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97)
00197 땅부자가 되었어요 =========================================================================
“근데 내가 이번은 참으려고. 착각하지 마. 니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우리 와이프 평판 나빠질까 봐 그래. 우리 와이프 때문에 사람 하나 인생 망쳤다 그런 소문 나도는 게 진짜로 싫어서 내가 참는 거야. 내 평판만 걸렸으면 신경도 안 썼어. 알아?”
“…….”
“앞으로 우리 앞에 코빼기도 비치지 마. 피해다니는 티는 내지 말고. 남들이 물어보면 내가 남자답게 한 대 치고 용서해줬다고 그래. 알아들었어?”
“아, 알았어…….”
“여자한테 함부로 키스하려는 거 성추행이다. 유부녀한테 그러는 건 가정파괴고. 둘 다 범죄라고.”
유지웅은 툭툭 털고는 일어났다.
돌아와보니 캠프파이어 분위기가 제대로 식어 있었다. 유지웅은 정효주를 찾았다. 그녀는 학생들 틈에 섞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신입생들은 신나게 놀기보다는 소곤소곤거리며 정효주를 흘끔거렸다.
왠지 미안해졌다.
남희재가 아까 그짓을 했을 때만 해도 순간이나마 ‘진작 밝혔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라고 살짝 원망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녀는 단지 학창 시절의 순수한 젊음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평범한 시간을.
그는 옆에 서서 말없이 손을 잡았다. 그녀가 돌아봤다.
“미안해.”
“왜 사과해. 니가 뭐 잘못했다고.”
“결혼했다고 말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건데…….”
“니가 솔로 행세를 했어? 어장관리를 했어? 아니잖아? 근데 왜 니 탓이야? 남자 있는 거 뻔히 아는데 공개고백하는 놈이 남편 있다고 안 그럴까?”
약간은 억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편하게 해주려는 그의 마음을 읽었다.
“절대 니 잘못 아냐. 남자 있는 거 알면서 공개 고백한 놈 잘못이지. 그니까 미안해 하지 마.”
“……응.”
“이쁜 게 죄긴 해도, 잘못은 아니니까.”
“그건 무슨 말이야?”
“그러게. 나도 모르겠다. 되는 대로 튀어나왔거든.”
그녀가 마음 편하게 까르르 웃었다. 유지웅도 흐뭇해서 그녀의 손을 더욱 꼬옥 쥐었다.
아,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지금 당장 안고 싶은데.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유지웅과 정효주를 흘끔거릴 때 김찬 교수가 나섰다. 그는 제니스 공격대장이 결정체학과에 들어온 것을 전혀 몰랐다.
“자네가 제니스 공격대장이었나?”
“예.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했습니다.”
“아니, 아니야. 자네처럼 중요한 인사가 우리 과 학생이라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지. 부디 선후배들과 동기들을 잘 이끌어주게. 자네가 조금만 관심을 주어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염려하지 마세요, 교수님. 저도 결정체학과 학생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유지웅은 화기애애하게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정효주는 쏟아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뒷짐을 지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래도 신랑은 이런 사람들의 시선이 좋은가 보다. 자신은 많이 부담스러운데 말이다.
유지웅은 교수진과 이야기를 대강 마무리지었다. 자리가 자리다 보니 길게 끌 수가 없었다.
캠프파이어는 다시 시작되었고, 서먹서먹한 가운데 황주현과 학생회 임원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다시 흥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신입생들은 겉으로만 흥이 난 척 했을 뿐, 유지웅의 일거수일투족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모두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제대로 된 파티가 될 리가 없었다. 황주현은 차라리 이쯤에서 판을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 자신부터도 유지웅을 신경 쓰고 있었으니.
* * *
캠프파이어가 끝나고 자리를 정리했다. 신입생들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재잘재잘 떠들며 콘도로 들어갔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오티가 되리라.
“남자답게 한 대 패고 용서해줬다는데? 효주 선배가 참으라고 부탁했대.”
“이야, 멋지다. 나 같음 가만 안 뒀을 텐데.”
“역시 예쁜 애들이 마음씨도 착해. 나 같으면 베갯머리송사로 반 죽여놨을 텐데.”
“근데 결혼한 거 아무도 몰랐다며? 그럼 효주 선배 책임도 조금 있는 거 아닌가?”
“얘는. 결혼한 게 얼마나 민감한 프라이버시인데 떠들고 다니니? 그리고 누가 대시할 때마다 남자 있다며 분명하게 거절했대. 아까 그 선배도 그랬잖아. 남자친구 있는 거 아는데 자기 마음 전하고 싶다고.”
