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5)
00025 나는…… 흔들린다? =========================================================================
유지웅은 몹시 기분이 좋았다.
레이드 시작 전만 해도 약간의 미심쩍음을 담고 있던 대원들의 눈빛이 완전히 변했다. 선망, 부러움, 감탄. 그들은 확실히 인정하고 알아본 것이다. 충격 흡수 능력의 가치를 말이다.
31억짜리 괴수를, 1탱 4힐 체제로 해서 정상적인 팀 구성보다 오히려 더 빠르고 안전하게 끝냈다. 위기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보호막은 항상 유지되었으며, 정효주는 결코 어그로를 놓치지 않았다. 대원들은 직감한 것이다. 그와 정효주가 존재하는 공격대가 바로 최강이자 최고라는 것을.
사람들의 인정을, 선망을 받는다는 게 이 정도로 쾌감이 있는 줄은 몰랐다. 중독될 것만 같았다. 힐러들은 언제나 이런 기분을 느끼며 살아가는 걸까? 그래서 그런 특권 의식을 갖게 된 걸까?
“저……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진짜 굉장했어요.”
쭈뼛거리던 어느 딜러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웬만해서는 딜러가 힐러에게 말을 잘 걸지 못한다. 힐러 중에는 괴팍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탱커를 죽이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직업병처럼 생긴 스트레스 때문이라나?
유지웅은 쾌활하게 감사를 받았다.
“뭘요. 다 같이 노력한 덕분이죠. 오늘 딜러진도 굉장히 딜이 좋던데요?”
“아닙니다. 힐러진이 엄청 수고하셨죠.”
“그래도 딜이 세서 빨리 끝난 거 같아요.”
유지웅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온 딜러에게 다른 딜러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몹시 놀라워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너 저 사람이랑 안면 있었어?”
“아니? 그냥 인사하니까 받아주던데? 우리보고 딜이 좋다고 칭찬까지 했어.”
“와, 성격 디게 좋은가 보다. 보통 힐러들 까칠한 사람들 굉장히 많은데.”
“그러게. 역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맞나 봐. 저 정도면 진짜 황제처럼 거들먹거려도 주변에서 다 받아줄 수밖에 없을 텐데.”
“능력 좋아, 겸손해. 진짜 괜찮다. 여자친구 있을까?”
“정효주 탱커랑 친구라고 하던데? 둘이 사귀는 사이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다. 둘이 디게 잘 어울리는데?”
거리 때문에 유지웅은 딜러들이 자기를 놓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좋은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딜을 칭찬한 것은 별 거 아니다. 딜러들은 그런 자그마한 칭찬에도 감동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실 딜러들은 자기들의 딜의 위력을 은연중에 힐러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우리도 이렇게 대단하다고! 내 딜이 최고라고! 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그것을 표출할 수 없을 뿐이다.
그는 옛날에 딜러였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슬쩍 딜을 칭찬해준 것이다.
“사전에 정한 대로 딜러분들이 내야 할 세금의 70%는 유지웅 씨에게 지급할게요.”
“예!”
딜러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30%만이라도 세금을 건질 수 있다면 그들로서는 훨씬 이득이다. 세금만 건진 게 아니다. 힐러 수를 줄였기 때문에 딜러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늘어났다. 물론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그리 크지 않지만, 30%의 세금까지 합산하면 괜찮은 금액이다. 게다가 31억짜리 괴수가 아닌가?
“그럼 정산하겠습니다.”
딜러는 약 6831만 원을 분배받았다. 원래는 5천만 원 정도인데 유지웅 덕에 그만큼 더 받은 것이다. 탱커인 정효주는 1억 5762만 원을 분배받았다. 힐러는 2억 1016만 원을 분배받았다. 그리고 유지웅은 자그마치 9억 4575만 원을 분배받았다. 원래 자기 몫인 2억 1016만 원에, 20명의 딜러들로부터 추가로 받은 돈을 합하니 그런 목돈이 된 것이다.
31억 중에서 자그마치 10억에 가까운 돈을 가져가자 딜러들은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힐러들은 살짝 불편한 얼굴이었다. 액수 차이가 확 나니 당연했다.
물론 유지웅 때문에 힐러들이 손해 본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레이드를 쉽고 빠르게 끝냈으니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유지웅이 가져간 돈은 당연한 그의 몫이기에 항의할 수도 없다.
유지웅이 있으면 어그로가 튀어도 급사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괴수한테 한 방 맞고 죽는 것과, 두 방 맞고 죽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힐러들로서도 유지웅과 레이드를 다니는 것이 결국 훨씬 생존에 유리한 것이다. 그러니 힐러들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오늘 정말 멋있었습니다.”
