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40)
00240 내 와이프를 소개한다 =========================================================================
“야, 너 그거 뭐야?”
유지웅은 어이가 없어서 나섰다. 그럴수록 브라우니는 고개를 조아리며 끼이잉 거렸다. 날개 한쪽이 불룩 솟아오른 채 파닥거리고 있었다. 날개에 깔린 새끼새가 난리 치고 있는 것이다.
“날개 들어 보라니까? 너 그거 뭐냐고?”
처음에는 자기 먹으려고 잡아놓은 레드 몹인가 했다. 하지만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지만 분위기라는 게 있다. 저건 아무리 봐도 먹이를 대하는 맹수의 태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견적이 나온다.
“너, 설마 암컷이었냐?”
―캬아아아악!
녀석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요란하게 울부짖었다. 결사적인 그 모습은 차라리 처절하기까지 하다. 말 못하는 짐승도 고자 취급 받는 건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
“아, 뭐라는 거야 대체? 저 새끼새는 대체 뭐냐고? 분명히 레드 몹인데 왜 저리 작아? 넌 대체 저거 데리고 뭐 하고 있었던 거냐고?”
답답해서 브라우니를 한 대 쳤다. 녀석은 아파 죽겠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끙끙거렸다. 하지만 저게 다 엄살임을 그는 알고 있다. 탱커나 딜러도 아닌 자신이 때려 봐야 얼마나 아프다고. 간지럽기만 하겠지.
“비켜 봐.”
브라우니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새도 표정을 지을 줄 안다면 저건 분명 놀란 새 표정이다.
“뭐해? 비켜 보라니까?”
절대 안 된다는 듯이 녀석이 날개를 파닥거렸다. 그 바람에 언뜻언뜻 새끼새의 모습이 보였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브라우니의 품에 머리를 푹 파묻고 있는 중이었다. 겁을 먹었는지 꽁지 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게 결정도 칠천이라고?”
탐지기가 잘못된 거 아닌가? 아무리 봐도 옐로 몹보다 더 작고 연약해 보이는데? 게다가 생긴 것을 봐라. 완전히 알을 갓 깨고 나온 새끼새나 다름없었다. 크기가 송아지만 한 게 조금 에러이기는 했지만.
“안 비켜? 효주 불러 온다?”
대번에 녀석이 빳빳하게 굳어졌다. 효주라는 이름에 반응한 것이다. 진짜 사람 말 알아듣는 게 분명하다.
브라우니는 슬그머니 비켜섰다. 새끼새가 촐랑거리며 따라 붙었다. 유지웅의 눈치를 보고 브라우니는 다시 비켜섰다. 품에서 떨어진 새끼새는 부리를 하늘로 향하더니, 조그만 날개를 파닥거리며 빽빽 울기 시작했다.
―삐약삐약! 삐약삐약!
웬 병아리 지저귀는 소리에 그는 기겁했다. 아니, 생긴 거랑 울음소리가 전혀 매치가 안 되잖아?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브라우니가 떼놓은 게 서러운지 참 목이 빠지게도 운다. 아예 털푸덕 주저앉아서 목이 쉬어라 빽빽거리는데, 보고 있는 이쪽이 다 목이 아플 정도다.
브라우니는 둘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했다. 새끼새를 품고 싶은데 유지웅 눈치가 보여서 차마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지는 이제 뒷전이었다. 빽빽거리며 울어 젖히는 모습에 유지웅은 뒷목을 잡았다.
“대체 이게 뭐야…….”
* * *
비상이 걸렸다.
자문단 소속 전문가들은 급히 유지웅이 보낸 V-23을 타고 호남 서해안으로 이동했다. 브라우니가 새끼새를 숨겨 놓은 작은 무인도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임신 중인 정효주와 쿤겐도 왔다.
