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25)
00325 팍스 제니스 =========================================================================
“포기하자.”
상어 괴수, 베링 샤크 레이드 실패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유지웅은 대뜸 그렇게 말했다. 정효주는 예상했다는 듯이 별로 놀라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해로 이용이 힘들어질 텐데?”
“그건 내 책임이 아니지. 내가 목숨 걸고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지웅은 진지하게 덧붙였다.
“금동이 위해서 죽으라면 죽겠는데, 금동이 놔두고 사지로는 안 들어가.”
바닷길이 막히면 전 세계 물류가 막힌다. 같은 내지야 철로를 이용해서 어찌어찌 한다지만, 대륙과 대륙 간은 항공기를 이용해야 한다. 생각해보라. 밀가루를 비행기로 실어 나른다면 그 최종 소비 가격은 과연 얼마나 될까?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아니, 애초에 그 모든 물량을 비행기로 수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세계 경제가 엉망이 된다. 그러나 야속할지 모르지만, 그가 해결해야 할 책무는 없다.
그는 이미 가질 것을 다 가졌다. 모셔야 할 부모와 젖먹이 아들도 있다. 자기 책임도 아닌 일에, 자기 목숨을 걸고 나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 목숨, 자기 가정이 제일 소중한 것이니까.
“세상을 위해서 가정 도외시하고 자기 목숨 내놓는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훌륭한 사람은 안 할래. 나하고는 안 맞아.”
“우리나라는 괜찮겠지?”
“경제는 좀 엉망이 되겠지만…… 굶어죽을 일은 없지 않을까?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호남산 곡물 먹으려고 할지는 모르겠네.”
정효주도 별 이견 없이 레이드를 포기한다는 것에 찬성했다.
베링 샤크는 바다에서 활동하는 괴수다. 녀석이 육지까지 올라와서 전 세계 국가를 휩쓸고 다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이, 친척이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한다.
하지만 녀석이 바다에만 머무른다면 바다를 안 가면 그만이다. 바다만 안 가면 자신들이, 이 나라가 위험해질 일이 없는데 젖먹이까지 있는 마당에 뭐 하러 싸울까.
“그래도 준비는 해두자.”
“준비? 뭐 하러? 포기할 건데.”
“혹시 모르잖아. 안 싸우더라도 준비는 해둬야지.”
“흠.”
“준비 안 하고 안 싸우는 거랑 준비 하고 안 싸우는 거랑 전혀 달라.”
“알았어.”
유지웅은 정효주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그는 곧바로 자문단을 소집했다. 자문단은 이미 프로메테우스 팀과 연동해서 베링 샤크 대처 방안 및 분석 작업에 한창이었다.
“먼저 이것은 가설입니다만, 괴수의 육신을 그릇이라 하고 결정 에너지를 그릇에 담는 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릇이 크면 많은 물을 담을 수 있겠지만 그릇이 작으면 물이 넘치게 되죠. 수중 환경에서는 생명체가 거대화되기 쉽고, 또 거대한 몸을 유지하기도 쉽습니다.”
“바다에서 더 큰 그릇이 만들어지기 쉽다는 거군요.”
“어디까지나 가설입니다.”
“저는 왠지 끌리는데요. 실제로 베링 샤크는 너무 거대한 녀석이었고요. 그런데 브라우니는 결정도 1만 3,000짜리 치고 너무 작은 편인데, 이건 어떻게 설명할까요?”
“일단 블랙 등급부터는 몸집 크기가 그릇의 크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인류가 해저 괴수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으며, 제2, 제3의 베링 샤크가 얼마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수중 레이드 전술을 갈고 닦을 것이냐, 아니면 완전히 포기하느냐 결정해야 하는 문제군요.”
듣고 있던 정효주가 차분하게 말했다. 원래 그녀는 자문단 회의 때 발언을 잘 하지 않는다. 묵묵히 관전만 할 뿐이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히 입을 열었다.
“새끼 상어를 현재 미국이 갖고 있어요. 그걸 이용해서 모비딕 1호처럼 길들이는 건 어려울까요?”
