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14)
00214 이건 이제 제 겁니다. =========================================================================
공화당이 연방 정부에 태클을 걸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땅 양도 절차가 지연될지 모른다. 해결하고 싶은데 한국 정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든 그를 빨리 귀국시키려고 안달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지웅은 손재진 교수와 김장호 변호사를 미국으로 초청했다. 둘이 추천한 외교 분야 전문가도 한 명 불렀다. 음속의 몇 배로 나는 A3를 이용해서 왕복하니 금방이었다.
“영광입니다. 서지원이라고 합니다.”
“유지웅이에요. 반갑습니다.”
서지원은 방산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방산업체라는 말에 의아했는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유지웅은 납득했다. 그는 전문 로비스트였던 것이다.
“공화당이 원하는 것은 민주당 정부의 이미지 훼손과 적당한 경제적 양보죠. 정말로 블루 결정체를 빼앗으려는 마음은 없을 겁니다. 그들도 유지웅 대장님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크게 다른 마음을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아, 접근 태도는 차이가 날 겁니다만.”
“그럼 어떡하면 될까요?”
“미국 정부가 약간의 양보를 하고, 적당한 로비를 곁들이면 쉽게 해결될 겁니다.”
“제가요?”
유지웅은 마음이 상했다. 땅은 원래 받기로 한 것이고, 결정체도 약속대로라면 자기 게 맞다. 그런데 왜 내 돈을 들여 로비를 해야 한단 말인가?
“로비 자금에 대해서라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푼돈으로 해결이 되겠어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로비 자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공화당을 달랠 수 있죠.”
“그럼 제가 손해잖아요.”
“그 손해를 떠안으실 필요는 없죠. 연방 정부에 미루면 그만입니다.”
“아.”
그런 방법이! 눈이 확 떠지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다들 비싼 돈 주고 전문가를 쓰는구나 싶었다.
“그 부분은 제가 한 번 나서서 해보겠습니다. FX사업 당시 맺어둔 인맥이 좀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겁니다.”
“부탁할게요.”
마흔도 채 되지 않은 젊은 로비스트 서지원은 공화당 인물과 접촉하고 연방 정부와 논의한 끝에, 유지웅이 획득한 블루 결정체 중 50개를 미국에 판매하는 타협안을 제안했다. 유통이익을 포기하고 원가만 받고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그 공적은 공화당의 업적으로 해서 매스컴에 발표하기로 했다.
대신 포기한 유통이익만큼 향후 그의 땅에서 생산되는 곡물에 대한 면세와 특혜를 주기로 했다. 또한 미국이 보유한 결정체 연구 자료 중 특급을 제외한 전부를 제공하기로 했다. 결국 유지웅은 아무 손해도 보지 않은 셈이다.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공화당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50개의 블루 결정체를 원가에 저렴하게 사들인 업적을 이룬 셈이니.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미국 시민쯤 될까?
“수고하셨어요.”
서지원이 이룬 결과에 유지웅은 만족했다. 아울러 그를 추천한 손재진과 김장호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두 분 덕분입니다. 이제 땅을 받는 일만 남았네요.”
블루 결정체가 너무 많아서 일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걱정했는데 의외로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역시 번거로운 일은 전문가를 고용해서 시키는 게 정답이다.
“김 변호사님이 양도 절차 좀 해결해 주시겠어요? 계약서를 보긴 했는데 전부 영어라서 원…….”
“알겠습니다. 법률적인 문제는 제가 처리하죠.”
“그럼 저는 믿고 한국에 돌아가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잔일은 김장호에게 맡기고 유지웅은 귀국길에 올랐다. UN평화유지군 신분 덕분인지는 몰라도 다행히 미국은 아무 해코지도 하지 않았다. 아니면 미국이 정신을 차렸다든지.
“브라우니. 집으로 돌아가 있어.”
공항에서 격납고에서 꺼내주며 말하자 브라우니는 알아들은 듯이 한 번 울고는 날개를 활짝 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른 녀석은 그대로 호남을 향해 비행했다. 사라지는 브라우니를 보면서 유지웅이 말했다.
“근데 저거 비행 신고 같은 거 안 해도 되나?”
“글쎄.”
공항 게이트를 통과하니 기자진과 환영 인파가 벌떼처럼 몰려 있었다. 사방에서 쉴 새 없이 플래시가 터졌다.
