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44)
00244 거인의 움직임 =========================================================================
정책안에 기술자 보호 외에 기술 및 특허를 포함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규정이 새로 추가 되었다. 외국기업, 대기업의 힘의 남용을 방지하는 규정 등도 세세하게 기술되었다.
대형업체들은 새로 추가된 규정을 보고 잔뜩 긴장했다. 이제부터는 만약 기술 빼내기를 목적으로 기업 윤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면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물게 생겼다. 문제는 그 금액이 대기업이라 해도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을 만큼 막대한 금액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기업을 옭아매면 결국 모든 기업들이 이 나라를 떠나게 될 겁니다. 이건 너무 가혹합니다.”
“물이 너무 맑은 곳은 고기가 살지 못하는 걸 왜 모르는 겁니까?”
이에 유지웅을 지지하는 시민 단체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 부도덕적인 기업이라면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나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새 정책의 요지는 이렇다. 먼저 기술자의 권리를 보호한다. 다음으로 업체가 소유한 기술 및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 그냥 보호하는 게 아니라 매우 강하게 보호한다. 앞으로는 정당한 대가를 주고 사람을 써야 하며,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타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정책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식이라면 당장은 진통을 겪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과학기술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겁니다.”
“문제는 이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계획과 의지가 정부에 있느냐 하는 겁니다. 기존 시장 흐름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게 한두 부분이 아니라서 막대한 진통이 예상 되니까요.”
이런 여론의 우려에 대해서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새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책을 발표했다. 과학기술부를 따로 재편 분리하고 새로이 확장까지 마친 조직안이 포함된 계획이었다. 기술자 및 기술 보호를 위한 정책 수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 및 인력, 그리고 감사 계획 등도 세세하게 공개했다.
언뜻 봐도 하루아침에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정책 구상안이기 때문에 이런 발 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동안은 대기업 카르텔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지만, 지금 그 카르텔은 침묵하고 있었다. 유지웅에게 밉보여 퇴출되는 게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사회가 또 한 번 변하기 시작했다.
* * *
이형준 회장은 잠시 눈을 감았다. 황 실장은 굳은 얼굴로 말없이 기다렸다. 이 나라 경제계를 이끌어온 노회장의 침묵은 언제나 그의 마음을 죄게 만든다.
유지웅의 파워는 인정한다. 하지만 겨우 수십 년 간 이 나라 재계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이 회장을 겨우 2년 만에 앞지른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상관의 지난 세월이 부정당하는 것은 심복의 입장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이미 그는 변덕으로 이 나라를 붕괴시킬 수 있을 만큼 막대한 파워를 갖추었다.
변화한 현실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남들보다 빠르게 나아가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면 남는 건 몰락 뿐이다.
“회장님.”
“대통령이 참 좋아하겠군. 제일 중요한 당선 공약을 이제야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
“한 번 자리를 만들어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헛된 일이야. 황 실장은 일성의 체면까지 구길 셈인가?”
황 실장은 변화를 인정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그 변화를 저지하고픈 미련이 남아 있었다. 반면 이 회장은 냉정한 현실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이 변화는 결코 거스를 수 없음을.
“변화는 우리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 이제 활로를 찾는 길만 남았네.”
“…….”
“그룹 연구소 내의 연구자들 반응은 어떤가?”
“동요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상위 연구 인력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제니스 연구단지에서 제의만 온다면 당장이라도 자리를 옮길 눈치입니다.”
“제니스 연구단지에서 공시한 인센티브와 동일한 조건을 다시 제시하고 재계약을 하게. 또 최근 5년 간 연구 실적에 대해서도 소급해서 보상해주고.”
“그렇게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소모됩니다.”
“그래도 할 수 없네. 이제 남은 건 변화에 순응하는 것뿐이야.”
언뜻 보기에는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덤덤한 표정은 절대 그런 게 아님을 말해준다. 다른 복안이 있는 걸까?
“알겠습니다. 그룹기획실에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로 전 계열사 총임원회의를 마련하게.”
“예, 회장님.”
