는 옐로 몹을 몰거나 정리하는 게 좋겠군요.”
즉 제니스의 주력을 셋으로 나눈다. 정효주, 브라우니, 그리고 나머지 본진 이렇게. 정효주는 보호막만 유지해주면 혼자서 옐로 몹을 학살할 수 있고 브라우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본진은 광역 보호막 안에서 안전하게 딜을 난사하면서 이동하면 될 것이다.
그의 전술 제안에 대원들도 이견 없이 찬성했다. 제니스는 미리 준비한 이동편으로 바로 호남 지역으로 갔다.
「도착했습니다.」
기체에서 정효주와 노닥거리던 유지웅은 조종사의 보고에 후방 문을 열었다. 대번에 강한 바람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는 몸을 지탱한 채 발 아래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구름 아래 넓게 뻗은 평야에는 철새 떼처럼 옐로 몹들이 널려 있었다. 수많은 개체가 평야 전체를 차지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고도가 높은 탓에 옐로 몹들이 점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수는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와, 이거 장난 아닌데? 천 마리가 아니라 이천 마리도 넘는 거 같아.”
11월인 까닭에 바람이 제법 매서웠다. 그는 얼른 후방문을 닫고 정효주의 품을 파고들었다. 얇은 허리를 두 팔로 감으며 몸을 웅크렸다.
“아이고, 춥다. 바람 엄청 매섭네.”
“추워?”
“그럼 이게 안 추워? 아, 하긴 넌 탱커라서 모르겠다. 가을바람 장난 아니야.”
영상과 원격 사진 자료로 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넓은 평야를 고르게 차지하고 있는 옐로 몹 떼거지라니. 어떤 의미로는 레드 몹보다 더한 재앙이다.
일반 공격대로 저것들을 정리하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폴링(전투 개시를 위해 몹을 자극하는 것)을 잘못했다가는 연쇄 자극을 일으켜서 한꺼번에 달려들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어그로고 뭐고 없다. 본진은 재앙이 되고 힐러와 딜러는 전부 다 죽는 것이다.
하지만 유지웅은 무섭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보호막 능력이 있으면 옐로 몹 따위는 수만 많은 병아리들이다. 게다가 정효주는 방어장비도 있고 여차하면 섬광 궁극기도 쓸 수 있다. 그냥 숫자에 질렸을 뿐이다.
“호남평야부터 청소를 시작하죠.”
제니스는 헬기에서 내려 집합했다. 정효주가 손짓을 하자 브라우니가 끙끙거리며 달려왔다. 날개를 퍼덕이며 반은 날고 반은 뛰는 게 닭이 도망치는 것 같아서 웃겼다.
“저것들 도망 못 가게 잘 몰면 돼. 알았지?”
―끼이이잉…….
“그리고 절대, 먹으면 안 돼! 알았지? 그래, 착하다.”
―끄으응…….
말을 알아들었는지 브라우니는 날개를 축 늘어뜨렸다. 어지간히 실망한 모양이었다.
“자, 준비하죠.”
유지웅이 손뼉을 짝짝 쳤다. 장태준은 무선 소형 헬기를 띄워 정찰 시야를 확보했다. 위성과 통합 시스템 링크도 마쳤다.
제니스는 자리를 잡았다. 유지웅과 힐러가 탄 차량이 가장 중심에 서고, 원거리 딜러가 외곽에 섰다. 근접 딜러와 탱커는 틈 사이사이에 섰다.
“써, 괜찮을까요?”
쿤겐이 조금 염려스러운지 우려를 나타냈다. 유지웅은 자신감을 보였다.
“옐로 몹이잖아요? 그냥 싹 쓸어버리기만 하면 돼요.”
“하지만 만약 저 중에 레드 몹이 섞여 있으면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레이드 본부가 그건 괜찮다고 보증했으니 상관없을 거예요. 뭐더라? 저것들 크기만 조금씩 차이가 있지, 전부 다 무슨 흰 어쩌고 하는 명칭이 있는 것들이랬는데.”
