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99)
00199 농사 짓는 브라우니 =========================================================================
김장호는 대형 로펌 소속이다. 지방법원장까지 지낸 그는 로펌을 좌지우지하는 대형 변호사였다.
그는 다른 변호업무 수임을 일절 하지 않는다. 로펌에서 그는 일종의 유지웅 전담 변호사였다. 말이 로펌 소속이지 하는 일은 개인 전속 변호사나 마찬가지였다.
유지웅은 그에게 자잘한 법률 자문부터 커다란 소송 조정까지 모든 일을 맡긴다. 그때마다 그는 빈틈 없이 일을 해냈다. 덕분에 유지웅의 신뢰는 극에 달했고, 로펌은 안정적인 대형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요즘 유지웅은 제2의 한성산업 같은 기업을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그에 관한 법적 절차를 모두 김장호에게 일임했다. 사실 이 일은 그 같은 대형 변호사가 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고객의 만족을 위해 성심성의껏 노력했다.
“설립 절차는 이미 끝났고 빌딩 임대도 완료했습니다. 공장건물도 확보했으니 이제 주문한 생산설비가 들어오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일반 사원 뽑는 게 남았습니다만 차장급 이상은 이미 채용했으니 곧 해결해줄 겁니다.”
“언제 정상화되는 거죠?”
“일반 업무는 두세 달 뒤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만 제품 생산은 적어도 반 년은 기다려야합니다. 연구개발 및 시제품 생산은 이미 시작했습니다.”
“최 사장님이 벼르고 있던 아이템이 있던 모양이에요.”
“네. 회사 설립 절차는 거의 신경 쓰지 않더군요. 천상 개발자 스타일이십니다.”
한성산업을 나온 최윤은 유지웅의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설립했다. 지분관계는 49:51. 유지웅은 2조 원을 투입했고 최윤도 근 2조 원의 자본을 투입했다.
“근데 제가 보기에는 혼자 회사를 만들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돈이 모자라신 것도 아니고. 지분 관계도 제가 51%나 되고 말이죠.”
“꽤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아마 혼자 힘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임원 구성을 해야겠는데……. 김 변호사님, 법무 이사 하실 마음 없으세요?”
“제가요?”
김장호는 다소 놀란 듯이 반문했다.
“김 변호사님한테 몇 번 법무 위임해보고 나니 참 믿을 만한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유능하시고 절차 확실하시고요. 이 참에 한 번 절 위해서 일해주시죠.”
“하지만 전 킴벌리 로펌 사장과 오랜 지기여서…….”
“로펌 외부에서도 충분히 도울 수 있지 않아요? 비즈니스적인 측면도 그렇고요. 또 김 변호사님 경력에도 크게 도움이 될 거예요. 연봉은 50% 가산해드리죠.”
김장호는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 유지웅은 전에도 몇 번 반 농담삼아 ‘내 개인 변호사 안 할래요?’라고 권유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다.
개인 변호사가 하는 일은 사실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재산관리사로, 재미없는 나날을 보내기 쉽다. 그러나 한 기업의 법무 이사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일반 중견 기업도 아닌, 설립 자본금만 근 4조 원에 달하는 결정체 산업체 아닌가?
“알겠습니다. 그렇게 저를 믿어주시니 성심성의껏 한 번 일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 제가 사적인 법률 문제 때문에 자문을 구해도 너무 귀찮아 하진 마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임료만 주신다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아하하, 그건 회사에 청구하시면 되겠네요.”
김장호 변호사가 돌아가고 유지웅은 최윤과 통화했다. 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는 활력이 넘쳤다.
「안녕하십니까, 유 회장님.」
최윤은 이제 그를 꼬박꼬박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최고 대주주이니 크게 어긋난 호칭은 아니다. 젊은 나이에 낯간지러운 호칭이긴 했지만, 듣기에 썩 나쁘진 않았다. 이래서 다들 그렇게 회장님 소리 들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건가.
“제품 개발은 잘 되세요?”
「물론입니다. 세상을 정말 깜짝 놀라게 해줄 겁니다.」
“기대되는데요. 뭔지 좀 살짝 알 수 없을까요?”
「하하,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나중에 크게 놀래켜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니까 더 궁금한데? 대체 뭐지?
최윤 등 대학 동기들은 충전장비, 방어장비로 대박을 연타로 터트렸다. 그런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버리면서까지 나올 정도면, 그리고 지분 51%를 양보하면서까지 자신을 보호막으로 삼을 정도면, 시시한 아이템은 아닐 것이다.