“열흘 넘게 괴수 안에 갇혀 있었는데요. 물 한 방울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겁니까?”
“2,000만 헥타르의 농지를 얻으셨는데, 혹시 땅을 잃은 호남 농민들을 위한 요구인가요?”
“1,200개가 넘는 블루 결정체를 얻으시고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한 말씀만 해주시죠!”
이럴 줄 알고 둘 다 알이 굵은 선글라스를 쓰고 나왔다. 맨얼굴을 직접 촬영당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직 거부감이 있어서다.
“인터뷰는 안 합니다.”
짤막하게 의사를 밝힌 유지웅은 아우성을 치는 기자들을 외면하고 헬기 착륙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대기 중인 V-23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덕분에 공항 밖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흑석동 저택에는 부모와 장인을 비롯한 친족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몰려 있었다. 그들은 살아 돌아온 유지웅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눈물까지 쏟았다.
“아이고, 내 새끼. 안 다쳤구나. 다행이다.”
“엄마는. 별 일 없었다니까.”
“별 일 없었다니! 그게 왜 별일이 아니야!”
부모 걱정 시켰다고 혼도 나고, 그래도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축하도 받았다.
유지웅은 아직 어리지만 벌써부터 집안의 기둥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듣자하니 큰아버지와 막내 삼촌도 큰소리 꽤나 치고 다닌다고 한다. 사업하는 큰아버지는 거래처를 상대할 때 제니스 공격대장의 큰아버지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크게 먹고 들어간다나? 막내 삼촌도 직장에서 사장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대우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기둥이 죽은 줄 알았다가 살아 돌아왔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덕분에 흑석동 저택에서는 그날 술판이 벌어졌다. 유지웅 커플도 적당히 끼어서 어른들 상대로 술을 좀 마셔 주다가 같은 항렬 사촌들과 조용히 빠져 나갔다.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다.”
장손인 유태현이 술을 따라주면서 말했다. 그는 유지웅보다 4살 많은 사촌형이었다. 지금 졸업반이라고 들었다.
“고마워.”
“제수씨도 한 잔 받으세요.”
“예.”
정효주는 유태현이 따라주는 술을 공손하게 받았다. 유태현은 유진석과 유지혜, 유지민한테도 각각 술을 따라주었다.
“지민이가 지금 고3이었나? 지혜가 대2고?”
“응, 오빠.”
“그럼 지혜가 나보다 선배네.”
“오빠가 대학을 늦게 들어가서 그렇지.”
큰집 자매 중 장녀인 유지혜가 피식거리며 말했다. 참고로 유지민은 큰집 막내다.
“이렇게 우리 사촌 다 모인 것도 참 오랜만이다.”
“근데 이 술 맛있다. 진짜 입에 착 감겨.”
“니가 벌써 술을 알아?”
“어머, 오빠는. 그럼 내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술이 뭔지 모르겠어.”
“대단하네. 난 아직도 술 잘 모르겠던데.”
정효주는 적당히 분위기만 맞춰주다가 술자리에서 빠졌다. 아무래도 혼자 끼어서 시댁 식구들을 상대하는 건 부담스러웠다. 사촌끼리만 남게 되자 그들도 부담 없이 술잔을 부딪치며, 피식거리고 떠들썩거리며 음주를 즐겼다.
적당히 얼큰하게 취했을 무렵 유태현이 말을 꺼냈다.
“너 유언장은 써 놨어?”
“유언장은 왜?”
“써 놔. 젊다고 막 과신하고 그러지 말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이번에도 우리 집안 큰일 겪었잖아?”
사실 죽어도 어차피 부모에게 다 재산이 가기 때문에 유언장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 것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아무래도 명확하게 재산 처분 문제를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유언장은 유훈(유서)이 아니라, ‘만약 내가 죽으면 재산 분할을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라는 의사표시일 뿐이다. 젊은 사람은 필요 없고 나이든 사람은 필요한 그런 게 아니라, 돈 많은 사람은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둬야 하는 안전장치다.
근데 유태현이 유언장을 써두라는 말을 하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단순한 조언 같지는 않고 뭔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집안이 큰일 겪다니?”
“너, 못 들었어?”
“뭘 들어? 나 미국에서 오늘 왔는데.”
