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28)
00228 핸디캡은 거들 뿐 =========================================================================
“압록강 도하! 우리 영토로 들어왔습니다!”
“막아야 합니다!”
폭주 상태의 불원숭이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움직이는 게 발견될 때마다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고 있었다. 핵폭발 때문에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어쩌면 겁을 먹은 건지도 모른다.
괴수의 눈에는 핵폭발이 아마 자연 재해로 보였을 것이다. 만약 기갑부대를 동원해서 공격했다면 오히려 분노해서 날뛰었을 테지만, 핵폭발이 닥쳤기 때문에 녀석도 생물인 이상 놀라서 도망치는 것이다.
시간이 촉박했다. 유지웅은 결단을 내렸다.
“제2전술안으로 가죠. 바로 투입합니다.”
“알겠습니다!”
출동 명령이 떨어지자 제니스 대원들도 바짝 긴장해서 수송 헬기에 올랐다. 유지웅은 그릴스 대위에게는 따로 지시를 내렸다.
“현장으로 이동하세요. 단 오늘은 참관만 할 겁니다. 괴수 인식 범위 밖에서 대기하세요.”
“Yes, sir!”
수송 헬기 편대는 빠른 속도로 비행해 불원숭이 이동 경로 근처에 호버링했다. 헬기 편대는 각각 개별로 흩어졌다. 제니스 대원들은 아무도 내리지 않은 채 헬기에 단단히 몸을 고정하고 전투 준비를 마쳤다. 고감도 카메라가 장착된 소형 무인 헬기가 사방에 퍼지며 자리를 잡고, 호크아이-3와 연동을 시작했다.
“호크아이는요?”
「괴수의 수직 고도 상공에서 추적 중입니다. 통합 링크 작업 완전히 마쳤습니다.」
“기본 전술 골격은 제2안대로 가지만 임의적으로 수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염두에 두세요.”
「예?」
장태준의 음성에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지금까지 유지웅은 전술 지휘를 전부 그에게 맡겨 왔다. 레이드를 할 때 본인은 한 명의 대원으로서만 역할을 수행했다. 전략적 후퇴 및 레이드 개시 등은 공격대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했지만, 세부 전술에는 관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당황한 것이다.
“사용해볼 보조 기술이 있습니다. 극비고요,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무슨 기술입니까?」
“일종의 2차 궁극기예요. 레이드 데이터가 절대 유출되지 않게 조심하세요.”
이미 호크아이-3를 넘겨받으면서 혹시 미국이 수작을 부리지 않았나 정부에서 철저한 검색을 했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떨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수단을 두고 위험을 감수하는 건 더욱 말이 안 된다.
“쿤겐과 저는 내립니다.”
「예?」
장태준은 더욱 놀랐다.
제2전술안은 땅을 밟지 않고 헬기에 탑승한 채 싸우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하는 전술이었다. 딜러를 각각 나눠 헬기에 태운 뒤 공중 공격을 하는 것이다. 딜의 강도를 점점 조절하며 괴수의 시선을 다른 헬기 그룹으로 거듭 연계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방어막을 소모시키는 전술이었다.
탱커가 버틸 수가 없으니 제자리에 고정시켜놓고 레이드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예 탱커 없이 헬기의 기동력을 이용해 딜러로만 상대한다는 전술이었다. 반경 100여km 안에 사람 거주 구역이 거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유지웅이 쿤겐과 같이 내린다고 한다.
“제가 괴수의 방어막을 무효화할 겁니다. 방어막이 벗겨진 괴수는 보통 생명체나 다름없으니, 일제히 딜을 가해서 쓰러뜨리도록 하세요. 로켓도 아끼지 말고 퍼부어요.”
「그, 그게 가능합니까?」
방어막을 무효화한다고? 처음 듣는 이야기에 장태준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만약 그게 정말로 가능하다면 앞으로 레이드 양상은 전혀 달라질 것이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바로 시작합니다.”
유지웅은 쿤겐과 함께 헬기에서 내렸다. 위험한 곳에 들어가는 거지만 사지(死地)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방어막만 무효화한다면 저까짓 괴수쯤은 그냥 고깃덩이일 뿐이다.
“그래도 미인과 단둘이 가는 거니 기분은 좋네요.”
긴장을 감추려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쿤겐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뜻입니까? 여기는 우리 둘 밖에 없습니다만?”
“아, 실례했어요.”
미인이라고 하니까 싫은 건가? 하지만 하얀 얼굴을 있는 대로 찡그리는 게 더 귀엽다는 걸 알려나 모르겠다.
