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59)
00259 말하는 대로 =========================================================================
“비TDH 능력자라고? 정확히 어떤 타입인가? 앱서버만한 가치가 있는 능력인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레이드에 기여하는 능력인 것만큼은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레이더의 확보 작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빌클런은 고심했다. 비TDH 능력자는 계륵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비TDH 능력자는 꽤 존재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레이드에 불필요한 인적 자원이었다. 비TDH면서도 레이드를 좌지우지하는 유지웅의 존재야말로 획기적인 충격이었다.
중국에 새로 나타났다는 비TDH 능력자가 과연 어떤 존재일까? 레이드에 기여를 하는 비TDH 능력자라 해서 좋다고 덥석 달려들기는 부담스럽다. 만약 일반 레이더와 그 가치가 다르지 않다면, 특별한 희소성이 없다면 헛수고를 하는 셈이다.
루딘도 그런 현실을 알기에 일부러 가장 마지막에 꺼낸 것이다. 이제 그는 백악관의 판단을 기다릴 뿐이었다.
“중국 레이더가 봉기하고 중국이 흔들리면 우리 미국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 비TDH 능력자 확보를 그 작전에 끼워서 추진하는 건 승인하네. 하지만 지나친 무리를 하진 말게.”
“예, 각하.”
“비TDH 능력자의 정확한 능력 및 스펙을 확인하고, 그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작전 변경을 허가하지. 그건 루딘 국장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겠네.”
“알겠습니다.”
* * *
공사 부지를 완전히 확보한 유지웅은 착공식에 기꺼이 참석했다. 시장 및 시의회는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참석한 대대적인 착공식이었다. 착공식은 생방송으로 보도되었으며, 유지웅이 테이프를 끊는 순간 우렁찬 박수가 울렸다.
「향후 수십 조 원의 자금이 투입될 세종시 결정체 종합연구단지는 장차 우리나라 결정체 기초과학을 짊어지게 될 발판이 될 것이며, 이로써 우리나라도 결정체 선진과학국으로 진입할 요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에 세종시 김현진 시장은…….」
유지웅이 건설업체에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빠르고, 안전하고, 튼튼하게 지어달라는 것. 그리고 강우석 의원이 건설업체 대표단에 그를 대신해서 묵직한 경고를 남겼다.
“제니스 회장은 젊은 사람입니다. 한 점 티끌의 비리도 용납하지 않죠. 그 점을 분명히 이해하셔야 할 겁니다.”
관행이니 뭐니 하면서 건설 비리를 정당화하지 말라는 묵직한 경고였다. 건설단도 그 뜻을 깊이 이해했다. 어차피 건설비만 수십 조 원이 들어갈 예정인 대공사다. 관행을 들먹이며 사소한 건설 비리 등을 일삼았다가 유지웅의 노기를 사게 되면 거위 배를 가르는 격이 되고 만다.
찌는 듯한 여름의 무더위도 어느덧 한풀 꺾여갔다. 슬슬 개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중국의 결정체 수출이 금지된 지도 한 달 가량 시간이 지났다. 듣자 하니 중국 내부의 긴장감이 극도로 치솟아 오르고 있다고 한다. 결정체 수출이 막히자 경제도 얼어붙으며 인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사정은 유지웅도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있었다. 그는 특히 중국 레이더에 관심을 가졌다.
“봉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요?”
“예. 원래 중국은 결정체 산업 자체가 국가 독점입니다. 일반 레이더는 우리나라나 영미권 국가처럼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자격으로 레이드를 하는 게 아니라, 국가에 고용돼서 레이드를 하는 식으로 되어 있죠. 심지어 레이드 허가를 수월하게 받기 위해서 중간 관리들에게 상납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와, 말도 안 돼.”
유지웅은 어이가 없었다. 레이드를 하라고 장려를 하지는 못할망정 그런 식으로 통제하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원래 중국이 부국강병에 관심 있는 나라 아니었어요? 결정체 등장 전만 해도 과학기술 발전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건가요?”
“제대로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레이더는 조금 다릅니다. 공산당 고위 간부 중에는 레이더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들은 레이더가 새로운 권력층으로 등극하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억제를 해온 겁니다.”
“그럼 역효과가 나지 않나요?”
“원래 중국 권력층은 억압과 통제에 숙달된 자들입니다. 전체 인구의 1% 정도 밖에 안 되는 세력을 통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죠. 심지어 레이더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인륜을 저버린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잔인한 짓?”