황 실장이 나가고 이 회장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는 가죽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손잡이를 두드렸다. 톡톡, 손가락 끝이 팔걸이를 가볍게 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유지웅의 행보에 일성은 침묵을 지켰다. 일성뿐만 아니라 국내 2인자인 LP그룹도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국내에서 힘 좀 쓴다는 재벌 그룹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몸을 사린 것이다.
그는 개인 혼자서 기업이고, 경제 그 자체다. 방어장비의 보급으로 블루 결정체 독점 공급 지위는 상실했지만, 가장 안전하고 손쉽게 블루 결정체를 공급할 수 있는 주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안전지대 설치 능력은 그를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위의 인물로 격상시켰다. 아무리 철통같은 방위망을 형성해도, 결국 괴수의 위험성은 0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안전지대는 너무나 간단하게 0으로 만들어준다.
완벽하게 안전한 지역. 그 가치는 미국 대통령마저 체면 불구하고 한국까지 달려올 정도다. 이미 그는 재벌 그룹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나의 상징이 된 것이다.
그런 존재에 대항한다? 미치고 어리석은 짓이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납작 엎드리고 순응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많은 것이 변화할 테지만, 일성이 붕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축적한 힘을 통해, 다른 누구보다 유지웅이 만들어낸 흐름에 가장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희연이가 잘해주면 더 좋고…….”
십 년 뒤를 내다본 포석이었다. 그러나 일종의 보험일 뿐, 거기에 목을 매지는 않는다.
남들이 보기에는 손녀마저 도구로 삼는 비정한 할아버지로 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손을 떼면 그만이다. 재벌 손녀가 서른 초반에 결혼하는 게 흠은 아니니까.
단지 그 기간 동안 손녀가 몸가짐을 조심하고 남자를 멀리해야 하는 등 희생을 감수해야 하지만, 재벌가의 손녀로서 그 정도는 시련도 아니었다.
이 회장은 펜을 들어 흰 종이로 뻗었다. 앞으로 일성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천천히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변화는 기득권자에게 두려운 것이지만, 그 변화는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게 세상의 이치 아닌가.
* * *
「다시 한 번 하겠습니다.」
장태준의 지시에 휴식을 취하던 딜러들이 일어났다. 각자 S급 장비를 쥐고 지정된 위치에 섰다. 이미 전방 대지는 초토화 된 상태였다. 땅이 파헤쳐지고 흙먼지가 아직도 비산했다.
통제실에서는 유지웅이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장태준 및 지원팀이 정밀하게 대원들의 공격 능력을 측정하고 있었다. 호크아이까지 대동한, 상당히 호사스러운 훈련이었다.
커다란 나무 표적이 발사되었다. 원거리 딜러들이 재빨리 손을 뻗어 공격했다. 불길이 뿜어지자 순식간에 나무 표적이 증발하고 콰광 하며 폭발이 일어났다.
땅이 그을리며 부서진 바위 조각이 튀어 올랐다. 호크아이에서 정교하게 측정한 데이터를 놓고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중앙 컴퓨터가 빠르게 분석한 그래프 및 느린 영상을 놓고 장태준이 설명을 시작했다.
“보신 바와 같이 딜러들의 궁극기는 확산형 범위 공격 형태로 모두가 동일합니다. 정효주 탱커와 쿤겐 탱커의 궁극기가 집중형 관통 공격 형태로 나타나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요.”
자문단 소속의 레이드 전문가가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 가설이 맞는 거 같네요.”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둘의 대화에 유지웅도 동의한다는 듯이 조용히 끄덕였다.
탱커는 공격력이 약하지만 대신 송곳처럼 괴수의 방어막을 뚫고 들어가 체내에 직접 타격을 준다. 반대로 딜러는 공격력이 강한 대신, 탱커와 달리 딜 에너지가 확산되어 있어 넓게 보호막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괴수 입장에서 보면 딜러의 공격이 더욱 위협적인데도, 당장 아픔을 주는 건 탱커이기 때문에 딜러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정효주와 쿤겐은 궁극기도 동일한 형태로 발휘했다. 비거를 대량 소모해서, 방어막을 관통하고 단숨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섬광을 발사하는 식이다. 집중형 관통성이라는 면에서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셈이다.
