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3)
00023 나는…… 흔들린다? =========================================================================
유지웅은 신림역 롯데시네마 빌딩 앞에 도착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주변이 한산했다. 조조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의 모습이 간간히 보인다. 커플보다는 동성친구끼리, 혹은 혼자서 간편하게 온 사람들이 더 많았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귀에 익은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인사를 하려던 그는 순간적으로 말문을 잃었다.
허벅지를 아슬아슬하게 내놓은 하얀 슬림형 원피스를 입은 박현정의 자태가 실로 눈이 부셨다. 매끈한 허벅지부터 곱게 곡선을 그리는 다리 라인이 아찔하다. 좁고 가녀린 어깨선도 시원하게 드러내놓고 있어, 노출이 파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것처럼 산뜻하게 꾸민 화장과 곱게 빗어 내린 부드러운 검은 머릿결. 청순미 넘치는 도톰하고 붉은 입술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레이드 때는 활동하기 편한 전투 복장에 별로 꾸미지 않아서 ‘꽤 괜찮네.’하고 말았는데, 지금 보니 좀처럼 보기 드문 굉장한 미인이다. 이래서 여자는 꾸미기 마련이라는 건가?
쿵쾅거리는 가슴을 감추기 위해 유지웅은 억지로 웃었다.
“아니요. 저도 방금 왔어요.”
“카페라도 들어가요.”
“그, 그럴까요?”
둘은 적당한 근처 카페로 갔다. 같이 걷고 있으니 남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것만 같다. 거리 어디를 둘러봐도 박현정만 한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힐러질 하면서 번 돈으로 꾸미는데 다 썼나?’
괜히 더운 느낌에 그런 엉뚱한 생각까지 든다. 둘은 가까운 카페로 들어갔다.
“아메리카노 주세요.”
“저는 에스프레소요.”
“어머, 에스프레소 좋아하세요?”
“아니요. 원래 커피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럼 다른 걸 드시지.”
“그래도 남자라면 에스프레소죠.”
긴장감이 가라앉지 않는다. 레이드에 관해서 생각해두었던 조건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 여자. 왜 이렇게 쓸데없이 예쁘게 꾸미고 나온 거냐고.
‘효주도 많이 예뻐. 효주도 잘 꾸미면 안 져.’
객관적으로 봐도 둘 중 누가 더 예쁜지는 사실 막상막하다. 하지만 그건 사과가 맛있느냐 배가 맛있느냐의 차이다. 한쪽의 우월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효주가 예쁘다고, 눈앞의 박현정이 안 예쁜 건 아니지 않나?
‘하필 왜 유리탁자야?’
그게 또 난감한 문제였다. 탁자가 유리처럼 투명한 바람에, 맞은편에 앉은 박현정의 허벅지가 고스란히 보였던 것이다. 안 그래도 밑단이 짧은데, 앉아 있으니 늘씬한 허벅지가 가감 없이 눈에 비친다.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억지로 눈을 다른 데로 돌려보지만, 저도 모르게 자꾸 흘끔거리게 된다.
주문한 커피가 준비되었다. 벨이 울리자 유지웅이 얼른 일어나서 커피를 가져왔다.
“어제는 제가 너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 같아요. 종합 면세 혜택을 받으셨다고요. 그런 능력자이신 줄 몰랐네요. 그럴 줄 알았으면 배당을 더 해드리는 건데.”
“아, 말하기 뻘쭘해서 그냥 안 했어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자기 권리는 자기가 챙겨야 하는 거예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요.”
박현정이 조그맣게 웃었다. 살짝 보이는 치아가 가지런하고 희었다. 웃는 건 또 왜 이리 예쁜지.
“제 능력은 대상의 부상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대상에게 보호막을 걸어주는 거예요. 실드 같은 거죠. 보호막은 외부의 모든 데미지를 흡수해요. 보호막이 손실되기 전까지는 대상에게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아요.”
이미 어제 들은 내용이다. 박현정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좋은 건지 아닌지 아리송했다. 탱커, 딜러, 힐러의 개념이 워낙 고착화된 탓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익숙해지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게 종합 면세 혜택을 줄 만큼 대단한 능력인가요? 새로운 개념인 건 알겠지만…….”
“예를 들어보죠. 탱커의 체력이 1000이라고 가정해보죠. 힐 한 방에 400이 찬다고 가정하고요. 괴수가 400의 공격력으로 때려서 탱커 체력이 600이 되면 힐이 들어가겠죠?”
