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13)
00213 이건 이제 제 겁니다. =========================================================================
유지웅은 재빨리 행동했다. 대기 중인 제니스 공격대에 연락을 취해 헬기편으로 사람을 보내게 했다. 레펠을 타고 내린 서브 탱커 이유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공대장님! 살아 계셨군요!”
“조심해요. 결정체 밟으면 안 돼요.”
“앗? 네.”
그제야 발밑에 널린 결정체를 알아본 이유리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대체 몇 개야? 함께 헬기를 타고 온 제니스 대원들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들 장갑 끼시고, 조심조심해서 수거하세요. 절대로 귀속 안 되게 유의하세요.”
“네.”
무슨 살아 있다는 기쁨을 나눌 틈도 없이 결정체 수거부터 시키나? 근데 그만큼 크고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이걸 다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야?
미 공격대 수색팀은 어안이 벙벙해서 지켜보기만 했다.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결정체를 수거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지웅이 바로 말렸다.
“아, 여러분들은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
당연히 한국말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유지웅은 덧붙였다.
“No, thanks.”
수색팀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에도 정효주 이하 제니스 대원들은 부지런히 결정체를 주워 모았다. 널려 있을 때는 굉장히 많아 보였는데 막상 전부 주워 모으니 부피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마 빛을 내며 반짝거려서 더 그런지도.
힘을 합쳐 수거한 결정체를 전부 자루 하나에 쓸어 넣고 정효주가 챙겼다. 유지웅은 마음이 든든해졌다.
백악관은 아직도 의사결정을 못 내리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이런 일을 예상이라도 했을까. 그들이 갈피를 못 잡는 사이에 얼른 챙겨두면 그만이다. 아무래도 먼저 쥐고 있는 쪽이 선기를 잡을 수 있을 테니.
‘왜 퍼플 결정체가 없는 거지?’
돌아오는 헬기 안에서 유지웅은 그 점을 내내 이상하게 여겼다. 수색팀이 도착하기 전 이미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퍼플 결정체는 보이지 않았다.
블랙 몹이라면 당연히 퍼플 결정체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블루 결정체만 잔뜩 나왔다. 이게 뭘 뜻하는 걸까?
임시 주둔 기지에 헬기가 착륙했다. 유지웅 커플이 내리자 와 하고 함성이 터졌다. 무사한 모습을 확인한 다른 제니스 대원들도 그제야 기뻐하며 한시름 놓았다. 유지웅은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무사히 끝났음을 축하했다.
“열흘 넘게 지났다고요?”
비로소 그 사실을 알게 된 유지웅은 경악했다. 열흘 넘게 어떻게 살아있었냐고 물었던 이가 오히려 떨떠름했다.
“말도 안 돼. 우리는 하루 이틀도 안 지난 거 같았는데.”
“혹시 장기간 가수면 상태로 기절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오래 정신이 없었던 것 같진 않은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열흘 넘게 지난 것 같진 않은데.”
그래서 사람들 반응이 그랬구나 하고 유지웅은 납득이 갔다. 하루 이틀 갇혀 있다가 나온 사람을 보는 것치고는 다들 너무 격렬하게 반가워했으니.
“아버지. 아, 저희 무사해요. 네, 괴수도 처치했고요. 이제 자잘한 권리문제만 해결하고 다시 돌아갈 거예요. 예,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예, 장인어른. 저희 무사합니다. 걱정하셨죠? 죄송해요. 효주 바꿔드릴까요? 예, 잠시만요. 효주야, 장인어른.”
어쨌든 열흘 넘게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니까 어른들 안심시키는 것부터가 중요했다. 어머니와 장모님이 통화 중에 눈물을 쏟으셔서 당황하긴 했지만 아무튼 안부 전화를 끝냈다.
“대통령께서 전용기를 타고 직접 이곳으로 오고 계신 중이라 합니다.”
통역관을 대동한 데이비드 사령관이 직접 찾아와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유지웅은 잘 됐다고 여겼다. 이참에 권리문제를 마무리 짓고 후딱 한국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세부적인 건 전문가에게 위임해야겠지만 이해당사자끼리 직접 확인해야 할 건 있지 않은가.
“……1,253, 1,254. 와, 많네.”
