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17)
00317 심해어 =========================================================================
아닌 밤중에 홍두깨에 한창 아이를 어르고 있던 유지웅은 놀란 나머지 손에 힘이 풀릴 뻔했다. 정효주가 재빨리 받쳐서 아이가 떨어지는 걸 막았다.
“아, 미안해.”
“너 정신이 없는 거 같아. 아이 줘.”
“으, 응.”
정효주가 아이를 받았다. 유지웅은 놀란 가슴을 두드리다가 전화를 바꿔 들었다.
“누가 그런 짓을 한 거죠?”
「해양 괴수가 습격한 것 같습니다. 거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꺼번에 침몰한 게 아니라 증거나 정황이 너무 명백해서요.」
“해양 괴수?”
일이 공교롭게 되었다. 하필 미국 선박의 통행금지를 공표한 직후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 음모론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유지웅이 괴수를 시켜서 그랬다고 떠들어대기 딱 좋은 소재다. 물론 조금만 정보력이 있는 국가라면 그 시각 모비딕 1호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긴급한 상황이라 자문단과 화상 회의 채널을 열었다. 상황을 들은 교수들은 서둘러 의견을 제시했다.
「일단 우리 정부가 침몰 사건에 애도를 표명하는 게 좋겠습니다. 괜히 테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우리가 그랬다는 의혹을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맞습니다. 침몰에 대한 애도 표명 정도면 충분합니다.」
“알겠어요. 그건 그렇게 하고, 그 다음은요?”
「베링 해역은 중요한 거점입니다. 모비딕 1호와 브라우니를 이용해서 침몰의 주범을 섬멸해야 합니다. 이는 회장님의 위신과도 관련된 문제입니다.」
2차 해금현상은 유지웅이 모비딕 1호를 이용해 베링 해역을 확보하면서 일단락 지은 상태였다. 세계의 바다는 지금 베링 해역을 통해 하나로 이어져 있다. 우스갯소리로 베링 해역을 제니스 해역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도 나올 정도다.
베링 해역을 통해 바다를 다시 이은 유지웅의 업적을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건 달리 말하면 그가 베링 해역의 주인, 혹은 관리자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해역에 괴수가 다시 나타나서 엄청난 인명 피해를 냈다. 미국 선박을 금지한 것은 일단 별론으로 치고, 안전한 줄 알았던 해역에 괴수가 출몰한 것이다. 물론 그에게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사람들이 은연중에 갖는 의존도를 생각하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그를 베링 해역의 지배자로 생각한다. 그런 해역에 괴수가 나타났다. 그가 해결해주지 않으면 그의 체신은 땅에 떨어지게 된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포세이돈 노릇 계속 제대로 하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거군요. 제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거네요.”
「좋은 비유입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뒤로도 이 사태에 대해서 여러 가지 주제를 논했다. 말이 자문 행위지 사실상 최고 국정 회의나 다름없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한 발언이 이 나라 정책에 곧장 반영된다. 젊은 교수들은 혈기와 열정이 넘쳐서 적극 회의를 이끌어 나갔다.
회의를 마치고 유지웅은 대통령에게 연락했다. 대통령의 첫 마디는 이거였다.
「사고인가요?」
“네, 사고입니다. 설마 제가 정말로 그런 짓을 저질렀겠어요? 미국 선박 통과를 금지한 건 사실이지만 CIA처럼 무식한 짓을 할 마음은 없었어요.”
사실 대통령은 나름대로 좌불안석이었다. 유지웅이 정부와 의논도 하지 않고 홧김에 괴수를 시켜서 미국 선단을 죄다 격침한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불안하다고 다짜고짜 그런 짓을 저질렀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했는데, 확답을 듣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일단 애도 표현은 하시는 게 좋겠어요. 우리가 안 그랬다는 식으로 먼저 나서서 해명할 필요는 없대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거라더군요.”
「알겠습니다. 국가 위신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도록 하죠.」
“미 선단이 침몰한 날짜를 보면 모비딕 1호가 해역 순찰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습니다. 다른 나라 배들은 그걸 아니까 일절 지나가지 않았는데, 미 선단은 운항이 금지되니까 급한 마음에 대규모로 지나가다가 변을 당한 거예요. 그 점을 강조해주시고요.”
