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34)
00334 진격의 상어 =========================================================================
전미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블랙 타입 괴수, 베링 샤크 섬멸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세상은 난리가 났다. 사람들은 인류의 위대한 승리라며 기뻐했다.
특히 인적 피해가 전혀 없이 레이드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세계는 다시 한 번 놀랐다. 결정도가 무려 13만 5,000에 달하는 강력한 괴수라는 게 알려지면서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
―바야흐로 우리는 팍스 제니스의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과 기축화폐, 뛰어난 과학기술로 20세기 패권을 선도했다. 그러나 이제 국력이 패권을 선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확히는 레이드 수행 능력이 국가의 국력을 나타내는 표준점이 된 것이다.」
「결정도가 무려 13만 5,000에 달하는 블랙 타입 괴수를 잡을 수 있는 공격대가 존재할까? 한때 세계 제일의 레이드 국가라 자부했던 미국조차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놀라운 일이다. 더 경이로운 사실은 인적 피해를 전혀 내지 않고 레이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경이 그 자체다. 제니스의 존재는 신이 인류에게 하사한 축복이나 다름없다. 베링 샤크를 섬멸함으로써 인류는 바다를 잃을 뻔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의심할 것 없이 제니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매스컴은 앞 다투어 제니스의 승리를 보도했다. 한국에서 제니스는 시대의 아이콘이 된 지 오래였다. 젊은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제니스를 선망하고 동경했다.
“승리를 기념하는 뜻에서 정부에서 퍼레이드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부디 꼭 허락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귀찮아요. 그런 거 안 해요.”
“유 회장님! 제발…….”
“지금 13조 5,000억짜리를 분실했는데 퍼레이드를 할 기분이 나겠어요?”
레이드가 끝난 직후 유지웅은 해당 지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퍼플 결정체를 찾지 못했다. 너무 높은 고도에서 섬멸해서 퍼플 결정체가 멀리 날아갔나 싶어 반경 수백km 내부를 호크 아이로 샅샅이 뒤졌으나 어디에서도 결정도는 검출되지 않았다.
결국 유지웅은 며칠에 걸쳐 일본 전 지역을 호크 아이로 샅샅이 수색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결정도는 검출되지 않았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13조 5,000억을 120명이 나누면 두당 1,125억이다. 엄청난 분배금을 기대했던 대원들은 섬멸에 성공했다는 기쁨도 잊고 크게 상심했다.
“일단 해당 지역을 점유하고 계속해서 수색 작업을 벌여야 합니다. 퍼플 결정체뿐만 아니라 레이드 과정에서 설치된 안전지대 소유권도 매듭지어야 합니다.”
김장호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관련 법무팀이 급히 일본에 파견되었다. 정부에서도 적극 협조했다.
자그마치 반경 22km가 넘는 안전지대였다. 도시 하나를 세워도 될 만한 면적이다. 아직은 별 가치 없는 곳이지만 앞으로 어떤 발전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특히나 일본은 괴수 방위력이 바닥을 치고 있어, 안전지대에 대한 절실함이 다른 나라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이웃나라의 어려움을 돕는 것은 선진국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큰 대가는 안 바래요. 그냥 안전지대는 레이드 부산물이니까 여기만 가져가겠습니다. 이거 만드는데 쓴 결정체도 제 거였으니까요.”
유지웅은 선심을 쓰듯이 ‘레이드 보수’는 안 받겠다고 했다. 국가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는 가난한 나라한테서 어찌 돈을 받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대신 레이드 과정에서 설치된 안전지대 토지의 소유권은 이양 받았다.
일본으로서는 거저 생긴 안전지대를 어찌어찌 활용하고 싶었지만 그가 달라고 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레이드 보수를 달라고 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었다.
“진짜 어디로 증발한 거야? 혹시 CIA가 빼돌린 거 아냐? 그 녀석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어!”
“CIA가 무슨 재주로? 베링 샤크는 공중에서 죽었는데 그 결정체를 어떻게 회수해? 어디 바다에 빠졌겠지.”
“아, 진짜 피 같은 내 돈…….”
한두 푼도 아니고 13조 원이 넘다 보니 억울해서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게 된다. 수색 반경을 넓히고 인근 해역도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별 수확이 없었다. 그래도 유지웅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기하지 않고 호크 아이와 수색팀을 계속 운용했다.
