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00)
00300 금수저를 물고 =========================================================================
가을이 깊어갔다.
세상의 혼란은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비록 대서양과 인도양이 막히긴 했으나, 베링 해역이 활용 가능해지면서 세계의 바다가 다시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에서 출발한 선단은 대서양을 돌아가진 못하지만, 북극해를 지나 베링 해역을 거쳐 동아시아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항로가 길어졌으나, 바다가 다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낸 것이다.
전부 모비딕 1호 덕분이었다. 처자식을 인질로 잡힌 모비딕 1호는 통제관의 통제에 따라 충실하게 베링 해역 인근을 순찰하며 해양 괴수가 출몰하지 못하게 막았다.
간혹 해양 괴수가 출몰해 선단을 습격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다. 모비딕 1호가 존재감을 뿜어내기만 해도 알아서 줄행랑을 친 것이다. 덕분에 베링 해역은 해양 괴수들이 얼씬하지 않는 장소가 되었다.
물론 영구적인 조치는 아니었다. 모비딕 1호가 장기간 해역을 비우면 해양 괴수들은 다시 어슬렁거리며 출몰했다. 그래서 모비딕 1호는 정기적으로 베링 해역을 순찰해야만 했다.
새끼 모비딕들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집이 조그맣지만, 활발하게 잘 헤엄치고 잘 놀고 그랬다. 특히 트리스티나와 많이 친해져서 이제는 넷이 매일 엉기며 놀고 있을 정도다.
“브라우니가 물어다준 먹이에 새끼 모비딕들이 호기심을 보이더군요. 그러자 트리스티나가 녀석들에게 먹이를 양보했습니다.”
“괴수는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다른 괴수를 잡아먹을 경우에는 결정 에너지가 커져서 더 강한 개체가 될 수 있죠. 이대로 두면 모비딕 새끼들은 몸집은 커질지라도 결정도는 그대로일 겁니다.”
궁금증이 생기면 또 바로 해결해야 한다. 유지웅은 곧바로 V-23을 띄워서 동해안으로 갔다.
때마침 브라우니가 사냥을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녀석은 뱅가를 입에 문 채 돌아왔다. 날개를 활짝 벌린 채 짹짹거리던 트리스티나가 덥석 받아 물었다. 직원들이 수십 억 원이 트리스티나의 뱃속으로 사라진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트리스티나는 자랑이라도 하듯이 뱅가를 물고 물가로 갔다. 자기보다 몸집이 몇 배는 큰 녀석이라 그런지 힘들게 낑낑거리며 끌고 갔다. 물가에서 부리로 살점을 찢어대기 시작하자 그 소리를 듣고 모비딕 새끼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꺙! 꺙! 꺙!
―끼잉! 끼이잉!
모비딕 새끼들이 자기들도 달라는 듯이 애달픈 울음소리를 냈다. 트리스티나는 의기양양해서 날개를 폈다. 모비딕 새끼들은 보채듯이 계속 칭얼거렸다.
“모비딕 2호가 마음이 아픈가 봐요.”
“젖 밖에는 줄 게 없으니까요.”
“요새는 젖도 잘 안 먹으려고 한대요. 아니, 먹긴 먹는데 트리스티나가 나눠주는 먹이를 더 좋아하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새 모비딕 2호가 힘이 없었군요.”
결정도를 보면 아마 모비딕 부부도 다른 해양 괴수를 잡아먹고 성장했을 것이다. 헌데 여기는 저수지다. 모비딕 2호로서는 새끼들에게 줄 게 젖 밖에 없었다. 젖은 먹으면 몸집이 커지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결정도를 쌓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아무래도 괴수다 보니 결정 에너지를 품은 다른 괴수들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트리스티나가 먹이를 나눠줄 때면 새끼 모비딕들은 환장해서 달려들었고, 아예 녀석에게 엉기며 달려들고 애교를 부렸다.
브라우니는 또 그 모습이 흐뭇한지 전보다 더 먹이를 자주 부지런히 물어다 주었다. 자고로 부모는 애지중지 키우는 자식이 친구들 사이에서 우위를 차지할 때 기분이 좋은 법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리해서 비싼 장난감도 사주고 막 그러는 거 아닌가.
모비딕 1호가 돌아왔다. 모비딕 2호와 새끼들이 장기 출장에서 돌아온 아버지를 반기듯이 달려들었다. 특히 모비딕 2호가 이상한 저주파를 복잡하게 발산하는 게 포착되었다. 아직 관련 기술이 부족해서 해독은 불가능했다.