레드, 혹은 블랙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개체를 잡아먹고 그 힘을 흡수해야 한다. 레드나 블랙이 흉폭하고 선공 습성이 있는 것은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리라. 만약 저것들 중에 옐로가 아닌 게 있다면, 진작 학살이 일어났을 것이다.
「시작하겠습니다.」
“자, 갑시다!”
유지웅은 광역 보호막을 켬과 동시에 정효주에게 보호막을 걸었다. 방어장비를 걸친 정효주는 보호막까지 받자 힘이 나는지 그대로 박차고 뛰쳐나갔다.
그녀가 쥔 검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섬광 에너지를 강제 주입한 무기는 고도의 절삭력을 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체내에 찔러 넣어 폭발시킬 경우 방어막을 무시하고 괴수의 내부에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 있다.
즉 지금까지의 공식―딜로 방어막을 걷어내고 난 다음 노출된 육체에 충격을 주어 잡는다는 것을 뛰어넘는 것이다.
“하아앗!”
정효주는 무차별로 괴수 사이를 달렸다. 제일 가까이 있는 개체는 그녀의 검에 목 아래가 깊게 횡단되었다. 그녀의 칼이 깊이 1미터가 남는 상처를 길게 남기고 지나갔다. 날개를 제외하면 황소만 한 크기. 그런 몸집에 그런 상처는 치명상이었다.
―끼아아악!
―끼악! 까악!
단 한 번이었다. 그녀가 칼질을 하고 지나가면 옐로 몹은 여지없이 죽어 쓰러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는 수십 마리를 베어 넘겼다. 그제야 그녀의 습격을 알아차린 개체들이 난리가 나서 날개를 푸덕이며 날아올랐다.
―캬아아아! 캬아아아!
개체들은 저마다 날카로운 고음을 내지르며 날아올랐다. 침입자의 습격을 알리고 피하려는 것이다. 영락없는 철새의 습성이었다. 개체들은 정효주에게 달려들 생각도 품지 못했다.
아마 본능적으로 자기들보다 강한 포식자 개체라는 것을 인식한 모양이었다. 정효주는 갈매기 떼에 뛰어든 사자처럼 무차별로 날뛰며 칼을 휘둘렀다.
―캬악!
그러나 괴수들은 도망칠 수 없었다. 하늘도 이미 막혀 있기 때문이었다. 브라우니가 사방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괴수들이 날아서 도망가지 못하게 몰이에 나섰다. 멋도 모르고 급히 날아올랐던 개체들은 브라우니한테 목을 물어뜯기고 추락했다.
괴수들은 난리가 났다. 어떻게든 도망치려 했지만 브라우니가 귀신같이 알고 와서 진로를 막아섰다. 마치 참새 떼를 막아서는 송골매를 보는 듯했다.
정효주가 뛰어올랐다. 지면에서 수 미터 가량 상승해 있던 개체 두 마리를 단숨에 베고 지나갔다. 그녀의 공격은 단순히 피륙을 베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내부에 깊은 충격을 남긴다. 어그로를 끄는 게 아니라 직접 죽여 버린다.
「딜 시작! 무차별 공격하세요!」
본진도 뭉쳐서 이동했다. 군용 차량에 탄 딜러들이 보이는 대로 괴수들한테 딜을 난사했다. 공격받은 개체들은 화가 나서 달려들었지만 광역 보호막에 가로막혔다.
“죽어! 죽으라고!”
“으하하하! 내 딜이 어떠냐!”
원거리 딜러들은 고함을 지르며 광역 보호막을 뚫으려고 발버둥치는 녀석들을 공격했다.
“메인 탱커는 무섭고, 우리는 안 무섭다 이거지?”
“왜?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딜러들은 어그로를 도외시하고 마구 난사했다. 심지어 눈에 맞는 것도 가리지 않았다. 아니, 눈에 맞으면 오히려 미쳐서 달려들어 주니 더 좋았다.
어그로 사정 보지 않고 쏘는 딜이다 보니 그 위력은 엄청났고, 괴수들은 광역 보호막을 치다가 죽어나갔다. 좀 많이 쌓인다 싶으면 다른 곳을 쓸던 정효주가 달려와서 베고 지나가기도 했다.