자그마치 13조 5,000억짜리다. 아무리 찾기 힘들다지만 어떻게 하루아침에 포기하겠는가. 절대 그리 못한다.
“너무 그러지 마. 레드 몹 26마리만 잡으면 나오는 돈인데.”
“그래도 너무 아깝잖아. 다들 힘들게 잡았는데.”
“할 수 없지, 뭐. 사망자 한 명도 안 나온 게 어디니? 난 그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는데.”
“내가 원래 좀 간사해. 화장실 갈 때랑 나올 때 마음이 확 달라.”
안전지대가 설치된 토지 소유권을 레이드 보수 대신 이양 받고, 수색팀을 계속 운용하는 것으로 일본 레이드 사후 문제는 대강 매듭지었다. 전투 기록과 베링 샤크에 관한 분석은 자문단에게 맡기는 것으로 대강 정리를 마쳤다.
“이 자식들을 어떻게 요리한다…….”
유지웅은 칠드그린이 보낸 보고서를 보면서 주먹에서 으드득 소리가 나게 비틀었다.
최윤에 대한 테러 등 CIA가 저지른 범죄가 녀석들 단독 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사전에 경고했던 SC컴퍼니의 메데세르프 회장이 연결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설마 설마 했는데 이렇게도 생각이 없나? 아니면 내 이미지가 미국에서 그렇게 신사적인가?”
CIA만 처리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진짜 나쁜 놈들은 CIA와 요원들의 광신적인 애국심을 도구로 활용, 사익을 추구한 자본가들에게 있었다. SC컴퍼니 등 결정체 유통업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재물의 화신들 말이다.
“싸그리 묶어서 응징을 해줘야겠네.”
유지웅은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연락을 했다.
“UN에 제재 결의 좀 하나 올려야겠어요.”
「제제 결의요?」
“네. 미국이 벌인 테러 행각에 대해서 국제 사회의 심판이 필요한 것 같아서요.”
그렇게 칼을 뽑아들었다.
* * *
“우와! 바다다! 바다야!”
파도가 철썩이는 해변을 보고 신이 난 아이가 신발을 벗어던지고 달려갔다. 파라솔 그늘 아래 앉은 어머니가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이곳은 유명한 해수욕장이 아니다. 게다가 여름 초입이라 그런지 해변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와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민수야! 조심해!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
“알았어요, 엄마!”
바다에 놀러 와서 신이 났는지 아이는 마냥 좋다고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담그고 방방 뛰고 난리였다. 해변 한쪽에 놓인 커다란 바위 뒤로 아이가 돌아가는 것을 본 어머니는 걱정이 돼서 얼른 일어났다. 그때였다.
“엄마! 엄마! 여기 누가 쓰러져 있어!”
“뭐?”
깜짝 놀란 어머니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과연 바위 반대쪽, 해변 쪽 방향에 웬 소녀가 쓰러져 있었다. 험한 짓을 당했는지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고, 허리 아래는 해초가 잔뜩 엉켜 있어 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봐요! 이봐요! 정신 차려요!”
어머니는 급히 소녀의 숨이 붙어 있는지 확인했다. 몸을 뒤집고 코에 손을 올렸다. 미약한 호흡이 느껴졌다.
“…….”
기척을 느낀 것일까.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살며시 눈이 떠졌다. 붉은 광채를 띤 눈동자가 조금씩 움직이며 주변 풍경을 확인한다.
소녀는 깜짝 놀랄 만큼 예뻤다. 마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절세의 미모를 지녔다. 티 한 점 없이 맑은 하얀 피부와 풍성하게 드리워진 붉은 머리카락은 타오르는 불꽃을 보는 것 같았다. 선명한 초점의 붉은 눈동자가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그녀는 가벼운 전율마저 느꼈다.
“괜찮아요? 정신이 들어요?”
“괜……찮……아……요…… 정신이…… 들어……요…….”
“일어설 수 있겠어요? 사람을 불러올까요?”
“일어설 수…… 있겠어요…… 사람을…… 불러……올까요…….”
“당신, 정말 괜찮은 거예요?”
“당신…… 정말…… 괜찮은…… 거예요…….”
어머니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마치 자신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것 같지 않은가. 의식이 있는 사람, 멀쩡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꼭 사람의 모습을 한 다른 무언가, 어떤 특이한 존재 같은 느낌에 그녀는 불현듯 입을 다물었다. 가슴을 메워 오는 이 꺼림칙함이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할 길이 없었다.