모비딕 1호가 일 년 내내 하루도 떠나지 않고 베링 해역을 순찰하는 건 불가능하다. 몸이 두 개도 아니고, 녀석도 엄연한 한 무리의 가장이다. 당연히 틈틈이 집에 돌아와서 마누라 상대도 해주고 아이들과도 놀아줘야 한다.
그래서 한국은 모비딕 1호가 베링 해역에서 이탈하는 일정을 전 세계에 공표하고 있었다. 즉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베링 해역을 순찰하지 않음.’이라고 명시를 한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선박은 그 날을 피해서 베링 해역을 지나간다.
하지만 미국 선단은 통행 금지 때문에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이번에 미국 선단만 대규모로 변을 당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다른 선박들은 굳이 위험한 때에 베링 해역을 지나갈 필요가 없으니.
「알겠습니다. 그 점도 명시를 하지요.」
“괜한 음모론자들이 설치는 건 보기 싫어요. 그러니 적절하게 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걱정 마십시오.」
몇 가지 더 이야기를 나누고 대통령과 전화를 끊었다. 유지웅은 곧바로 장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공대장님. 장 팀장입니다.」
“해양 괴수를 잡으러 갑니다. 준비해주세요.”
「어느 정도 규모로 준비할까요?」
“예비대까지 포함해서 전원 참석입니다. 제니스 대원 모두 다 함께 갑니다.”
「……그 정도로 위험한 레이드입니까?」
장태준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유지웅은 그가 옆에 있기라도 하듯이 손사래를 치면서 부정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안심하세요.”
「그럼……?」
“짐작하실지 모르겠는데 모비딕 1호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어떤 괴수가 베링 해역을 습격했습니다. 그 바람에 대규모 미국 선단이 전멸했지요. 그 녀석을 잡으러 갑니다.”
「그럼 위험한 게 아닙니까?」
“아니오, 아마 모비딕보다 더 강하다고는 보지 않아요. 모비딕뿐만 아니라 브라우니도 데려갈 겁니다. 위험해서 다 함께 가는 게 아니라 제니스 전체의 화합을 위해서입니다. 최근에 급격하게 팽창하느라 어수선한 게 너무 많았잖아요? 일종의 워크샵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아, 그렇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제니스는 현재 제3예비대까지 편제를 마친 상태였다. 본래 계획이 제6예비대까지 갖춰 총 240명의 공격대를 구성하는 것이었으니, 이제 절반을 꾸린 셈이다.
회사로 비유하면 급격하게 인적 규모를 팽창한 신생 기업이다. 당연히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구성원들끼리 서로 낯가림도 심하다. 유지웅은 그런 분위기를 단번에 타파하고, 대원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 이참에 대규모 해양 레이드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단합 대회를 한다는 기분으로 가요. 그렇다고 너무 긴장을 풀어줄 필요는 없고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제니스가 동원 가능한 전력은 전부 동원하세요.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일종의 단합 대회, 야유회 같은 성격을 띠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제 세계에 제니스의 건재함을 과시할 목적도 있었다. 모비딕 1호가 베링 해역을 이탈한 사이에 일어난 참사이기는 하지만, 베링 해역을 습격한 괴수가 어떻게 됐는지 전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을 향한 무력시위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러 동원 가능한 모든 전력을 동원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제니스 공격대! 베링 해역을 레이드 구역으로 선포!」
「제니스 공격대장, 베링 해역을 위협에 떨게 한 괴수를 반드시 섬멸하겠다며 자신만만.」
일부러 언론에 흘린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보안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터라 이번 레이드 소식은 매스컴을 크게 강타했다.
「제니스, 국방부와 합동 공동 작전 결정.」
「UN평화유지군도 기꺼이 참여 결정. 사상 최대 규모의 레이드가 될 듯.」
「이렇게 대규모 편제를 갖출 만큼 위험한 괴수인가? 아니면 미국에 대한 압박인가?」
유지웅은 아무 생각 없이 장태준한테 ‘가용한 모든 전력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바로 그게 문제다. 상한선을 그어주지 않은 것.