“그러려면 새끼를 바다로 가져와서 보여 줘야 하는데 그 자리에서 무슨 공격을 해올지 모릅니다. 새끼만 빼앗기고 끝날 가능성도 높고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미국에 압박해서 소유권이나 관리를 넘겨받는 건요?”
“현재 국제 여론을 생각하면 불가능하진 않습니다만…… 굳이 새끼 상어를 넘겨받아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습니다.”
새끼 상어로 베링 샤크를 협박할 수 없다면, 녀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물론 미국은 새끼 상어가 소중하다. 그러나 유지웅은 달랐다. 이미 여러 마리의 괴수를 거느리고 있는 그에게 새끼 상어 괴수는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좋은 말씀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펴 가세요.”
회의가 끝나고 유지웅은 교수들을 배웅했다. 정효주가 커피를 타서 가져왔다. 잔을 받아들고 유지웅이 말했다.
“일단 우리 결정체나 흡수해두자. 내일부터 레드 몹이나 잡으러 다니자.”
“그린 결정체랑 바꾸려고?”
“응.”
“하긴, 그게 더 빠르고 편하겠구나.”
블루 결정체는 그린 결정체와 달리 결정도가 높아서 흡수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옐로 몹을 일일이 잡으러 다니는 것보다, 레드 몹을 잡아서 그린 결정체와 바꾸는 게 시간 절약에 있어 더 효율적이다.
“근데 그린 결정체가 있을까? 이번에 우리나라 비축 물량 거의 다 소진한 걸로 아는데.”
베링 샤크 레이드 때 많은 나라들이 비축 결정체를 아낌없이 내놓아서 지원을 했다. 한국은 무려 5조 원에 달하는 결정체 물량을 지원했다. 명색이 자국 국민이 주도하는 레이드라서 과감한 지원을 한 것이다.
“잠깐만, 한 번 물어볼게.”
유지웅은 곧장 남기철에게 전화를 했다.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현재 비축해놓은 그린 결정체는 없습니다. 베링 샤크 레이드에 잔존 비축 물량을 전부 지원했으니까요.」
“그래요? 우리나라 평소 비축량이 5조 원 어치밖에 안 되나요?”
전략 비축유처럼, 어느 나라든지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해서 결정체를 저장하는 게 보편적이다. 근데 겨우 5조 원 어치? 유지웅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20조 원에 해당하는 물량을 비축하고 있었습니다만, 해금사태가 불거지면서 상당량을 사용했거든요.」
“그럼 우리나라 그린 결정체 하루 생산량은 얼마죠?”
「평균 결정도 25의 결정체 250개를 하루에 습득하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럼 6,250이군요.”
생각보다 너무 적다. 레드 몹 한 마리 잡으면 나오는 양이 아닌가?
“그린 결정체가 대량으로 필요해요. 그 물량 전부 제가 블루 결정체로 살 테니까 원석 그대로 보관해주세요.”
「그렇게 보고해두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유지웅은 새삼 옛날 생각이 나서 무릎을 쳤다.
“가만, 그러면 우리가 초기 레드 몹 잡을 때, 우리 빼고 다른 공격대가 다 합친 것만큼 결정체를 생산한 셈이네?”
평균 국내 생산량이 약 6,000이다. 국내 모든 공격대의 생산량을 합친 것이다. 그런데 프라임, 제니스가 한 번 레이드를 갈 때마다 다른 공격대 전부를 합친 것만큼 뚝딱 결정체 생산량이 증가했다고 보면 된다.
“이야, 이렇게 비교하니 우리가 옛날에 얼마나 잘 나갔는지 실감이 난다.”
“지금은 비교가 안 되게 풍족해졌거든?”
“규모 차이가 너무 나면 원래 실감 안 나. 좀 비교도 되고 그래야 막 피부로 느껴지지.”
확실한 전략과 안전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시 베링 샤크 사냥을 시도할 마음은 없다. 그래도 일단 최대한 힘을 키우고 준비는 해두기로 했으니, 흡수할 그린 결정체를 모아야 한다.
“우리나라만으로는 좀 모자란데……. 다른 나라 좀 없나?”
“결정체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은 다들 비축 물량 이번에 많이 지원하지 않았니?”
“하나 있긴 하네. 지원 안 한 데.”
“미국?”
