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44)
00344 우정의 이름으로 =========================================================================
“서바이벌 게임이요?”
유지웅의 동기이자 두 살 어린 장권재는 놀라서 반문했다. 맞은편에 앉은, 한 살 차이 사촌동생 유진석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바이벌 게임 하러 중동까지 가?”
“내 친구 알지? 안슐. IACP 회장.”
“알지.”
“그 사람이 이번에 서바이벌 게임장을 만들었대. 친구들 많이 데리고 오라고 하더라고.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유진석과 동갑인 사촌여동생 유지혜가 손뼉을 치면서 즐거워했다.
“재밌겠다. 그런 부자들은 어떤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는지 너무 궁금해.”
“나도, 나도.”
옆에서 여동생인 유지민도 덩달아 설렘을 나타냈다.
그들은 지금 전용기 A3를 타고 아부다비로 가는 중이었다. 유지웅은 나이 어린 동기인 권민재, 1살 터울의 사촌남동생 유진석, 그리고 유지혜, 유지민 자매를 데리고 UAE행에 나섰다. 유지혜는 유진석과 동갑이고, 유지민은 언니보다 2살 어리다.
“쿤겐한테 너무 미안한데. 매번 금동이 맡기기만 하고.”
“괜찮으니까 이번 여행은 편히 즐기자. 우리가 자주 이러는 것도 아닌데, 뭐.”
정효주가 내심 걱정이 되는지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 유지웅이 괜찮다는 듯이 어깨를 토닥였다.
“그럼 서바이벌 게임만 하는 거예요?”
“설마. 남는 시간에는 쇼핑도 하고, 아부다비 구경도 하고 그렇게 보내면 되지. 안슐 집이 얼마나 큰지 직접 보면 너네 깜짝 놀랄 걸? 우리 집은 비교도 안 돼.”
“우와, 그 정도예요?”
“우리 집은 그냥 정원 넓고 건물 좀 큰 대저택이지만 안슐 집은 궁전이라고, 궁전.”
드디어 A3는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다. 안슐은 성대한 환영식 대신 수행원을 거느리고 직접 마중 나왔다. 유지웅은 담백한 마중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잘 왔네, 친구.”
유지웅은 깜짝 놀라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안슐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아, 안슐?”
“왜? 내 발음이 이상한가?”
“아니, 그게 아니고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틈나는 대로 조금씩 익혔네. 흡족한 수준이 될 때까지는 말하지 않기로 했지. 어떤가, 내 발음이?”
“완벽해요!”
“홀로그램 통역 장비도 나쁘진 않지만 늘 뭔가 아쉬웠네. 자네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더 편리하고 즐거울 거 같았지. 그래서 조금씩 시간을 내서 익혀봤는데,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네.”
유지웅은 진심으로 감동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자신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한국어를 배웠단다. 안슐처럼 가진 게 넘쳐서 굳이 타국어를 배울 필요조차 없는 사람이 말이다. 때로는 물질적인 선물보다 이런 작은 게 더 사람의 마음을 감동……. 가만?
생각해보니 친구를 위해서 언어 하나를 배운다는 게 작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오히려 안슐에게는 몇 조 원짜리 선물을 안겨주는 게 훨씬 쉬울 거 같다. 그렇게 보니 이거 정말 보통 큰 선물이 아니잖아?
“고마워요. 전 아랍어를 배울 생각도 못했는데…….”
“자자, 가세나.”
흰 색의 멋들어진 리무진 두 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슐과 유지웅 커플, 그리고 나머지 일행은 각각 리무진에 나눠서 탑승했다. 태어나 처음 리무진을 타보는 장권재는 쭈뼛거리며 어려워했다. 유지웅 사촌동생들은 그나마 몇 번 그의 리무진을 타보았기에 장권재만큼 어색해 하지는 않았다.
리무진은 안슐의 저택으로 향했다. 커다란 보석 같은 궁전의 웅장함에 처음 와보는 동생들은 그만 입을 벌렸다.
“세상에…….”