“이거 마셔 봐. 주스 한 번 만들어 봤는데.”
정효주가 주스를 쟁반에 받쳐 들고 왔다. 유지웅은 다리를 길게 뻗은 채로 잔을 집었다.
“맛있는데? 뭐로 만든 거야?”
“그냥 과일이랑 이것저것 적당히 배합해서. 괜찮니? 맛있으면 많이 만들어보려고.”
“응. 맛있다.”
간이침대에 크고 하얀 타월이 깔렸다. 유지웅은 옷을 벗고 배를 깔고 누웠다. 그녀가 오일을 가져와서 발끝부터 천천히 마사지를 시작했다.
피로를 풀어준답시고 그녀는 가끔 마사지를 해준다. 나긋나긋한 손길이 꾹꾹 주물러 주면 정말 근육의 피로가 싹 풀린다. 그리고 정신이 맑아진다.
“혜주가 이제 고3 올라가지?”
“응. 그래서 그런지 거의 안 보이더라. 맨날 공부하느라 바쁜 거 같던데.”
“저번에 참고서 잔뜩 들고 오는 거 봤어. 얼굴색도 좀 핼쑥하던데. 잘 먹여.”
“그러려고.”
“수험생 뒷바라지 하려면 너 힘들겠다.”
등을 주무르던 정효주는 픽 웃었다.
“지가 알아서 잘 할 거야. 나름 자기 미래 진지하게 대비하는 아이니까.”
“에이. 혜주 야무진 건 나도 알지만, 그래도 주위에서 좀 봐줘야지.”
정효주는 오일을 넓게 바르며 꾹꾹 지압을 해나갔다.
전에 오우에서 지인들한테 와이프가 마사지 해주면 피로가 다 풀린다고 자랑했더니 다들 거품을 물더라. 그는 그게 조금 이상했다. 이런 건 결혼하면 다들 해주는 거 아닌가?
* * *
“대학 생활 잘혀. 돈 많다고 애들 무시하지 말고. 잘 해주고. 친구 많이 만들고.”
“아빠는. 내가 무슨 애야?”
“애지 그럼? 남자는 애 낳기 전까지는 애다.”
“그래도 효주랑 같은 과라니 다행이네. 효주야, 니 신랑 잘 보살피고 많이 챙겨 줘. 나이 많다고 친구들이 안 놀아줄 거 같아서 걱정이야.”
“걱정마세요, 어머니.”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시골에서 부모님이 올라왔다. V-23을 보내니 금방이었다.
“갔다 올게.”
대강당에 들어선 유지웅은 신입생 구역에 갔다. 오티 이후로 동기들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재잘거리던 학생들이 그를 알아보고 대번에 조용해졌다.
선망, 부러움, 동경 등 다양한 감정을 담은 시선들이 온몸에 쏠렸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시선을 받고 부담스러웠으리라. 하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즐기기까지 했다.
“저 봐. 저 시계가 84억 짜리래.”
“우와, 쩐다.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손목에 감고 다니는구나.”
“저 옷도 잘 봐. 메이커 아냐. 전부 수제야.”
“제니스 공대장 차 세스토 엘레멘토 아니야? 국대에 한대 뿐이라던데. 그거 타고 왔을까?”
“그렇다던데? 나 아까 사진 찍어 왔거든. 지하 주차장에 지금 주차해놨더라.”
“야, 근데 차값보다 시계값이 더 비싼 거 아냐?”
“어? 정말 그러네?”
이틀 동안 나름 재미있게 놀았던 동기들은 그에게 눈을 거두지 못하면서도 선뜻 다가오지 못했다. 같은 신입생이지만 보이지 않는 사회적 격벽은 뚜렷이 존재했다. 부딪치지 않아도 그 존재가 느껴지는 유리 격벽 말이다.
유지웅도 느꼈다. 그리고 알았다. 이런 어색함이 싫어서 효주가 그렇게 평범한 행세를 하려고 했음을.
하지만 그는 효주와 생각이 달랐다. 꼭 평범한 척 거짓말을 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만이 우정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기에는 자신은 이미 너무 거대해져버렸다. 거부에게는 그에 어울리는 우정 관계가 있다.
“그날 잘 들어갔어?”
그가 먼저 말을 걸자 동기들은 앞을 다투어 대답했다.
“그럼요! 잘 들어갔어요. 오빠는요?”
“나야 잘 들어갔지.”
