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60)
00260 말하는 대로 =========================================================================
보통 25인 공격대에 딜러와 힐러의 비율은 약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즉 힐러가 1만 명이면 딜러는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일반적인 레이더, 즉 탱커와 딜러, 힐러만 놓고 보았을 때 그 중 3% 정도가 힐러고, 97%가 딜러를 차지한다. 한국은 총 레이더 30만 명 중 1만 명 정도가 힐러, 28만 명 정도가 딜러였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힐러가 1명이면 딜러는 3명 정도여야 비율이 맞는데, 힐러가 1명일 때 딜러는 30명이 넘어가니 심각한 직업 불균형에 빠진다. 남은 27명은 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치 통계를 놓고 보면 왜 딜러가 천민일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저 27명의 백수는 모든 힐러가 꼬박꼬박 레이드를 잘 참가했을 때 이야기다. 아쉬울 게 없는 힐러들은 레이드도 간간히 가는 편이다. 그러니 실제로는 딜러 백수가 27명이 아닌 그 이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힐러가 부족하다. 이 말은 결코 틀린 게 아니다.
하지만 한국만 놓고 보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왜 그러냐면 한국은 얼마 전 일본의 탱커와 힐러를 대량 흡수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체 힐러 수는 약 3만 명 정도였는데, 한국이 흡수한 수는 2만 명이 넘는다. 히카리 난동 때 상당수 레이더가 희생된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제일 많은 수를 흡수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지금 힐러 수가 3만 명에 달한다. 그리고 하나 더, 보조 힐러 수는 집계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보조 힐러만 해도 근 1만 명에 달한다. 충전장비 덕분에 힐러와 보조 힐러의 구분이 거의 없으니, 한국의 총 힐러는 4만 명에 달하는 셈이다.
즉 28만 명의 딜러 중 12만 명을 소화할 수 있는 비율이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직업별 불균형이 어마어마한 다른 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비율이다.
“일본에서 흡수한 힐러 수가 약 2만입니다. 중국 힐러도 그에 맞춰서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 이상 넘어가면 통제하기도 어려워지고 자칫 한국 내부에 중국 자치 세력이 형성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뭉치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속성을 주의해야 합니다.”
“좋다고 마냥 받아들이면 체할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비록 전 세계적으로 레이더, 특히 힐러들이 개인주의가 강하다고 하지만 국가지역적인 특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2만 명이 한계선이라고 봅니다.”
한국에 들어온 일본 힐러들은 잘 적응했다. 절반 이상이 국적도 바꾸고 한국인 행세를 하며 산다. 국적을 유보한 다른 이들도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지웅의 존재 및 안전지대가 그 결정타가 되어 주었다.
히카리는 물론이고 내전 때문에 난리를 부린 레드 몹을 막느라 진을 뺀 일본 레이더들은 안전지대를 소중하게 여겼다. 그들은 비싼 땅값에도 불구하고 모두 안전지대에 거처를 마련해서 살고 있는 중이었다.
“아쉽군요. 4만 명 정도만 흡수하면 국내 딜러들과 비율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텐데.”
“지나치게 많습니다. 아마 통제가 어려울 겁니다.”
“할 수 없는 일이죠. 무엇보다 국민 정서 안정이 중요하니, 중국 힐러는 2만 명으로 상한선을 그읍시다.”
대통령은 끄덕이며 다음 질문을 했다.
“그 비TDH 능력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현재 북경에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공안의 수배를 피해 다니고 있는 터라 정확한 거처를 확인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반정부 레이더 세력의 핵심 인물이라는 것은 와전된 듯합니다.”
“와전돼요?”
“정확한 나이를 확인한 건 아닙니다만, 매우 어린 편이라고 합니다. 그런 인물이 반정부 세력의 핵심 인물일 수는 없죠. 아마도 핵심 주동 인물의 가족이거나, 혹은 관련자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국정원장이 잠시 주저했다. 대통령이 채근했다.
“왜 그러십니까? 말씀해 보세요.”
“한족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또한 제대로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워낙 현지 요원의 활동이 심한 제약을 받고 있는 터라.”
“한족이 아니다?”