정효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지웅은 어깨를 으쓱했다.
“미국은 좀 그러려나?”
“지금 네가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자기들을 용서하는 거라고 생각할 텐데?”
“아무래도 그렇겠지? 할 수 없네. 안슐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다. 근데 UAE도 이번에 우리나라처럼 비축 물량 다 털어서 지원해서 남는 게 있으려나 모르겠어.”
* * *
「알겠네. 지금부터 생산하는 물량은 전부 자네에게 보내주지.」
“고마워요. 동일한 결정도의 블루 결정체로 지불할게요.”
「자네에게 너무 손해가 아닌가? 같은 결정도라면 블루 결정체 쪽이 월등하게 부가가치가 남는데.」
“에이, 얼마나 한다고요.”
「하긴, 그래봐야 푼돈이긴 하지. 실례했네.」
유지웅은 중동에서 생산되는 그린 결정체를 넘겨받기로 했다. 그 대신 한국 정부에게 하는 것처럼 같은 양의 블루 결정체를 주기로 했다. 예컨대 그린 결정체를 5,000만큼 받으면, 5,000짜리 블루 결정체 하나를 주는 식이다.
이건 명백히 블루 결정체를 받는 쪽이 이득이다. 아직까지 블루 결정체는 한국의 독점 생산이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그 물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가 구매하려고 해도 선예약이 몇 년씩 밀려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미국은 어찌할 참인가?」
“……글쎄요.”
「전에도 말했듯이 이참에 확실하게 제재해야 하네. 공화당 녀석들은 제대로 눌러놓지 않으면 자기들을 두려워하는 줄 알고 더 설칠 수 있네.」
“명심할게요.”
실은 가만히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나서서 국제 여론을 조장하는 등 알아서 잘해주고 있었다. CIA의 테러 의혹을 물고 늘어진다던가, 베링 샤크의 습격에 대해서 미국이 새끼를 잡아갔기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등 일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러시아는 물론이고 유럽도 거기에 가세했다.
유지웅이 분명히 경고를 했음에도 미국은 감히 최윤을 암살하고자 했다. CIA의 단독이라 해도 관리책임을 못한 책임은 짊어져야 한다. 그도 결코 순순히 넘길 마음은 없었다.
한 대 맞았는데 부드럽게 넘어가면, 상대는 괜찮은 줄 알고 두 대, 세 대를 더 때리게 된다. 한 대 맞았을 때 확실하게 열 대, 스무 대로 되돌려줘야 자기가 잘못했음을 알고 두려워하게 된다.
미국 제재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때 급보가 터졌다. 태평양을 맞대고 있는 미국 서부 해안 도시 몬트레이가 습격 받은 것이다.
* * *
“지저스! 몬트레이가? 대체 뭐 때문에?”
“현재 분석 중입니다. 다만 확인된 바로는 갑자기 바다에서 거대한 광선이 덮쳐서 불태웠다고만…….”
“링컨, 링컨은 무사한가?”
“네, 즉시 내륙 50km 지점에 있는 저수지로 옮겼습니다.”
링컨은 새끼 상어 괴수를 말했다. 미 정부는 미국의 염원을 담아 새끼 상어 괴수에 링컨이란 이름을 붙였다. 미국으로서는 절대 잃을 수 없는 귀중한 카드였다.
“혹시 베링 샤크가 아닌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일단 강력한 바다 괴수가 인근 해역까지 들어와 습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너무 마음에 걸려. 왜 하필 몬트레이지?”
미국은 그동안 몬트레이에 조사기관을 설치하고 링컨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괴수가 하필 딱 그 지역을 습격했다. 누구라도 찜찜할 것이다.
아무튼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또다시 급보가 올라왔다.
“각하! 몬트레이 해안에 베링 샤크가 출현했습니다!”
“뭐? 베링 샤크가?”
“현재 광선 공격으로 해안 지형을 무차별 깎아내리며 내륙을 향해 접근 중입니다!”
“설마 그 방향이…….”
“맞습니다! 링컨이 있는 곳입니다! 그쪽을 향해 땅을 깎아 수로를 만들며 전진하고 있습니다!”
============================ 작품 후기 ============================
상어표 대운하 ㅊ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