대통령이 도착할 때까지 유지웅과 정효주는 블루 결정체 개수를 셌다. 다른 이들이 숨긴 것은 없는지 감정 장비를 가지고 직접 스캔하기까지 했다.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도 빠뜨릴 순 없으니.
“이건 1,020, 이건 1,010, 이건 1,150…….”
의외로 결정도는 낮은 편이었다. 총수량은 모두 1,254개. 그리고 평균 결정도는 1,000 남짓했다. 드물게 5,000 정도에 달하는 것도 있었으나 몇 개 되지 않았다. 그것은 또 따로 빼놓았다.
“에이, 다 하급품이네. 좋다 말았다.”
“그래도 이거 하나에 1,000억이잖아. 돈이 얼마니.”
“팔아도 될까? 내가 알기로 이런 거 물량 한꺼번에 공급되면 가격이 엉망이 된다고 들었는데.”
정효주도 갸웃거렸다.
“그럼 안 팔면 되잖니?”
“그러네. 팔지 말고 그냥 갖고 있자. 근데 브라우니는 어디 갔어?”
다행히 브라우니는 이탈하지 않고 대기 중이었다. 정효주를 보자 움츠리면서도 어쨌든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매일 패기만 했는데 반겨주는 모습을 보니 정효주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래서 상으로 결정도 1,000짜리 블루 결정체 하나를 주었다.
결정체 분류를 대강 마쳤을 무렵 미 대통령이 도착했다. 그는 유지웅을 보자마자 포옹을 나누며 매우 반가워했다. 아마도 외부 시선을 의식한 제스처이리라.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미국을 구해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뭘요.”
인사치레를 하고, 앞으로의 협력 관계를 논하는 등 형식적이고 지루한 대화 끝에 본론에 들어갔다. 대통령과 유지웅 커플, 이렇게 셋이서만 가진 비공식 회담이었다.
“처음 약속대로 2,000만 헥타르의 땅을 양도하길 바래요. 가급적 쌀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포함돼 있으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그 문제는 이미 사전에 다 협의를 마쳐 놓은 상태였다. 메이저 곡물사인 카딜 사(社)의 사유지 일부를 연방정부가 대신 사들여 그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카딜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서 상당한 이권을 챙겨줘야 했지만, 그 덕분에 미국이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은 엄청났다.
절차상 미국 영토를 할양한 게 아니라 민간소유권이 외국인에게 양도된 것뿐이다. 유지웅은 이로서 미국에 직접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농장을 통해 얻는 이익이 있기에 앞으로 그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흡족한 장기 투자였다.
땅의 면적이 면적이다 보니 카딜의 양보를 위해서 재정적인 출혈이 매우 컸지만, 국가 보전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결정체 산업 활성화로 연방 정부는 어느 때보다 재정이 부유했다.
“자, 그럼 이제 결정체만 남았네요.”
제일 중요한 주제를 꺼내자 대통령은 긴장했다. 그는 이미 대충 보고를 받았다. 못해도 1,000개는 넘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숫자라고 했다. 개당 결정도를 4,000으로만 잡아도 무려 400만에 달하는 엄청난 수치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4,000억 달러.(대부분 결정도가 1,000 남짓 한다는 걸 아직 모른다.)
“미국에 오기 전부터 약속한 바에 따르면, 제가 잡은 괴수의 소유권은 제게 있습니다. 인정하시나요?”
“물론 인정합니다. 다만…….”
“그 괴수는 저절로 죽은 게 아니라 우리가 내부에서 공격을 했기 때문에 죽은 겁니다. 당연히 이 결정체는 우리에게 소유권이 있어요.”
대통령은 난처해졌다. 여기 오면서 전용기 안에서 이미 참모진들과 의논을 하긴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를 낼 수가 없었다.
유지웅이 그렇게 주장한다지만 증거가 없다. 그렇다고 그에게 증명해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간신히 그와 회복 관계에 들어섰는데 말이다. 하지만 무려 4,000억 달러로 추정되는(실제는 약 1,000억 달러) 결정체를 눈앞에서 내주는 것도 속이 쓰린 일이다.
양보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지만, 막상 손을 떼려니까 망설이게 된다고 할까. 지금 미국 입장이 딱 그랬다.
“물론입니다. 귀하가 잡은 괴수의 소유권은 당연히 귀하에게 있습니다. 미국은 이번에 획득한 블루 결정체가 귀하 것임을 인정합니다.”
