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88)
00288 대항해 레이드 =========================================================================
미국은 유지웅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해로를 다시 이용할 수 있기를 원했다. 브라우니를 이용해 안전한 항해를 꾀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수요와 공급에서 결국 딸린다. 한 명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는 결국 한정돼 있다.
기존 괴수 탐지장비를 레이더에 비하면, 이번에 새로 개발한 수중 탐지장비는 소나에 비유할 수 있다. 만약 항공기를 이용해 운반할 수 있다면 일은 쉽다. 그러나 초기형의 거대한 크기 때문에 배를 이용해야 했고, 괴수가 습격할 경우를 대비해 수중 레이드를 준비하는 것이다.
미국의 협조 요청을 받은 유지웅은 집에 돌아오는 내내 진지하게 생각했다.
“도착했습니다.”
조종사가 알렸다. 유지웅이 일어나자 V-23 후미 문이 열렸다.
3층 부부침실로 올라왔는데 정효주가 안 보였다. 1층에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는 전화를 해보았다.
“어디 있어?”
「나 밖인데. 잠깐 볼 일 보러 나왔어.」
“볼 일? 뭔데?”
「……어, 그냥 자원봉사 조금…….」
정효주는 말끝을 살짝 흐렸다. 신랑을 속이는 것은 아니고 조금 부끄러워하는 정도? 유지웅도 그걸 알기에 괜히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
“나 너 보고 싶은데 가도 돼?”
「지금? 여기 오게?」
“안 돼?”
「아니, 안 될 건 없는데. 알았어. 그럼 와.」
정효주가 위치를 알려주었다. V-23 대신 페라리를 몰고 그는 집을 나섰다. 안슐이 선물한 람보르기니 세스토 엘레멘토를 가장 좋아하긴 하는데, 그 차는 제니스 공격대장의 차라는 게 너무 잘 알려져 있어서 문제다.
정효주가 있는 곳은 시내의 한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위치상 최고의 VIP만을 상대하는 곳은 아닌 듯했다. 그런데 내부에 손님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장사도 안 하는 거 같은데? 이런 데서 무슨 자원봉사야?’
자동문이 열리자 유지웅은 안에 들어섰다.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유지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손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영업을 안 해서요.”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요. 여기로 오라고 해서요.”
“아, 그럼 혹시 정 사장님 남편분 되세요?”
“정 사장님? 효주요?”
“네. 그 분이요. 아, 이제 도착하셨구나.”
유지웅은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항상 선글라스를 쓴다. 포털사이트나 대형 매스컴은 선글라스를 쓰지 않은 정면 사진을 다루지 않는다. 간혹 파파라치가 그의 맨얼굴을 멀리서 찍어서 올리기도 하지만, 자세와 각도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일반인이 그 사진을 보고 거리에서 그를 알아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서 지금 여직원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여직원에 이끌려 유지웅은 가게 내부를 지나가며 구경했다. 그러고 보니 내부가 좀 특이했다. 테이블은 그렇게 많지 않고, 주방이 차지하는 면적이 더 컸다. 주방을 바쁘게 들락날락거리는 직원들이 많이 보였다.
“쉰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주방이 저렇게 정신없이 돌아가죠?”
“아, 사장님한테 말씀 안 들으셨나 봐요? 저희는 일반 영업은 하지 않아요.”
“그럼 뭘 해서 가게를 유지해요?”
“사장님 사비로 유지하는 거죠. 서울시 고아원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하거든요. 물론 저희는 고용 직원이지만요.”
“자원봉사?”
더욱 의아해졌다. 어느새 도착한 모양인지 직원이 멈췄다.
“사장님, 남편분 오셨어요.”
“아, 왔어?”
가장 안쪽에는 대형 주방이 있었다. 주방에는 스무 명이 넘어가는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드는데 한창이었다. 한쪽에는 식재료와 일회용 도시락통이 가득 쌓여 있었다. 요리사들이 만드는 음식은 스테이크, 파스타 등 다양한 양식이었다.
“오느라 힘들었지?”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던 정효주가 그를 보고 반색했다. 유지웅은 전쟁터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을 둘러보고는 의아해서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런 데서 무슨 자원봉사를 해?”
“그게…….”
쑥스러워 하던 정효주가 조그맣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는 대형 레스토랑을 인수하고 실력 있는 요리사들과 직원들을 고용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울시내 고아원 아이들에게 무료로 양식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고아원 아이들이 비싼 고급 스테이크 같은 것을 먹어볼 기회는 거의 없다. 게다가 양식은 아이들의 입맛에도 맞는다. 단발성이 아니라 꾸준히 오래 하기 위해서 식당을 인수했다고 하는데, 아직은 경험을 쌓는 단계라고 했다. 규모를 더 늘릴 생각이라는 것이다.
“좋은 일 하는구나. 그럼 나한테도 말해주지.”
“창피하잖아.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규모가 중요한가? 마음이 중요하지.”
그러면서도 유지웅은 의문을 나타냈다.
“사회봉사도 좋긴 한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직접 일선에서 뛰는 것보다 차라리 돈을 내는 게 낫지 않을까? 우리 인건비가 얼만데. 직접 몸 움직여 자원봉사하느니 그 시간에 레이드해서 결정체라도 사냥해서 기부하는 게 낫겠다.”
“나도 직접 몸 움직이는 건 아니야. 요리 만드는데 나 관여 안 해. 사무적인 것만 처리하지.”