“그렇죠. 그래서 완치되는 거고요.”
“하지만 저는 보호막을 걸어서 미리 400의 피해를 흡수하는 거예요. 즉 처음부터 탱커의 체력이 1400인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거죠. 만약 탱커가 연타를 맞아서 체력이 300인 상태라고 해봐요. 그때 힐이 늦으면 탱커는 죽겠죠? 하지만 미리 보호막이 걸린 상태라면 힐이 다소 늦어도 탱커가 죽지 않아요. 그리고 제 보호막은 즉시 시전입니다.”
“……아!”
그제야 깨달았는지 박현정이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희었던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었다. 비로소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탄력을 얻은 유지웅이 좀 더 힘을 주어 말했다.
“즉 탱커의 체력을 증가해주는 효과가 있는 거죠. 다친 뒤에 치유해주진 않지만, 다치지 않게 만들어주거나 덜 다치게 만들어주는 거예요. 탱커가 급사할 가능성이 줄어들어요. 결국 탱커 생존률이 올라가고, 공격대 전체 생존률도 올라가요.”
“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한 능력이네요.”
“그게 다가 아니에요. 전 괴수한테 공격당한 힐러도 살려낸 적이 있어요. 보통은 한 대 맞으면 급사하지만, 보호막을 걸어주면 딜러나 힐러라 해도 한 대 맞고 죽지 않아요.”
충격 흡수 능력의 가치와 효과를 완전히 이해한 박현정은 잔뜩 흥분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가? 탱커의 생존률을 올려줄 뿐만 아니라 다른 공대원의 급사까지 방지할 수 있다니.
그녀는 낯선 패러다임에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지 어리석은 게 아니다. 일단 이해하자 그 응용 방향이 무수하게 떠올랐다.
현재 25인 체제에서 힐러 6명을 데려가는 것은 탱커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적어도 6명은 데려가야 안정적으로 레이드를 마칠 수 있다는 효율 때문이다.
하지만 유지웅이 끼어 있으면? 6힐러 체제로 갈 필요가 없다. 유지웅을 포함해서 4힐이나 3힐로 가도 무난할 것이다. 딜러를 더 늘리면 레이드를 더 빨리 끝낼 수 있게 된다. 힐러를 많이 뽑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힐러가 황금보다 귀하다는 고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게 다가 아니에요. 사실 제 여…… 정효주가 제 친구인데, 걔는 퓨어 탱커가 아니라 딜탱이에요. 탱커와 딜러를 반반 섞어 놓은 거죠.”
“아하, 그래서 아제로스의 쌍날검을 들어도 딜이 어중간했군요. 그런데 어떻게 어제는 메인 탱커 역할이 가능했던 거죠?”
“저 때문이죠. 맷집이 약한 문제를 보호막으로 보완해서 일반 탱커와 동일한 체력 효과를 내는 거예요. 거기에 퓨어 탱보다 딜이 좋으니까 어그로를 잘 먹는 거고요. 그래서 어그로가 폭주한 괴수를 바로 붙잡을 수 있었던 거예요.”
“……!”
박현정은 저도 모르게 허벅지에 올린 주먹을 꽉 쥐었다.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이 돌아갔다.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2, 3탱 체제에서 1탱 체제로 변환해도 된다. 어그로가 강력한 그녀가 있는 한, 다른 탱커의 존재는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유지웅과 정효주가 공격대에 끼어 있다면, 탱커와 힐러 숫자를 줄이고 딜러진을 보강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해도 3탱 6힐러 체제보다 더 안정된 레이드를 할 수 있다.
신속성. 경제성.
신속하게 레이드를 마칠 수 있게 된다. 딜러가 늘어난다는 것은 분배에도 유리하게 미친다. 그뿐인가? 유지웅이 사냥한 괴수는 면세라지 않는가? 탱커, 딜러가 내야 할 세금이 사라지니 그만큼 분배금도 늘어나는 것이다.
딜러가 4천만 원의 세금을 면제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그 중 2천만 원은 따로 힐러나 탱커에게 분배한다면, 딜러도 좋고 다른 이들도 좋은 것이다. 즉 그의 가치가 알려지면 우수한 탱커, 딜러, 힐러들이 그와 함께 하기를 원할 것이다.
순식간에 계산을 마친 박현정은 목소리를 더욱 은근하게 낮추며 사근사근하게 굴었다.