“탄압을 하는 거죠. 정치범으로 몰아서 장기간 복역시키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많습니다.”
중국 레이더에 대해서 특별한 유대감은 없지만, 같은 레이더라는 입장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만약 자신이 국가로부터 그런 취급을 받는다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욕이 치민다.
자문단이 계속해서 설명했다.
“중국은 떠오르는 신생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러시아는 서서히 그 힘을 잃고 있어요. 미국 입장에서는 어쨌든 자기 위치를 위협하는 중국이 마냥 좋게 보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중국에 어떤 공작을 한다는 거예요?”
“레이더 봉기는 좋은 기회죠. 미국으로서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중국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경쟁자가 약해지면 자국이 유리해진다. 아주 간단한 공식이다. 그런 역학관계는 이제 유지웅도 이해했다.
“우리나라도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잘 파고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게다가 현재 중국을 그렇게 만든 주역 아닙니까? 일본의 경우를 상기하세요.”
“알맹이만 빼오라는 거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중국의 탱커와 힐러를 흡수한다면 레이드 불균형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은 일본이 흔들릴 당시 일본 탱커와 힐러를 흡수해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 덕분에 국내 레이드 직업별 불균형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 하물며 중국의 레이더 수는 일본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미국이 중국을 흔드는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겠지만, 중국의 탱커와 힐러를 흡수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레이더는 어느 나라나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인적 자원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탱커와 힐러는 그 중에서도 더 귀한 층에 속한다.
그렇게 자문단은 중국의 향방에 관해서 여러 가지 분석 및 대책을 내놓았다.
“원래라면 결정체 수입 금지 조치에 반발해서 중국이 강경한 움직임을 보일 작정이었습니다만, 레이더가 들고 일어나면서 외부에 신경 쓸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듣자하니 OCCD 회원국 중에는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라 예상하고 유지웅이 중국을 몰아붙인 거라고 생각하는 나라가 대다수라고 한다. OCCD뿐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그런 식으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었다.
「사실 히카리 때 일본을 일부러 도와주지 않은 것도 다 제니스 회장의 전략 아닐까? 덕분에 우리나라가 일본 힐러와 탱커 대부분 다 흡수했잖아?」
「그 사람이 스물두 살이지만 평범한 스물두 살로 생각하면 안 돼. 주변에 머리 좋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거느리고 있는데. 이번 중국 건도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
「난 애초에 일반 여객기 타고 중국 영공을 지나간 것부터 함정수사가 아닐까 의심이 들어.」
유지웅 입장에서는 펄쩍 뛸 만한 음모론이 무수하게 제기되고 있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SNS를 기반으로 그런 음모론이 무수하게 나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지웅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음모론이라면 그도 예전에 열심히 떠들어대던 적이 있었다. 세계 그림자 정부라던가, 뭔 정치적 이슈만 터지면 연예인 스캔들이 터지며 묻혀버리는 거라던가, 등등.
하지만 막상 자신이 음모론의 주체로 지적받고 있으니 억울하고 황당했다. 중국이 자신을 납치하도록 유도했다니? 애초에 OCCD회원국을 동원해서 중국을 공격할 명분을 만들려고 했다니? 그게 다 중국의 힐러와 탱커를 흡수하기 위해서라니?
“중국 말고 전 세계에 탱커, 힐러가 얼마나 널렸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수치상으로 탱커와 힐러는 귀하다. 하지만 빈곤 속에서도 풍요는 존재하는 법. 제니스 공격대장이란 이름은 그 귀한 탱커와 힐러를 헌신짝처럼 취급할 수 있는 파워가 있었다. 막말로 전 세계를 상대로 소집하면 개미떼처럼 무수한 탱커와 힐러가 몰려들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 행동거지 더 조심해야 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한테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아니?”
“알긴 알지. 하지만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음모론…… 뭐? 내가 레이더만의 유토피아를 만들려고 지금부터 기반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세종시가 나중에 제니스 국가 영토가 될 거라고? 아주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무슨 스캔들도 아니고 음모론에 휘말리고 있으니, 그것도 끊이지를 않으니 갑갑했다. 그렇다고 일일이 그런 거 아니라고 해명하고 다닐 수도 없고.
“금동아, 금동아. 아빠가 모함 때문에 아주 죽겠다.”
정효주의 허리를 껴안고 누운 그는 아랫배에 뺨을 비비며 칭얼대듯이 말했다.