브라우니는 정효주를 보자마자 빠릿빠릿하게 차렷 자세를 취했다. 몸에 각인된 본능은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신기한 듯이 관찰했다. 새끼새는 겁을 집어 먹은 듯이 더욱 몸을 움츠리며, 브라우니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브라우니는 빳빳하게 서서 눈알만 데구루루 굴렸다.
“와, 이거 진짜 뭐야? 브라우니, 너 여자였니? 애는 또 언제 낳은 거니?”
“일단은 조류인데 알을 낳지 않을까요?”
“조류? 그런데 그게 의미가 있을까요? 어차피 괴수잖아요? 브라우니는 왠지 새끼를 낳아도 안 이상할 거 같은데.”
“근데 결정도가 칠천이 넘는 게 참 희한하군요. 겉보기에는 옐로 몹보다 연약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거 같고요.”
“이대로 성장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어린 새끼인데도 결정도가 칠천이나 되면…….”
학자들이 심각하게 토의했다. 이건 허투루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정말 브라우니가 낳은 새끼라면 학회를 뒤집어놓을 만한 일입니다. 괴수가 새끼를 쳤다는 건 여태껏 보고된 바가 전혀 없었으니까요.”
예전에 연주대학교 OT에서 괴수 알을 발견하긴 했다. 하지만 그 알은 제대로 부화하지 못했다. 그걸 제외하면 이번에 브라우니가 새끼를 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 눈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새끼는 어떡하지?”
유지웅 커플은 새끼 문제를 놓고 고민했다. 심각한 분위기를 알아차렸는지 브라우니 표정이 더욱 딱딱해졌다.
“키워봐도 되나?”
“위험하지 않을까?”
“저게? 겨우 레드 몹인데?”
정효주는 잠시 반성했다. 깜박했다. 이제 레드 몹쯤은 아무 것도 아닌 자기들 위치를.
“그래도 새끼인데 벌써 칠천이면 나중에 커서 얼마나 무서워질지 모르잖니? 막 블랙 몹처럼 되는 거 아닐까?”
“관리 철저히 하면 되지. 싹수가 정 아니다 싶으면 바로 섬멸하면 그만이고.”
“괜찮을까?”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 유지웅은 남기철을 통해서 정부 의사도 확인했다.
“당연히 키워야 합니다.”
정부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미 브라우니를 통해서 톡톡히 재미를 본 정부는 브라우니가 새끼를 낳았다는 것에 자기 집 소가 송아지를 낳은 것처럼 기뻐했다.
한국이 레이드 국가 1위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한국은 유일하게 레드 몹을 길들여서 사육하고 있는 국가로 또 유명했다. 국가 이름과 제니스 공격대 이름이 기네스북에도 올라가 있을 정도다.
브라우니 덕분에 국가 위신 상승효과를 톡톡히 봤던 정부로서는 당연히 새끼새도 욕심을 냈다.
“가만, 이거 소유권이 어떻게 되지?”
예전에 브라우니가 꿀꺽한 블루 결정체 대금을 못 갚아서 현재 브라우니는 유지웅 소유로 되어 있었다. 일종의 양도 담보로 소유권을 넘겨받은 것인데, 언젠가부터 그런 법적인 문제들이 흐지부지 돼버렸다. 사실상 브라우니가 유지웅 커플 애완동물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럼 한 번 키워 볼까?”
결국 유지웅은 마음을 정했다. 지가 아무리 날뛰어봐야 브라우니 새끼인데, 뭐 별 일 있겠어?
“야, 너 이리 와 봐.”
유지웅이 손짓을 하자 새끼새는 겁을 먹은 듯이 두리번거리며 브라우니의 다리에 바짝 달라붙었다.
“안 잡아먹어. 이리 와 봐.”
그가 거듭 손짓 했다. 브라우니는 얼른 부리로 새끼새의 엉덩이를 밀었다. 새끼새는 밀려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체격에서부터 차이가 너무 났다. 새끼새는 질질 밀리다가 유지웅 앞에 털썩 넘어졌다.