“그날 캠프 끝나고 괴수가 나왔다면서요? 뭔가 울부짖는 소리는 들었는데 한 방에 잡았다고 들었어요.”
“진짜 다행이었어요. 공대장님 아니었으면 콘도 완전히 박살나고 큰일 났을 거예요.”
“무슨 공대장님이야.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해.”
“그, 그래도 돼요?”
“그럼. 여자애들도 그냥 오빠라고 하잖아.”
말 한 마디 걸어주었는데도 매우 기뻐한다. 마치 왕이 한 번 쳐다봐주기만을 바라는 신하들 같다. 이런 추종 관계가, 평범한 우정 관계보다 못할 건 없지 않나?
정효주는 튀지 않고 녹아들려고 했지만 그는 달랐다. 뭐하러 귀찮게 그렇게 해야 해? 편하게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면 그만 아닌가?
“……2013년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만 입학식을 마칩니다.”
입학식이 끝났다. 유지웅이 나서자 동기들이 적당히 떨어져서 친위대처럼 우르르 따라나섰다. 재미있게도 그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 저런 현상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입학식 잘 봤다. 이제 우리 아들도 대학생이구나.”
“응. 엄마 아빠도 그만 집에 가. 이제 뭐 수강 신청 절차 밟고 그래야 한다는데.”
“알았다. 입학날이라고 술 너무 마시지 마.”
나라에서 대준 경호원들이 유재석 부부를 안내했다.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인솔을 따라서 주요 학과 시설도 소개받고 또 수강신청 절차도 마쳤다. 유지웅은 정효주한테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저기요. 학장님이 한 번 뵙자고 하시는데.”
그때 학생회 임원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3학년 선배지만 유지웅과 나이가 같았다. 한창 진로를 고민할 처지여서인지 그를 대하는 태도가 사장을 대하는 신입사원처럼 공손했다.
“알았어요. 학장실이 어디예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따라오세요.”
정효주가 학장실을 알고 있었지만, 유지웅 커플은 임원을 따라갔다.
사회적인 직위만 생각하면 일개 교수가 그에게 오라 가라 할 순 없다. 하지만 그는 학생으로서 이곳에 왔다. 스승이 제자에게 찾아오라는 것쯤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또 겉으로 보기에도 편안하고.
학장인 김찬 교수는 오티 때 한 번 이야기를 나눴던 인물이었다. 그는 유지웅을 보자 일어나서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상석에 앉지 않고 마주 앉았다.
“어서 오게. 단대 건물은 마음에 드나?”
“예. 깨끗하고 멋진데요. 4년 동안 유익한 학창 생활을 보낼 것 같습니다.”
“효주 학생이 이제 2학년이지? 동갑이라 들었는데 같이 입학했으면 졸업도 같이 했을 텐데.”
“원래 학교 갈 생각이 없었거든요. 근데 효주 다니는 거 보고 관심이 생겨서요.”
김찬은 웃으면서 수긍했다. 그에게 학교 간판은 거의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과는 특성상 레이더 학생한테는 학점이나 출석 면에서 여러 가지로 배려를 하고 있네. 자네는 특히 세계 최고의 레이더니까 아무 불편함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거야. 최저 4.0의 학점은 보장 받을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
“4.0이면 어느 정도지?”
유지웅이 혼잣말처럼 정효주에게 물었다. 그녀가 얼른 대답했다.
“A 학점이라고 생각하면 돼. 최고는 A+이고.”
“좋네.”
알아서 학점 잘 챙겨준다는데 싫을 사람은 없다. 유지웅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사실 부탁이 있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오늘 신입생 환영행사 때 결정체학 동문회도 함께 주최할 예정인데 자네가 적극 참여해주었으면 좋겠어. 알겠지만 우리대학 출신 졸업생들은 국내 제일의 우수한 인재들이지. 얼굴을 봐두면 자네한테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거야.”
교수 체면을 생각해서 돌려 말하긴 했지만, 진짜 의미는 ‘제발 오셔서 얼굴만이라도 비쳐 달라.’였다. 결정체 산업에 진출한 졸업생 입장에서는 제니스 공격대장과 면식만이라도 익혀두고 싶을 것이다.
정효주도 교수의 그런 마음을 읽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불과 2년도 되지 않아서 신랑은 사회적으로 그런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그게 자랑스럽고 기뻤다.
“예. 그러죠. 환영회 끝나구 일찍 가려고 했는데 꼭 참석해야겠네요.”
“고맙네. 자네한테도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유지웅은 쾌히 참석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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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둥지 짓는 브라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