“그래? 너 요리 만드는 거 좋아하고 잘하니까 난 또 직접 음식 만드는 줄 알았는데.”
“그거 할 시간에 식당 규모를 늘리는 게 나아.”
그녀는 또 부끄러워하며 덧붙였다.
“금동이 가져서 그런지 고아원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히더라. 그래서 이거 시작했어.”
“잘했어.”
하루에 만드는 요리만 5,000인분이라고 한다. 조리차량을 가지고 직접 찾아가서 따끈따끈한 요리를 직접 만들어주고도 싶은데, 아직은 직원 수가 적어서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다. 기부가 아니라 직접 하는 사회활동은 아무래도 처음이니까 소박한 것부터 시작하는 단계였다.
유지웅은 식당을 대강 둘러보고 그녀와 사장실로 갔다.
“근데 직원들이 너 누군지 모르는 거야?”
“말을 안 했으니까. 그냥 부잣집 딸이라고만 알아.”
“뭐, 그게 편하기도 하지.”
유지웅은 내심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야 제니스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고 좋은 거 아닌가?
‘아, 나도 타락했나 봐. 마누라가 좋은 일 하는데 이런 거나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가볍게 반성하며 유지웅은 본론을 꺼냈다.
“미국이 도와달래.”
“뭘?”
“안전항로를 찾겠대. 그리고 수중 레이드도 시도할 거래. 수중 레이드 지원장비를 시험 제작했는데, 아무래도 안전장치를 뒀으면 하나 봐.”
“너 혼자 와달라는 거니?”
“뭐, 그렇지.”
정효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물었다.
“만약 레이드하다가 위험해지면?”
“헬기 같은 거 이용하면 나 하나 정도는 탈출시킬 수 있으니까 안심하래. 여차하면 브라우니 데려가도 되고.”
“넌 하고 싶구나?”
“……솔직히. 수중 레이드를 어떻게 한다는 건지 감도 잘 안 오고, 궁금하기도 하고.”
유지웅은 수중 레이드라는, 기존에 없던 형태의 레이드에 근본적인 호기심을 품었다. 그것은 레이더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관심이었다.
어떻게 물속에서 레이드를 한다는 걸까? 호흡은? 움직임은? 시야 확보는? 위치 파악은? 포지셔닝은?
물속에서는 육지와 달리 모든 게 제약된다. 미국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걸까?
“그런데 네 말 들어보면,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거 아니니? 너는 단지 서브일 뿐이고.”
“그렇긴 해.”
“그럼 네가 손해지 않을까? 차라리 네가 역으로 협조 요청을 하는 건 어떠니? 수중 장비와 운용 노하우를 제공해달라고 하고, 제니스가 직접 참가하는 건?”
“그것도 생각해봤어. 근데 안 되겠어.”
“왜?”
“검증된 게 없잖아. 위험하니까.”
정효주는 알았다는 듯이 아 하고 조그맣게 탄성을 냈다. 신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한 것이다.
유지웅은 엄연히 한 공격대를 책임지는 수장이다. 다른 정공 공격대장과 달리 그는 누리는 권리가 큰 만큼, 짊어져야 할 책임도 막중하다.
수중 레이드는 미국이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아무런 검증된 바가 없다. 대원의 생사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보자면, 무턱대고 우리가 하겠다고 나설 수 없는 것이다.
“일단 미국이 하는 거 먼저 지켜보려고. 안 도와줄 수는 없겠더라.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해금현상이 장기화되면 꽤 골치 아파져. 수중 레이드 방식이 유행을 탈 수도 있고. 나중에 한 다리 걸치려면 나도 생색 낼 게 있어야지.”
“그러게. 밀려나지 않으려면 우리도 따라가야겠구나.”
“응. 걔네가 하는 거 봐서 괜찮다 싶으면 나도 도입할 거야.”
그때 가서 미국은 그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시대적 흐름이, 그가 누리고 있는 국제적 지위가 그랬다.
“미국 위상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겠네.”
“좀 아쉬워도 그건 버려야지. 대원들 안전이 중요하니까.”
“의젓하구나, 우리 금동이 아빠.”
밝은 미소를 띠며 정효주는 장난스럽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도 웃음을 짓고 그녀의 허리를 감듯이 당겼다. 조그맣게 부풀기 시작한 아랫배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그 안에 담긴 태동을 느껴보려 했다.
무릎을 꿇으며 몸을 낮춘 유지웅은 아내의 배에 귀를 댔다. 그리고 속삭였다.
“금동아, 그거 알아? 바다가 막히면 세상이 망한대. 그럼 우리 금동이한테 물려줄 돈도 다 쓸모없어진대. 하지만 걱정하지 마. 아빠가 우리 금동이 떵떵거리면서 잘난 체 하고 다닐 수 있는 세상, 유지해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게 나오기만 해. 알았지?”
“뭐니, 그게. 태교에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왜 죽어라 돈을 모으는데. 내 새끼들 잘 먹고 잘 살고 잘난 체도 많이 하라고 모으는 건데. 근데 겨우 바다 막힌 거 때문에 그거 다 쓸모없어지는 꼴은 못 봐.”
“그래도 뱃속에 있을 때부터 너무 돈돈 하는 건…….”
“조기교육이 얼마나 중요한데. 난 돈 중요한 거 가르칠 거니까 돈 말고 중요한 건 네가 가르쳐. 그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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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따위는 허락할 수 없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