화기애애하게 인사하고 해산하려는 찰나 박지원이 다가와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유지웅은 잠시 그를 살폈다. 듣자 하니 유명한 정공 소속 힐러인 것 같던데, 왜 말을 걸었을까?
“감사합니다.”
“보호막 능력이라니, 정말 대단했습니다. 탱커분의 어그로 확보 능력도 대단했고요. 어째서 이런 탱커분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네요. 유지웅 씨야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다 쳐도 말이죠.”
“메인탱커로 알려지지 않은 거지 부탱으로는 막공을 많이 돌아다녔어요. 나름 안 좋은 의미로 유명하다면 유명해요.”
정효주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박지원은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갸웃거렸다.
“저는 딜과 탱의 속성을 절반씩 가졌어요. 일반 탱커보다 맷집이 안 되고, 딜이 좋죠. 대신 일반 딜러보다는 딜이 낮아요.”
“아! 그래서 어그로를 그렇게 잘 드신 거군요!”
박지원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유지웅은 그 자체로 사기에 가까운 능력자다. 반면 정효주는 혼자서는 별로 쓸모가 없는 반쪽짜리 탱커다. 그러나 둘이 함께 하면, 정효주는 더할 나위 없는 귀중한 메인 탱커가 된다.
“제 소개 먼저 하겠습니다. 엔시디아 정공의 부힐러장, 박지원이라고 합니다.”
“엔시디아? 부힐러장이요?”
정효주는 깜짝 놀랐다. 엔시디아라면 파라곤과 함께 우리나라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정공이다. 기업으로 치자면 삼성 그룹 같은 존재다. 그 대단한 엔시디아의 권력 집단인 힐러진에서, 그것도 부힐러장을 맡고 있다니?
예전 같았으면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을 인물이다. 물론 정효주도 유지웅이 더 대단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부탱으로서 빈곤하게 레이드를 전전했던 기억과 경험 탓인지, 엔시디아의 부힐러장이란 이름이 주는 위압감에 저도 모르게 눌리고 말았다.
여자친구가 움츠러드는 게 싫었던 유지웅이 대신 나섰다.
“유지웅이라고 해요. 이쪽은 정효주고요.”
“성함은 벌써 들었습니다.”
“헌데 저희한테는 무슨 용무시죠?”
“저도 말 길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두 분을 저희 공격대에 모시고 싶습니다.”
감개가 무량하다. 온갖 막공에 신청을 넣어도 무시당했던 시절, 반쪽짜리 힐러로서 다른 힐러들의 은근한 무시를 받으며 레이드를 전전했던 기억, 능력을 잃고 최현주와 헤어지고 또 좌절했던 아련함……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과거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우리나라 최고 공격대에서, 그것도 부힐러장이 정중하게 스카웃 제의를 하는 입장까지 올라왔다. 직접 이런 대우를 받아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저희 공격대에 오신다면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유지웅 씨한테는 최고의 분배율을 약속해드리죠. 정효주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공격대 소유의 A급 장비를 정효주 씨에게 무료 임대하겠습니다.”
“최고의 분배율이라면, 얼마나 약속해줄 수 있죠?”
“30억짜리 괴수를 기준으로 4억, 아니 5억을 약속해드리죠. 다른 힐러도 개인당 2억 정도 밖에 받지 못합니다.”
레이드가 항상 무탈한 것은 아니다. 정공이라 해도 공격대원 사망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유지웅은 그런 위험 가능성을 대폭적으로 줄여준다. 그렇다면 그 정도로 분배를 해주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럼 한 12억 정도 가져갈 수 있는 건가요?”
순간 박지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는 종합 면세 혜택을 알지 못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아, 모르시죠? 저는 종합 면세 혜택을 받아요. 그래서 제가 참가한 레이드에서 사냥한 괴수는 일괄 면세가 돼요. 딜러들도 세금을 내지 않는 거죠.”
박지원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릴 뻔했다.
“그래서 이 막공에 참가할 때 딜러가 원래 내야 할 세금에서 70%는 저에게 주기로 돼있어요. 그것만 해도 7억이 넘더군요. 저한테 5억을 분배한다고 하셨으니, 합산하면 결국 12억쯤 될 것 같은데 말이죠.”
“그건…….”
엄청난 대박이다. 딜러들은 나라에 뜯겨야 할 세금에서 30%는 건질 수 있으니 좋고, 그는 돈을 더 많이 가져가니 좋다. 서로가 윈윈인 것이다.