“예. 몽골이나 타민족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되었군요. 오히려 끌어들이기 쉽겠어요.”
“그렇습니다.”
“제니스 회장이 관심을 보인다면서요?”
국정원장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남기철 국장이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차후에라도 엄히 문책하심이…….”
“아닙니다. 어차피 사실대로 밝히고 협조를 구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남 국장은 안 그래도 제니스 회장 교섭 창구로 일하느라 중간에서 심하게 치이고 있는데, 그런 걸 가지고 문책하는 건 말도 안 되지요.”
“제니스는 정부 통제가 잘 닿지 않는 단체입니다. 그 비TDH 능력자가 제니스에 영입된다면 다루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제니스가 우리나라 공격대인데 뭐 어떻습니까? 오히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미국입니다. 우리가 아는 걸 미국이 모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무역 관계 등 다방면에 걸쳐 미국은 한국을 최혜국 대우를 해주고 있었다. 그게 전부 제니스 덕분이다. 그만큼 미국이 희소 레이더를 탐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미국이 과연 이런 기회를 지나치려고 할까? 이번 일에서만큼은 미국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자 라이벌이다. 미국은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여서 그 능력자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대통령님! 지급입니다!”
심각한 국무회의 중간에 긴급 보고가 올라왔다. 대통령 및 장관들의 안색도 변했다. 회의 중에 요원이 쳐들어와서 저런 말을 할 정도면 보통 중대한 게 아니라는 소리다.
“무슨 일입니까?”
“중국에 내전이 터졌습니다! 레이더가 북경 주요 관공서를 점거하고 주석궁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빨리? 대통령의 안색도 흙빛으로 변했다. 일이 터질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 아직 한국은 제대로 된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미국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알아보겠습니다!”
몇 시간 후 좀 더 자세한 보고가 들어왔다. 탱커진을 선두로 내세운 중국 레이더 세력이 북경을 점령하고, 인민의 완전한 해방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즉각 다른 군부에서 반박 성명을 내고 군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진타오 주석은 이미 안전한 지역으로 피신한 상태라고 합니다. 반정부 세력이 정부 인사를 인질로 확보하기는 했지만 주요 인사는 거의 없습니다.”
“미국이 3개 함대를 중국 영해 근처에 배치했습니다. 이에 중국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진 상태입니다. 자칫 하다가는 미중 간에 교전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현재는 전쟁이 거의 사라진 시대다. 특히 강대국 간의 전쟁은 사멸되었다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교전 때문에 괴수가 자극받으면 난리가 나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런 것을 충분히 감수할 의지가 되어 있는 모양이다. 교전 지역도 미국 본토가 아닌 중국 지역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대로 교전이 일어나면 명백히 중국 측이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이참에 제대로 중국을 찍어 눌러놔야 21세기의 영광도 미국에 존속할 거라 판단한 모양이다. 그런 자신감과 용기가 없었다면 지난 세기 동안 최강대국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었으리라.
사태가 급박하게 흘러갔다.
주요 군벌 세력이 연합해서 북경 진입 작전을 세우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그들은 진격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북경뿐만 아니라 자기들 지역에서도 레이더가 들고 일어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레이더는 최강의 특수부대원이나 다름없다. 특히 시가지에서 탱커를 막는다는 것은 막대한 희생을 요구하게 된다. 전차보다 민첩하고 빠르게 움직이며, 총에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탱커를 대체 무슨 재주로?
게다가 탱커가 딜러에 비해 딜이 약할 뿐이지, 전차의 무한궤도를 파괴해서 작전불능에 빠뜨릴 정도는 된다. 딜러의 원거리 지원을 받으며 탱커가 진격해 들어오면 시가전에서는 사실상 당해낼 도리가 없다.
그래서 한국도 중국 레이더를 힐러에 한정해서 흡수한다는 방향으로 방침을 세운 것이다. 만약 탱커가 한국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키면 골치 아파진다. 중국 탱커가 일본 탱커처럼 순순하게 굽히고 들어온다는 보장도 없으니.