자문단은 아마 모비딕 부부 간에 사용하는 언어일 거라고 단정했다. 음파의 변동폭을 보건데 인간 못지않게 복잡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일개 암호도 아니고 하나의 완전한 언어체계에 가깝다. 당연히 해독은 불가능하다시피 했다.
다만 전반적인 경황에 끼워 맞춰서 대략적인 상황을 추론하는 것은 가능했다.
“바가지 긁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바가지요?”
“네. 브라우니가 물어온 먹이 때문에 새끼들이 저러는 게 가슴 아픈 모양입니다.”
근거는 없지만 그럴 듯하게 들렸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정황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게다가 모비딕은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머지않아 교수의 가설이 맞았음이 입증되었다. 모비딕 1호가 큼직한 해양 괴수를 사냥해서 물어온 것이다. 새끼 모비딕들은 환장을 해서 달려들었다.
헌데 녀석들의 행동이 웃겼다. 바로 뜯어먹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먹이를 물고 낑낑거리며 물가로 헤엄쳐 간 것이다. 마치 트리스티나가 보라고 자랑하려는 듯이 말이다.
한가롭게 햇볕을 쬐고 있던 트리스티나는 새끼 모비딕들이 먹이를 가져오자 귀를 쫑긋 세우며 일어났다. 트리스티나의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종류의 먹이다. 그간 브라우니가 사냥해온 것들은 죄다 조류 아니면 파충류였다. 즉 하늘을 날거나 땅을 뛰어다니는 짐승형 괴수들이었다.
반면 모비딕 1호가 사냥해온 먹이는 해양 괴수다. 즉 어류인 셈이다. 트리스티나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신기한 종류의 먹이인 것이다.
―낑! 끄응! 끼이잉!
모비딕 1호가 사냥해온 먹이는 당연히 새끼 모비딕 세 마리를 다 합친 것보다 덩치가 컸다. 새끼 모비딕들은 힘을 합쳐 먹이를 물 위로 들어올리며, 보란 듯이 트리스티나에게 보여주었다. 그게 꼭 자랑하는 것 같았다.
―삐약! 삐약!
트리스티나가 홰를 치며 울었다. 녀석은 곧장 파닥거리며 날아서 수면 위를 스쳤다. 발톱으로 제 몸보다 훨씬 큰 먹이를 움켜쥐려 하자 새끼 모비딕들이 얼른 잠수했다. 그 바람에 먹이가 물속에 잠겼다.
―삐약! 삐약!
―끼잉! 끼이잉!
마치 먹이를 놓고 다투는 듯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관찰팀 직원들은 안다. 장난을 치며 보채는 것임을. 지금 트리스티나는 먹이를 나눠달라고 조르는 것이고, 새끼 모비딕들은 줄 거면서 안 줄 것처럼 약을 올리는 것이다.
먹이를 놓고 한참을 그렇게 엉키며 힘겨루기를 하던 녀석들은 결국 사이좋게 먹이를 뜯어먹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비딕 2호가 모비딕 1호에게 다가가 몸을 비볐다.
* * *
호남에서 생산된 식량은 불티나게 팔렸다. 일본과 중국은 아직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장기 상환의 차관 형태로 채무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유정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주)유정은 한국 정부로부터 모든 대금을 꼬박꼬박 받고 있었다. 만약 채무 상에 지불 불능이 일어나면 그 위험은 한국 정부가 짊어지는 구조였다. 민간 기업인 (주)유정으로서는 당연한 이야기였다.
덕분에 호남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시장이 편성되고 있었다. 호남에서는 모든 종류의 곡물을 생산한다. 벼, 밀, 보리, 콩, 옥수수, 채소, 과일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생산 곡물은 인간 식용에 그치지 않고, 가축의 사료로도 애용된다. 덕분에 호남 인근 지역에는 가축 농가와 곡물 가공 공장 지대가 대거 들어서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곡물을 가져다가 식량이나 사료로 가공하고, 또 가공된 사료를 바로 가져다가 가축에게 먹이니 비용이 매우 쌌던 것이다. (주)유정은 가축 사료 제조용 곡물은 저렴한 값에 매도했다.