“제 고정 파티에 들어오지 않으시겠어요? 최고의 대우를 해드릴게요.”
마치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나긋나긋함에 유지웅은 혼이 빠질 뻔했다. 아찔한 성인의 유혹이랄까? 정효주는 예쁘긴 했지만 너무 편안하고 밀고 당길 줄을 모른다. 그녀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긴장감에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어머, 얼굴 빨개지셨어요. 여기가 좀 더운가요? 아닌데, 난 시원한데.”
“조, 조금 덥네요.”
그는 헛기침을 하면서 에스프레소를 벌컥벌컥 마셨다. 박현정은 귀엽다는 듯이 응시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두 살 연상이었다.
원래 그는 여러 가지 세세한 조건들을 잔뜩 생각해두었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남자라 그런지 머릿속이 공백 상태였다. 그녀의 미인계가 제대로 먹힌 것이다. 남자치고 미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보다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정공에 다니신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공인지 알 수 있을까요?”
“어머, 제 사생활이 궁금하신 거예요?”
“사생활이 아니라…… 그냥…….”
“히히, 별로 비밀도 아니에요. 팀이브에 다니고 있어요.”
“와, 팀이브요?”
팀이브라면 우리나라에서 5위 안에 드는 정공이다. 엔시디아와 파라곤이 압도적으로 1, 2위를 다투고 있긴 하지만, 팀이브도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다.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팀이브 소속이고, 정공에 참가하지 않는 날에 자기 고정 막공을 운영한다. 그럼 고정 막공이 아니라 정공에 들라고 권유하는 게 보통이지 않나?
물론 그가 먼저 물어보기는 난감한 주제였다. 다행히 그가 갸우뚱거리자 눈치가 빠른 그녀가 얼른 말을 이었다.
“제가 팀이브 소속이기는 하지만 팀이브가 제 소유는 아니죠. 제 소유는 어디까지나 제가 운영하는 고정 파티예요. 전 제 파티에 더 애착이 있어요. 팀이브에서는 힐러장도 아닌 일개 힐러지만, 고정 파티에서는 제가 공격대장이니까요.”
“그렇군요.”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겠어요. 탱커와 딜러가 면세 받는 만큼의 금액도 유지웅 씨에게 분배해드릴게요. 어때요? 제 파티에 고정 멤버로 참석하지 않으실래요?”
몸을 비스듬하게 앞으로 내밀며 그녀가 재차 권유했다. 몸을 앞으로 살짝 숙이는 바람에 가슴 라인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하얀 젖무덤에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의 미소가 더욱 농밀해졌다.
‘안 돼! 효주가 있잖아!’
그는 속으로 세차게 흔들었다. 효주랑 사귄 지 얼마나 됐다고 이 무슨 망측한 꼴인가? 몸이 잔뜩 달아올랐지만 그는 보이지 않게 탁자 밑으로 허벅지를 꼬집었다. 유리 탁자라는 것도 까맣게 잊은 채.
“음……. 친구…… 여자친구와 의논을 해봐야 해서요. 사실 저희가 어디에 소속되는 것을 좀 부담스러워 하거든요. 그냥 자유롭게 레이드를 다니면서 돈을 벌고 싶어요.”
“아, 여자친구분이셨어요? 아까워라.”
뭐가 아깝다는 거지? 살짝 실망한 표정에 유지웅은 더욱 가슴이 달아올랐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집에서 자고 있을 정효주를 생각했다. 뜨거웠던 어젯밤을 거듭 상기했다. 덕분에 들뜬 열기를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었다.
“시간이 맞을 때 참석하는 건 저도 환영이에요. 하지만 완전히 고정 멤버로 소속되는 건 여자친구와 의논을 해봐야 해요. 여자친구도 지금 여기저기서 고정으로 다니자고 하는 걸 뿌리치고 있거든요. 그런 것도 좀 고려해봐야 해요.”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런 권유는 이번이 딱 두 번째다. 물론 첫 번째는 AFK 정공에서 받은 합류 제안이었다.
“정말 아쉽네요. 그래도 편안한 시간이실 때 참석하실 수는 있다는 거죠?”
“네. 저도 공장님 운영은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에게, 운영하는 것만? 다른 건 마음에 안 들고요?”
“그, 그건…….”
“공장님이 뭐예요. 그냥 편안하게 현정 씨라고 불러요. 난 이름 불러주는 게 좋아요.”