하마터면 박지원은 OK를 할 뻔했다. 그러나 자기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이치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공격대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아마 공격대에서도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원래 나라에 내야 할 세금의 일부를 그에게 주는 거니까. 그래도 사전에 의논하고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그게 일의 순서가 맞다.
“그건 공격대에서 상의하고 대답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치상으로 틀린 이야기가 아니니 아마 문제는 없을 겁니다.”
“정공에 소속되면 제 개인 자유가 제한될 텐데 70%만 가져가는 것은 좀 그렇네요. 제 덕분에 면세되는 금액의 전부를 가져갔으면 해요.”
“전부를요?”
“네. 어차피 나라에 내야 할 세금인데 저 때문에 면세받는 거니까 저에게 다 줘도 공격대 입장에서는 그대로 아닌가요?”
듣고 보니 그렇다. 그가 합류함으로 인해 면세 받는 세금을 그에게 준다 해서 공격대는 손해도, 이득도 아닌 것이다. 어차피 공격대는 그를 꼭 영입해야 할 이유가 있지 않은가?
“아마 문제없을 겁니다. 그럼 가까운 시일 안으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둘은 굳게 악수를 나누었다. 박지원이 떠나자 정효주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정공에 들어가게?”
나름 서운한 눈치였다. 둘이 같이 다니고 있으니 그녀도 함께 들어가야 할 텐데, 그녀의 의견은 정작 물어보지 않았으니. 물론 그녀도 우리나라 제일의 공격대에 들어가는 게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한 마디만 물어봐줬으면 했던 것이다.
“글쎄? 내 제안이 아마 거절 될 것 같은데?”
“왜?”
“면세금액의 100%를 요구했으니까 그렇지. 정공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 수치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을 거야. 내가 오늘 막공에서 70%만 받아갔으니까.”
“혹시 들어갈 생각이 없던 거야? 그럼 왜 들어갈 것처럼 그렇게 말을 한 거야? 지금은 정공 들어갈 생각 없다고 그냥 깨끗하게 거절하면 되지.”
“그냥 자그마한 개인적인 복수야.”
“복수? 무슨 말이니?”
“기억나? 옛날 막공 다닐 때 내가 반쪽짜리 힐러라는 이유로 내 몫을 줄여야 한다고 억지 부렸던 힐러들 말이야. 정규 공격대 소속인데 레이드 쉬는 날이라고 막공 온 애들.”
“……아.”
정효주도 바로 기억이 났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런 수모를 당했는데.
―솔직히 한 것도 없잖아요. 힐량도 별로고, 힐도 우리가 다 했는데 자기 몫을 다 가져갈 거예요?
―나 같으면 미안해서 어느 정도 떼다가 공격대에 헌납하겠다.
―힐 다 채운 뒤에 오버힐 넣은 게 그리 대수인가요?
―어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누가 들으면 우리가 당신 몫을 강탈이라도 하려는 줄 알겠네요.
―당신 때문에 다른 24명이 더 고생을 했으니 그 24명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 그 소리였죠, 왜 우리를 들먹여요?
“그 중 한 명이 엔시디아 소속이거든.”
웃으면서 말하지만 눈이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때의 치욕을 떠올리며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정효주는 오싹 한기를 느끼고 마른침을 삼켰다.
“어떻게 하려고?”
“엔시디아에 들어갈 생각이 있는 것처럼 적당히 줄다리기를 할 거야. 면세금액 지급 비율 가지고 협상을 하다 보면 시간을 적당히 끌겠지. 그 동안 열심히 막공을 다니면서 내 몸값을 올릴 거고. 그리고 협상이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파토낼 거야. 그 힐러가 있는 공격대에는 갈 수 없다고 말이지.”
정효주는 유지웅이 다 잊고 사는 줄 알았다. 아직까지 이를 갈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또 어디 소속인지까지 알아두었을까.
그녀는 쿡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겠다.”
“그렇지?”
“응. 너 때문에 그 힐러가 난처해지는 거, 나도 꼭 봤으면 좋겠어.”
정효주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생각만 해도 고소했다.
레이드 종료 잔업을 마치고 박현정이 다가왔다. 활동하기 편한 옷차림을 보자 문득 아침에 보았던 화사한 원피스 차림이 생각났다.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지만 유지웅은 시치미를 뚝 뗐다.
“지원이랑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셨어요?”
“엔시디아에 들어오라고 하던데요?”
“……들어가실 건가요?”
“글쎄요? 조건이 나쁘지 않으면 굳이 사양할 건 없죠.”
박현정은 박지원과 친한 사이다. 엔시디아에 들어갈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것을 굳이 티낼 필요가 없었다.