호남평야의 주인이었던 농민들 중 (주)유정에 고용되지 않은 이들은 곡물 가공 공장에 취직하거나, 혹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가축 농가를 차리기도 했다. 호남지대 실업 농민들 지원 문제로 골머리를 썩던 정부는 덕분에 한숨을 돌렸다. 아니, 한숨을 돌린 정도가 아니라 대규모 농경 산업단지를 거저 설립한 셈이 되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완전한 식량자급자족은 물론, 식량을 무기화해서 국제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 버금가는 식량 수출국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지요. 버금가는 정도가 아니라 능가하게 될 겁니다. 호남지대의 곡물 생산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미국에서 자국 농토도 그런 토양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지 문의해오고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전문가들 분석으로는 결정 에너지가 과잉 융화된 땅에 유지웅 회장의 정화 능력이 결합하면서 중화를 이뤄서 그런 땅으로 변질된 것 같다고 합니다. 기적적인 우연의 일치나 마찬가집니다.”
“실제로 다른 땅에 시험 삼아 시도해봤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호남지대 같은 땅을 인위적으로 또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무위원들의 토의를 조용히 듣고 있던 최재형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유지웅 회장이 그래야 할 이유도 없지요.”
국무위원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호남지대만으로도 충분히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런 땅을 두 개, 세 개 이상 만들 이유가 없다. 유지웅 입장에서는 독점하고 있는 게 유리하다.
“한성산업이 기술 제휴에 동의했습니다.”
“다행이군요.”
“단 수중장비복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결정에너지 탐지장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결정체 관련 다분야 개발업체로 발돋움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국내 기업이 그런 비전을 실현하고자 하는 건 매우 좋은 현상입니다. 당연히 적극 지원해줘야지요.”
“헌데 미국이 응할지 모르겠습니다. 결정에너지 탐지장비는 그들로서는 선뜻 내놓기 어려운 핵심 기술일 텐데요.”
“N3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한성산업은 N3 제조기술을 전수할 수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N3의 공급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한테 탐지장비 제조기술을 달라는 것은 조금 무리한 협상이 되지 않을까요?”
국익이 걸린 민감한 문제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연일 회의가 끊이지 않았다.
한편 유지웅 커플은 기말고사 기간을 맞이했다. 정효주는 공부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조금 속이 상했지만,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내가 좋은 점수 받아서 뭐해? 다른 애들 학점만 깎아먹는 거지.”
유지웅은 자기 나름대로 동기들을 배려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말이라도 못하면 얄밉지나 않지, 그냥 공부하기 싫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나?
어차피 그는 시험지에 편지를 써서 제출해도 학과에서 점수를 잘 준다. 그렇다고 대놓고 A+을 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B+ 정도를 준다. 학교 입장에서는 그가 꾸준히 다녀주기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학기 끝나면 과 학생들 한 번 초대해서 파티를 하는 게 어떠니?”
시험이 하나둘씩 끝나가자 정효주가 넌지시 제안했다.
“그럴까?”
“응. 우리 집 한 번 와보고 싶어 하는 애들도 있는 거 같아.”
“나쁘진 않지. 집이 좁은 것도 아니고…….”
“애들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돼.”
“사실인데 뭐? 좁은 건 아니잖아.”
같은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좁은 게 아닌 정도가 한국에서 단독 주택으로는 제일 큰 집이다. 근 4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면적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집을 좁은 것은 아니라고 하는 건 어폐가 심하다.
“너 안슐 씨한테 하는 것처럼 누추하느니 뭐니 하는 말 하면 안 돼.”
“하지만 활주로도 없는 좁은 집인 걸.”
“그래도 안 돼.”
정효주는 요즘 부쩍 사회적인 인망에 신경을 썼다. 여기저기 기부도 하고, 봉사모임도 만들어서 운영에 관여하는 등 제니스 사모님으로서 사회 공헌에 활발히 나서고 있었다. 신랑의 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와이프로서 착실하게 내조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신랑은 그런 쪽에 일절 관심이 없다 보니, 그런 사회적 인망 관리는 그녀의 몫이었다. 다행히 기부도 많이 하고 봉사모임도 꾸준히 운영해서 매우 좋은 소리를 듣고 있는 편이었다.
특히 그녀는 소외된 사회 약자층에 많은 지원을 했다. 집안의 돈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재계 사모님들이나 정부 관련자들을 만나서 정책적으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도 힘을 기울였다.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그들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유익하다. 그녀는 젊은 나이였지만 그런 이치를 알고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그게 다 신랑 때문이다. 그녀는 돈 많이 벌었으면서 남 도울 줄 모른다는 말이 나오길 원치 않았다. 신랑이 재력뿐만 아니라 인망에서도 사회적으로 굳건한 지위를 이루기를 원했다.
어느새 결혼하고 나서 맞는 두 번째 성탄절이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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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선물은 아이가 친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됩니다.
..슬프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