“얼른 건강하게 나와서 아빠 좀 위로해 줘. 빨리 우리 금동이 보고 싶다.”
신랑이 부드럽게 배를 만져주자 정효주도 기분이 좋은 듯 살며시 눈을 감았다. 한 손을 서로 깍지를 낀 채 아이가 들어 있는 배를 달래듯이 어루만졌다.
“어떡할 거니?”
“뭘?”
“중국말이야. 이대로 가면 레이더가 들고 일어나서 내분 일어날 것 같은데, 우리나라도 뭔가 나서야 하지 않아?”
“효주 너도 중국 레이더에 관심 있어?”
“응. 탱커와 힐러 우리나라로 많이 받아들이면 좋지 않을까? 레이드 불균형 문제도 해소할 수 있고. 지금도 딜러들이 레이드 가기 힘들어서 난리라던데…….”
딜러가 레이드 가기 얼마나 힘든지는 유지웅도 겪어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다. 단지 너무 오래 돼서 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게 문제랄까.
유지웅은 와이프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중국 레이더를 끌어들이는 것은 사실 간단한 공작이면 할 수 있다.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이 정부를 시키면 그만이다. 원래 폰이 해야 할 일을 킹이 하는 법도 없으니.
자문단도 조언했다. 중국의 내분 조짐을 잘 이용해서 한국과 제니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지금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레이드 선진국들이 중국의 갈등을 관심 있게 지켜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탱커 힐러 있어봤자 우리 제니스한테는 별 상관없잖아? 우리야 인재풀이 넘쳐나는데.”
“얘는. 우리가 탱커와 힐러를 그만큼 확보하면 다른 정공이나 막공이 피해를 보는 걸 알아야지.”
“하긴, 그렇겠구나.”
고개를 끄덕인 유지웅은 내친 김에 휴대폰을 들었다. 교섭 창구나 마찬가지인 남기철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바로 오실 수 있나요? 중국 레이더 혁명 문제 때문에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바로 가겠습니다.」
정부에서도 그 일을 민감하게 여기고 있었나 보다. 즉각 오겠다는 답변을 받고 유지웅도 일어섰다. 남기철을 만나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격식을 갖춰야 하니까. 정효주도 도왔다.
1층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남기철이 도착했다. 직원이 그를 서재까지 안내해왔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아닙니다.”
“앉죠. 차 좀 부탁해.”
“응.”
정효주는 차를 나오고 한쪽에 조용히 앉았다. 유지웅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정부의 계획을 좀 알고 싶은데요. 중국에 대해서 어떻게 움직일지에 관해서요.”
“레이더 혁명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누군가 외부 세력이 중국 레이더 불만층에 정보를 제공하며 부추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미국인가요?”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그리고 동기상 미국이 가장 유력하죠. 물론 러시아도 유력한 후보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네요.”
“네. 잘하면 이 한 번으로 국내 레이드 불균형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 그런데 현지에 잠복 중인 우리 요원이 특이한 보고를 해왔습니다.”
“특이한 보고요?”
“중국에 비TDH 능력자이면서 레이드에 참가하는 레이더가 한 명 있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배당율이 힐러보다 더 높다고 합니다.”
“……무슨 능력자죠? 설마 보호막?”
“보호막은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만, 분명히 기존 TDH를 벗어난 능력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혁명을 준비 중인 레이더 불만층의 핵심 인물이 바로 그 비TDH 능력자라고 합니다.”
유지웅은 주먹을 꽉 쥐었다. 갑자기 가슴이 끓어올랐다.
“안 되겠다. 나도 개입해야겠어요.”
“예? 설마…….”
유지웅은 비TDH 능력자로서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다. 혹시 강력한 라이벌 의식을 품은 건 아닌지 남기철은 우려했다. 만약 그 레이더를 제거하려고 하면 어떡해야 할까? 안 그래도 유지웅 덕분에 톡톡히 재미를 본 한국 정부는 그 비TDH 능력자를 확보하려고 치밀한 작전을 세우고 있는 중인데 말이다.
“그 레이더, 반드시 제니스 대원으로 받아야겠어요. 저한테 양보하시죠.”
“아…….”
괜히 말했나 보다. 졸지에 강력한 영입 경쟁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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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 일찍 등장했어도 라이벌 비스무리한 뭔가가 됐을지도..=ㅅ=
하지만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