“괜찮으시면 잠시 이야기 좀 해도 될까요?”
“중요한 이야기 아니면 다음에 하면 안 될까요? 지금은 피곤해서 어서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
“……그래요. 그럼.”
박현정의 낯빛은 다소 어두웠다. 유지웅은 그것도 모른 채 정효주와 귀가했다.
박지원은 급히 사원총회를 소집했다. 기업으로 치자면 일종의 이사총회 같은 것이다. 총회는 탱커 대표 2명, 딜러 대표 1명, 그리고 힐러 대표 2명으로 구성된다. 이들 다섯은 일종의 회사 경영진으로 보면 된다. 물론 딜러장의 발언력은 매우 약하다. 거의 남의 눈을 의식해서 형식적으로 끼워준 것에 가깝다. 모든 운영 사항은 탱커와 힐러 대표가 협의해서 결정하는 식이다.
“무슨 일 때문인가요?”
공격대장인 정태철의 질문에 박지원은 미리 정리해두었던 대답을 꺼냈다.
“대원으로 영입하고 싶은 인재를 발견했습니다. 아니, 반드시 영입해야 합니다. 만약 그 인재를 다른 공격대에 뺏기면 우리 공격대는 한국 1위라는 타이틀을 뺏기게 될 겁니다.”
“그 정도로 대단한 힐러입니까?”
“힐러는 아닙니다. 그 사람은…….”
길고 긴 설명이 이어졌다. 박지원은 유지웅의 능력과 가치, 그의 합류로 인해 공격대가 얻을 수 있는 생존과 면세 혜택, 그리고 그가 내건 조건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
모두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만큼 놀랍고, 또 충격적인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보호막이라니!
“만약 그 힐러와 탱커를 영입한다면, 우리 공격대의 레이드 전략도 획기적으로 바뀌게 되겠군요. 보호막 능력이라니, 어쨌거나 정말 놀랍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둘을 반드시 영입해야 합니다.”
힐러장도 놀랍다는 기색을 구태여 감추지 않았다.
“사실이라면 정말 획기적인 패러다임이로군요. 공격대의 생존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가겠어요. 부러울 정도인데요.”
반응이 괜찮았다. 박지원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럼 표결에 들어갈까요?”
과반수에 따라 5명 중 3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건 뭐 표결을 하나마나일 것이다. 박지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반대입니다.”
“반대입니다.”
“반대……입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박지원을 제외한 네 명이 전부 반대했다. 탱커장과 부탱커장, 힐러장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반대했고, 딜러장은 머뭇거리다가 제일 마지막에 반대했다. 다른 세 명의 눈치를 보고 표결한 것이다.
박지원은 어이가 없었다.
“왜 반대하는 겁니까? 그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보호막 능력자입니다! 우리는 그를 영입해야만 합니다! 설마 그가 면세금액 전부를 가져간다는 조건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그것도 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그게 아닙니다.”
“대체 뭡니까? 왜 반대하는 겁니까?”
“1탱 체제라는 게 문제입니다.”
“그게 뭐가 문제…… 핫!”
그제야 박지원은 한 대 얻어맞은 얼굴이 되었다. 탱커장이자 공격대장인 정태철이 진지한 얼굴로 깍지를 꼈다.
“그 둘을 영입하면 더 이상의 탱커가 필요 없다, 이게 바로 가장 큰 반대 이유입니다.”
다른 탱커의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 그러니 탱커장과 부탱커장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힐러장은 대체 왜? 같은 힐러이면서도 박지원은 힐러장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공격대의 생존률이 올라가지 않는가?
그런 마음을 이해했는지 힐러장이 차분히 설명했다.
“부힐러장. 공격대에서 가장 발언력과 권한이 큰 것은 힐러입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가장 큰 것이지, 공격대의 주인은 힐러가 아닙니다.”
“그럼 반대하는 이유가……?”
“우리의 발언력은 탱커진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이 공격대의 주인은 공격대장입니다. 힐러라 해도 주인을 아예 축출할 수 있는 결정은 내릴 수 없습니다. 그게 반대 이유입니다.”
박지원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은 너무 순진하게만 생각했다. 잠시 깜박 잊고 있었다. 정규 공격대는 아마추어 집단이 아닌, 영리 목적의 기업체라는 것을.
정태철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 사항은 부결된 것으로 합시다. 그리고 두 번째 안건을 제안하죠.”
두 번째 안건? 무슨 소리인가?
박지원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정태철이 말을 이었다.
“그 보호막 능력자만 단독으로 영입할 것인지에 관한 안건 심의를 제안합니다. 저는 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