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12)
00212 이건 이제 제 겁니다. =========================================================================
열흘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백악관 입장에서는 마치 십 년 과도 같았던 세월이었다. 지금 핵을 사용해서 진압해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미 대통령은 끊임없이 고뇌했다.
한국은 틈나는 대로 공문과 대사를 보내 제니스 공격대장 구출을 위한 작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시단을 파견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조심스러운 보류 입장이었다.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저 괴수를 처치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시뮬레이션은 처참했다. 작게는 미국이 국가 붕괴까지 몰릴 것이고, 크게는 세계로 그 피해가 번진다는 것이다.
모두가 입을 모아 핵사용을 주장했다. 미 대통령의 주저함에 공감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은 만에 하나 유지웅이 살아 돌아올 경우, 핵을 사용하려 했다는 게 알려지면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을 우려했다. 대통령을 이해하는 참모진도 그런 면에서 심정적 공감대를 가졌을 뿐, 핵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다르지 않았다.
“각하. 지하 괴수가 계속 팽창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있다가 자칫 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아직, 아직이오.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각하.”
“핵은 언제든 사용할 수 있잖소?”
대통령의 말대로 이미 조준을 마친 핵은 대통령이 발사 버튼을 누르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씨앗 안에서 뭐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대비는 충분할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대통령도 안다. 결국 핵사용을 피할 수 없음을. 그는 단지 조금이라도 그 시일을 늦추고 싶을 뿐이다. 그래야 뭐라 소리를 듣더라도 체면을 세울 수 있지 않은가.
“각하.”
“각하. 결단을 해주십시오.”
몇날 며칠이고 설득은 계속 되었다. 마침내 대통령은 무거운 고뇌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눈을 떴다. 비장한 표정에서 참모진은 드디어 그가 결심을 내렸음을 느꼈다.
“핵 발사를 승인하겠소.”
대통령은 발사 장치를 꺼냈다. 참모진의 긴장된 눈이 그의 손길 하나하나를 따라갔다. 마침내 그가 떨리는 손으로 발사코드를 누르고 난 직후였다.
“각하! 긴급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급히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루딘이 다급히 찾아왔다.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걸 보니 만사를 제치고 달려온 모양이었다. 대통령 및 참모진의 안색도 창백해졌다. 설마 괴수가 활동을 시작했나?
“이것을 보십시오!”
벽면 디스플레이에 현장과 연결된 영상이 나왔다. 유지웅 커플을 집어삼킨 땅이었다. 갈라진 대지를 덮은 거대한 잎사귀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땅이 요란하게 흔들리며 자욱한 흙먼지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영상을 주시하던 대통령 이하 참모진은 경악했다.
“저건 대체 뭔가?”
* * *
현장 책임을 맡은 미군 총사령관 데이비드는 갑작스럽게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즉각 백악관에 보고했다. 그는 대기 중인 공격대를 좀 더 뒤로 물렸다. 지진의 낌새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령관님! 지진이 계속 거세지고 있습니다!”
“백악관에서 발사 준비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핵탄두 활성화되었습니다!”
괴수가 있는 곳과 이곳은 무려 100km나 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밑에서부터 진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통제실은 살벌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데이비드는 가슴에 대고 성호를 그었다. 결국 핵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핵 카운트 대기.”
“핵 카운트 대기! 발사 코드 확인! 핵탄두 활성화!”
“전군에 핵충격 대비 전달.”
이 핵으로 과연 끝낼 수 있을까?
작년 식물 괴수 군단이 몬테나 주에 출현했을 때 핵으로 박멸했다고 여겼지만 결국 일부 개체가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다. 마치 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해충처럼 더욱 강력한 힘을 갖고 돌아왔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 핵이 괴수의 내성력을 키워주는 역할만 하고 끝나진 않을까?
하지만 그는 군인으로서 백악관의 판단을 존중했다. 지금 미국에, 인간에게 남은 선택지는 핵뿐이었다. 저 괴수가 씨앗 껍질을 깨고 나오기 전에 처치하지 않으면 멸망하는 것은 인간 쪽이 될 테니.