“와, 그럼 완전 민폐잖아. 어떻게 남자 있는 여자한테 공개적으로 그런 고백을 할 수 있냐?”
“그러니까.”
학생들이 대부분 들어갔지만 유지웅과 정효주는 꺼진 잿더미 옆에 남아 있었다. 그는 아내를 들여보내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문득 정효주가 말했다.
“우리 평범한 대학 생활은 이제 못 보내겠네.”
“애초에 그건 내 스타일 아니었어.”
“그럼 네 스타일은 뭔데?”
“그냥 당당하게 학교 다니는 거. 귀찮고 번거롭게 뭐하러 숨겨? 돈 많은 게 죄야? 이왕 이렇게 된 거 귀족 스타일 즐기면서 다니자. 그것도 재미있을 걸?”
정효주가 쿡 웃었다. 그녀가 웃는 것을 보자 유지웅도 기분이 좋아졌다.
“들어가.”
“너 들어가는 거 보구.”
“난 재학생이잖아. 신입생보다 늦게 자야 돼.”
“그래도 너 들어가는 거 보구.”
서로 먼저 들어가는 거 보겠다고 상대에게 미루다가 눈이 마주치고 다시 쿡 웃었다. 아직 남아 있는 몇 몇의 보는 눈만 없었어도 바로 끌어안았을 것이다.
그때였다.
쿠웅! 쿠우웅!
무거운 뭔가가 지면을 강타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사방이 조용해졌다. 부부는 놀라서 자세를 낮추고 주변을 살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설마 근처에 괴수가 있나?”
“발자국 소리가 꽤 커. 엄청 큰 놈일 거야.”
정체불명의 괴음은 계속해서 울렸다. 이윽고 콘도 뒤편의 어두운 숲에서 커다란 빛 두개가 불쑥 나타났다.
“꺄아악!”
거대한 괴수의 머리가 나타나자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 잔정리를 하고 있던 여자 재학생들이 달아나려고 했다. 그 순간 찢어지는 듯한 포효가 사방을 거칠게 뒤흔들었다.
―캬오오오!
맹수는 거대 살쾡이처럼 생겼다. 높이가 7미터에 달하고 온몸의 털이 칠흑처럼 검었다. 눈동자는 붉게 빛나고 있어 섬뜩하고 괴기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포효에 놀란 몇 몇 재학생들이 넘어졌다. 넘어지지 않은 이들은 놀라서 비틀거리며 달아나고 있었다.
“지웅아.”
“응.”
정효주는 유지웅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가볍게 끄덕였다. 그녀는 눈으로 거리를 쟀다. 약 50미터. 몇 초 안에 좁힐 수 있는 거리다.
인명 피해를 내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숨에 처치하는 것뿐이다. 그녀는 있는 힘껏 뛰쳐나갔다. 유지웅이 손을 뻗자 그녀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일어났다. 보호막이 걸린 것이다.
“하앗!”
주장비가 없긴 하지만 뭐 어때? 그녀는 오른손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다. 칼 모양으로 만든 손이 붉게 빛났다. 단숨에 괴수의 품으로 파고들며, 그녀는 힘껏 찔러넣었다.
괴수는 제대로 된 항거도 하지 못하고 즉사했다. 거대한 사체가 쿵 하고 쓰러졌다. 잠시 후 희미한 빛이 일어나며 죽은 괴수의 몸이 사라져 버렸다. 그 자리에는 반짝이는 블루 결정체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게 웬 떡이야.”
“혹시 감정장비 있니?”
“김 부장한테 가져오라고 하면 돼.”
김 부장이라면 V-23의 파일럿 중 한 명을 말한다. 정효주는 놀라서 물었다.
“김 부장님이 여기 계셔?”
“응. 내가 대기시켜 놨거든. 우리 갈 때는 그거 타고 가자. 나 도저히 버스 못 타겠어.”
“……못 살아.”
콘도에 딸린 조그만 방 하나를 빌려 머무르고 있던 김 부장은 유지웅이 지시하자 얼른 V-23에서 감정 장비를 가져왔다. 유지웅은 얼마나 나올까 기대하며 감정장비를 댔다.
「1,000.」
“어? 뭐야?”
“잘못된 거 아니야?”
결정도가 1,000으로 나오자 유지웅은 당황했다. 이건 딱 처음 브라우니의 두 배 정도 수준이 아닌가?