표정이 굳어졌다. 서로 힐끔 눈치를 살피는 유지혜 자매나, 어딘지 난처해하는 유진석이나, 다들 뭔가 알고 아는데 모르는 체 하는 것 같았다.
“이걸 봐.”
유태현이 스마트폰으로 어떤 기사를 보여 주었다. 경제 관련 기사들이었다. 제목부터 이미 유지웅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제니스 공격대장 부부 사망 추정……. 상속 관계는?―
「……이 경우 탱커인 쪽이 더 생존율이 높기 때문에 동시사망의 추정을 깰 수도 있다. 만약 남편이 먼저 죽고 아내가 더 늦게 사망했음이 증명되면, 남편의 모든 재산은 장인장모에게 상속된다. 왜냐하면 남편의 재산이 먼저 아내에게 상속되고, 다시 아내의 재산이 아내의 부모에게 상속되는 순서이기 때문이다. 단 1초라도 남편이 먼저 사망하면 이처럼…….」
“아까는 제수씨도 있어서 말 안 했어. 그런데 상황이 이래. 실제로 네 처가 쪽에서 사망 순서 확인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고. 너네 부모님은 경황이 없으셨지만 그거 때문에 우리 아버지와 막내 삼촌이 긴장해서 여러 가지로 대비하고 있었어. 뭐, 네가 살아 돌아왔으니 이제 다 소용없지만.”
“오빠가 언니라면 좋아 죽는 건 아는데 그래도 재산 문제 같은 건 확실히 해놔. 우리까지 이번에 크게 걱정했어.”
유지웅은 스마트폰을 돌려주었다. 착 가라앉은 눈빛이 짙은 냉정함을 띠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먼저 죽고 그 다음에 효주가 죽었으면 내 재산이 전부 장인장모님한테 간다? 우리 부모님한테는 한 푼도 안 돌아가고?”
“그래.”
“그건 내가 유언장 안 써놨으니 그렇다 쳐. 근데 처가에서 정말로 누가 먼저 죽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나왔어? 내가 알기로 장인장모님 그러실 분들 아닌데.”
“사돈어른들이야 당연히 그럴 경황이 없지. 하지만 사돈어른도 형제자매나 일가친척은 있잖아?”
“형네 같은?”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형이야말로 확실히 해. 지금 기자들이 설레발 친 거 보고 그러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그런 말이 나와서 이러는 거야? 처가 사람들 중에서 누가 먼저 죽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누가 그랬어? 이름 대 봐.”
“…….”
유태현의 눈빛이 자신감을 잃고 흔들렸다. 유지웅은 피식 웃었다. 상황이 대충 감이 왔다. 사촌동생들을 흘끔 훑어보자 시선을 차마 마주치지 못하고 어려워한다.
숨을 크게 고르고 유지웅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
“나 친척이라고 막 퍼주고 그럴 마음 없어. 지금 분명히 말해둘게. 나중에 사업을 한다느니 뭐라느니 하면서 나한테 손 벌릴 생각하지도 마.”
“야.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그렇다고 돈이 썩어나가면서 핏줄 섞인 사촌형제들한테 아무 것도 안 해줄 만큼 매정한 놈도 아니야. 형이나 진석이, 지혜, 지민이, 나중에 결혼할 때 평수 큰 걸로 집 한 채씩은 선물로 해주려고 했어. 내 집 하나 장만하려면 평생 허리가 휘어야 하는 세상인데 그걸 모른 체 할 순 없잖아? 인생 출발선 정도는 그래도 내가 봐 줘야지.”
“…….”
유태현은 다시금 말문이 막혔다. 유지웅은 화가 났다기보다는 오히려 가슴이 답답했다. 원래 저런 형이 아니었는데.
“유언장? 내가 알아서 쓸 거야. 그러니 괜히 욕심 내지 마. 내가 해주는 것 외에는 뭘 해달라고 바라지도 말고.”
============================ 작품 후기 ============================
실제로 주인공이 먼저 사망하면 효주와 주인공 부모가 동순위상속인이 됩니다. 그 다음 효주에게 상속된 몫이 효주 부모에게 넘어갑니다. 즉 최종적으로 효주 부모는 각각 0.75, 주인공 부모는 각각 1의 비율로 상속받게 됩니다. 근데 어차피 작중에서는 찌라시 기자들이 떠들어댄 거라서 그런 세밀한 부분까지 언급을 하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