안전한 후방에서 지원팀은 전술 화면을 놓고 분석에 바빴다.
“청소 작업은 안정적이군요.”
“진돗개가 잘 해주고 있습니다. 역시 진돗개를 투입한 게 주효했어요.”
“맞습니다. 무작정 공격대만 투입했다면 도주하는 녀석들을 몰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고스란히 놓쳤겠죠. 어쩌면 사람 사는 지역을 습격했을 수도 있고요.”
제니스는 지금 내륙 쪽에서 시작해서 해안 쪽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만약 괴수들이 도주할 경우 황해로 몰아내기 위해서다.
통상적인 경우 괴수의 도주를 염두에 두고 섬멸 작전을 짜지 않는다. 한 번 자극받은 괴수는 절대로 도망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방어막이 깎이는 것도 모른 채 죽을 때까지 덤빈다.
하지만 정효주가 있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괴수들은 그녀에게 이상 반응을 보인다. 겁을 먹거나, 움츠리거나, 심지어 도망가기도 한다. 레드 몹도 그럴진대 옐로 몹이라고 도주 안 한다는 법이 없다.
“전투 기록 정리 잘 하세요. 특히 메인 탱커와 진돗개가 잡은 개체 수 측정에 주의하세요. 객관적인 자료로 남기는 게 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가장 강력한 화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정효주였다. 그녀 혼자서 대부분의 개체를 학살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한 번 칼질을 하고 지나가면 죽어버렸으니까.
한두 마리도 아니고 자그마치 천 마리가 넘는다. 정효주가 혼자 잡은 개체는 그녀 몫이다. 기여도에 따른 분배 정산은 확실하게 해야 했다. 그것은 사전에 미리 합의된 사항이었다.
“하앗!”
마침내 마지막 칼질이 괴수를 갈랐다. 정효주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넓은 평야에는 괴수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대부분이 그녀가 잡은 것들이었다. 아침부터 시작했는데 늦은 오후가 다 돼서야 청소 작전이 끝났다.
“브라우니!”
그녀는 저 멀리서 몰래 괴수 사체에 머리를 묻고 있는 브라우니를 발견하고 외쳤다. 브라우니가 찔끔해서 머리를 들었다. 녀석의 부리에는 큼직한 살점이 물려 있었다. 겁을 잔뜩 먹은 눈동자를 말없이 바라보던 그녀는 등을 돌렸다.
그제야 신이 난 듯 브라우니는 아예 머리를 푹 파묻고 마음껏 뜯어먹기 시작했다.
“한두 마리 정도는 먹게 봐주지 뭐.”
정효주는 본진으로 돌아왔다. 다들 꽤 지친 듯이 보였다. 하루 종일 레이드를 한 셈이니 어지간히 피곤했으리라.
“수고했어.”
차량에서 뛰어내린 유지웅이 반갑게 두 팔을 벌려 그녀를 꼬옥 안았다. 그리고 손을 잡고 차에 탔다. 본진은 지원팀이 있는 후방으로 다시 이동했다.
“브라우니!”
정효주가 힘주어 부르자 브라우니가 얼른 마저 뜯어먹고는 날아올랐다. 녀석은 열심히 날개를 퍼덕이며 차량을 따라왔다.
넓은 평야에는 괴수 사체가 여지저기 널려 있었다. 어림잡아도 천 마리는 훨씬 넘어 보였다. 후방에 도착한 유지웅은 장태준의 보고를 받았다.
“사냥한 개체는 총 2,053마리입니다. 1,605마리는 정효주 씨가 단칼에 잡았고, 51마리는 진돗개, 아니 브라우니가 직접 잡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397마리는 본진 인원이 잡았습니다. 그 중 브라우니가 먹어치운 개체가 21마리입니다.”
“브라우니! 나 몰래 대체 몇 마리나 먹은 거야!”
정효주가 화를 내며 브라우니를 쥐어박았다. 아니, 주인은 바쁘게 칼질하고 다녔는데 저 녀석은 몰래 몰래 군것질을 했단 말이지?