“레드 몹인데 왜 결정도가 이거 밖에 안 돼? 기계 고장 난 거 아니야?”
“아닌데? 이상 없는데?”
블루 결정체 쯤이야 이제 둘에게는 별 거 아니지만, 그래도 천 밖에 안 나오니 허탈해졌다.
“힘들게 잡았는데 1,000억 밖에 안 되다니……. 그냥 학교에 기부나 해버릴까?”
정효주도 아쉬워서 그냥 웃기만 했다. 유지웅은 계속 투덜거렸다.
“결정도 천짜리가 지금 우리한테 덤빈 거야? 와, 진짜 어이 없네.”
“브라우니도 그랬잖니. 약한 개체라서 못 알아보고 덤빈 거 아닐까?”
“하여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니까.”
괴수 입장에서 정효주는 결정도 50,000이 넘어가는 포식자다. 그녀가 나서면 괴수들이 뱀 앞의 개구리처럼 얼어붙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종종 멋모르고 덤비는 놈들이 있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오히려 그런 애들은 잡고 나면 결정도가 낮았다.
“어? 지웅아!”
갑자기 효주가 놀라서 외쳤다. 고개를 돌린 유지웅도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블루 결정체가 갑자기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보는 기현상에 그녀는 그만 블루 결정체를 떨어뜨렸다. 둘은 다시 집을 생각도 못하고 놀라서 물러났다.
빛이 춤을 추었다. 블루 결정체가 뿜어낸 빛은 아지랑이처럼 허공을 감싸며 너울을 그렸다. 빛이 짙어질수록 블루 결정체도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마침내 블루 결정체가 사라졌다. 아니, 너울거리는 빛 무리로 변했다. 그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 정효주가 홀린 듯이 손을 뻗어 보았다. 하지만 빛은 연기처럼 잡히지 않았다.
빛이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정효주가 급히 물었다.
“어떡해?”
“가보자!”
“저, 저는 어떻게 할까요?”
“혹시 모르니 레이드 부대 좀 불러줘요! 무전기 갖고 있는 거 있나요?”
“여기 있습니다!”
유지웅은 무전기를 낚아채고는 정효주와 함께 빛을 쫓았다. 만약을 대비해서 그녀와 자신한테 보호막을 걸었다. 이럼 레드 몹이 매복하고 있다고 해도 문제 없다.
빛은 어두운 숲을 계속 날았다. 마치 요정이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아름답고 예쁜 모습이었다. 빛이 지나갈 때마다 주변이 밝아지며 깜짝 놀란 풀벌레들이 날아올랐다.
숲을 헤치고 둘은 계속 달렸다. 거대한 두 개의 바위가 나타났다. 바위는 적당히 떨어져 있어 마치 동굴처럼도 보였다. 입구는 약 4미터 정도였다.
빛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어떡하지?”
“가보자. 별 일 없을 거야.”
둘은 조심조심 바위 틈으로 들어갔다. 두 개의 거대한 바위는 천장 없는 동굴을 형성하고 있었다. 4미터 가량의 입구를 가로지르자 상당히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순간 둘은 놀라고 말았다.
“이게 뭐야?”
제일 안쪽에는 커다랗고 둥근 바위가 있었다. 지름 1미터 가량의, 타원형처럼 생긴 하얀 바위였다. 아니, 저것은 바위가 아니라 마치 커다란 알처럼 생겼다.
빛은 알 주변을 춤을 추듯 맴돌았다. 단지 맴도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빛이 조금씩,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알처럼 생긴 바위에 점점 흡수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빛은 전부 거대한 알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
“뭐지? 이거 설마, 아까 그 레드 몹이 낳은 알?”
“혹시…… 알을 지키려고 덤빈 거야?”
둘은 잠시 말문을 잇지 못했다. 레드 몹은 옐로 몹들이 서로 잡아먹으며 결정체 에너지가 축적돼서 탄생하는 개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식으로도 번식을 하나?
괴수가 알이나 새끼를 낳아 키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괴수의 알이라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세계는 바로 뒤집어질 것이다.
“어떡하지?”
정효주가 조심스럽게 묻자 유지웅은 결심을 굳힌 듯이 말했다.
“어떡하긴. 갖고 가야지.”
“어디에 쓰게?”
“브라우니 보고 품으라 하자. 뭐가 나올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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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형 희귀종 나왔으면 좋겠다…
PS : 196, 197을 수정했습니다. 연출을 바꿔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