유지웅은 슬쩍 손을 내밀어 새끼새를 만졌다. 혹시나 해서 자기 몸에 보호막을 걸고서. 그의 손이 닿자 새끼새는 흠칫 해서 날개를 파르르 떨었다.
―삐약삐약! 삐약삐약!
새끼새가 입을 쩍쩍 벌리고 울기 시작했다. 아까도 느낀 건데 이건 완전히 병아리 울음소리다. 혹시 브라우니의 본질은 갈매기가 아니라 닭이었나?
“왜 아기를 울리고 그러니?”
정효주가 안 되어 보였는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눈을 감고, 입을 쩍 벌린 채 목이 쉬어라 빽빽거리는 게 임산부로서 안 되어 보였나 보다. 확실히 송아지처럼 크긴 했지만 생긴 것으로 보나, 머리 비율로 보나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기 새였다.
머쓱해져서 유지웅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아니, 그냥 한 번 만져 보기만 했는데…….”
“브라우니. 애 챙겨.”
그러자 얼른 브라우니가 나서서 새끼새를 품었다. 브라우니 깃털로 가려지자 울음소리가 작아졌다. 진정이 된 모양이다.
“일단 돌아가자.”
말을 알아들었는지 브라우니는 얼른 일어나서 한 발로 새끼새를 움켜쥐었다. 아프지 않게 단단하게 발톱으로 쥐고는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한두 번 경험한 게 아닌지 새끼새는 얌전하게 잡혀 있었다.
사람들도 V-23을 타고 이동했다. 브라우니는 호남평야 둥지에 먼저 돌아와 있었다. 얌전히 처분을 기다리겠다는 듯한 모습에 정효주는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같은 어머니로서 뭔가 동질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근데 쟤도 이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야, 자 하고 부를 순 없잖아?”
“생각해둔 거 있니?”
“길가메쉬 어때?”
“뭐야, 그게. 이상하잖아. 다른 걸로 해.”
그 뒤로도 유지웅은 이것저것 적당한 이름을 댔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정효주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녀는 벌써부터 머리가 아팠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 이름을 뭐라고 지을지 눈앞이 캄캄했던 것이다. 작명 센스가 참…….
* * *
한시름 넘겼다.
떠들썩하게 관찰하던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나서야 브라우니는 겨우 안심했다. 쎈 놈이랑 한바탕 크게 싸우고 난 것처럼 피곤하고 발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슬쩍 내려 보니 새끼새는 바짝 붙어서 머리를 자기 날개 밑에 파묻고는 자고 있었다. 별 탈 없이 지나가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아까 주인에게 들켰을 때만 해도 다 끝났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왜 이 조그만 녀석을 키우기 시작했는지 브라우니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습관처럼 돌보다 보니, 어느새 그게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삶의 일부가 되었다.
입을 쩍쩍 벌리고 있는 새끼들한테 먹이를 넣어주던 어느 어미새의 마음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조그만 녀석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짠하고, 막 맛있는 것을 잡아다가 먹여주고 싶고 그렇게 된다.
하지만 들킨 게 못내 슬프긴 했다. 자신처럼 주인한테 묶여 사는 그런 노예의 삶은 주고 싶지 않았는데. 적당히 키워서 다른 데로 슬쩍 풀어주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들켜 버리다니. 이 녀석의 팔자도 이제 정해진 것이다.
―끄으응…….
아니다. 좋게 생각하자. 밖에 나가면 쎄고 쎈 놈들이 널렸는데, 차라리 가늘고 길게 사는 게 나을지도 몰라.
―삐약! 삐약!
잠에서 깼는지 새끼새가 눈을 뜨고 짹짹거렸다. 둥글둥글한 눈망울을 말없이 들여다보던 브라우니는 슬쩍 부리를 내밀어 녀석의 털을 골랐다.
이게 아빠의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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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여보 되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