브라우니가 끙끙거리며 머리를 움츠렸다. 그녀는 더 때리려고 했으나 때릴 맛이 안 나서 멈췄다.
“그럼 사전에 합의한 대로 1605 : 30 : 397의 비율로 나누겠습니다. 대신 본진 몫인 397마리분에서 저는 따로 챙기지 않겠습니다. 면세 세금도 여러분이 다 가지세요.”
대원들은 불만 없다는 듯이 끄덕였다. 정효주가 혼자 잡은 1,605에 본진이 기여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유지웅이 자기 몫을 대원들에게 양보한 셈이다.
“공대장님도 그냥 가지시는 게 맞지 않아요? 하다못해 머릿수로 나눈 몫이라도…….”
“그거 얼마나 된다고요. 가질 거면 면세 세금까지 다 긁어모아야지 돈 만질 맛이 나죠.”
397마리라고 해봐야 개인당 돌아가는 돈은 250억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유지웅이 제대로 챙기려면 면세금까지 챙겨야 ‘돈 좀 되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대원들의 사기를 생각해서 선심성 양보를 했다. 이왕 소수 정예로 가기로 한 것, 그는 제대로 챙겨주기로 했다. 그리고 정효주와 둘이서 블루 결정체 수집하고 다니는 입장에서 떼거지라 해도 옐로 몹 같은 건 잡아봤자 얼마 안 된다.
“그나저나 대단하네요. 이렇게 쉽게 쓸어버릴 줄은 몰랐어요.”
“그러게요. 정효주 씨 정말 최고시다. 단칼에 옐로 몹을 잡아버리네요.”
대원들은 감개가 무량한 듯 서로를 치하하고 나섰다. 현장을 찾은 남기철도 유지웅에게 수고하셨다고 머리를 굽혔다.
“저걸 다 수거하는 것도 엄청난 일이군요.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할까 합니다.”
자그마치 2,000마리가 넘는다. 정부가 동원 가능한 감정기관 사람들을 전부 끌어 모았지만, 사체를 수거하고 결정체를 추출하는 것도 엄청난 작업이 될 것이다. 하루 이틀 가지고 마칠 수 있는 물량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날도 저물었다.
“1,600마리면 대체 얼마지?”
“한 4조 원쯤?”
“우와, 엄청나네. 그게 다 내 거니?”
“네 거긴 한데 너 돈 많아졌다고 이혼하려 들까 무섭다.”
“치. 그렇게 불안하면 빨리 애라도 낳던가.”
“그럴까? 지금 당장이라도 애 만들까?”
농담으로 한 말에 농담으로 받아쳤을 뿐인데 둘의 눈빛이 뜨거워졌다. 유지웅은 얼른 조종석 쪽을 살폈다. 어차피 완전히 막혀 있어 여기서 무슨 짓을 해도 조종사가 알 수는 없다.
그가 두 팔을 내밀자 그녀가 자연스럽게 안겼다. 입술이 닿고, 서로의 몸을 섞으며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었다.
집에 도착하고,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둘은 짐승처럼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V-23에서는 간단한 섹스로 맛만 보고 난 뒤라 더 몸이 달아 있었다. 피곤한 전투 뒤라 그런지 더욱 뜨거웠다.
다음 날이었다.
새벽 늦게까지 효주와 노느라 아침이 되어서야 잠이 든 유지웅은 불이 날 듯이 울리는 전화벨에 잠이 깼다. 그는 아내의 알몸을 바짝 잡아당기며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에요? 피곤한데…….”
「괴수 사체가 전부 사라졌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소리였다. 유지웅은 튕겨지듯이 일어났다. 아니, 그게 얼마짜리 돈들인데 다 사라져?
“무슨 말이에요? 하룻밤 새 2천 마리가 넘는 것들을 누가 다 훔쳐가기라도 했어요? 전부 사라지다니요?”
「훔쳐 간 게 아닙니다. 밤사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치 급속히 부식된 것 같은 흔적만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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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