부디 이 핵공격이 인간의 존속을 잠시 연장하는 일회성이 아니라, 끝없는 투쟁을 축복하는 불꽃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발사 최종 승인 확인되었습니다!”
마침내 데이비드가 발사 버튼을 눌렀다. 희미하면서도 묵직한 폭음이 느껴졌다. 고감도 카메라가 불꽃을 뿜으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잡아냈다. 미사일은 빠른 속도로 가속되며 순식간에 영상에서 벗어나버렸다.
통제실에는 무거운 긴장감만이 맴돌았다. 모두가 손에 땀을 쥔 채 결과를 기다렸다.
그때였다. 통제장교가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발사 취소! 발사 취소! 취소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백악관입니다!”
“뭐야?”
데이비드는 잠시 당황했다. 조금 전에 분명히 발사 명령을 내렸는데 몇 분도 안 돼서 즉시 취소한다? 현실적으로 벌어지기 힘든 일이었다. 혹시 명령 전달 오류는 아닌가?
“백악관이 확실한가?”
“대통령 핫라인입니다! 사령관님을 바꿔달랍니다!”
“허! 이리 주게!”
데이비드는 낚아채듯 전화기를 바꿔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대통령이 있는 것처럼 부동자세를 취했다.
“데이비드 총사령관입니다!”
「대통령이오. 즉시 핵공격을 멈추시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알았소?」
“알겠습니다!”
명령 계통 혼선이 아닌 것은 확인되었다. 데이비드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
“핵공격을 취소한다! 핵탄두 비활성화 및 미사일 궤도 변경!”
“공격 취소! 궤도 변경!”
통제실은 또 난리가 났다. 안전장치가 겹겹이 되어 있는 핵미사일이라지만 이미 발사한 것을 취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불발시키려고 해도 자칫 사고로 핵 오염물질이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궤적을 바꾼 미사일은 추진력을 떨어뜨리며 안전한 바다 위로 떨어졌다. 근처에 있는 해군이 급히 수거에 나섰다. 다행히 핵 누출은 없었다.
공격 취소 완료를 보고하자 백악관에서 재차 명령문이 전달되었다. 신속히 목표 지점을 수색하라는 것이었다. 데이비드는 그 말을 듣고 백악관이 미쳤나 하고 생각을 했다.
핵 발사를 취소하라고 해서 다른 뭔가가 있는 줄 알았더니, 겨우 수색을 하라고? 지금 현장 상황이 어떻다는 것은 여기서 이미 보고를 올리지 않았던가? 아니면 현장 책임자인 자신도 모르는 현장 상황을 백악관이 먼저 보고를 받았단 말인가? 자신은 보고를 올리지도 않았는데?
“사령관님! 이것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통제장교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암호를 입력하더니 전술 화면에 어떤 영상을 띄웠다. 원거리에서 고감도 카메라로 촬영한 현장 모습이었다.
갈라진 땅을 메우듯이 덮고 있는 잎사귀에 수많은 금이 가더니 산산조각 나듯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빽빽하게 전체를 덮은 금 사이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방공호 안에서부터 폭풍 에너지가 뚫고 나오는 듯한 광경이었다.
수천, 수만 개의 조각으로 잘라진 잎사귀가 바람이 흩날리더니 눈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뻥 하고 뚫린 지하 대공동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이건 설마?”
“자문팀이 그러는데, 칼리타 때처럼 괴수가 결정체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수색팀 편성해! 딜러를 제외하고 탱커와 힐러만으로! 편성 마치면 바로 투입해!”
“알겠습니다!”
다시 통제실이 바빠졌다. 급히 편성된 5명의 탱커와 3명의 힐러가 헬기를 타고 출발했다. 헬기는 근처에 수색팀을 떨어뜨려놓고는 다시 되돌아갔다.
탱커들이 힐러진을 호위하듯이 감싸고는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마침내 푹 꺼진 땅이 눈앞에 나타났다. 제일 먼저 발아래를 내려다본 탱커는 그만 무전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브라보, 응답하라. 뭔가 보이나?」
“아……. 여기는 브라보! 괴수가 없다! 괴수가 없어!”