쿤겐은 도주 수단이었다. 괴수는 지금 시속 70km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탱커인 쿤겐은 그를 업고도 그것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만약 일이 잘못 되어도 이 자리를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불원숭이의 범위약화 능력은 탱커의 방어능력을 극도로 떨어뜨린다. 뿐만 아니라 보호막도 어느 정도 약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 보호막을 얼마만큼 약화시키는지는 아직 모른다. 탱커를 약화시키는 것 만큼인지 그보다 덜한지는 아직 확단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유리를 한 방에 보낸 것으로 보면, 적어도 한 방에 보호막을 찢어버릴 만큼까지는 약화시키는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보호막을 믿어서는 안 된다.
“쿤겐, 부탁해요. 절대로 녀석한테 가까워지면 안 돼요. 쿤겐이 약화돼버리면 달아날 수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쿤겐은 자신 있다는 듯이 주먹으로 가슴을 팡팡 쳤다. 근사한 백인 미소녀가 그러고 있으니 사랑스러운 느낌이 마구 든다. 이거 살짝 위험하다. 안 그래도 2주 넘게 굶어서 지금 사리가 나올 판인데…….
「거리 5km!」
경고가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땅이 쿵쿵쿵 울리고 있었다. 저 멀리 먼지바람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유리의 전투 기록을 보면 범위약화 능력의 사정범위는 약 반경 20미터 정도다. 그리고 퍼플 궁극기의 범위는 반경 1km를 훌쩍 넘는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유지웅은 쿤겐에게 보호막을 걸었다. 퍼플 궁극기는 보호막이 활성화 되어 있는 상태에서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캬아아아!
쿵쾅거리며 불원숭이가 달려오다가 둘을 발견하고 더욱 속도를 높였다. 뛸 때마다 지면이 푹푹 파이고 있었다. 붉게 빛나는 전신의 털이 무시무시한 박력을 뿜었다.
“하앗!”
기합을 터트리며 유지웅은 퍼플 궁극기를 펼쳤다. 이제 결계를 맞고 보호막이 무효화된 저 녀석은…….
“어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유지웅은 당황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써! 아직 멀었습니까?”
“이, 이상해요! 왜 결계가 안 써지지?”
쿤겐도 그 못지않게 당황했다. 아니, 그것만 믿고 위험한 최전선에 뛰어들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
“달아나야겠습니다!”
판단은 빨랐다. 쿤겐은 바로 그를 들쳐 업고는 냅다 달렸다.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자 칼날 같은 바람이 얼굴에 부딪쳤다.
불원숭이도 무척 빠르긴 했지만 쿤겐이 달리는 속도보다는 조금 느렸다. 그렇게 뛰면서도 쿤겐은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건 정효주보다 더 빠른 것 같다.
근데 급히 업는 바람에 업힌 자세가 영 불안했다. 너무 빨리 업느라 유지웅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가슴을 잡고 말았던 것이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든 그는 물컹한 감촉에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떼려 했다.
“꽉 잡으세요! 그래야 저도 뛰기 편합니다!”
지금 어디를 잡고 있는 건지 알면서 하는 말인가? 놀란 유지웅은 반사적으로 쿤겐의 가슴을 더욱 꽉 잡았다. 이 처자, 옷을 그렇게 입어서 그렇지 꽤 볼륨이 있는데?
‘으악! 브래지어도 안 했잖아!’
덕분에 패드가 거치적거리는 것도 없이 물컹하고 탄력 있는 가슴을 천 조각을 사이에 두고 꽉 쥘 수 있었다.
절대 고의가 아니다. 쿤겐이 급히 업는 바람에 그녀의 목을 끌어안지 못해서 가슴을 쥐게 된 것뿐이다. 그렇다고 시속 100km가 넘게 달리는 와중에 팔을 떼서 다시 목을 끌어안자니 떨어질까 봐 겁이 난다.
「보호막 무효화는요? 실패한 겁니까?」
“네, 실패했어요. 아, 안 되겠어요! 우리는 우리대로 탈출할 테니까 원래 전술대로 가요!”
「알겠습니다! 괴수의 시선을 돌려야 탈출하기 쉽겠죠.」
불원숭이와 어느덧 2km 정도 멀어졌다. 하지만 불원숭이는 아직도 유지웅과 쿤겐을 쫓고 있었다.
헬기 한 대가 크게 선회하며 불원숭이의 뒤를 노렸다. 고정 벨트에 단단히 몸을 의지한 채, 딜러 세 명이 상반신을 내밀었다. 거친 맞바람을 맞으며, 딜러들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손끝에 붉은 빛이 맺혔다.