장태준은 합리적인 사람이지만 군인 출신이니만큼 조직에 충성도가 높다. 자기 권한 밖의 범위는 자율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액면 그대로 실천에 옮긴다.
여기서 유지웅이 ‘제니스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편제를 짜라고 했다. 당연히 장태준은 3개의 예비대와 6기의 호크아이, 모든 지원장비를 풀세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국방부에 정식으로 협조 요청을 한 것이다.
국방부는 ‘제니스 회장의 뜻’이라는 한 마디에 당연히 벌집을 들쑤신 것처럼 난리가 났다. 모든 힘을 동원하라는 말은 다리를 건널 때마다 계속해서 부풀어졌다. 해양 레이드에는 선박의 존재가 당연히 필수적이다. 국방부는 상륙함과 구축함 등 동원 가능한 모든 군함을 준비했다. 일개 개인의 한 마디가 국가 전력을 징발한 꼴이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원 가능한 모든 힘을 동원하라.’는 말에 국방부와 청와대는 또 고민에 빠졌다. 베링 해역에 나타난 괴수가 그만큼 위험한 개체일 수도 있고, 아니면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에도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허투루 준비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감이 정부 인사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결국 한국은 정식으로 UN에 협조 요청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또 오해를 불렀다. UN이 보기에 제니스 공격대는 사상 최대의 대규모 편제를 갖추는 것으로도 모자라, 한국의 동원 가능한 전력을 모조리 끌어들였다. 게다가 그 섬멸 상대는 미 선단을 상대로 대참사를 불러온 해양 괴수 아닌가?
「이번 레이드는 이제껏 없었던 위험한 레이드가 될 것이다.」
UN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오해했다. 그들의 착각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위험한 괴수니까 저렇게까지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해금현상 때문에 자칫 붕괴할 뻔했던 세계 경제는 베링 해역이 뚫리면서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그 베링 해역을 습격한 괴수가 나타났다. 제니스는 그 괴수를 섬멸하기 위해 이제껏 없었던 엄청난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 괴수를 섬멸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또 한 번 바다는 막히고 세계는 진짜 대공황 폭탄을 맞을 것이다.
그런 위기감을 느낀 세계 각국 정부는 부랴부랴 자국이 지원 가능한 전력을 긁어모아 한국에 그 지휘권을 위임했다. 베링 해역이 막히는 것은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다. 당장 자신들한테도 피해가 올 수 있는 일이다. 누구는 빼고 누구는 나서고 할 일이 아니었다.
「제니스가 준비하는 걸 봐라. 매우 위험한 괴수가 틀림없다.」
「베링 해역이 막히면 모든 나라, 아니 전 세계가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모든 나라가 한 마음이 되어 이번 레이드의 성공을 지원해야만 한다.」
심지어 테러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전 세계적 비난을 받고 있던 미국까지 제발 우리도 지원을 할 수 없겠냐고, 차마 유지웅한테 직접 말은 못하고 한국 정부를 통해서 우회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한국은 거절했다. 겉으로 내건 명분은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의 전력 지원은 위험하니 받을 수 없다지만, 사실은 이참에 호랑이의 위세에 기대어 한 번 길들이기를 시도해보자는 것이었다.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상 최대 규모의 공격대.」
순수한 제니스 공격대를 제외하고, 1만 명의 레이더와 625척의 군함이 모였다. 그 중 항공모함만 10척에 달했다. 50여 개의 군사 위성이 베링 해역 상공으로 궤도를 수정하는 바람에 이러다가 위성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천문대를 휩쓸기도 했다.
그 막대한 규모의 임시 연합 지원 부대의 지휘권은 당연히 제니스에게 주어졌다. 그런데 제니스의 전술 지휘는 장태준의 고유 권한이자 의무이다.
대위 출신의 젊은이가 10척의 항공모함이 포함된 군함 625척, 1만 명으로 구성된 다국적 레이드 공격대, 50여 개 이상의 군사 위성을 통제하는 통합항공전술시스템을 지휘하게 된 것이다.
============================ 작품 후기 ============================
“저 육군 출신인데 함정 지휘해도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