「그게 무슨 말인가? 괴수가 없다니? 자세히 설명해라.」
“괴수가 안 보인다! 약 깊이 400미터 정도로 땅이 파여 있다! 결정체! 블루 결정체만 끝없이 보인다!”
탱커는 시력이 월등히 좋다. 게다가 지하 공동은 깊이만 깊은 동굴 형태가 아니었다. 넓이도 수백 미터에 달하는, 타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파여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빛이 바닥까지 도달해 관찰이 쉬웠다.
어느 지점에 시선이 닿은 탱커는 더욱 흥분했다.
“사람이다! 사람이 보인다!”
「누군가? 설마 제니스 공격대장인가?」
“모르겠다! 아무튼 사람 두 명이 보인다! 누구인지까지는 식별할 수 없다!”
「죽었는가? 살았는가?」
“직접 내려가 봐야 할 것 같다! 헬기 지원을 요청한다! 괴수는 보이지 않는다!”
수색팀의 보고에 통제실은 물론이고 백악관은 난리가 났다. 정말로 괴수가 결정체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한 것인가? 통제실에서는 연신 만세 소리가 터졌고 백악관 참모진도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시했다.
“해냈다! 해냈어!”
돌아갔던 헬기가 다시 방향을 돌렸다. 수색팀은 헬기에 탑승해서 공동 아래로 내려갔다. 둥글고 거대한 공통은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텅텅 비어 있었다. 이 거대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괴수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헬기는 점점 고도를 낮췄다. 점점 바닥의 풍경이 뚜렷해졌다. 끝없이 널려 있는 블루 결정체를 보고 수색팀은 할 말을 잊었다. 고감도 카메라를 통해 영상을 송출 받은 통제실과 백악관도 마찬가지였다. 저걸 다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야?
헬기는 차마 바닥에 내려서지 못하고 호버링 한 채 레펠을 늘어뜨렸다. 탱커들이 먼저 줄을 타고 내려갔다.
그때 부둥켜안은 채 웅크리고 있던 유지웅이 고개를 들었다. 살아있는 게 분명한 눈빛에 통제실은 다시 한 번 기쁨의 도가니가 되었다. 탱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캡틴 제니스, 살아 있었군요?”
안타깝게도 상대방은 알아듣지 못한 눈치였다. 탱커는 자신이 한국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저주했다. 아, 이 기쁨을 상대에게 어떻게든 알리고 싶은데.
“미국을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 덕분입니다! 당신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부스스 쳐다보던 유지웅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정효주가 그를 부축했다.
수색팀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가 선명한 영상을 송출했다. 덕분에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 편히 앉아서 유지웅의 초췌한 안색을 볼 수 있었다.
대통령은 그가 살아 있다는 게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핵을 발사했다는 것을 그가 알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만약 그 사실을 알게 되면 그의 성격상 다시는 미국을 쳐다보지도 않으려 할 것이다.
이상한 점은 하나 더 있었다. 열흘이나 시간이 지났는데, 탱커도 아닌 그가 어떻게 저렇게 멀쩡해 보일까?
“대통령과 직접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직통으로 명령을 받은 탱커는 그에게 교신기를 건넸다. 그와 대통령 간에 직통 링크가 설정되었다.
“보다시피 괴수는 죽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신이 우리를 도운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결정체 에너지 때문에 신체가 붕괴해서…….」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힘들게 잡은 건데.”
「예?」
“괴수 안에서 가만히 있었던 줄 압니까? 아니에요. 내부를 탐사해서 괴수 핵 같은 걸 부수었다고요. 그래서 죽은 거예요. 그냥 가만히 놔뒀는데 저절로 죽은 게 아니라고요.”
정말로 그들이 안에서 괴수의 약점을 공격했다 해도, 외부에서 그것을 확인하고 증명할 방법은 없다. 대통령은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의아해하다가 퍼뜩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당연히 이 결정체들은 이제 우리 겁니다. 소유권 문제는 확실하게 해둬야죠?”
어떤 의미에선, 괴수 섬멸과 비교도 안 되는 큰일이 모두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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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