“우와, 이 누나 진짜 예쁘다. 그치, 엄마?”
아이는 소녀의 미모가 마냥 신기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 말대로 보면 볼수록 빨려 들어갈 듯한 미모였다. 현실의 것 같지 않은, 마치 신비가 형상화된 것처럼 황홀한 아름다움은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과 맞물려 더욱 불길함을 느끼게 했다.
“누나…… 진짜…… 예쁘다…… 그치 엄마…….”
소녀의 발음은 점점 더 또렷해졌다. 어떻게 보면 어린 아기가 말을 배우는 옹알이 같기도 하다. 소녀는 맹목적으로 이쪽이 하는 말을 따라 하기만 했다. 이건 한국말을 모른다기보다는, 사람의 언어 자체를 모르는 것만 같았다.
“민수야, 이리 와.”
어머니는 아이를 안고 주춤주춤 물러났다.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불길함이, 어두운 그림자가 위험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소녀가 상체를 일으켰다. 붉은 눈동자가 관찰하듯이 빤히 이쪽을 바라본다. 그 표정은 마치 무언가 좀 더 말을 해주기를 바라는, 그래서 정보 습득을 하고자 하는 기계인형 같아서 더욱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녀는 한 손으로 겨우 입을 틀어막았다. 새하얗게 탈색된 표정 가득 두려움이 떠올랐다.
소녀의 하체를 덮고 있던 해초가 밀려오는 파도에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 걷힌 해초 사이 사이로 보이는, 반짝이는 물고기 비늘에 그녀는 숨이 막힐 뻔했다.
“다, 다리가 없어?”
“다, 다리가 없어?”
“당신 사람 아니죠?”
“당신 사람 아니죠?”
어머니는 흙빛이 돼서 물러났다. 당장이라도 등을 돌려 도망치고 싶었으나, 공포에 잠식된 두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조금씩 조금씩 뒷걸음질 치는 게 최선이었다.
동화는 책 속에 있을 때만이 신비하고 아름다운 법이다. 인간이 해석할 수 없는 미지의 환상이 책을 벗어나 실체화되었을 때, 보통의 인간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지 않는 인간은 바보이거나, 혹은 어려서 순수하거나 둘 중 하나이리라.
“와아! 엄마! 인어야! 인어! 인어다! 와하하! 인어가 진짜로 있었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는 좋아서 환호를 질렀다. 엄마의 몸이 굳은 틈을 타 벗어난 아이는 한달음에 소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소녀의 상체를 덥석 끌어안았다.
“인어 누나, 안녕? 나 민수라고 해. 누나 바다에서 왔어? 왕자님 찾으러?”
“미, 민수야! 안 돼! 이리 와!”
“와! 이거 봐! 진짜 비늘 꼬리야!”
어머니는 기겁을 해서 아이를 데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친 순간 발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소녀의 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만지며 신기해하는 아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 서늘한 눈빛은 대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가.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 건 아닌가.
저 인어가 어디서 왔는지,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나타났는지 이미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는 있는 힘을 다해 소녀와 아이를 향해 달려갔다.
그때였다. 소녀가 천천히 팔을 들었다. 가늘고 흰 팔뚝이 조심스레 아이를 감싸려고 했다. 어머니는 숨이 턱 막혔다. 그녀의 눈에는 아이를 해치려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곧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소녀가 가만히 아이를 품에 안은 것이다. 마치 서툴고 젊은 초보 엄마 같은, 조심스럽고 어색한 손짓이었다.
하얀 얼굴 가득히 눈물이 고였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소리 없는 울음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말았다.
“아아…… 아아…….”
아까처럼 무의미하게 말을 따라하는 반복 행위가 아닌, 마음에 쌓인 슬픔을 표출하는 듯한 신음이었다.
“아아아…… 아아아…….”
아직 슬픈 표정을 짓는 법은 배우지 못했는지, 소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떨어뜨리며 신음하기만 했다.
* * *
기억은 흐릿하다.
빛 한 점 없는 심해 속에 홀로 유영하는 느낌이다.
그런 혼탁함 속에서도, 또렷이 기억나는 것 하나.
죽어가며, 애타게 엄마를 찾던 새끼의 울음소리.
오직 그거 하나, 그리고 전부.
============================ 작품 후기 ============================
나미라고 불러주세여…
(여기까지가 시즌1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