유지웅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딱히 뭐라고 대답하기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두 분이 오시면 힐러와 탱커를 더 줄이고 그만큼 딜러를 받을 수 있어요. 그만큼 분배할 때 차익이 생겨요. 그 차익에서 50%를 두 분에게 추가로 분배할게요. 그리고 탱커, 딜러가 받는 감세금액도 전부 유지웅 씨한테 드리겠어요. 레이드 시간도 가능하면 두 분이 편한 시간대로 조정할 테니, 언제든지 편안하게 말씀하세요.”
구체적인 조건 나열에 유지웅은 여기 오기 전에 생각했던 조건들이 기억났다. 그는 얼른 입을 열었다.
“탱커, 힐러를 줄여서 나오는 차익은 받지 않겠어요.”
“네? 왜요?”
“그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통상 힐러가 받는 몫만큼만 받겠어요. 더 받는 건 욕심이에요.”
딜러는 제일 적게 받는다. 즉 딜러의 비율을 늘리면 그만큼 분배금이 남게 된다. 그 차익의 절반을 지급하는 것은 박현정의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유지웅의 참가로 생기는 차익이니, 그에게 일정 지분이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유지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힐러는 딜러의 1.5배를 받는 게 통상적인 관행이다. 자신 하나 때문에 전체 분배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결국 적을 만드는 행위였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본래 그렇다. 받는 액수 자체는 전과 똑같아도, 비율 수치가 낮아지면 정당한 자기 권리를 뺏긴 기분이 든다.
박현정이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그녀가 힐러이기 때문이다. 힐러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이득을 누리면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특권 의식이다.
유지웅은 두 번이나 바닥을 겪었고, 그래서 딜러들의 마음을 어떤 힐러보다 잘 알았다. 그들이 굽실거리는 것은 반발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힘이 없어서다. 그들은 앞에서 웃고 뒤에서는 욕을 한다. 그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
“대신에 면세 혜택은 현정 씨 말처럼 제 덕분이니까 그 부분은 저도 권리를 주장해야겠어요. 하지만 감세 금액 전부를 가져가는 건 저도 부담스러워요. 감세금액의 70%만 가져갈게요.”
원래 딜러 한 명이 4천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중 70%인 2800만 원만 가지고 나머지 1200만 원은 딜러에게 주겠다는 뜻이다.
사실 감세 금액을 전부 다 가져가도 된다. 욕심 같아서는 그러고 싶다. 하지만 일부를 딜러에게 양보하는 것은 인망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
딜러 입장에서는 어차피 내야 할 세금을 그가 대신 가져간다면 결국 본전치기다. 이 경우 그와 함께 한다고 해서 딜러에게는 어떤 혜택도 없다.
그러나 그가 세금의 일부를 양보한다면, 딜러로서는 그와 함께 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낫다. 그와 함께 레이드를 뛰길 간절히 소망하게 될 것이다. 즉 인지도와 인망을 쌓는데 훨씬 유리한 것이다.
그동안 레이드를 하면서 돈은 벌 만큼 벌었다. 물론 돈을 더 벌면 좋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인망을 쌓으면서 돈을 버는 것이다.
한때 그는 힐러들의 행태에 치를 떨었다. 그는 앞에서는 굽실거려도 뒤에서는 힐러들을 욕했다. 자신은 그런 힐러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약간의 이익을 딜러에게 양보하고, 그 대신 진심으로 인망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게 더 낫다. 어차피 그래도 그가 가장 큰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박현정은 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줄곧 힐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갸웃거리면서도 결국 그의 말에 수긍했다.
“이해가 잘 안 되지만……. 그렇게 할게요.”
“대신에 자그만 부탁이 있어요.”
“어떤 부탁인가요?”
“저와 제 여자친구가 어떤 능력자이고, 우리 조합이 공격대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공대원들에게 확실히 알려주세요. 그래야 왜 감세 혜택을 받는지 이해하지 않겠어요? 안 그럼 정부가 저만 편애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잖아요? 전 괜한 소문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요.”
“아, 그건 그렇네요. 그렇게 할게요.”
유지웅은 씨익 웃었다. 자신이 공격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공대원들에게 확실하게 알리는 것.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오후에 바로 출발할 예정인데 혹시 오실 수 있나요?”
“네. 갈 수 있어요.”
“그럼 그때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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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마마의 횡포.. 오리 때 정말 무서웠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