금색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벽과 멋진 조각이 어우러진 창문이 수없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호수 위로 살아있는 것처럼 물분수가 빠르게 질주하다가 펑 하고 사방으로 비산하며 아름다운 율동을 뽐낸다. 산산이 부서지는 물방울 사이로 드리워진 무지개가 폭죽놀이처럼 광채를 뿜었다가 사그라지기를 반복한다.
“너무…… 너무 멋있어요. 꼭 동화 속에 나오는 궁전 같아요.”
“와…….”
유지혜 자매는 두 손을 모아 쥐고 감동했다. 장권재와 유진석은 입만 벌린 채 제대로 말도 잇지 못했다.
홀에는 성대한 만찬이 준비돼 있었다. 커다란 둥근 탁자에 둘러앉자 직원들이 쉬지 않고 요리를 날라 왔다.
“오늘은 먼 길을 왔으니 푹 쉬고, 내일 게임을 즐겨보는 건 어떤가?”
“좋지요.”
“차린 건 없지만 많이들 들길 바래요.”
장년의 아랍 신사가 온화한 웃음을 머금고 말하자 유지혜 자매는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국적을 초월한 화려한 만찬이 식탁에 가득했다. 처음에는 손을 뻗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웃고 떠들며 식사를 즐겼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가장 어려웠던 게 다양한 어미 변화였네. 뭐가 그리 변수투성이인지.”
“진짜 깜짝 놀랐어요. 발음 너무 자연스러워요. 토종 한국 사람이 말하는 거 같아요.”
“과찬이야. 아직 그 정도는 아닐세.”
만찬을 끝내고 안슐은 직접 친구 일행을 데리고 다니며 궁전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유지웅은 몇 번 와본 적이 있지만 매번 다 둘러보지 못하고 떠났다. 궁전의 규모가 워낙 커서 하루 이틀 만에 다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다음 날 안슐과 유지웅 일행은 헬기를 타고 나섰다.
“어디까지 가는데 헬기를 타는 걸까?”
유지웅도 가슴이 콩닥거리는지 안절부절 못했다.
“안슐, 대체 무슨 게임장인지 그것만이라도 말해주면 안 돼요?”
“서바이벌 게임이 다 거기서 거기지. 결국 모의전투일세.”
“전투도 전투 나름이죠. 무슨 컨셉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것만이라도 말해주세요.”
“직접 보면 아네.”
안슐은 그저 웃기만 했다.
드디어 헬기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거대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곳곳에는 커다란 바위와 절벽이 있어 장애물 지형을 갖추고 있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그저 넓은 사막 들판 지형 밖에는 보이지 않아 유지웅 일행은 어리둥절했다. 사막 입구에는 지은 지 얼마 안 된 커다란 빌딩이 있었다. 통제실처럼 생긴 빌딩 안으로 안슐이 안내했다.
“여기는 뭐 하는 곳…….”
유지웅이 입을 열려는 때였다. 쿠르르릉, 하는 육중한 쇳덩이 굴러가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렸다. 동시에 실내 사방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 영상이 잡혔다. 7개로 분할된 스크린에는 멋들어지게 생긴 회색빛 전차가 달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탱크 월드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친우들이여.”
안슐이 자랑스럽게 화면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저것이 바로 여러분들이 탑승할 전차들입니다.”
“…….”
모두 놀라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입만 벌린 채 정신없이 쳐다볼 따름이었다. 상상도 못한 스케일에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그나마 안슐과 같은 레벨에서 놀고 있는 유지웅이 가장 먼저 말뜻을 깨닫고 물었다.
“설마 탱크 서바이벌 게임인가요?”
“그렇다네.”
“우리가 저 탱크에 타서요?”
“그렇지.”
“하, 하지만 우리는 탱크 같은 거 조종할 줄 모르는데요.”
“저 탱크들은 전쟁용이 아니라 서바이벌 게임을 위한 목적으로 특별히 제작된 걸세. 20분이면 충분히 조종술을 익힐 수 있을 만큼 쉽게 만들어졌네. 그냥 컴퓨터 탱크 게임 정도의 난이도 밖에 되지 않네.”