유지웅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다만 이것만큼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말씀해보세요.”
“지금 결정체 시장은 꾸준히 안정적인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여 개가 넘어가는 블루 결정체가 한꺼번에 공급되면 그 충격을 시장이 감당하지 못합니다.”
유지웅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방어장비 등장 이전을 기준으로 한국이 연간 획득하는 결정체가 약 8만개다. 결정도를 25로 잡으면 총 200만, 매입 원가로 환산하면 약 200조 원에 달한다. 한국은 그 중 상당량을 해외로 수출해왔다.
이런 와중에 블루 결정체 1,000개가 한꺼번에 세계 시장에 풀리면 그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이른바 크리스탈 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 미국처럼 결정체 산업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는 국가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이 결정체들 팔 생각이 없어요. 특별히 현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그냥 컬렉션용으로 보관할 겁니다. 나중에 팔더라도 조금씩 처분할 거고요.”
“이해해 주신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대통령은 미국에 팔라고 제안하고 싶었다. 모든 물량은 불가능하지만 일부라면 빚을 내서라도 매입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아직 그 정도로 관계가 회복된 것은 아니라 참아야 했다.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부유하고 경제 규모가 큰 나라입니다. 마땅히 결정체를 팔 곳이 없다면 저한테 말씀하셔도 됩니다. 이만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국가는 없을 겁니다.”
“생각해 보죠.”
그렇게 합의는 원만하게 이뤄졌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깝긴 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생겼다. 어떻게 알았는지 공화당이 결정체 소유권을 걸고 넘어졌던 것이다.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 국부를 눈뜨고 빼앗겼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부가가치를 배제하고 원가만 최대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획득물(공화당은 개당 결정도를 6,000으로 잡음)을 고스란히 넘겼다는 소식에 미국은 난리가 났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대체 뭘 팔아넘긴 거냐며 시위를 하고 일어섰다. 어느 정도 깨어 있고, 제니스의 가치 및 원정 레이드 관습을 이해하는 시민들은 아깝긴 해도 본래 미국 소유가 아니라며 맞불을 놓았다. 이러다가는 미국 여론이 분열되게 생겼다.
바로 떠나려 했던 유지웅은 덕분에 출국을 보류했다. 사실 출국해도 상관없지만, 여론이 좋지 않은데 도망치듯 떠났다가는 대초원 지역 양도에 지장이 걸릴까 봐서였다.
“공화당이 미쳤나?”
미국은 국익 앞에서는 당론이고 정책 이념이고 없이 잘 단결하는 줄 알았는데, 어딜 가나 정쟁은 존재하는 모양이다. 하기야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 입장에서는 부가가치까지 포함해서 1조 달러가 훌쩍 넘어가는 액수니.
공화당 주도로 국회는 벌집을 들쑤신 듯이 변했다. 심지어 탄핵 움직임마저 나오고 있었다. 대통령은 그것을 수습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2,000만 헥타르의 땅을 언제 받을지 모르게 생겼다. 안 주지는 못하겠지만 준다는 사람이 그럴 정신이 없이 바쁘니 지연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청와대는 서둘러 귀국하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기다려 봐요. 지금 내 땅 2,000만 헥타르가 걸렸는데 청와대 눈치 보게 생겼어요?”
“미국이 약속을 뒤집지는 않을 겁니다.”
“민감한 시기에 훌쩍 떠나서 미국 여론 자극하면 양도 절차가 더 늦어지겠죠. 난 그 꼴 못 봐요. 내 꿈이 귀농하는 거라고 옛날부터 입버릇처럼 말했잖아요. 이제 그 꿈을 이루게 생겼는데 물러서고 싶겠어요?”
남기철은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그게 진심이었어?
미국도 그 한 명 때문에 난리지만,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은 매일 같이 그를 빨리 데려오라고 성화였다.
그리고 2,000만 헥타르를 받는다는 소식에 국내 식량 관련주가 널뛰기하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결국 한국 전체를 먹여 살리고도 남을 해외 식량 기지가 생긴 셈이 아닌가. 개인 소유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심지어 논산, 호남평야를 잃은 농민들은 은근한 기대감까지 품고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땅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아무래도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들은 비행기로 제초제를 뿌리는 미국식 농업 방식을 아직 직접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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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취미라면 역시 컬렉션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