「하나의 위대한 중국을 유지하는 것은 모든 중국 인민들의 꿈이자 희망이며, 최후의 과제입니다. 14억 중화인민의 그런 희망을 깨부수는 행위를 저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진타오 주석은 거듭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며 중국 인민들의 통합을 강조했다. 사리사욕을 위해 정부를 뒤집어엎으려는 반정부 레이더를 강하게 비판하며, 그들이야말로 정당성을 찾아볼 수 없는 무정부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반정부 세력도 반발해서 성명을 냈다.
「결정체 산업은 나라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그 귀중한 결정체 산업을 책임지는 게 누구인가? 바로 우리 레이더들이다. 하지만 우리 레이더가 피땀 흘려 벌어들인 부는 인민 전체가 아닌 소수의 권력자들의 뱃살을 찌우는데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런 나라에는 더 희망이 없다. 새로운 질서, 새로운 도리를 찾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그러나 언론 등 모든 면에서 반정부 세력이 불리했다. 그들이 유리한 것은 어디까지나 시가지전이다. 강력한 무기를 동원한 전면전을 꾀하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 막말로 북경을 초토화시킬 각오를 한 중국 정부가 미사일 세례를 퍼부으면 모두 전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이 일부러 북경을 내준 거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반정부 세력의 봉기를 유도해서 적극적인 탄압책을 펼칠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정말인가요?”
“상황은 중국 정부에 분명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들은 우진타오 주석의 성명에 넘어가, 소수의 레이더가 사리사욕을 위해 일으킨 반란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타지역의 반정부 레이더 세력이 직접적인 실행을 주지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중국 정부가 보다 나아진 대우를 약속하며 구슬린 것도 있고요.”
한 마디로 북경에서 일어난 반란은 본보기를 위해서 일부러 방치한 거라는 소리다. 유지웅은 난처함에 빠졌다. 그 비TDH 능력자가 현재 북경에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미국이 중국의 레이더 탄압을 강하게 비판하며 행동에 나섰다. 빌클런 대통령이 비판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 불화를 감수한 강경수였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국가는 선진국으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결정체 산업은 현대 사회에서 국가를 유지하는 주요 핵심 산업입니다. 레이더를 홀대하고 착취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사태가 조속히 진정되고, 레이더에 관한 처우가 나아지기를 강하게 바랍니다.」
이례적이다 싶을 만큼 강력한 대응이었다. 자문단은 미국의 태도를 다른 방향에서 해석했다.
“그만큼 그 비TDH 능력자의 가치를 미국이 높이 인정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어쩌면 미국은 이미 자세한 능력을 파악한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아, 안 되는데. 빼앗기면 안 되는데.”
듣고 보니 그렇다. 아직 정확히 어떤 능력인지는 모르지만, 함대를 배치하고 눈치를 보고 있던 미국이 저렇게 나올 정도면 확실한 스펙 파악이 이뤄진 모양이다. 유지웅은 다급해졌다. 미국에 빼앗길 수는 없는데.
“우리는 원양함대 같은 거 없어요?”
결국 유지웅은 청와대에 그렇게 문의했다. 당연히 돌아온 답변은 뻔했다. 아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왜 군대를 파견할 수 없는지’ 한국의 입장을 친절하게 대답해준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다른 이도 아니고 제니스 회장이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인 것이다.
유지웅은 더욱 다급해졌다. 미국처럼 함대를 움직여 중국을 압박이라도 해야 그 비TDH 레이더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 될 텐데, 무슨 놈의 나라가 항공모함 한 척도 없다고 한다. 전투기는 작전거리가 안 되고.
자문단도 어떡하면 중국에 무력 투사를 할 수 있는지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아니, 그들은 중국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고 극구 말렸다. 결정체 수출 금지 같은 경제 봉쇄와는 차원이 다른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는 안슐과 의논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안슐은 명쾌하게 대답해주었다.
「키틴 대통령이 자네와 친해지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라고 들었네. 러시아에 한 번 문의해보는 게 어떤가?」
머릿속이 확 깨는 느낌이었다. 유지웅은 곧바로 크레믈린궁에 연락을 넣었다. 러시아는 기꺼이 참전, 아니 개입을 결정했다.
북방의 불곰이 제니스를 대리해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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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 나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