번쩍!
세 줄기 화염이 쏘아졌다. 하지만 딜러들은 곧 얼굴을 찡그렸다. 거리가 먼 탓에 공격이 죄다 빗나간 것이다.
“너무 멀어요! 좀 더 가까이 접근해주세요!”
「1번기, 접근 거리 단축.」
헬기 조종사의 얼굴에 땀방울이 흘렀다. 저 괴수는 적어도 200미터를 단숨에 도약하는 녀석이다. 물론 200미터 밖에서 도약해온다면 기동력으로 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잡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거리가 약 250미터까지 줄어들었다. 딜러들은 다시 몸을 내밀고 손을 뻗었다. 또다시 빛이 번쩍하며 세 줄기 화염이 날았다.
두 명이 얼굴을 구겼지만 한 명이 탄성을 터트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두 개는 빗나갔지만 한 개는 적중한 것이다. 등에 화염 공격을 얻어맞은 불원숭이가 바로 주춤했다.
「다시 딜!」
딜러 세 명은 팔을 뻗으며 딜을 하려고 했다. 그때 불원숭이가 등을 돌리며 이쪽을 노려보았다. 으르렁거리는 입술 사이로 커다란 송곳니가 튀어나왔다.
「1번기! 딜 중지! 긴급 상승! 회피 기동!」
딜러 셋은 곧바로 헬기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헬기가 급속히 상승했다. 거의 동시에 뛰어오른 불원숭이는 수백 미터가 넘는 높이를 순식간에 좁히며, 방금까지 헬기가 있던 지점에 크게 팔을 휘두르며 허공을 할퀴었다.
쿠웅!
점프한 괴수가 다시 땅에 착지하자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굉음이 울리며 크레이터가 생겼다.
「1번기! 원을 그리며 이동! 2번기! 3번기! 4번기! 괴수 후미를 추적! 딜 준비!」
1번기는 크게 원을 그리며 도주를 시작했다. 작전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가장자리를 크게 도는 것이다. 불원숭이가 화가 바짝 나서 그 뒤를 쫓았다. 그리고 다시 불원숭이의 뒤를 3기의 헬기가 뒤쫓았다.
「2번, 3번, 4번기! 딜 시작!」
세 기의 헬기에서 빛줄기가 뻗어나갔다. 몇 개는 불원숭이의 등에 직격하고 몇 개는 빗나갔다. 불원숭이는 또다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는, 방금 자신을 공격한 세 기 헬기를 맹렬히 뒤쫓기 시작했다.
「3번기와 4번기는 최대 고도 상승! 2번기가 유인!」
미끼 역할을 2번기가 인계했다. 3번기와 4번기는 고도를 올려 시야 밖으로 벗어나 불원숭이의 눈을 피했다. 화가 난 불원숭이가 이번에는 2번기를 추적했다.
「1번, 5번기! 괴수 후미 추적! 딜 준비!」
2번기를 쫓는 불원숭이 뒤를 다시 2기의 헬기가 따라 붙으며 딜을 준비했다. 2번기는 1번기와 반대 방향으로 도주함으로써 괴수가 작전 지역을 이탈하지 못하게 교묘히 몰이를 했다.
한편 유지웅과 쿤겐은 마중을 나온 대장 헬기에 탑승해서 무사히 벗어났다. 그는 헬기에 탄 순간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가, 아직까지 쿤겐의 가슴을 터트릴 듯이 꽉 쥐고 있는 걸 자각하고 깜짝 놀라 물러났다.
“고, 고마워요. 쿤겐.”
“아닙니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가슴을 쥔 것쯤은 신경도 쓰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러니까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처자, 그것도 새파랗게 어린 백인 미소녀의 가슴을 와이프 것 마냥 쥔 유부남은 마음이 불편했다. 아니, 서먹했다.
서먹함을 떨치려고 그는 일부러 다른 생각을 했다.
‘근데 왜 결계가 안 써진 거야? 대체 뭐가 잘못 됐어? 분명히 보호막이 활성화 된 상태에서는…….’
순간 그는 무릎을 탁 쳤다. 비로소 깨달았다.
“맞다. 그때는 다 효주한테 보호막 걸었구나.”
2차 궁극기는 퍼플 결정체의 효과. 하지만 퍼플 결정체는 그와 와이프에게 반으로 쪼개서 깃들어 있다. 설마 그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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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진 핵탄두는 합쳐야 작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