자문단은 이런 현상이 딜러들의 궁극기에서도 재현될 거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훈련을 하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원거리 딜러들의 궁극기는 넓은 범위를 휩쓸어버리는 광역 폭발 형태로 나타났다. 여전히 괴수 방어막을 뚫지는 못하지만, 대신에 무지막지한 파괴력으로 단숨에 방어막을 중화해버린다. 레이드 시간을 단숨에 줄여버리는 셈이다.
정효주 같은 경우 레드 몹은 몇 분도 걸리지 않아서 잡는다. 따라서 딜러들의 궁극기는 레드 몹 레이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블랙 몹을 상대할 때에는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거라 기대되고 있었다.
“문제는 근접 딜러들입니다.”
근접 딜러는 탱커, 원거리 딜러와 각각 공통점을 가진다. 마치 둘을 섞은 뒤 반으로 나눈 듯한 성질을 가진다.
탱커만큼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민첩한 움직인다. 그러나 방어막을 뚫고 들어가 직접 아픔을 주지는 못한다. 어디까지나 원거리 딜러처럼 방어막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맷집은 일반인과 동일하다. 한 대 맞으면 죽는다. 원거리 딜러처럼 사정거리를 잡고 공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떤 면에서는 탱커보다 위험한 직업군이다. 한 대 맞으면 죽는데, 탱커와 동일한 사정거리에서 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접 딜러의 좋은 점은 원거리 딜러보다 시간당 딜량이 더 높다는 것이다. 한 방 한 방은 원거리 딜러가 더 세지만, 원거리 딜러는 한 번 딜하고 나면 다시 힘을 집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반면 근접 딜러는 주먹이나 발길질 그 자체가 딜이기 때문에 쉬지 않고 계속해서 딜을 퍼부을 수 있다.
문제는 근접 딜러의 궁극기도 범위 타격형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문단은 이와 같은 문제를 우려해서 훈련시 전원에게 보호막을 씌우고 할 것을 권했다.
자문단의 권고는 근접 딜러들의 목숨을 살렸다. 궁극기를 개방해서 표적을 타격하자 폭탄이 터진 것처럼 폭발이 일어났던 것이다. 주먹으로 가격할 때마다 폭탄이 터진다고 생각해보라. 탱커도 아닌 딜러가 그 파괴력을 견딜 수가 없다.
“이대로라면 근접 딜러의 궁극기는 회장님이 없을 때에는 전혀 활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건 큰 단점이자 장점으로 작용할 겁니다.”
자문단은 그렇게 의미심장한 조언을 남겼다.
근접 딜러는 S급 장비를 가져봐야 진정한 활용을 할 수가 없다. 궁극기를 쓰면 자기도 죽으니까. 하지만 유지웅은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유지웅에게는 장점이지만, 근접 딜러나 사회 전체로 볼 때는 단점이 될 것이다.
“훈련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장태준이 종료를 선언했다. 딜러들이 한숨을 쉬면서 저마다 바닥에 편하게 앉았다. 통제실 화면으로 초토화된 땅을 훑어보던 유지웅이 입을 열었다.
“원거리 딜러들 사거리가 더 증가했군요.”
“예. S급 장비를 사용하니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고무적인 일이죠. 궁극기의 범위 파괴력은 알아줄 만하지만, 그만큼 비거 소모 속도도 무지막지하다는 게 단점입니다. S급 충전장비가 없다면 활용도가 낮아집니다.”
S급 강화장비를 착용하면 능력치가 강화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효율을 끌어낼 수 없다. S급 충전장비도 착용해야 진정한 신세계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장비들은 원가만 따져도 1조 원을 가볍게 넘어간다. 게다가 S급 장비는 주인에게 귀속되는 성질이 있다. 국가, 그것도 미국 정도는 되어야 공격대에 그런 무지막지한 투자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루 결정체 공급량이 늘었다지만 여전히 블루 결정체는 비싸고 귀중한 자원이었다. 블루 결정체를 길가에 널린 돌멩이 줍듯 하는 제니스 공격대가 아니면, 모든 딜러에게 S급 강화장비와 충전장비를 보급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 작품 후기 ============================
불쌍한 돚거, 아니 근접 딜러들..
그냥 혈통부터 노예 확정.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