원격조종 RC 탱크도 아니고, 직접 사람이 안에 들어가서 조종하는 탱크란다. 그런 걸 서바이벌 게임을 하려고 직접 개발해서 만들었다니. 그럼 저 넓은 사막 벌판도 놀이를 위해 만든 서바이벌 게임장이란 소리 아닌가? 유지웅도 그 스케일에는 질렸다.
“근데 위험하지 않아요?”
“당연히 페인트탄을 쓰니 안전하네. 전차 전면에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피격 위치와 각도, 피격량에 따라서 전투 수행 능력을 측정하는 시스템일세. 많이 피격당하면 파괴 판정을 받고 전투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지.”
한 마디로 목숨이 위험할 리 없는, 실물 크기의 탑승용 탱크를 이용한 모의 전투란 이야기다. 유지웅은 살짝 질려 있다가 무릎을 치며 안타까워했다.
“아! 나는 왜 이런 재미난 놀이를 생각을 못했지?”
기껏해야 레고 부가티 따위나 주문해서 조립하면서 비싼 취미를 즐기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그런 시간들이 너무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거라더니……. 이건 진짜 완전히 상상 이상이잖아.”
“그러게. 난 기껏해야 온몸에 센서 두르고 총 들면서 뛰어다니는 거 생각했는데…….”
게임을 위해 일행은 각자 탱크에 나눠 탑승했다. 아늑하게 꾸며진 내부에 유지웅은 신기해서 둘러보았다.
「튜토리얼 따위는 필요 없네. 전원 무선으로 도와줄 보조 요원이 있으니까 직접 실전을 하면서 조종술을 익히면 되네.」
「전방에 있는 조종간을 쥐어주세요.」
화면 한쪽에 어떤 여자가 나타나며 말했다. 안슐이 말한 개인 보조 요원인 모양이었다. 유지웅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조종간을 쥐고 슬며시 밀어보았다.
“와, 움직인다!”
「다음은 포 조준 및 발사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카앙!
희미한 타격음이 들렸다. 뭔가가 탱크에 부딪친 모양이었다. 차에 타고 있을 때 눈덩이를 맞은 정도의 미미한 충격이었다.
삐삐삐삐!
요란한 경고음이 들리며 조종석이 붉은 빛으로 번쩍였다. 화면 한쪽에 탱크의 전체 모형이 나타났다. 탱크 모형의 한쪽 부위가 빨갛게 변해 있었고, 아래에는 ‘손상도 5%’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호출음이 들리더니 정효주의 모습이 나타났다.
「앗, 미안. 시험 삼아 쏜다는 게 맞았나 봐.」
「피격되었다는 뜻입니다. 손상도는 5%, 손상도가 30%를 넘어서면 이동 및 전투에 제약이 있으며, 60%가 넘어서면 심각한 전투 장애가 초래됩니다. 100%면 파괴 판정을 받고 패배하게 됩니다.」
가슴이 세차게 뛴다. 이것이야말로 남자의 로망 아닌가? 조종간을 쥔 손이 감동으로 마구 떨려 왔다.
“좋아. 내가 다 파괴시켜주지.”
「미안하지만 그건 무리일세. 나는 이미 100시간 이상 시뮬레이션을 마스터했다네.」
“앗, 그건 반칙이에요!”
「억울하면 자네도 게임 하나 만들어서 미리 연습해두게. 그럼 조심하게.」
뭘 조심하라는 거지? 유지웅은 몇 초 지나지 않아 그 말뜻을 깨달았다.
카앙!
희미한 타격 진동이 느껴지며, 또다시 조종석이 붉은 빛으로 번쩍였다. 화면 구석에 나타난 그의 탱크 아래 15%라고 빨간 글자가 나타났다.
「이미 내 애마는 자네 전차를 조준하고 있다네, 친구.」
친구가 씩 웃는 모습에서 유지웅은 오래간만에 끓어오르는 투쟁을 느꼈다.
“갑니다! 각오하세요!”
그는 레이더에 나타난 안슐의 위치로 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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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리얼 월오탱.